정부가 이달 15일 경기 용인시 남사읍과 이동읍 일대에 세계 최대 규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개발 예정지 인근 아파트 매매 가격이 1~2주 사이 1억원 넘게 오르는가 하면, 정부 발표 전 매도 계약서를 썼던 집주인들이 위약금을 감수하며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토지 거래량도 평소의 4~6배로 급증했다.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첨단 반도체 공장과 가까운 입지를 뜻하는 ‘반세권’이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워낙 대형 호재인 만큼, 당분간 부동산 시장의 관심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 투기꾼들이 엉터리 정보로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반세권’ 용인 아파트, 보름 새 1억 뛰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 계획은 투자가 가장 쉬운 아파트 거래량과 가격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에 있는 6725가구 규모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는 지난 15일 이후 이날까지 총 34건의 거래가 신고됐다. 올해 1~2월 두 달치 거래량(34건)과 같다.
‘반세권’이란 신조어가 등장한 것도 결국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면 고소득 근로자가 대거 유입되면서 지역 상권 활성화는 물론, 집값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용인한숲시티 5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 17일 4억5500만원에 팔렸다. 이달 2일 같은 평형이 3억3500만원에 거래됐으니 보름 만에 1억2000만원 오른 것이다. 이동읍 송전마을세광엔리치타워 84㎡도 올해 1월 실거래가(2억4500만원)보다 6500만원 오른 3억1000만원에 이달 18일 거래됐다.
정부 발표 전 체결됐던 매매계약이 발표 후 취소되는 사례도 나온다. 용인한숲시티는 올 들어 3월 14일까지 체결됐던 매매계약 53건 중 15건이 이달 15일 이후 취소됐다. 집주인이 계약을 취소하면 위약금까지 더해 계약금의 두 배를 매수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남사읍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 발표 후 계약을 취소한 집주인 대부분이 위약금보다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