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저기...그러니까..."
성국을 앞에 세운 주영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를 찾아오기 전까진 당장이라도 다시 사랑하자고 말할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그의 얼굴을 마주하고 보니 그게 쉽지 않은 모양이였다.
주영은 차마 그에게 사랑이라 하기가 쑥쓰러운지 홍조를 띄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그의 앞에서 고개를 떨구며 애꿎은 자신의 손가락만 꼼지락 거렸다.
"그러니까 뭐? 말해."
다 알고 있으면서도.. 지금 그의 머릿속에도 사랑이라고 수없이 되뇌어 지고 있으면서도
성국은 그녀의 부끄러워 하는 얼굴이 사랑스러워 보여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 역시 그녀를 만나면 당장이라도 사랑이라 다가가려 했었지만
막상 예쁜 그녀를 보니 또 다시 놀리고 싶은 마음에 능청스러워 진 것이다.
성국의 부추김에 아무것도 모르는 주영이 눈을 질끈 감은채 간접적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왜 그의 앞에만 서면 모든게 쑥쓰럽기만 한지 주영은 여전히 그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러니까... 저요. 2년동안 다른놈 한번도 안만났어요."
돌려 말해서 즉 남자친구가 없다는 말,
주영은 그 말을 하며 성국이 먼저 사랑하자고 말해주기를 바랬다.
그녀 역시 여자이기에 그에게 먼저 달콤한 사랑고백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무심한 성국은 도리어 그녀에게 엉뚱한 물음을 던지기 시작했다.
"정말 다른놈 한번도 안 만났나?"
"네......"
"다른놈이랑 눈은 마주쳐봤나?"
"누..눈도 안마주쳤어요."
"손은? 다른놈 손은 잡아봤어?"
"아...아니요. 손도 한번 못잡아봤어요."
"못잡아 본건가? 아님 안잡아 본건가?"
"아..안잡아 본거예요"
성국은 당장이라도 이 귀여운 여자를 끌어안아 갈때까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여전히 예뻤고 사랑스러웠으며 여전히 그 행동 하나하나가 그에겐 유혹 그자체이기에..
하지만 머릿속에 강하게 파고드는 그런 응큼함을 그는 애써 이성으로 제지하며 웃었다.
그가 소유욕으로 가득찬 엉뚱한 질문을 해대며 쿡 하고 웃자
눈물이 맺혀있던 주영은 눈을 가늘게 뜬채로 그의 배를 때리며 말했다.
"왜 웃어요? 나는 진지해요."
"알아."
"뭘 알...으앗."
자꾸만 때리며 대꾸하려드는 그녀의 손을 성국이 순식간에 잡아 당겼다.
그리고 품안에 알맞게 들어오는 낯익은 몸뚱이에 살짝 입술을 묻어버린다.
2년동안 이 여자를 보지 않고 어떻게 견뎌왔었는지..
이 귀여운 연인을 먼곳에 보내고 어떻게 참아왔었는지..
그는 다시 돌아온 그녀를 품안에 가둔채 미세하게 떨고 있는 그 예쁜 귓가에
몰래 감춰두었던 사랑의 에세이를 전한다.
"나도 다른 여자 안만났어. 손도 안잡아봤어. 2년동안 내가 얼마나 외로웠는지 아나?
피끓는 남자를 혼자 내버려 뒀으니 성인 아가씨는 이제 벌 받아야 해.
그러니까 나 좀 받아줘. 이젠 더이상 혼자 두지 않을게.
우리 다시 연애하자. 응?"
...............
##
2년만에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고 다시 사랑에 빠진 그들은
언제 헤어졌었냐는 듯 오피스텔 쇼파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주영의 생일이 가기 전에 조촐한 파티라도 하자며 성국이 그녀를 데리고 온 것이였다.
성국이 팔뚝이 다 들어난 카키색 나시티로 갈아 입은채 옆으로 와 앉자
주영은 그를 옆눈으로 흠끔거리며 보다가 그의 팔뚝을 콕콕 찌르며 말했다.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몸매는 아니였지만 그의 단단한 팔뚝이 보이자 왠지 쑥쓰러운 모양이였다.
"민성국씨.. 너무 야해요."
"이게 뭐가 야한가?"
"마..막 속살이 보이잖아요."
주영이 한번 더 그의 팔뚝을 손으로 쿡 찔렀다.
2년이란 세월탓인지 그녀는 예전 보다 더욱 그의 앞에서 수줍어 하고 있었다.
"알고보니 응큼한 아가씨였군...대체 지금 무슨 상상을 하나?"
"아..아무상상도 안해요."
"2년동안 도발적인 아가씨로 변한거 아닌가?"
".......아..아니예요"
아니라고 도리질 치며 주영이 수줍은 듯 그의 품에 얼굴을 마구 부비적 거렸다.
그가 좋다는 듯 어리광을 피우며 그녀는 '예뻐해주세요' 하는 눈짓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자 성국은 자신의 품에서 애교를 피워대는 그녀를 바라보다 무릎 위에 그녀를 앉힌다.
나중에 결혼하면 실컷 덮쳐버리리라 하는 생각으로 꿋꿋이 늑대의 본성을 누르고 있었는데
왜 자꾸 귀엽게 자신의 품에서 홀리고 있는지 그는 당장이라도 덮쳐버리고 싶은 맘을 누르며
괜히 툴툴 거리기 시작했다.
"아니면 아니지 왜 자꾸 얼굴을 비벼대고 난린가?"
"그..그냥요.."
"설마 애교는 아니겠지?"
"몰라요. 몰라."
오랜만에 그와 함께 있어 두근거렸던 주영은 자신의 애정표현에
무심하게 행동하는 성국이 미운지 뾰루퉁한 얼굴로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 한다.
하지만 바로 허리를 잡아 오는 그에 의해 벗어나지 못하게 되고 그의 품에서 바둥거리기 시작한다.
"좀 놔요."
"싫어."
"아씨...."
"도발적인 아가씨로 변하게 되면 말해. 알았나?"
"또 왜 그래요?"
"도발적인 아가씨가 되는게 그렇게 어려운건 아니야...한수 가르쳐 줘?"
성국은 주영의 두손을 자신의 한손에 집어 넣어 버리고는
예뻐 죽겠다는 얼굴을 하고는 그녀의 머리를 쓰윽쓱 쓰다듬어 내렸다.
그의 행동에 주영은 또 다시 그가 놀리려 한다며 찌푸린 얼굴로 입술을 내밀어 보지만
성국은 기필고 그녀를 도발적으로 만들리라 결심했는지 눈빛엔 비장함 마저 어려 있었다.
