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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동계올림픽이 끝난 봄방학에 다녀온 LA, 센디에고, 라스베가스 등지의 여행후기입니다.
당시 고3이던 아들녀석이 지금 대학 3학년이니 세월이 유수와도 같습니다.
캐나다 퀘백에 본사를 둔 '태양의 서커스'를 보실 기회가 있으시면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미국의 라스베가스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서커스단으로 알고 있습니다.
12학년인 아들 녀석이 이민한 이후 처음으로 2주간의 봄방학을 맞게 되었다. 그동안의 봄방학은 1주일이어서 특별히 여행에 다녀올 여건이 되질 못했다.
제 누나와는 달리 별로 공부에 뜻이 없었던 아이인데, 지난 해부터 과외도 사양하며 나름의 노력을 펼치더니 괄목할만한 성적의 향상을 가져와 우리 부부에게 기쁨을 준 보상으로 아이가 보고 싶어했던 라스베가스 쇼 티켓을 준비해 두었었다.
처음엔 비행기로 라스베가스 2박3일 정도만 다녀올 생각이었지만 방학기간이 비교적 길어 8박9일의 대 장정을 시에나 밴으로 방학이 시작되는 토요일 일찍 출발했다.
운전을 싫어하는 집사람에게 핸들을 맏길 형편이 못돼 5,000Km 이상의 거리를 혼자 운전할 생각에 조금은 답답했고, 이럴때 운전을 곧잘하는 딸 아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학습량이 많아 정신이 없는 큰애에겐 말도 못꺼내고 셋이서만 출발하였으니 별수없이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시켜주는 크루즈 시스템을 최대로 활용하여 운전의 피로를 덜기로 하였다.
시에틀을 통과할 무렵에야 동이 틀 정도로 새벽에 출발하였는데,서울 부산을 왕복하는 것보다 더 먼 거리여서 그 사이에 아이는 우리 부부에게 그동안 갈고 닦은 상당한 지식(?)을 전해주었고, 차량용 냉장고 덕에 김치찌게도 해 먹으면서 무려 12시간이 넘는 운행 끝에 첫날 목적지인 레딩(Redding)에 예정보다 일찍 도착하여 여장을 풀었다.
다음날 역시 일찍 출발하여 세크라멘토를 지나 LA에 도착하니 3시 정도여서 시원한 바닷가로 향해 Malibu, Santa Monica, Marina Del Rey, Redondo Beach 까지 둘러보고 LA 서쪽 하늘을 온통 발갛게 물들인 일몰을 보니 대양 건너편에 있을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파도처럼 밀려오며 정지용님의 "향수"의 한 귀절이 생각났다.
하늘에는 성긴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아들 녀석이 원하는 북창동 순두부에서 저녁식사 후 최근에 오픈한 찜질방에서 여유있는 한때를 즐기고 Beverly Hills, Hollywood 기타 그동안 LA에서 가보지 못했던 여러곳을 돌아보며 맛집을 둘러보는 등 너무도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다음 행선지인 센디에이고에 가는 도중에 펼쳐진 해안도로상의 Long Beach에서 시작된 바닷가 길은 Huntington, Newport, Laguna Beach 로 이어지며 너무도 멋진 바닷가 풍경을 연출했다.
해안 도로를 택한 덕에 두배의 시간이 걸려 도착한 센디에이고는 여전히 갈곳과 볼거리가 많은 곳이어서 단 하루만 머물기엔 아쉬움이 많았지만 예정된 스케줄로 인해 많은 한국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한다는 센디에이고의 극히 일부분만 둘러보았다.
지난 방문때 가 본 레고랜드나 씨월드 등을 제외하고 아이가 원하는 나머지 장소들을 가 보았는데, 일반 도로상에선 투어버스의 역할을 하다가 바다로 뛰어들어 유람선으로 돌변해 고래와 바다사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실투어와 한국에서 영화로 보았던 미드웨이 항공모함 승선, 멋진 건물들과 각종 문화공간 및 동물원으로 이뤄진 발보아 파크 등을 둘러보며 밴쿠버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꼈다.
저녁엔 센디에이고 한인타운 주변에 있는 부가식당에서 식사를 했는데, 종업원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어 인상적이었고 갈비와 대구탕의 맛이 얼마나 좋았는지 밴쿠버에도 이런 식당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센디에이고에서의 아쉬운 밤을 보냈다.
