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신청구권으로 계약 연장된 월세방도 중도 해지 가능할까?
우리나라는 임차인 보호를 위해 이와 관련한 여러 법적 장치들을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명시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인데요.
임대차계약에 있어 임차인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마련입니다. 계약 종료 후 임대인이 퇴거나 기존에 비해 터무 없이 높은 월세와 보증금을 요구하는 경우 임차인은 무방비 상태로 집을 비워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한 법이 임대차보호법인데요. 우선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차인들은 희망할 경우 최소 1회 이상 임대차계약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임대인에게 계약 갱신을 요구하는 거죠.
단 이때는 법으로 정해진 요건을 지켜야 합니다. 임차인은 1회에 한해 임대차 계약 종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임대인에게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은 법에서 정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습니다.
또한 월세 등 차임이나 보증금 인상도 제한됩니다. 계약갱신청구권에 따라 계약이 연장되는 경우 임대인은 기존 계약 조건의 5%를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만 금액을 인상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묵시적 갱신도 가능합니다. 묵시적 갱신은 임대인이 임대차 계약 종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계약 조건 변경이나 거절 등을 임차인에게 알리지 않는 경우 임대차 계약이 자동 연장되는 제도를 말합니다.
임차인이 법으로 정해진 기간 내에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은 상황이라 하더라도 임대인 역시 계약과 관련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면 해당 임대차 계약은 기존 계약과 동일한 조건으로 자동으로 연장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 약칭: 주택임대차법 )
[시행 2023. 7. 19.] [법률 제19356호, 2023. 4. 18., 일부개정]
제6조(계약의 갱신) ① 임대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임차인에게 갱신거절(更新拒絶)의 통지를 하지 아니하거나 계약조건을 변경하지 아니하면 갱신하지 아니한다는 뜻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기간이 끝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까지 통지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또한 같다. <개정 2020.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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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신청구권 따른 연장계약은 '언제든' 해지 가능
예시를 통해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대학생 A씨가 1년 계약한 자취방 계약이 만료되기 2달 전에 임대인에게 계약 갱신 의사를 밝혔다고 가정해보죠. 앞서 언급한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겁니다.
그런데 A씨에게 갑자기 예상치 못한 사정이 생겼습니다. A씨는 살던 자취방을 정리하고 본가로 내려가야 하는 상황에 처했는데요. 이런 경우 계약 해지가 가능할까요?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임차인이 마음대로 해당 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임차인에게도 계약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인데요. 법에서 규정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만 계약 해지가 가능합니다.하지만 계약갱신청구권의 행사로 임대차 계약이 연장된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 3 제4항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임차인이 언제든 임대인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묵시적 갱신으로 계약이 연장된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A씨는 계약 만료 2달 전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계약을 연장했다고 했는데요. 기존 계약의 종료 이후 새로운 임대차 계약이 체결된 것이 아니라 기존 계약이 그대로 연장된 것이므로 A씨는 자취방 계약을 중간에 해지할 수 있습니다.
◇갱신계약 기간 시작 전 '해지' 통보했다면
계약을 해지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해서 계약이 곧바로 해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계약 해지의 효력이 발생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데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 2에 따르면 임대차 계약의 효력은 임대인이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 후에 발생합니다.
최근 이 임대차 계약 해지의 효력 발생 시점과 관련한 법정 다툼이 있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계약 해지의 효력 발생 시점에 대한 임차인과 임대인의 해석이 서로 달랐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9년 3월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를 임차 계약한 B씨는 계약이 만료되기 전인 2021년 1월 5일 임대인에게 계약 갱신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계약갱신을 요구한 이후 B씨의 마음이 달라지는데요. 이에 B씨는 1월 28일 임대인에게 갱신된 임대차 계약을 다시 해지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이후 2021년 4월 30일 B씨는 집을 비우려고 했습니다. 임대인이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나 계약이 완전히 해지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임대인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임대인은 B씨가 계약 연장을 요구한 후 기존 계약이 끝나기도 전에 계약 연장을 해지했기 때문에 계약 해지의 효력 역시 갱신된 임대차 계약 개시일인 3월 10일로부터 3개월 지난 시점인 6월 9일부터 발생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선 A씨 사례에서 A씨는 기존 계약 종료 후 계약 연장이 시작된 상태에서 계약 해지를 통보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요. B씨의 경우에는 임대인에게 계약 갱신을 요구하고 나서 계약 갱신이 실제로 이뤄지기도 전에 계약 해지를 통보한 탓에 계약 당사자 간 법률 해석에 차이가 생긴 겁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직접 계약 갱신 의사를 밝혔던 임차인의 갑작스러운 계약 해지 통보가 난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임차인이 계약 해지를 통보한 후 새로운 세입자가 바로 나타난다면 상관없지만 세입자가 빨리 구해지지 않으면 그 손해를 임대인이 고스란히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B씨처럼 계약 갱신이 시작되기도 전에 계약을 번복한 경우 임대인은 더 당황스러울 것 같습니다.
해당 사건 판결을 맡은 2심 법원은 이러한 임대인의 입장에 공감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한 후 임의로 철회할 수 있다고 한다면 임대인은 예상하지 못한 불이익을 부담하게 된다"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 2는 '갱신된 임대차계약'의 해지 권한을 부여한 것일 뿐이라고 판시했습니다.
이같은 2심 법원의 판단은 대법원에서 뒤집혔습니다. 대법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규정을 종합하면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요구하면 임대인에게 갱신거절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갱신의 효력이 발생한다. 갱신 요구에 따라 임대차계약에 갱신의 효력이 발생한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계약의 해지 통지를 할 수 있고, 해지 통지 후 3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이 발생한다"며 계약 효력 발생 시점에 대한 B씨의 해석이 옳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이번 사건과 유사한 사건을 판단한 여러 법원들은 계약 갱신 해지 효력 발생일과 관련해 2심 법원과 같은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앞으로는 임대차 계약 갱신 전 계약 해지의 효력 발생일과 관련한 법원 판단 동향도 기존과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 약칭: 주택임대차법 )
[시행 2023. 7. 19.] [법률 제19356호, 2023. 4. 18., 일부개정]
제6조의2(묵시적 갱신의 경우 계약의 해지) ① 제6조제1항에 따라 계약이 갱신된 경우 같은 조 제2항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해지(契約解止)를 통지할 수 있다. <개정 2009. 5. 8.>
② 제1항에 따른 해지는 임대인이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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