성국은 괜히 주영의 볼을 쭉쭉 잡아 당기며 말했다.
"도발적인 아가씨가 뭐 별건가?
어느날 내가 너무 멋져 보인다. 생각되면 그땐 망설이지 말고 그냥 덮쳐 버리는 거야.
나는 성인 아가씨 꺼니까.. 성인 아가씨가 덮쳐버려도 아무말도 못하는 거거든..."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왜 그런말을 하고 그래요?"
"흠흠 가만히 듣고 있어봐. 이런건 좀 알아야 돼."
성국은 어느새 그녀를 앞에 둔채로 말도 안되는 교육을 하기 시작했다.
곧 그녀에게 청혼을 할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성국은 빠른 시일내에
어떻게 해서든지 그녀를 도발적으로 변하게 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결혼 후에도 순진한 그녀 때문에 밤마다 울지도 모르니..
성국은 뾰루퉁하게 입술을 내밀며 못마땅미는 주영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이렇게 시도때도 없이 입술이 나오는것도 좋은 현상이 아니야. 그것도 모르나?"
"버릇이예요."
"이렇게 입술을 내밀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면 까짓것 그냥 덮쳐버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성인아가씨 꺼니까 덮쳐도 아무말 못하는 거거든...
아참 그렇다고 다른놈을 덮치면 안되는거 알고 있지?"
"왜 자꾸 덮치라고만 해요."
"아 아니.. 그냥 이해하기 쉬우라고 예를 든 것 뿐이지 누가 꼭 덮쳐주라고 했나?
나도 덮치는거 그런거 별로 안좋아해 흠흠.."
성국은 괜히 멋쩍은지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자신의 무릎에 앉아 있던
주영의 흘기는 시선을 피한다. 여전히 그녀의 앞에서 홀로 애를 태우고 있는 그였다.
"그건 그렇고 케잌은 왜 안오나? 케잌이 와야 파티를 해줄텐데..."
성국은 멋쩍은지 괜히 자신의 손목시계를 한번 바라봤다.
파티하려고 케잌 주문을 한지 겨우 10분밖에 안되었지만 성국은 괜히 조바심을 내며 틱틱 거렸다.
아마 그녀를 탐하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자 괜히 화풀이를 하고 있는 모양이였다.
그러자 주영은 새침하게 그를 빤히 바라본다.
2년만의 그는 여전했다. 여전히 잘난 사람이였고 숨이 멎을 만큼 멋진 사랑이였다.
주영은 방금전 성국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슬쩍 그의 입술가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간다.
갑작스런 행동에 그가 멈칫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녀는 상관치 않은듯한 얼굴로
그가 그토록 원하던 도발적인 아가씨가 되어준다.
"그냥 도발적인 아가씨 할래요."
"왜..왜 그러나?읍"
.....................
.........
그녀의 주도 아래에 시작된 키스..
생각지도 못했는지 순식간에 몸이 굳어버렸던 성국은
수줍게 혀를 내밀어 오는 그녀의 행동에 무조건 반사처럼 그녀를 받아 들이기 시작한다.
.........................
"이런.. 응큼한 아가씨 맞군..."
"몰라요."
"이런식의 행동은 망설이지 말고 하도록 해"
"조용히 좀 해요.."
##
"김비서. 내가 부탁했던 사진은 어떻게 되었죠?"
"네 여기있습니다."
"고마워요. 점심 먹도록 해요."
사무실에서 나오는 성국의 표정이 변했다.
요몇일 칼날이 선듯 날카로움의 극치를 달리던 그는 한없이 부드러운 사람으로 변해 있었고
말도 안되는 것에 큰소리로 화내던 그는 요즘 들어 웬만한 일이 아니면 그냥 넘어가고 있었던 것.
처음 듣는 성국의 은은한 음성에 그의 비서는 당황했지만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성국은 비서에게 사진을 건네봤고는 얼굴에 미소를 드리운다.
어제 저녁, 주영과 생일 파티를 하며 폰으로 찍어 두었던 사진을 현상한 것이였다.
성국은 그 길로 바로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자신의 차에 몸을 실었다.
오랜만에 자신의 할머니가 계신 납골당에 가볼 생각이였다.
2년전 그녀의 믿을수 없는 유언으로 인해 절망의 끝에서 몸부림 치던 그는
그녀가 만들어 놓았다는 드레스를 보며 그를 조여오던 족쇄를 떼어 버릴수 있었었다.
손주며느리의 드레스는 꼭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 줄꺼라던 약속을
끝내 지키고 가신 자신의 할머니, 그는 그런 그녀를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났다.
납골당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안내데스크가 눈에 띄었다.
성국은 한손에 가득 하얀 국화꽃을 들고는 바로 안내데스크로 걸어갔다.
1년전까지만 해도 매일같이 이곳을 들르다 시피했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많이 몇달정도 소홀히 했던 것 같아 그는 고개가 무거워 졌다.
안내데스크에 있던 관리인에게 유리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하고는
성국은 바로 할머니가 잠들어 계신 곳으로 향했다.
"할머니 성국이 왔어요."
관리인이 유리문을 열어주자 성국은 열려있는 유리문 안에 가지고 온 사진한장을 넣었다.
사진 속에는 코끝에 크림을 묻히고 있는 주영과 그녀의 볼에 뽀뽀하려는 어제의 그가 찍혀 있었다.
성국은 문을 다시 닫은채 가지고 온 꽃을 앞에 놓으며 말했다.
"주영이예요. 할머니.. 할머니가 직접 드레스 만들어 준 예쁜 아이예요."
성국은 행복해진 얼굴로 한손으로 향을 피우며
차근차근 그녀에게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다시 만났어요. 어제 다시 사랑하기로 했어요. 할머니..."
주영을 잃어버리고 절망에 빠져있던 그는 매일 같이 이곳을 들렸었다.
다시 주영을 만나게 해달라고.. 다시 사랑할수 있게 해달라고
매일 같이 이 앞에 앉아 부탁하고 또 부탁했었다.
항상 자신의 말이라면 모든지 들어주었었기에 그녀 앞에서 만큼은 더욱 간절할수 있었던 것
성국은 앞에 놓인 술잔에 술을 따르며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주영을 자신에게 보내준 사람은 분명 할머니라고.. 그는 굳게 믿고 있었다.
"할머니 내 예쁜 아이에게 청혼을 할까 해요. 괜찮겠죠?"
"........................."
"이번에도 할머니가 도와주세요. 실수 하지 않도록..
더이상 이 아이가 내게서 도망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
<86>
성국은 자신의 손목시계를 훔쳐 보고는 바로 [투유] 안으로 들어섰다.
