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도쿄 출장 중인데 이틀간 1일 프리 패스로 지하철을 타면서 궁금한 것이 몇 가지 있어 글을 씁니다.
1. 도쿄는 4개 노선이 지나는 역은 상당히 많고 5개 노선이 함께 지나는 역도 많은데 우리나라 지하철도 이렇게 발전할 가능성이 있나요.
일본은 사철이 발달하여, 한국의 버스 노선처럼 해당 지역의 중심을 구심점으로 철도를 확장시켰기 때문에 여러 노선 환승역이 많은 것이고, 한국에서는 서울에서 지하철 연장 자체는 세계에서 순위권을 다투지만, 이권단체의 민원 해결과 지역개발을 위해 노선을 설계한 면이 강하기 때문에 여러 노선 환승역이 드문 겁니다. 일본 전철노선 설계는 한국에서 버스노선 설계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며, 4~5개 이상 노선이 동시에 지나는 곳은 한국에서 버스가 몰리는 강남역, 영등포역, 신촌, 광화문 일대 정도에 해당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일단 계획 상으론 한국에서 5개 이상 노선이 지나도록 계획된 역은(일본은 일반열차와 지하철의 체계가 통합되어 있으니 이에 맞추어 계산, 단순 구상까지 포함할 순 없어 제외함) 김포공항역(5,9,공항철도,김포경전철,소사대곡), 서울역(경부KTX,경부일반열차,1,4,경의,공항철도,GTX-A,GTX-C,신안산), 왕십리역(2,5,경의중앙,분당,동북), 사상역(경부일반열차,부산2,부산김해경전철,경전,사상하단)이 있습니다. 4개 노선까지 합하면 몇 개 더 늘어나고요.
여러 노선이 함께 지나는 곳에 업무 중심지가 형성되고 환승이 편리해지는 걸 발전이라고 한다면 그렇게 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통근이야 보통 직장과의 교통편을 고려하여 집을 고르니 그나마 이용하지만, 일본처럼 이직 후에도, 마실 나갈 때도 전철을 이용하는 문화가 정착될 거다...라고 보긴 어렵지요.
2. 도쿄 메트로보다 JR이 비싸고 도쿄도영 지하철은 훨씬 더 비싼데 그 이유가 있나요.
도쿄메트로보다 JR이 비싼 이유 : JR은 지방의 적자 노선까지 챙겨야 하는데, 도쿄메트로는 노선 전체가 도쿄시내 알짜구간
도쿄메트로보다 도쿄도영 지하철이 비싼 이유 : 도쿄메트로는 일제강점기~1960년대에 노선건설이 거의 끝났지만(30여년간 번 돈으로 2009년 후쿠토신선 완공), 도영지하철은 건설부채가 아직 남아있고, 무엇보다 JR, 사철, 도쿄메트로 노선을 피해 새로 건설하느라 수익기반이 빈약함
3. 일본은 환승할 때 위의 세 회사와 사철 등 회사가 다르면 표를 다시 사야 되어 교통비가 굉장히 비싸지는데 시민들의 불평이 없는지요.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한데, 우리가 물건 살 때 회사가 다르면 가격이 다른 걸 당연시 생각하는 것처럼 크게 불만은 없는 것 같습니다. 환승시에도 요즘은 교통카드를 많이 쓰다보니... 다만 타 회사에 비해 요금차이가 큰 회사들은 상공인이나 주부 중심으로 불만여론이 있는 건 사실이며, 요금인하나 환승할인 도입 등을 요구하기도 하고요.(참고로 직장인은 별 신경을 안 쓰는 게, 일본에선 교통비 보조가 일반적이어서 직장인은 거의 실비로 교통비가 지급되고 아르비이트도 교통비를 지급하는 경우가 있음)
4. 서울 지하철이 도쿄 지하철을 본 받아할 것과 본받지 말아야 할것(표를 다시 사야하는 것)이 있는 것 같은데 설명해 주실수 있는지요.
철도 동호회에 도시철도 전문가가 많아 글을 올렸습니다.
(제 의견이며, 필요하다면 카페의 글들을 보시거나 논문을 활용하길 권장합니다.)
