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매, 입찰가 어떻게 정해야 하나요?
부동산 경매에 이제 막 눈을 뜬 6년차 직장인입니다. 부동산 경매를 공부하다보니 점점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나오는 물건들을 하나하나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고, 낙찰되는 가격을 보는 것도 재미있더라고요. 게다가 경매를 통해 부자가 된 사람들도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요. 부자까지는 아니더라도 경매로 내 집 마련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더욱 커졌습니다.
그런데 점점 하면 할수록 어려운 점이 생기더라고요. 권리분석도 쉽지 않지만, 입찰가를 얼마나 써야 할 지 정말 모르겠어요. 일반적인 부동산 매물은 팔려는 분들이 가격을 정해서 놓으니까 거기서 얼마를 깎아서 사면 됐는데, 경매는 누가 얼마를 쓸지 모르니까 내가 얼마를 써야되나 더 혼란스럽더라고요.
낙찰 확률을 높이려고 높게 쓰면 너무 비싸게 사게 될 거 같고, 그렇다고 또 너무 가격을 적게 쓰면 낙찰이 안되는 것 같고요. 경매에서 적정 입찰가를 정하는 노하우 같은 게 있을까요?
부동산 경매에 도전하신다니! 멋진 선택을 응원합니다. 부동산 경매는 내 집 마련을 저렴하게 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매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기 때문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더 많은 기회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해보면 그리 어렵지 않기도 하고요.
처음에는 부동산 경매를 시작하는데 있어서 많은 분들이 권리분석을 가장 어려워합니다. 낯선 법률용어들이 나오다보니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물론 권리분석이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것도 있습니다만, 그냥 내 집 마련 정도를 목적으로 한다면 권리분석이 그리 어렵지 않은 물건들도 많이 있습니다.
어려운 물건들은 과감히 넘기고 쉬운 물건들만 입찰하면 됩니다. 특히 내 집 마련으로 많이 생각하는 아파트나 빌라 등은 생각보다 권리관계가 복잡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겁먹지 마시고 하나하나 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두려움이 금방 사라지게 될 거예요. 그럼, 권리분석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어두고 지금부터 입찰가를 산정하는 방법에 대해 하나씩 짚어볼게요.
경매 초보자가 입찰가를 정하는 3단계
사실 경매를 몇번 해보신 분들은 느끼실 거에요. 물건을 선정하는 것도, 권리분석을 하는 것도 모두 어렵지만, 사실 가장 고민이 되는 건 입찰가를 정하는 일이라는 것을요. 얼마의 입찰가를 쓰느냐에 따라 내가 그 아파트를 얼마나 싸게 살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의 기대수익을 남길 수 있는지가 결정되니까요.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내가 얼마에 낙찰을 받을지 가격을 쓰는 것은 경매 초보나 경매 고수나 모두가 고민하는 지점이라는 거예요. 경매를 많이 하다보면 감이라는 것이 생기긴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일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입찰가를 정하면 좋을까요? 경매를 처음 하시는 분들은 크게 3단계를 거쳐서 입찰가를 정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STEP 1. 입찰 전, 3가지 가격을 확인하라
입찰가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시세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입니다. 이 시세 분석이 잘못되면 입찰가 역시 잘못 산정되고, 경매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세를 제대로 분석하지 않아 너무 높은 가격으로 입찰하게 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어요. 반대로 너무 낮은 가격을 내면 낙찰을 받지 못할 테고요.
적정한 입찰가를 산정하기 위해서는 3가지 가격을 알아야 합니다. 첫 번째, 실거래가입니다. 가장 먼저 봐야 하는 가격입니다. 국토부 사이트에도 실거래가가 공개되고 있고 네이버 부동산에서도 실거래가 확인이 가능합니다.
두 번째, 시세입니다. 시세는 내가 입찰하고자 하는 부동산과 비슷한 물건의 가격을 조사하는 것입니다. 동일 단지 내의 비슷한 평수 가격은 얼마인지, 타 브랜드 아파트의 가격은 얼마나 하는지, 층이나 방향에 따라서 가격은 어떤지 등을 살펴보면서 시세를 파악하는 것이지요.