할머니를 만난 날이라 이기기 힘든 그리움에 술 생각이 간절해졌기 때문이였다.
물론 오늘은 또 다른 이유가 있긴 했지만..
성국이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었는지 서진과 보연이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서로를 동성 보듯 했던 그들이라 성국에게 조차 연인관계를 아직 선언하지 못한 그들은
역시나 사귄다고 하기 쑥쓰러웠는지 어색하게 떨어져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을 보며 성국은 코웃음을 쳤다.
이미 주영에게 그들이 사귀는 것 같다는 정보를 얻었던 터였다.
성국은 그들의 마주편에 앉으며 외투를 벗어 옆에 두었다.
"그래 둘이 나한테 할말 없어?"
"뭐? 무슨 할말....?"
보연이 성국의 눈치를 보며 대꾸했다.
전에 만났던 주영이 신경 쓰이지 않는건 아니였지만..
설마 주영이 눈치 챘을까 하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는 것이였다.
"너희들 우리 이쁜이 만났다며?"
"어....주.. 주영씨 많이 이뻐졌드라."
"우리 이쁜이는 원래 이뻤고.. 그것보다 이쁜이 말에 의하면
둘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고 하던데..뭐 말할거 없어?"
"무..무슨?"
"그래. 우리 사귄다."
항상 당당하던 보연도 역시 여자인 모양인지
성국의 능청스러움에 얼굴까지 빨개지며 어쩔줄 몰라하자
그 옆에 있던 서진이 피식 웃으며 연인관계를 선언해버렸다.
그러자 보연이 당황함이 가득한 눈으로 서진을 바라보는데..
그때, 성국이 어이없는 얼굴로 서진에게 말했다.
"미친놈아 넌 얘가 여자로 보이냐?"
"이 새끼야 생각만 해도 짜증나지만... 보연이 전 애인은 너였다!"
"그땐 철없던 시절이였으니까. 얘가 여자로 보였지만..."
"야.. 민성국!!"
보연이 입술을 살짝 깨물며 흘기기 시작하자
장난스러워 졌던 성국은 그제서야 피식 하며 웃어버렸다.
"쿡. 김보연. 하서진. 잘 어울리는 바퀴벌레 한쌍이 된걸 축하한다."
그들의 연인 선언으로 술자리는 더욱 화기애애해졌다.
바쁜 일상속 오랜만의 만남이라 그런지 성국은 술보단 기분에 취해 있었고
그래서 많은 양의 술을 들이켰지만 다행히 정신을 놓지 않고 있었다.
무뚝뚝하던 서진은 어느새 사랑에 빠져버린 얼굴로 보연을 챙기며
성국의 앞에서 염장질과 동시에 닭살커플의 면목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자 성국은 자신과 주영 사이의 닭털들은 생각하지도 않는지
괜히 눈썹을 꿈틀거리며 짜증을 냈다.
"이것들이. 당장 우리 이쁜이 불러와!"
"그러게 성국이 너 주영씨 좀 불러라. 얼굴좀 보게"
"싫어."
"뭐 이자식아."
"나만 볼꺼야."
"이 새끼가 더 미친놈이구만..."
멀리서 듣고 있었는지 현성이 성국의 옆에 자리하며 볼멘 소리를 했다.
그것도 그럴것이, 유일한 솔로인 현성에게는 성국의 말도 곱게 들릴리가 없었던 것
그러자 성국은 현성에게 술을 건네며 자신은 술잔을 내려놓았다.
더이상 마시면 취할것 같아 스스로 제어하고 있는 것이였다.
현성은 술잔을 내려놓는 성국을 못마땅하다는 듯 바라보며 말했다.
"민성국...뭐야?"
"이제 그만.. 더 마시면 취할거 같아서.."
"아무튼 이 놈은 지 관리는 지독스럽게 해요.
그건 그렇고 야! 주영이 친구 중에 예쁜애 있으면 나 좀 소개시켜주라."
"머리나 기르고 와."
"이 새끼가 정말...야! 나도 좀 솔로 탈출 좀 해보자.
주영인 어리니까 친구들도 다 산뜻할꺼 아냐."
어리다라... 무심하게 안주만 집어 먹던 성국은 현성의 말에
잠시 그에게 시선을 줬다.
"어리다고 마냥 좋은줄 아냐?"
"왜? 안 좋을건 또 뭔데?"
"아씹 결혼하고 싶어 죽겠는데 프로포즈도 맘대로 못해 이자식아."
"왜?"
"이제 23살인데.. 결혼하자 하면 너 같으면 오겠냐?"
"올수도 있지. 천하의 민성국인데..."
"아 제길 안 그래도 청혼할까 하는데 겁나 죽겠어.
너희들 무슨 좋은 생각 없냐? 어쩔수 없이 내게 시집오게할 뭐 그런거..."
##
늦은 저녁 그들과 헤어지고 오피스텔로 가는길,
성국은 차를 몰고 가면서도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었다.
어떻게 청혼을 해야 할런지.. 어떻게 하면 예쁜 그녀를 자신의 아내로 맞을수 있을런지..
2년이 지난 상태이긴 하지만 아직 그녀의 나이는 결혼 적령기에 미치지 못했다.
이제 겨우 23세.. 28세인 자신의 경운 딱 좋지만 그녀에겐 아직 부담스러운 나이인 것.
성국은 그 생각에 머리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눌렀다.
2년전에도 어리다는 이유로 그렇게 망설였었는데.. 아직도라니..
자신의 나이는 안중에도 없는지 그는 한 2년정도 시간이 빨리 지나버렸으면 하는 생각까지 해본다.
성국은 아까 술자리에서 나왔던 이야기를 떠올려 보며 피식 웃어버린다.
친구랍시고 하는 그들의 말은 그의 입을 딱 벌어지게 했었다.
["너 닮은 애를 만들어. 그것 밖에 없어."
"김현성 이 미친놈아. 아직 덮쳐보지도 못했다."
"그럼 결혼하자고 다리 잡고 매달려."
"하서진 이 새끼를 그냥..."
"민성국! 여자는 이 남자라면 내 인생을 맡겨도 되겠구나 하는
커다란 믿음이 느껴질때 결혼을 떠올리는거야.
니가 주영씨랑 그렇게 결혼하고 싶으면 주영씨에게 믿음을 줘."
"믿음?"
"그래. 믿음.. 더불어 니가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생각에 잠겨있던 성국은 폰을 열어 바로 1번을 꾹 하고 누른다.
왜 그리 그녀가 보고 싶은지..
