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31일에 있었던 'K-1 다이너마이트'는 '풍운아' 추성훈(32·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이 종합격투무대에 데뷔한 대회다. 지금이야 국내 팬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있는 추성훈이지만 당시에는 그의 존재감은 변변치 않았다.
그저 한국국적을 포기한 채 일본으로 귀화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기분 나쁜 일본인(?) 유도선수 정도로 알려져 있었을 뿐이다. 물론 이때에도 그가 '왜 한국국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나?'하는 사실은 조금씩 알려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를 기점으로 그러한 비화는 더욱 크게 팬들에게 다가가는 계기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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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소와 '더 화이트 버팔로' 보타 그는 낙천적인 성격을 바탕으로 승부자체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
ⓒ 더 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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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즐기는 낙천주의 '멋쟁이 복서' 보타
프랑소와 '더 화이트 버팔로' 보타(40·남아프리카공화국)는 전 프로복싱 IBF헤비급챔피언 출신이라는 지명도를 가지고 K-1 무대에 뛰어들었지만, 그동안의 전적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마르세이유의 악동' 시릴 아비디(32·프랑스)에게 한번은 실격, 한번은 판정으로 연속적인 패배를 당했고, 이후 후지모토 유스케(33·일본), 아지츠 카투우(36·벨기에)등에 이르기까지 무려 5전 전패를 기록했다. 이쯤되면 '요코즈나' 스모 챔피언 출신의 아케보노(39·미국)와 비교해서도 별반 다를게 없는 성적이었다.
그러나 보타에게는 가장 강력한 밑천이 남아있었다. 다름 아닌 경기자체를 즐기는 낙천적인 성격이 바로 그것으로 보타는 연패가 계속되는 와중에서도 항상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되려 "난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라. 곧 너희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해주겠다"는 등의 발언을 서슴치 않고 내뱉기 일쑤였다.
어쩌면 허풍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으나 그는 실제로 경기마다 마지막 라운드까지 끌고 가는 투지를 보여주었고, 한번도 TKO패를 당하지 않으며 절반의 실천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보타는 진짜로 '대형사고'를 치고 만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월드 그랑프리 2004 개막전에서 '하이퍼 배틀 사이보그' 제롬 르 밴너(36·프랑스)를 제압하고 말았던 것.
이후 보타는 파이널 8강전에서는 '벌목꾼' 피터 아츠(38·네덜란드)까지 물리치고 4강에 진출한다. 물론 여기에는 밴너가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다는 점과 아츠 역시 공격 중 다리를 다쳐 경기를 진행할 수 없었다는 행운도 뒤따랐지만, 이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선수들이었던지라 그런 이유만으로 보타를 평가절하 하기에는 결과가 너무나도 좋았다.
비록 준결승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시기는 했지만 그해 우승자인 레미 본야스키(32·네덜란드)를 패배 일보 직전까지 몰아가는 모습에서, 이제 보타는 패배를 밥먹듯이 하는 예전의 그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팬들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보타는 72년생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와 복싱 외에는 공격 기술이 없다는 것이 단점이었지만 뛰어난 적응력을 바탕으로 킥복서들의 로우킥이나 가라데 출신들의 앞차기를 막아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가 뒤따랐다.
항상 자신만만한 모습에 뛰어난 패션감각, 멋진 등장음악 등으로 많은 여성 팬까지 보유하고있는 '멋쟁이 복서' 보타, 그러나 다이너마이트에서 붙게된 상대는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유도선수, 그것도 아마시절 명성을 떨치던 거물급 선수였다. 물론 신체조건에서 자신보다 훨씬 못하다고는 하나 그것만으로 종합과 입식의 격차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이에 대해 보타는 "내가 그와 같은 상대를 경험해 보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그런 면에서는 상대인 추성훈 역시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기술이 들어가기 전에 빠른 스텝과 강한 펀치로 제압해버리면 된다"며 특유의 자신감을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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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성훈(사진 왼쪽)과 프랑소와 '더 화이트 버팔로' 보타 둘은 각각 체격조건과 경험, 그래플링등에서 뚜렷한 장단점을 가지고있었다 |
ⓒ 히어로즈-K-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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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끝난 추성훈의 데뷔전
추성훈은 당시 아테네올림픽 대표 선발에서 탈락해 4년 후 베이징 올림픽을 기다려야 하는 절박한 처지였다. 그런 상황에서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유명야구선수 기요하라 가즈히로(41·일본)가 격투기 입문을 권했고, 이를 받아들인 추성훈은 드디어 MMA무대에 뛰어들게된다.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물론 일본의 각종 선수권대회와 국제대회에서 화끈한 파이팅을 보여온 추성훈이 종합격투라는 새로운 전장으로 넘어오는 순간이었다.