육로로는 처음인 라스베가스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고, 사막을 통과하는 일이어서 그런지 지루함마저 느껴졌으나 저녁에 MGM 그랜드 호텔에서 공연하는 'KA'쇼를 예약해 두었기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어느 쇼를 먼저 볼것인지에 대해 잠시 행복한 고민에 빠지기도 했지만 세계 최고의 3대 쇼 중 2개나 볼 수 있는 행운은 아마도 쉽게 얻어지지 않을 것이다.
라스베가스가 두번째인 아들 녀석도 우리가 보게될 'O''와 'KA'쇼에 대한 기대가 큰 눈치였다.
라스베가스에 도착해 숙소인 엑스칼리버 호텔에 여장을 풀고 너무도 규모가 큰 호텔 몇 곳을 둘러 보았는데,
전에 와 보았을때와는 달리 호텔들의 경영이 어려워졌음이 느껴졌다.
비수기인 탓도 있겠지만 지나치게 화려하고 불경기에 대한 고려없이 투자된 엄청난 규모의 호텔들과 지금도 계속 건설중에 있는 초대형 호텔들을 보며, 미국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이 되어 몇 해 전에 보았던 다운타운의 Fremont street Experience의 레이져 쇼를 다시 보았다.
이 쇼는 8만개의 전구를 거대한 터널식 천장에 설치하여 음악과 함께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을 연출하는데, 6개월에 한번씩 쇼 내용이 바뀐다고 한다.
설치한지 제법 오래되어 해상도가 많이 떨어졌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LG의 기술력에 탄성과 감탄을 연발하자 아들 녀석이 흐뭇한 표정을 짓는 것으로 보아 조국을 떠나온지 오래된 아이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애국심이 발동하나 보다.
캐나다 퀘백의 거리 예술가들이 만든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기업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는 처음 라스베가스에 프로모션을 할 당시 "너무 난해한 쇼"로 평가받아 데뷔하지 못하는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인간의 육체를 극한까지 사용하는 퍼포먼스와 연출, 음악, 의상, 조명, 무대 등 모든 면에서 예술로 승화한 엔터테인먼트를 창조해 전세계적인 성공을 누리고 있으며 그동안 공연을 관람한 관객 수는 9천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2월4일에 Mystere, O, Zumanity에 이어 4번째로 상상을 초월할 만큼의 스펙타클한 위력을 보여주는 'KA' 쇼는 고대 이집트에서 칭하던 인간의 영혼 또는 분신이라는 의미를 가진 카(Ka)라는 제목은 떨어져 살게된 쌍둥이들의 선과 악의 대립되는 모습 속에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 스토리를 잘 나타내 주는 부분으로 Water, Air, Earth, Fire의 4가지 장면으로 이뤄져 있는데, 연속되는 사건의 과정을 모험 형식으로 보여주는 서사적 스토리다.
'카에게로 간다'란 죽음을, '카의 집'은 무덤을 그리고 '카'는 조상이고 '부친'은 카의 대리자이며 카는 이 부친을 통해 활동한다고 여겼다.
하나의 주제와 스토리를 놓고 매끄럽게 잘 연결되는 내용과 360도를 회전하는 무대장치도 볼만하지만 세계적인 공연단으로 칭송받는 태양의 서커스 퍼포먼스가 그들의 음악과 합해지는 것을 보면 내용을 능가하는 힘이 넘치고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KA"는 이전의 다른 쇼와 마찬가지로 75명의 연기자가 펼치는 서커스, 음악, 디지털이 결합되어 최고의 감동을 선사하게 되며, 공연을 보고 나올때 그들의 음악과 연기의 잔상이 사라지지 않는 감동으로 남는 멋진 쇼로 스케일이나 흥행면에서 O쇼에 못지 않은 최고의 쇼로 등극할 만한 작품을 보였다.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대단한 쇼였다는게 우리 세사람의 공통된 의견이었고, 한편으로 다음날 보게될 'O'쇼에 대해 소문과 동떨어지게 KA에 비할 바가 못되는 건 아닌지 은근히 걱정을 하며 중세의 분위기에 취한 채 엑스칼리버에서의 행복한 밤을 보냈다.
다음 날도 엔진 오일을 교환하기 위해 잠시 나간 것 외엔 스트립의 호텔들을 둘러 보았는데, 3만이 넘는 한인이 상주하고 있다는 소문처럼 스트립 안에도 몇개의 한인 식당이 제법 큰 규모로 성업 중이었다.
오후엔 108층 높이의 Stratosphere Tower에 올라가니 150만 인구의 라스베가스가 한눈에 들어왔다.