성국은 운전대를 잡고 있던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설레임에 가득찬 얼굴을 했다.
어느새 익숙해진 그녀의 컬러링 소리가 그의 귓가를 울리기 시작했다.
[오물오물..여보세요.]
"이 늦은밤에 뭐하고 있었나?"
[오물오물 아...아무것도 안해요]
"지금 뭐 먹고 있는거 아닌가?"
[케..켁켁 아...아무것도..안먹고 있어요]
오물오물 무언가를 씹으며 말을 하더니
갑자기 사례 들린 듯 기침을 하며 당황한 목소리로 아무것도 안 먹는다는 그녀,
늦은 저녁에 무언가를 먹고 있다는게 부끄러운걸까?
성국은 잠시 차를 도로가에 세운채로 그녀 몰래 웃었다.
그리고 코끝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정말 먹지 않고 있나?"
[네]
"누가 거짓말 하라고 했나?"
[왜..왜 그래요?]
"지금 다 보고 있는데 어디서 날 속이려 하나?"
[어...어디? 어디 있는데요?]
"다 보고 있어."
[저..소...소세지 하나밖에 안먹었어요. 그것도 방금 먹은거예요.
원래 저녁에 잘 안먹어요. 그렇게 식탐이 있는건 아니거든요.
저 먹을거 많이 밝히는 여자 아니예요. 민성국씨]
누가 잡아 먹기라도 하는지 끝내 술술술 털어놓는 그녀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
성국은 웃음이 났다. 대체 이아이는 뭐가 그렇게 단순한건지..
"지금 배고픈가?"
[조..조금이요]
"내가 맛있는거 사가지고 성인 아가씨 집앞으로 갈까?"
[이 늦은밤에요?]
"오늘 보지도 못했는데 성인 아가씨는 내가 보고 싶지도 않나?"
[그래두...]
"기다리고 있어. 자지 말고.."
[알았어요.]
"그럼 마지막으로 뽀뽀"
[아우 부끄러워요]
"어어.. 그럼 안사가지고 간다."
[쪽쪽]
수줍게 들려오는 그녀의 뽀뽀소리에 성국은 바로 차를 돌렸다.
주영의 집으로 향하는 길에 근처 편의점에 들른 성국은
뭘 사야 할지 몰라 닥치는 대로 과자를 집어 들고 있었다.
과자를 종류별로 다 사려고 하는지 품안에 가득 과자를 안고 있는 그,
어느 정도 집었다 싶었는지 성국은 계산대에 그 많은 과자들을 내려 놓으며 지갑을 열었다.
성국이 한가득 내려놓은 과자를 보며 편의점 알바생은 혀를 내둘렀다.
그때, 딸랑 거리는 문소리와 함께 여고생 3명이 편의점 안으로 들어왔다.
삑삑 거리며 바코드가 하나하나 찍히는걸 바라보며 성국은
또 살게 없나 하며 편의점 주위를 둘러 보았다.
사탕? 아님 소세지?
아까전 소세지를 먹고 있다고 했던 주영의 말을 기억하며
성국은 소세지나 많이 사줄까 하며 다시 식품 진열대로 걸음을 옮겼다.
그 옆에서 방금 들어온 여고생 셋이서 뭐가 그리 재밌는지 깔깔 거리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성국은 그 곁으로 다가가 본의 아니게 그녀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야! 나 앞으로 콩 우유만 먹을거야."
"왜?"
"가슴 좀 키워볼까 하고.."
"쿡쿡 이거 마신다고 작은게 커지냐?"
"야. 너 그것도 모르냐? 콩에는 여성호르몬을 분비하는 성분이 있어서 말이야....
여고생들이 하는 이야기에 무심한 얼굴로 귀를 쫑긋하고 있는 성국이였다.
##
성국이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은 주영은 부모님 몰래 방에서 나와 현관문을 열었다.
아직 그가 자신의 부모님에게 거의 인정받다 시피 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그녀는
혹시나 들키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했다. 밖으로 나가자 어느새 집앞엔 그의 차가 세워져 있었다.
주영은 기분이 좋은지 베시시 웃으며 냉큼 그의 차에 올라탔다.
치마 잠옷을 그대로 입고 나온 그녀는 잠을 못자서 쌍커풀이 사라져 버린 눈으로 성국을 바라봤다.
그러자 성국은 분홍 잠옷을 입고 있는 그녀의 볼을 예쁘다는 듯 주물럭 거렸다.
"이런거 입고 자나?"
"네 민성국씨 먹을꺼는요?"
"어. 여기...."
성국은 차 뒷좌석에 손을 뻗어 놓아둔 과자 봉지 주영의 앞에 내밀었다.
주영은 커다란 봉지에 가득 담겨진 과자를 보며 눈이 휘둥그레 변해버렸다.
"우와 이게 다 뭐예요?"
"과자지 뭔가?"
"진짜. 민성국씨는 통이 너무 커요. 이렇게 많은걸 어떻게 먹어요."
"매일 매일 먹고 살좀 쪄."
"치...... 안그래도 살 많이 쪘어요."
"정말? 어디 좀 보자"
성국은 몸을 틀어 주영의 작은 몸을 이리저리 훑어 내린다.
그러자 이젠 그의 응큼한 시선이 어느정도 적응이 되었는지
주영이 자신의 똥배를 손으로 집으며 쑥쓰러운 듯 성국에게 보여준다.
"이것 좀 봐요. 똥배도 나오려고 해요."
"이런..좀 더 통통하게 찌워. 아직도 만질데가 없군..."
"네??"
"아니야. 아니야."
성국은 영문을 몰라하는 주영의 손을 잡아 품에 안는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 주며 의미심장한 말을 꺼낸다.
"내일부터 콩우유 좀 먹어."
"콩우유는 왜요?"
"서.. 성인 아가씨는 좀 먹어야 돼. 좀 만질데가 있어야 할거 아닌가?"
"어..어딜 만져요?"
"흠흠 그건 몰라도 되고 내일부터 아침. 점심. 저녁에 하나
중간에 간식으로 하나 이렇게 네개씩 먹어. 알았나?"
"더 살찌면 보기 안좋을텐데..."
"괜찮아. 살찌면 내가 더 좋아할꺼야."
"치... 그럼 민성국씨가 사주세요."
"알았어. 말만해. 매일매일 사줄게."
.............
<87>
'믿음?.......'
주영을 만나고 오피스텔로 돌아온 성국은 쇼파에 앉아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녀에게 자신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라는 보연의 말,
그 말이 자꾸만 그의 머릿속에 맴돌아 쉽게 잠이 들지 못하게 했다.