길게 쓰자면 끝도 없겠지만 일본 철도가 훨씬 발달한 건 사실이고, 배울 부분이 좀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완행과 급행의 조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서울권에는 멀리 가더라도 완행밖에 없으니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도쿄는 '지하철만' 따지면 급행이 드물지만(15.3.1 수정) 노선이 짧고 다른 일반 철도와 연계가 되어, 외곽으로 이동 시에는 급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가 있지요.(반대로 지방에는 무궁화호밖에 없는데 인구가 받쳐주는 지역 중심으로 완행 노선도 필요하고요)
그리고 수요자 중심으로 노선을 짜는 것도 중요합니다. 도쿄에선 마실 나갈 땐 당연히 전철입니다. 전철을 타면 자기 지역의 중심지로 빠르게 데려다주거든요. 하지만 한국은? 대표적으로 3호선은 시청-광화문, 을지로입구-종각이라는 황금라인을 놔두고 종로3가로, 강남-양재를 놔두고 교대-남부터미널로 우회하여, 이 구간은 길이 밀릴 정도로 버스와 승용차가 넘쳐납니다. 서울의 지하철 연장(길이)은 세계 2~3위를 다투는데 지하철 수송분담율은 비슷한 도시들의 50~70%에 훨씬 못 미치는 37%에 불과한 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합니다.
철도 커뮤니티 안에서도 논쟁의 주제가 되긴 하지만 요금문제도 있지요. 저는 기본요금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보니 운영사들이 장거리 고객을 외면하지 않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일본에서 본받지 말아야 할 건 지나친 회사별 독립이라고 봅니다. 표를 따로 사야 하는 게 그 대표적인 예이고,도쿄에서도 환승할인이 분명 있긴 있지만 회사별로 협상을 해야 하다 보니 그 범위가 너무 좁습니다.(예:A선과 B선을 ㄱ역에서 갈아탈 때, 30엔 할인. 이 중 A사가 20엔, B사가 10엔 부담) 이로 인해 서울에서처럼 최적의 경로로 이동하지 못하는 사회적 낭비가 발생합니다. 노선도도 자사 노선만 표시된 경우가 부지기수이고, 포털을 통한 통합적인 교통안내도 부족합니다.
요금격차 문제도 도쿄메트로와 도영지하철 정도면 다행이지만 2~3배씩 차이가 나면 형평성 문제가 있을 수 있고요. 이런 단점은 어느 정도 가려서 받아들여야겠지요.
첫댓글 이후에 성남에 4개노선이 지나는 곳있음요. 판교(8호선, 성남(노면전차) 1호선, 성남 2호선, 신분당선, 월곶~판교~여주선) 그리고, 서울 5개노선 경유역사 1개 더 있음요. 공덕(5호선, 6호선, 공항철도, 신안산선, 용산선(경의중앙선))
김포공항에 원시 빠졌음요..
소사-원시선은 소사-대곡선과 직결하는 노선입니다. 즉, 대곡-김포공항-소사-원시로 이어지죠.
우리나라는 버스교통이 잘되어 있는 나라라고 알고 있습니다
지하철이 비록 일본과 같이많이 뚫진 않았어도 표준궤에대한 잇점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일본에 가봤는데 시내버스는 무지 불편 했습니다 ㅎ
제가 아는 미국 사람도 곧잘 버스타고 다니십니다
한국 시내버스가 좋다고 하십니다
일본에선 대도시라도 그냥 정류장 가서 탈 만큼 자주 오는 노선이 손에 꼽을 정도이고, 도쿄시내는 노선이 상당히 애매해서 버스의 매력이 부족한 거 같습니다. 다만 차가 멈춘 다음에 하차한다거나 인도 가까이에서 멈춰준다는, 대중교통 운전에 있어 기본적인 상식을 지키는 건 부럽더군요.
한가지 사족을 붙이자면, 도쿄 지하철 구간 내에도 급행(쾌속)이 존재합니다. 후쿠토신센이나 신쥬쿠센 모두 급행열차가 운행 중이죠.
제가 모르고 놓쳤네요. 해당 부분은 수정하겠습니다. 그리고 보니 토자이센도 일부 구간 급행이 있고 아사쿠사센도 대피가 없긴 하지만 드물게 급행이 있지요.
일본에서 가장 배워야할 것은 특급편성의 운영방식 중 생략할 곳은 과감히 생략해버리고 또 도심지에서는 여러 곳에 분할정차하는 식의 탄력적 노선 설정인것 같습니다.
정말 완급결합 및 다이어짜는 능력(?)은 일본에서 좀 배워야한다고 봅니다.