타워의 꼭대기에선 보기에도 아찔한 놀이기구를 즐기기 위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줄지어 섰는데, 아이에게 권해보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하긴 지난번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랍슨 스퀘어에 설치해 놓은 Zip Track도 겁이 많아 타지 않겠다는 걸 억지로 끌고 가서 함께 탓던 기억이 있는데, 이 놀이시설들은 나 조차도 자신이 없어 구경만 하다 내려왔다.
드디어 'O"쇼를 보기위해 숙소인 벨라지오 호텔로 돌아오는데, 평소에 10분이면 충분한 길이 30분이 넘게 걸려 당황하였으나 다행이 일찍 출발하여 공연극장에 도착하니 시간이 좀 여유가 있었다.
극장 앞이 혼잡하고 피곤하기도 하여 잠시 쉴겸 주변에 있는 VLT에 앉아 셋이서 버튼을 눌러댔는데, 결과는 셋중 내게만 투입한 돈을 몇 배로 불리는 행운이 따랐다.
기다리던 'O'쇼가 시작되면서 무대에 설치된 붉은 커튼 무대안으로 세차게 빨려 들어가며 우리 모두도 그 현장으로 들어가 놀라운 장면들에 손바닥이 아플 정도로 박수 갈채를 보냈다.
현지 토박이들이나 무대전문가들이 최고의 쇼로 꼽는 쇼는 ‘O’(프랑스 ‘eau(물)’에서 따왔다)쇼.
명성과 기대만큼 실망을 가져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은 우리 모두에게 만족과 흥분을 가져왔다.
1000불 가까운 티켓 비용도, 자동차로 이미 3000km나 운행한데서 오는 피곤함도 잊게 하였다.
이제 라스베가스에서의 여정이 끝나고 밴쿠버의 집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원치 않는 일이 발생했다.
기왕 여기까지 차로 온김에 유타주의 캐년을 가보자는 아들 녀석의 제의 때문이었다.
사막을 가로질러 지름길을 택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솔트레이크 방향으로 길을 잡아서 자이언 캐년에 드렀는데, 그랜드캐년과는 또다른 묘미가 있어 들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라이스 캐년까지 가고 싶었지만 2주 방학에 이미 일주일을 보낸 아이의 입장을 고려해 솔트레이크를 통과해 Twin Falls에서 1박 한 후 밴쿠버로 돌아와보니 뜰의 잔디가 상당히 자라있고 앞마당엔 수선화가 노랗게 피어 올라 있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왔고 5,500Km나 운행한 피로가 엄습했지만, 다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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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멋진추억 남기었구나
난 지금것
운전거리가 500Km
5,500Km 생각만해도 머리가 아픈데~~~
장거리 운전하랴
수고 많이했고
나도 기회되면
태양의 서커스
보고싶구나
건강하구
파이팅!!!
데려다 주겠다는데 극구 사양하는 딸아이를 호주의 멜번에 보내고 나니 힘든 내색은 할 수 없지만
마음 한켠에 안타까운 심정이 자리잡는 걸 막을 수가 없구만.
본인이 원해서 보내주긴 했지만 그냥 가까운 미국의 치대로 보냈으면 몇 천Km의 거리라도 운전해
필요한 물품들을 가져다 줄 수 있으련만~~~.
후배님의 행복한 가족여행에
나도 간접적으로 동승한것처럼 행복합니다.
후배님의 섬세한 후기때문인가봅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비교적 많은 곳을 다녀봤지만 가족 4명 모두가 함께 했던 경우가 많지 않았네요.
앞으론 아이들이 각기 제 갈길로 가야 할테니 점점 더 기회가 줄어들겠지요.
그나마 함께 움직였던 그동안의 추억거리로 위안을 삼아야 할 것 같습니다.
선배님께서도 건강하셔서 좋은 일들로 가득한 나날 되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선배님의 가족과의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 자세한 좋은글 고맙습니다!!!
저도 가족과 함께 여행하면서 태양의 서커스 보고싶네요!!!~~~
언제나 건강과 사랑 가득한 좋은일만, 즐거운 일만, 행복한 일만 있는 가정되시길 빕니다!!!
여행은 신체와 정신적으로 건강할때 하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합니다.
여행의 기회가 주어지면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집을 떠나는 순간 고생이 막심하고 후회가 뒤따르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그래도 여행이 주는 벅찬 감동과 아름다운 추억들을 잊을 수 없기에 또 길을
나서게 되나 봅니다.
앞으로 계속될 여행을 위해서라도 건강 잃지 않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