성국은 얼음이 가득 담긴 잔에 술을 따라 마시며 초조한 듯 검지 손가락을 까딱인다.
어서 청혼을 해야 하는데.. 어서 그녀를 아내로 만들고 싶은데..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에게 가장 어려운 상대는 주영 하나인 듯 했다.
한참동안 생각에 빠져 있던 성국은 무거운 얼굴로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방으로 들어서자 쌓여있던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오는지
성국은 옷도 갈아입지 않은채 바로 침대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베개에 얼굴을 묻으며 꼼짝 하지 않고 누워있는데..
잠시후 똑바로 누우려는 성국의 시선을 가득 채우는 액자 하나,
그 액자 속 사진을 보며 그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입에 건다.
그 사진속 주인공은 당연히 주영이였다.
2년전 그녀를 잃고 몇날 몇일을 그녀의 집을 찾았던 성국이
끝내 인정을 받고 얻어왔던 그녀의 어릴적 사진이였다.
10살난 그녀의 사진을 빤히 바라보던 성국은 순식간에 무언가 떠오르는게 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주영은 잠에서 깨어났으면서도 눈만 말똥먈똥 뜬채로 침대에 뒹굴고 있었다.
특별한 약속이 없는 까닭에 그렇게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것이였다.
세수조차 하지 않은채, 베개에 자신의 얼굴을 비벼대던 주영은
심심한지 몸을 틀어 침대 맡에 놓아둔 과자봉지를 집어 든다.
그걸 보자 어젯밤 과자만 한가득 사들고 왔던 그가 생각나 그녀의 입가에 작게 웃음이 터졌다.
한참 쿡쿡 거리던 주영이 과자봉지를 열으려는데 방문이 열리며 엄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누워 있던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두다리를 접어 모은다.
엄마의 등장에 그녀는 특유의 귀여운 눈짓을 지어보였다.
"갑자기 딸보고 싶어서 올라온거예요?"
"후훗 아니 할말이 있어서.."
그녀의 엄마는 무언가 좋은일이 있는지 입가에 웃음을 한껏 머금고는
들어오자 마자 입을 열기 시작했다.
엄마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에 주영은 순식간에 들고 있던 과자를 떨어뜨릴 뻔했다.
"오늘 선보기로 했다."
"엇...아..안돼요."
"안되긴 뭐가 안돼? 오늘 선볼꺼니까 그렇게 알아."
"저 사귀는 사람있어요."
"아 글쎄. 이번엔 사장아들이 아니라 진짜 사장이야.
이런 좋은 기회가 또 있는 줄 알아? 잔말 말고 준비해."
"사..사귀는 남자도.. 그러니까....."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도 사장이라고..
13년전 놓쳐버리고 엄마가 그렇게 아쉬워 했던 민회장 아들이라고..
그 말을 하려던 주영은 이내 입을 꾹 다물어 버렸다.
예전부터 민회장 아들이라며 노래를 불렀던 엄마를 아는 탓에
만약 자신이 사귀는 남자가 성국이라고 하면 어떻게 나올지 몰라 망설여 진 것이다.
주영이 무언가 말을 하려다 말자 그녀의 엄마는 완강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잔말 하지 말고 이쁘게 꾸며서 나가. 이번에도 놓치면 그땐 모녀간의 관계를 끊는거다."
"엄마!"
"그건 그렇고 저 과자는 다 뭐니? 애도 아니고..."
주영의 엄마는 침대 옆에 놓여있는 커다란 봉지를 보며 말했다.
그러자 주영이 멋쩍은 듯 말했다.
"그러게요. 애도 아닌데.. 살찌라고 누가 이렇게 사다주더라구요. "
"살찌라고? 그러게.. 삐적마른 니가 뭐가 좋다고...민서방도 참.."
"네??"
주영은 듣지 못하도록 작게 혼잣말을 하던 그녀의 엄마는
되묻는 주영에도 불구하고 모른척 자리에서 일어선다.
"아무것도 아니야. 어서 준비 하고 있어."
"엄마. 선보러 나가면 죽어요. 아니..어쩌면 맞선 상대자가 밟힐지도 몰라요."
"그럴리 없을테니 준비나 하고 있어."
주영의 간곡함에도 불구하고 끝내 할말을 다했다는 듯 나가 버리는 야속한 엄마,
닫히는 문을 보며 주영은 바로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정말 난감했다. 선을 봐야 할지.. 어떨지..
만약 몰래 선이라도 보다가 걸리기라도 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그렇게 된다면 맞선남의 멱살이 잡히는 건 일도 아닐것이다.
아니 싹 굳어진 차가운 얼굴로 자신을 바라볼지도..
주영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가만히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
'그냥 내가 먼저 민성국씨 한테 결혼하자고 할까?'
"쿡쿡..."
순식간에 드는 엉뚱한 생각에 주영은 스스로가 한심하다는 듯 웃어버렸다.
남편이 있다면 이런 고민따윈 하지 않을 텐데..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그에게 고백을 해버릴까 하는 갑작스럽고도 깜찍한 발상을 만들어 낸 것이였다.
주영은 새빨개진 얼굴로 2년전 결혼하자고 했었던 성국을 떠올려본다
자신의 눈을 마주치지 않은채 은근슬쩍 키워서 결혼하겠다고 하던 그,,
그땐 결혼에 대해 부담스러워 은근슬쩍 그의 대답을 피했었는데
여전히 어린 나이의 그녀이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였다.
오히려 2년이란 공백기간 때문인지 하루라도 빨리 그의 아내가 되고 싶었다.
예전보다 그를 더 사랑해서가 아니라 이젠 그가 아닌 남자는 사랑할 자신이 없는 탓이였다.
주영은 자신이 생각하고도 쑥쓰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생각을 지우려는 듯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그런데 순간 그녀의 폰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폰액정 속에 뜨는 [젊은오빠]라는 글자에 주영은 웃으며 폰을 받았다.
젊은오빠.. 그건 성국이 해놓은 것이였다.
"민성국씨...."
[일어났나? 못난이.]
"아까 일어났어요."
[콩우유는 먹었나?]
"어제 먹고 잤어요.."
어제 헤어지기 전 성국은 콩우유를 한가득 사줬었다.
아침, 점심, 저녁 꼬박꼬박 챙겨먹으라고..
[먹으니까 어때? 막 몸이 볼록볼록 나오려고 하지 않나?]
"몸이 볼록볼록 나와요."
[이런...쿡쿡 당장 보러 가야겠군...]
"그런데 민성국씨!!"
[왜?]
주영은 긴장을 했는지 침을 한번 삼키며 말했다.
"이건 제 친구일인데요.."