세 번째, 급매가격을 확인해야 합니다. 경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급매가격을 확인하는 것인데요. 급매로 살 수 있다면, 굳이 같은 가격을 주고 경매로 낙찰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 급매는 일정한 사정이 있어서 싸게 파는 경우가 많으므로 수시로 확인해서 급매가를 확인하는 것이 입찰가 산정에 도움이 됩니다. 구체적인 시세를 파악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지난 글에서 다룬 적이 있으므로,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이번 생에 내 집 마련 가능할까요?)
STEP 2. 투자 목적인가 실거주 목적인가를 분명하게 정하라
경매로 부동산을 낙찰받는 데는 크게 2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투자목적이고 다른 하나는 실거주 목적이지요. 이 목적에 따라서 입찰가의 산정 역시 달라지게 됩니다.
먼저, 투자목적으로 부동산 경매를 할 경우 입찰가 산정에 조금 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순전히 수익을 위해서 낙찰받기 때문에 대출금리나 이자비용, 주변의 시세 등을 면밀하게 따져서 충분한 안전마진을 확보해야 합니다. 애매하게 시세와 비슷한 가격으로 낙찰을 받을 경우, 수익이 거의 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조금 더 낮은 가격에 입찰가를 결정해야 합니다.
실거주 목적으로 부동산 경매를 하신다면 조금 더 과감하게 입찰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실거주는 내가 그 집을 사용하려는 목적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살 수 있는 시세나 급매가보다 저렴하게만 구입하면 당장의 이익이 생깁니다. 특정 아파트 단지의 경우, 매물 자체가 없어서 내가 거기에 내 집 마련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아파트 단지의 물건이 경매로 나온다면, 이런 물건은 시세대로 입찰가를 결정해도 되겠죠. 그래서 경매는 실거주를 목적으로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사람에게 유리합니다. 투자 목적으로 경매를 입찰하는 사람보다 손해보지 않고 쓸 수 있는 금액의 범위가 크거든요.
STEP 3. 기타 비용을 반영하라
경매는 내가 쓴 입찰가말고도 추가 비용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먼저, 명도비가 있습니다. 명도란, 내가 낙찰받은 부동산을 넘겨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낙찰되기 전에 집주인이든 임차인이든 그 집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요. 이들이 집을 비워야지만 내가 그 집에 들어가거나 임차인을 새로 들일 수 있습니다.
이때 순순히 집을 넘겨주면 좋지만, 돈이 없다는 이유로, 혹은 갈 곳이 없다는 이유로 계속 집에서 나가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갈등없이 원만하게 명도를 하기 위해 이사비를 주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집값에 따라 그 금액은 제각각이긴 하지만 우리는 이런 부분들도 입찰가에 반영을 해야합니다.
두 번째로 고려해야 하는 비용은 바로 집 수리 비용입니다. 입찰하기 전까지 집안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운좋게 집 상태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지만 드문 경우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집이 얼마나 노후되었는지, 도배나 장판의 상태는 어떤지, 싱크대는 새로 교체해야하는지 등 집 안의 상태에 대해 종잡을 수 없지요. 정말 다행히도 새집처럼 깨끗하게 리모델링이 다 되어있을 수도 있고요, 폐허처럼 벽지가 누렇고 장판이 다 찢어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집 수리 비용도 입찰가에 어느 정도 반영을 해두어야 합니다. 매매나 급매의 경우 집안을 다 살펴보고 계약을 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없지만, 경매는 집안 상태 확인이 웬만해서는 쉽지 않으므로 꼭 이런 비용들을 포함시켜야 합니다. 시세보다 조금 싸게 입찰가를 결정했다가 수리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 오히려 매매보다 더 비싼 값을 치르게 될 수 있거든요.
입찰가를 정할 때 감정가는 신경쓰지 마세요
아마 여러분들이 입찰가를 결정할 때, 가장 많이 참고하는 것이 바로 감정가일 것입니다. 감정가는 감정평가사들이 해당 부동산에 대해 가격을 평가한 금액인데요. 감정평가사라는 전문가들이 이 부동산에 대해 가격평가를 한 것이니, 이 가격이 시세랑 같을 거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부동산 경매 관련 뉴스에서 이런 내용을 보셨을 거예요.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이 되었다’라든지, ‘감정가의 60% 가격에 낙찰이 되고 있다’라든지. 뉴스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감정가 대비 싸게 받아야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감정가보다 얼마나 싸게 낙찰받았는지에 관심을 갖습니다.