말씀하신것중 3호선 선형은 아쉽지만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 봅니다. 3,4호선을 x자로 배열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니까요. 광화문-시청-종각-을지로입구 경로는 과도한 s자 드리프트를 생기게 하고 고속터미널 위치가 에러라서 문제지 고속터미널을 안지나가게 노선을 놓을수는 없었습니다.
완급결합 부분은 저도 공감하나,
3호선 노선에서 강북 구간은 광화문-시청, '또는' 종각-을지로입구가 바람직하지 않았냐는 의미이며, 이들 중 한 루트를 선택했다면 신세계 앞(회현-명동 사이)에서 4호선과 교차가 가능합니다.
강남 구간은 근본적으로는 하필 터미널을 논현동이 아니라 반포에 지었는가, 강남의 블록 배치를 왜 그따위로 했는가 하는 문제가 있고, 이를 차치하더라도 지선이나 2호선 등 다른 노선 경유를 통해 해결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꿈높현시 고속터미널이 거기에 위치한 이유가 땅값이 싸서(반포천 옆이라 상습침수지역이었기 때문)였다는 소리도 있더군요. 여튼 자리한번 잘못잡고나서 2호선마저 경유안하니 시민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라 어거지로 3호선을 꺾어서 고속터미널을 경유하게 했다고 합니다.(이거는 손정목교수의 책에 나와있던걸로 기억합니다.)
좋은 글들 너무나 고맙습니다. 도쿄 전철 시간 지키는 것 정말 놀라웠습니다. 한국 지하철 좋은 점은 새로 건설해서 깨끗하고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가 일본보다 훨씬 많은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가 많지 않아 짐을 들고 다니는데 힘들었는데 장애인들은 어떻게 전철을 이용합니까?
에스컬레이터는 한국이 훨씬 많은 거 같긴 합니다. 그런데 노약자와 장애인을 위한 건축설계는 오히려 일본에서 Barrier free로 먼저 시작했습니다. 시설들이 눈에 안 띄는 곳에 있는 경우도 있고, 에스컬레이터 대신 엘리베이터를 놓은 곳도 많긴 한데 결국은 계단 사용 없이 이동할 수 있지요. 몇 계단 안 되는데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경우도 있고...
일본은
도시철도 / 광역전철=여객열차
이고...
대한민국은
도시철도=광역전철 / 여객열차
라고 봐요.
우리나라 수도권 전철만 봐도 광역전철-도시철도 직결은 기본이요 통합환승제까지 있으니까요.
여기는 도시철도하고 광역전철의 차이가 별로 없죠.
혹시 도에이지하철과 도쿄메트로의 스크린도어 설치율은 어떻던가요?
도에이 지하철 - 106역 중 61역 설치(설치율 57.5%, 이는 지하철만 계산한 것으로 경전철 닛포리-토네리라이너는 13역 전역에 설치하였고 노면전차 아라카와센은 스크린도어가 전혀 없습니다)
도쿄메트로 - 179역 중 150역 설치(설치율 83.8%)
(일본 내 스크린도어 설치현황은 국토교통성 홈페이지 내의 http://www.mlit.go.jp/tetudo/tetudo_tk6_000022.html - 일본어, 2014.9 기준 - 자료를 참고하였고, 총 역 갯수는 각사 홈페이지를 참고하였습니다.)
일본도 도시 내 지하철 노선에 한해서는 스크린도어가 보급되는 분위기입니다. 광역철도에서는 어림도 못 내는 게 현실이긴 하지만요.
@꿈높현시 우리나라도 스크린도어 설치할 때 강변역처럼 홈도어(난간형 맞나요?) 위주로 설치하면 비용을 훨씬 줄일 수 있을 것 같은데.. 혹시 승객들이 뛰어넘을 우려 때문인걸까요?
@트리비아 제 추측으로는 안전사고 예방만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나라와 달리 자살방지를 스크린도어 설치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로 삼아 뛰어넘는 것도 방지하려고 그랬을 수도 있고,
건축분야에서 과잉 투자계획이 워낙 일상화되어 있으니 예산이 깎일 걸 예상하고 일단 좀 과다한 설비를 제시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수정 없이 그대로 계획이 실현되었을 수도 있지요.
그리고 난간형이 맞을 겁니다. 스크린도어-홈도어는 그냥 용어 차이로 보이는 게, 일본에서도 일부 노선에는 천장까지 덮는 스크린도어가 있는데 이것도 홈도어라고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