[응]
"제 친구가 애인이 있는 상태에서 떠밀리다 시피 선을 보게 되었대나 봐요.
민성국씨가 남자친구라면 기분이 어떨까요?"
[아주 불쾌하겠지.]
"눈 감아줄 수 있을까요?"
[눈 감아주다니!!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고
당장 선자리를 쫓아가서 멱살부터 잡고 봐야지.]
"여...여자를요?"
성국의 불같은 말에 주영은 순식간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아 버렸다.
##
주영에게 전화를 걸었던 성국은 조심스레 물어오는 그녀 때문에 웃음이 나 죽을 지경이다.
그냥 자신이라고 하면 될것을 궂이 친구를 들먹이다니..
사실 선자리를 주선한 사람은 그녀의 엄마가 아닌 성국이였다.
그리고 그녀와 맞선을 보게 될 남자도 바로 자신,
어제 저녁 많은 생각을 한 끝에 끝내 청혼하기 위한 첫 테이프를 끊은 그인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청혼의 완벽한 시나리오는 이랬다.
먼저 그녀와 선보는 장소에서 마주한다.
놀란 그녀를 보며 능청스럽게 실망이라며 말한다.
그녀가 어쩔줄 몰라하면 큰 인심이라도 쓰는 듯 한가지 제안을 한다.
오늘 하루 자신이 하자는 대로 하면 용서해 주겠노라고..
그녀의 허락이 떨어지면 바로 그녀와 함께 오피스텔로 간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멋지게 청혼한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멋진 계획인지 성국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능청스러운 말투로 그녀에게 더욱 겁을 주기 시작했다.
"선이라는 건 사랑하는 사람이 없을때만 하는건데..
그 친구는 어떻게 사랑하는 남자가 있는데도 선을 보나?"
[그래도 엄마가 막 떠밀면....]
"그래도 안되는 거야. 만약 그래도 어쩔수 없이 보게 되었다면
그 남자가 해주라는 데로 다 해줘야 해. 그건 알고 있나?"
............
성국은 계속적으로 그녀를 놀리며 자신의 손에 들린 사진 한장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녀에게 하고픈 고백을 속으로만 되뇌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생긴 예쁜 아이, 평생 사랑할 자신있는데...나 믿고 따라와줄수 있겠어?'
##
선을 보기로 한 레스토랑에 약속시간보다 한 30분 먼저 도착한 성국은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으며 초조한지 계속 시계를 훔쳐봤다.
2층에 자리잡은 곳이라 그런지 창밖을 내려다보자 수많은 머리들로 가득했다.
성국은 혹시나 주영이 오게 되면 먼저 몸을 숨겨야 한다는 생각에 계속 창밖을 바라봤다.
겁이 많은 그녀가 자신을 보면 숨어버리진 않을까, 그는 내심 초조하기만 했다.
어느새 그의 앞에 놓인 물잔의 물이 비워져 버리고 시간이 10여분 남았다.
초조한지 다시 한번 손목시계를 훔쳐보던 성국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 그녀 때문에
심장이 달아날 지경에 이르렀다.
그녀가 들어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속이 다 하얗게 변해버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
창밖으로 보이는 그녀가 레스토랑으로 들어오지 못한채 망설이더니
이내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그녀를 지켜보고 있던 성국은 갑작스런 상황에 놀랐는지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뛰어 내려가 그녀를 뒤쫓기 시작하는데..
분홍빛 원피스를 입은채 뒷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주영은 터벅터벅 걸으며
어디론가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하얀 핸드백을 뒤적이더니 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려는 듯 보였다.
성국은 도저히 안되겠다 싶었는지 그녀를 붙잡으려 좀 더 다가가려 하는데..
순식간에 진동하기 시작하는 자신의 폰 때문에 급하게 몸을 숨기며 전화를 받는다.
그녀였다.
"어. 서..성인 아가씨..."
성국은 최대한 목소리를 작게 했다.
[민성국씨...]
"응?"
[미안해요]
"뭐...뭐가?"
[그냥.. 미안해요.]
"가..갑자기 왜그래? 왜 울려고 그래?"
[그냥 미안해서요..]
성국을 두고 선을 볼 생각을 해서 그런걸까?
주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채 미안하다는 말만 하고 있었다.
그냥 미안하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당장이라도 울것 같은 주영의 목소리에 성국은 가슴이 철렁 하는 기분인지
폰을 귀에 댄채로 빠른 속도로 그녀를 뒤쫓기 시작했다.
<88>
또각. 또각.
그녀를 뒤쫓는 성국의 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울고 있는지 어깨를 들썩이고 있는 주영의 뒷모습이 왜 그리 작아 보이는지
성국은 당장이라도 다가가 그 작은 어깨를 감싸주고 싶었다.
또각. 또각. 그의 구둣소리는 바로 뒤에서 울려퍼지고 있었지만
그걸 알리 없는 그녀는 더욱더 걸음을 빨리 하며 어디론가로 들어가버렸다.
도로가에 위치한 어느 레코드점이였다.
주영이 레코드점에 들어가자 성국은 숨을 죽이며 따라 들어갔다.
맘같아서는 울고 있는 그녀를 당장이라도 토닥토닥 안아주고 싶었지만
이상하게도 직접 직접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겠는지
그는 그녀에게 다가가지 못한채 빤히 그녀를 눈으로만 쫓았다.
그녀는 어느새 최신음반매장에서 헤드폰을 낀채로 서있었다.
아마 울적한 기분을 음악을 들으며 털어내버리려는 것이리라.
성국은 그런 생각에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자꾸만 미안하다던 그녀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를 맴돌았다.
대체 뭐가 그리 미안한지..
그는 그녀의 뒤에 선채로.. 숨을 죽이고 있다가 조용하게..입을 열기 시작했다.
아무도 이 예쁜 아이를 넘보지 못하도록..
이 아이의 유일한 남자가 되기위해..
그는 그렇게 애뜻한 고백을 하기 시작했다.
"나 아직도 질투많고, 여전히 자존심 강하고,
또 성질은 불같아서 매일 속썩일지도 모르는 놈인데
이런 나 좀 받아줄래? 나 좀 데리고 살아줄수 있겠어?
오랜 시간이 흐르면 지금처럼 간절하지 않을지도 몰라.
어쩌면 지금의 간절함 보단 정이란 감정이 더욱 커질때도 오겠지.
하지만 약속해. 니 평생을 맡길수 있을 만큼 든든한 남자가 되겠다고..
진심으로 고백해. 내 남은 인생의 반쪽이 되어달라고..
