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10월20일은 캐나다 총선이 예정된 날이다. 조기 총선이라는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16개월 뒤 캐나다 정치권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현 자유당 정부의 지지율 하락 추세를 보면 총선 전까지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판이 그렇듯 민심은 어느 순간 뒤바뀔 수 있고 뚜껑을 열어봐야겠지만 지금 이대로 (트뤼도 체제로) 간다면 정권 교체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최근 토론토 보궐선거에서 자유당 후보가 보수당에 석패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이 선거구는 무려 31년 동안 보수당이 맥을 못추던 곳이었다. 자유당 후보로만 임명되면 연방 의원은 따놓은 자리였다. 그런데 이곳에서 자유당이 석패했다. 표 차이는 크지 않지만 어쨌든 당연한 의석 하나를 빼앗긴 형국이어서 자유당 내부는 그야말로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트뤼도 리더십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는 당장 그의 사임을 심각하게 논의하는 단계로 넘어갔다.
트뤼도 총리는 자신의 조기 퇴임론을 일축하고 있지만 그가 물러나야 자유당이 산다는 압력이 측근들로부터 나오는 분위기여서 진퇴양난에 빠진 모습이다. 게다가 각종 여론조사는 자유당 정부를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10명 중 7명은 트뤼도의 사퇴를 원하고 있으니 정권 교체는 시간 문제일 수 밖에 없다.
보수당이 집권하고 지금의 당 대표인 Pierre Poilievre가 연방 총리가 되어 캐나다를 이끌어간다고 가정하는 것은 그다지 뜬구름 잡는 일은 아니다. 그만큼 자유당은 무너지고 그렇게 허물어지고 있는 자유당을 지근지근 밟고 표 차이를 벌리고 있는 보수당이기 때문이다.
한 해에 50만 명의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공격적인 이민정책이 주택난과 생활고에 맞물리면서 트뤼도가 인기를 잃었는데, 만약 정권이 바뀌면 어떻게 될까?
Pierre Poilievre의 발언과 보수당의 정책을 통해 혹시 모를 정권 교체 후의 캐나다 이민을 살펴본다.
Poilievre는 지난 2월 온타리오 키치너에 있는 한 의료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자신이 집권하면 이민 수준을 주택 공급과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유당 정부로 인해 캐나다 이민 시스템이 무너졌다고 혹평했다. 그 파괴된 이민 시스템을 고치겠다는 포부다. 그는 “완전한 무능함으로 사람들에게 제공할 주택 수와 그들을 고용할 일자리 수를 따로 분류한 채 홍수 문을 열었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인구 증가와 주택 공급 증가를 연결하는 공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택 부족을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은 사람보다 더 빨리 주택을 추가하는 것이고, 나는 주택을 짓는 관료주의를 없애고 이민 수준을 설정하여 주택 재고가 인구보다 많아지도록 할 것입니다."
유학생에 대한 규칙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유학생들은 다리 아래와 길모퉁이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매춘과 갱단에 팔려갑니다. 일부는 시체 봉지에 담겨 집으로 돌아갑니다. 이것이 저스틴 트뤼도가 풀어놓은 악몽입니다."
Poilievre는 유학생으로 캐나다에 오려면 거주하는 동안 청구서를 지불할 수 있는 소득이 있음을 증명해야 하고 집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득 증명은 자유당 정부가 올해부터 2만 달러로 올려 실시하고 있는 정책이어서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거주할 장소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은 유학생들에게 새로운 도전 항목이다.
앞서 1월에 매니토바 위니펙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한 언급을 했다. "우리는 주택을 가질 수 있고 일자리를 가질 수 있으며 지금의 의료 시스템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인원 수만큼만 받아들이는 이민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0년 전을 예로 들었다. 그에 따르면, 50년 전 캐나다가 인구는 약 2200만 명이었는데 당시 지어진 신규 주택은 23만2227채였다. 하지만 지금 인구는 4100만을 넘었는데 신규 주택은 21만9942채밖에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Poilievre는 당시만해도 자유당 정부의 이민 목표를 철회할지 또는 유학생 등 임시 신규 이민자의 수를 줄일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Poilievre는 이민자 수를 대폭 줄이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그는 6월22일 TVA Nouvelles와의 인터뷰에서 "임시 거주자를 비롯해 매년 120만 명의 신규 이민자를 캐나다로 초대하는 건 불가능하다”면서 “20만 채의 주택을 짓는다면 이민자들이 설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총리가 되면 이민자 수가 “대폭 줄어들 것(much lower)”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임시 거주자의 경우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Poilievre는 이 자리에서도 주택과 일자리를 연계하는 이민 공식에 대해 언급했다. 인구와 주택, 고용을 수학적으로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이 공식을 통해 이민자 수를 조절하겠다는 뜻이다.
Poilievre의 주택 계획인 Building Homes Not Bureaucracy Act는 대도시가 주택 건설을 가속화하도록 장려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에 따르면 도시는 매년 15% 더 많은 주택을 건설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금액의 동일한 비율로 연방 자금 지원이 보류된다. 반대로 목표를 달성한 지방 자치 단체는 보너스를 받는다.
2023년 9월에 개정된 보수당의 정책 선언문에 이민 정책이 소개되어 있는데, 살펴보면 보수당은 이민에 대한 비당파적 접근 방식을 지지하며 투명성, 효율성 및 시스템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강조한다고 적혀있다. 또 가족 재결합을 지지하고 숙련 이민을 우선시하며 자격 인정 절차도 간소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정착 지원과 난민 보호에 대한 약속도 담겨 있다. 내용만 보면 ‘선언적’ 의미가 크다. 세부 항목을 들여다봐도 신규 이민자가 정착할 때 소요되는 수수료를 인하하겠다는 내용만 눈에 들어올 뿐 대부분의 조항들이 합리적 접근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Poilievre의 주택과 이민 관련 발언은 요즘 강도가 세지고 있다. 최근 잇달아 나오는 여론조사에서 트뤼도 총리와 자유당에 대한 지지가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 확인되는 만큼 강한 자신감의 표출일 수 있다. 정치는 시소게임이니 자유당의 하강폭은 곧 보수당의 상승폭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보수당 Poilievre 집권은 캐나다 이민 또는 학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악재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캐나다 이민을 원하는 한인들이 있다면 정권 교체 전에 서두르는 것이 유리할 듯 싶다. 정부가 이민 목표를 낮추기 위해 좀더 까다로운 조건들을 내걸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캐나다에 꼭 필요한 전문 숙련직이 아니라면 캐나다 이민이 당분간 어려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 유학생도 마찬가지다. 여러가지 까다로운 재정 증명들이 학생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할 것이다.
정책의 잘못을 겨냥한 화살이 애꿎은 이민으로 날아가는 요즘의 캐나다다. 주택난과 생활고의 원인이 이민자이고 그것을 해결해야 할 사람도 이민자라는 딜레마는 최근 수년 동안 캐나다의 화두였다. 과연 정권이 바뀌면, Poilievre의 말처럼 이민자와 유학생을 대폭 줄이면, 해결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