하지만 감정가는 그저 참고가격이지,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받았다고 해서 비싸게 받은 것도, 감정가보다 낮게 낙찰받았다고 해서 싸게 낙찰받은 것도 아니에요. 감정가는 그저 감정평가사들이 평가한 금액일 뿐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얼마든지 시세와 다를 수 있고 또한 감정시점과 입찰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시세를 나타내지 못합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감정평가사들이 그 아파트를 감정한 시기가 우리가 입찰하는 일자로부터 3년 전일수도 있다는 얘기예요. 3년이면 부동산 시장분위기도 완전히 바뀔 수 있는 시간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감정가에 의존해서 입찰가를 결정하면 현재 시세와의 차이로 인해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감정가보다는 발품을 통한 정확한 시세조사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조금 과감하게 말씀드리면, 감정가는 입찰가 결정에 어떠한 영향을 주어서도 안됩니다.
자신만의 가격을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이편한세상서울대입구2단지(2022타경106690)에 물건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감정 평가액은 17억7700만 원이고 낙찰가격은 12억3999만9999원입니다. 네이버 부동산에서 현재 시세를 살펴보겠습니다. 동일평형 201동 저층 매물의 현재 시세는 14억5000만 원입니다. 실거래가를 보면 2023년 5월에 13억4000만 원에 거래가 되었네요. 경매를 통해 고층의 매물을 시세보다 2억 원 이상 싸게 살 수 있었고, 실거래가보다는 1억 원 정도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을 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경매가 아닌 일반 매물로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201동 아파트를 매수하려고 했다면, 저층의 매물을 훨씬 더 비싼 가격에 샀을 것입니다.
낙찰자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보겠습니다. 낙찰자는 실거래가 13억4000만 원, 그리고 저층 매물 14억5000만 원이 나와있는 물건에 대해서 얼마를 써야할 지 고민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11억 원을 썼을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12억 원을 썼을 수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12억3999만9999원을 쓴 사람이 낙찰받았습니다. 12억4000만 원을 쓴 사람이 있었다면 이 사람은 낙찰받지 못했겠지요. 하지만 그것은 아무도 알 수가 없습니다. 고도의 심리전이기도 하고, 철저한 계산의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분명 운도 따르고요. 한 가지 분명한 건, 내가 만족할 수 있는 마진 기준을 정하고, 이에 맞게 나만의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낙찰을 받아도 후회가 없고 패찰을 해도 미련이 남지 않습니다.
낙찰 자체를 목표로 삼지 마세요
경매를 하다보면 낙찰받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점점 알게 됩니다. 내가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아서 권리분석을 하고, 시세를 조사하고, 실제 임장을 가고, 또 경매입찰 당일에 법원에 가서 경매에 참여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계속 패찰을 하게 되면 어느 순간부터 낙찰 그 자체에 목을 매게 됩니다.
사실 경매에서 낙찰받는 것은 아주 쉽습니다. 남들보다 높은 가격을 쓰면 됩니다. 가장 비싼 가격을 쓰면 내가 낙찰받을 확률이 높아지지요. 하지만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우리가 경매를 하는 이유는 낙찰이 아닙니다. 부동산을 싸게 사기 위해서, 내 집 마련을 저렴하게 하기 위해서죠. 이 목표를 잊어버리고 낙찰 자체가 목표가 되면 시세보다 비싼 가격으로 입찰을 하게될 수 있습니다. 이런 실수를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계속 패찰을 한다는 것은 내가 다른 사람보다 낮은 가격으로, 보수적으로 입찰가를 산정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낙찰자와의 입찰가 차이가 너무 크다면 조금 조정을 할 필요는 있지만 근소한 차이로 패찰을 하고 있다면, 같은 기조로 계속해서 도전해보길 권합니다. 그러다 진짜 내 물건이 나타나면 아주 만족스러운 가격에 내 집 마련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권복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