윤주영. 지금 나 청혼하는 거야. 하아... 울지 말고 한번에 대답해.
나와.. 나와 결혼해줄래?"
조용하게 속삭여지는 성국의 고백,
그의 입에서 나오는 달콤한 사랑의 언어에
근처에 있던 사람들의 이목이 모두 그들에게로 향했다.
너무 작은 여자와 커다란 남자,
작은 여자는 아무것도 모른채 음악을 듣고 있고
커다란 남자는 그 여자의 뒤를 바라보며 애뜻한 사랑고백을 하고 있는..
만약 남자를 아는 이가 지금의 그를 본다면 혀를 내 두를정도로
그는 지금 무척이나 긴장하며 그녀의 뒤에 서있었다.
그녀가 듣지 못하겠지만..
그녀가 들어주기를..
그녀에게 거부당할까 두렵지만..
그렇게라도 용기를 내고픈..
성국은 그녀 앞에서만 한심스러워 지는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남들은 멋지게도 잘 하는 프로포즈 조차 자신은 왜 이렇게 겁을 내고 있는지..
왜 자꾸 예쁜 그녀를 아프게 하는지..
그는 그렇게 홀로 자책을 하며 이제서야 고백할 용기를 얻은 듯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으려 한다.
그런데..
갑작스레 어깨를 들썩이며 심하게 몸을 떨기 시작하는 그녀,
성국이 돌려 세우기도 전에 떨고 있던 그녀가 몸을 돌려 그를 바라봤다.
그 동그란 눈속에 여지 없이 투명한 이슬방울을 가득 담은채로 그를 올려다 봤다.
"민성국씨!!"
"어?...어..."
당황해 하는 성국과는 달리 주영은 눈물만 뚝뚝 떨구어 내며
끼고 있던 헤드폰을 그의 손에 쥐어준다.
"이거.. 고장났나봐요.
처음엔 아무소리도 안들렸었는데..막 이상한 소리가 들려요. 흑"
자신의 자신없는 고백을 들어버린걸까?
고장난 헤드폰을 손에 쥔 성국의 심장이 정신없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무..무슨 소리?"
"어...어떤놈이.. 결혼하자고 하는 소리."
주영은 그 말을 하며 혼자 서있기가 힘이 드는지 그의 옷깃을 붙잡았다.
갑작스런 그의 고백을 들어버렸는지 그녀는 적지 않게 놀란듯 했다.
그러자 옷깃을 붙잡고 있는 그녀의 손 위로 그의 손이 겹쳐졌다.
"그래서..그래서 그 놈하고 결혼할건가?"
성국의 긴장어린 물음,
지금 레코드점 안의 집중된 이목따윈 그에게 중요치 않은듯 했다.
주영은 애가타는 성국을 올려다 보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러자 그는 당장이라도 쓸어질 것 같은 그녀를 안아주려 하는데..
그때, 그녀가 목이메인 목소리로 꾸역꾸역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부끄러운듯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네.... 그놈한테 여보라고 부르고 싶어요."
주영이 싫다고 할것만 같아 그렇게 망설이고 또 망설였었는데..
그녀의 입에서 허락의 언어가 흘러나오자 성국은 그대로 멈춰 버렸다.
너무 좋아서.. 지금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아서..
그는 아무런 행동도 그 어떤 말도 할수가 없었다.
그러자 멈춰버린 성국을 보며 주영은 스스로 그의 품으로 들어가 안긴다.
마치 어서 자신을 안아주라는 듯 그의 품에 눈물을 훔치며 작게 속삭였다.
"사람들 많은데....흑 깜짝 놀랐잖아요."
동시에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흘러나왔고
가게 안은 일기예보의 [좋아좋아]라는 노래로 가득해지기 시작했다.
처음 널 만나는 날 노란 세송이 장미를 들고
룰루 랄라 신촌을 향하는 내 가슴은 마냥 두근두근
생머리 휘날리며 나를 향해 손을 흔드넌 너
머리에서 발끝까지 나를 사로잡네 이야에로
니가 좋아 너무 좋아 모든걸 주고싶어
너에게 만은 내 마음 난 꾸미고 싶지 않아
언제까지(언제까지) 너와함께(너와함께 있을꺼야 예이예~)
룰루 랄라 신촌을 누비는 내마음은 마냥 이야에로
여보세요 나의 천사 어떻게 내 마음을 훔쳤나요
괜찮아요. 나의 천사 가져간 내 마음을 고이 간직해 줘요
니가 좋아 너무 좋아 모든걸 주고 싶어
너에게 만은 내 마음 난 꾸미고 싶지 않아
언제까지(언제까지) 너와함께(너와함께 있을꺼야 예이예~)
......................
...........
두달후..
커다란 창이 있는 방안,
아침이 되자 햇살이 그대로 성국의 얼굴에 내리쬔다.
편안한 꿈을 꾸고 있었는지 성국은 잠에서 깨며 아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의 옆에는 새근새근 숨쉬고 있는 그의 귀여운 아내 주영이 잠이 들어있었다.
결혼 후 성국을 가장 들뜨게 하는 것은 아침에 눈을 뜨면 그녀가 곁에 있다는 사실이였다.
이제 그녀 혼자 집에 들여보내지 않아도 되고..
밤마다 수화기를 통해 그리움이 가득한 언어를 흘려보내지 않아도 되고..
혹시나 다른놈이 찝적대지는 않을까, 질투어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그래서 일까? 그는 하루 하루를 구름 걷는 기분으로 살고 있었다.
잠에서 깨어난 성국은 그녀가 잠이 든 사이를 노린건지
다짜고짜 응흉한 눈으로 그녀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결혼을 한 상태이지만 여전히 그녀는 그에겐 유혹적인 아가씨인 것이다.
성국은 그녀의 이마에 작은 키스를 뿌리며 그녀가 일어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녀가 일어나면 어젯밤에 이어 또 한번 덮쳐버리리다.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일어나. 한번만 더 덮쳐보자."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마치 생선을 앞에 두고도 먹지 못한채 애태우는 고양이처럼
성국은 딱 그런 표정으로 아침을 시작하고 있었다.
커다란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눈이 부셨다.
성국은 눈을 찌푸리며 하늘을 바라보다 문득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해가 떠있는 하늘안에.. 별과 달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걸까? 하는..
말그대로 우스운 생각이였지만..
"아흠..민성국씨.."
주영이 일어났는지 몸을 굴려 성국의 품에 쏙 하고 안긴다.
"뭐? 뭐? 다시 말해봐."
"아..알았어요. 여보."
"쿡쿡 일어났나?"