사실 '입식타격이 유리하다, 그라운드가 유리하다'를 떠나 일단 경험적인 부분과 사이즈 적인 차이에서 추성훈이 많이 불리한 것은 사실이었다. 입식무대였다고는 하나 보타는 그동안 꾸준히 링에 적응하며 발전을 거듭해왔던 케이스였고 추성훈은 그야말로 데뷔전이었다. 더욱이 헤비급과 미들급이라는 부분은 힘이라는 요소에서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보타는 프로복싱 헤비급챔피언 출신답게 거구임에도 불구하고 발놀림과 주먹의 속도에서 매우 위협적인 테크닉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였다.
어차피 시간을 끌면 자신이 불리해질 수도 있다고 판단했던 것일까, 공이 울리기 무섭게 추성훈의 몸은 시위를 떠난 활처럼 쏜살같이 날아갔다. 기습적인 태클공격에 보타는 맥없이 링 바닥으로 나뒹굴었고,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당황한 표정이 얼굴에 역력했다. 아무리 보타가 적응력이 뛰어나다지만 처음 겪어보는 스타일, 그것도 전직 국가대표 유도선수와 넘어져서 싸운다는 것은 대단히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보타에게도 이른바 한 장의 '조커'는 남아있었다. 보타와 추성훈 경기에서 특별히 사용되게 된 룰로, 조르기 등 관절기술에 걸렸을 때 로프를 잡으면 심판이 "그쳐!"를 외치며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매번 그런 것은 아니고 단 한번만 써먹을 수 있는 아주 특별 룰로 두 선수 다 사용가능 했지만 아무래도 보타 쪽에 좀더 유리한 규정이라고 할 수 있었다.
로프를 의식한 탓인지 추성훈은 일단 서브미션 시도를 자제한채 파운딩 공격을 감행하기 시작했다. 맷집이 좋은 상대에게 큰 충격을 줄만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당황한 보타는 양발을 구르듯이 차대며 필사적으로 응전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첫 경기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추성훈은 침착했다. 넘어진 보타의 주변을 뱅뱅 돌며 파운딩 공격을 감행하던 추성훈은 상대가 자신을 밀어내려고 팔을 쭉 뻗어오자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지체 없이 암바공격에 들어갔고, 완벽하게 걸린 기술에 보타는 황급히 바닥을 칠 수밖에 없었다. 1라운드 1분 54초만의 승리였다.
데뷔전을 화끈하게 장식한 추성훈은 이때부터 일본격투계에서 심상치 않은 유망주로 주목받게된다. 그리고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듯 계속해서 강력한 파이터로 거듭나고있는 모습이다. |
첫댓글 네임밸류 높은 떡밥이었죠 위험변수가 좀 있긴했지만
삭제된 댓글 입니다.
호이스와는 다이너마이트 2005에서 격돌하기로 했었으나, 허리 부상으로 토코로 히데오가 대신 출전했었죠...
보타 부자죠. 의류장사로 돈을 많이 번. 그래서 경기를 즐길 수도 있는거고. 일본에서 옷 잘입어서 인기 참 많았습니다. 아줌마들한테 특히..;
아줌마들이 좋아하는 스탈이죠 ㅋㅋ
보타 대체 뭔 생각으로 mma 시합에 나왔었는지 ㅎㅎ
재미로
보타... 그동안 벌어둔 거로 따지면 케이원 무대에 굳이 나올 필요가 없죠. 말 그대로 재미로죠 ㅋㅋ 요즘은 다시 복싱무대로 돌아갔더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