주영이 몸을 비비 꼬며 일어나자 성국은 예쁘다며 그녀를 안아준다.
그러자 주영은 그의 품에 기댄채로 채 덜떠진 눈으로 말했다.
"먼저 일어났으면 깨우지. 왜 매일 보고만 있어요?"
"그냥. 얼굴도 못생겼는데 잠까지 부족하면 어떡하나?
잠이라도 푹 자야지. 이 못생긴 얼굴이 미인축에 속할수 있지."
성국은 주영의 볼을 쭈욱 잡아 당기며 놀려대기 시작했다.
"치 언제는 젤 이쁘다고 했으면서...."
"연애시절엔 다 입에 발린 소리 하는거야."
"치... 치... 치...."
"어디서 자꾸 치치 거리나?"
"됬어요. 나와요."
주영은 뾰루퉁해진 얼굴로 몸을 홱 돌렸다.
몸을 돌리자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그녀의 얼굴을 감쌌다.
은은하게 내리쬐는 빛에 눈이 부신지 주영은 다시 몸을 돌리려 하지만
자꾸만 등을 찌르며 놀려대고 있는 성국 때문에 그대로 눈을 감고 말했다.
"눈부셔요. 햇빛 때문에..."
"그러게 오늘은 유난히 눈부시군..블라인드 내려줄까?"
"아니요. 그래도 난 하늘이 좋아요. 해도 있고 별도 있고 달도 있으니까.."
"그래도 지금은 해밖에 없지 않나?"
"에이. 여보 바보다."
"왜?"
"해만 보인다고 해서 하늘에 해만 있는 줄 알아요?
햇빛에 가려서 나타나지 않지만 분명 별이랑 달도 그대로 떠있어요.
그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지만 보이지 않을뿐이라구요.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다고 생각하면 어떡해요. "
"훗..그런가?"
주영의 말에 성국은 피식 웃으며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안았다.
"그건 그렇고 오늘 일요일인데.. 가고 싶은곳은 있어?"
"네..."
"어디?"
"그러니까요......."
<완결>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차를 마시고..
손을 잡고 길거리를 돌아다녀 보기도 하고..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거리에서 몰래 뽀뽀도 해보고..
괜히 토닥토닥 서로를 건들여도 보고..
하루종일 어느 연인 못지 않은 데이트를 한 성국과 주영은
날이 제법 어둑해지자 집으로 향하는 길에 어느 옷가겔 들어갔다.
주영이 쇼윈도에 걸려있는 원피스가 예쁘다고 해서 들어간 것이였다.
성국은 그녀의 뒤를 쫓아가다 너무 귀여운 노란 티셔츠 하나를 발견했다.
병아리 한쌍이 딱 붙어 있는 무늬의 티셔츠.
귀여운 병아리가 마치 주영인양 빤히 바라보던 성국은
갑작스레 그 티셔츠를 집어 주영에게 가지고 갔다.
예쁜 원피스를 고르려던 주영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이게 뭐예요?"
"뭐긴. 입으라고 골라온거지."
성국은 그 티셔츠를 주영의 손에 쥐어 주며 지갑부터 꺼내 들었다.
그의 얼굴은 당장이라도 그녀에게 옷을 사줄것 처럼 보였다.
그러자 쇼윈도 안, 마네킹이 입고 있던 원피스를 사고 싶어 들어왔던 주영은
그의 옷고르는 센스에 풋 하고 웃음이 나왔다. 다 큰 이 남자의 안목이란...
주영은 샐쭉한 얼굴로 성국을 한번 바라봤다가 옆에 서있던 점원에게 시선을 주며 물었다.
"저기. 이옷.. 커플티로 나온 옷 아니예요?"
"맞아요. 커플티로 나왔어요. 남자친구 되는 분이랑 같이 사가세요."
"쿡쿡 여보 우리 이거 같이 입어요."
"뭐?"
"여보도 입는거 보고 싶어요."
"나..남자가 어떻게 이런걸 입나?"
갑작스런 주영의 제안에 성국은 질색하며 손을 내저었다.
샛노란티에 병아리가 그려져 있는 티셔츠를 자신이 입는다라..
입고 다니다 아는 사람이라도 만난다면? 그는 순간 아찔함을 감출수가 없었다.
귀여운 그녀가 입으면 인형 같겠지만 자신이 입으면 웃음거리가 될게 뻔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의 품으로 쪼르르 들어가 안기는 그녀,
특유의 애교를 부리며 그를 유혹하기 시작한다.
"자기. 여보. 젋은오빠. 우리 같이 들어가서 입어요. 네?"
스스로 안겨오는 주영의 행동에 성국은 조금씩 맘이 약해졌다.
여전히 그녀의 몸짓 하나하나가 그에겐 사랑이였다.
"이...입으면 뭐해 줄껀데?"
"뭐해주긴. 매일 사랑해주지..."
주영은 사랑해준다며 그의 품에 마구 얼굴을 비벼 대었다.
그러자 그녀 특유의 애정표현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던 성국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도 듣지 못하게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럼 내 부탁 들어줘."
"무슨 부탁이요?"
"그러니까.쿡 알았지? 저기...여기 얼마입니까?"
성국은 주영이 채 대답도 하기 전에 점원에게 가격을 묻기 시작했다.
##
주영의 것 하나. 성국의 것 하나. 커플티를 사고 집으로 향하는 길,
이제 제법 날이 어두워지고 그들이 사는 동네로 접어들자
성국 손을 잡고 가던 주영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 주저 앉는다.
데이트 한답시고 차도 끌고 나오지 않은채 하루종일 걸어 힘이 든 모양이였다.
주영이 그 자리에 주저 앉아 그 앞에 따라 쭈그려 앉으며 성국이 말했다.
"업어줄까?"
"안돼요. 살쪄서 무거워요."
"뭐 어떤가? 이제 연애하는 사이도 아니고.. 볼거 다 본 부부사인데.."
"치...."
"업혀."
성국은 그대로 주영의 앞에 등을 내준다.
그러자 잠시 망설이다 그의 등에 냉큼 올라타는 그녀,
커다랗고 넓은 그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가 하늘을 바라본다.
아침에 햇빛으로 눈부시던 하늘이 어느새 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여보."
"응?"
"하늘 좀 봐요. 별이랑 달이 되게 예뻐요."
주영을 업은채 천천히 걷고 있던 성국은 그녀의 말에 잠시 걸음을 멈춘채 하늘을 바라본다.
별과 달이 당연하다는 듯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
아침이면 해가... 저녁이면 별과 달만이 하늘을 지킬거라며
틀에 박힌 생각만을 하고 살았던 성국은 아침에 주영이 했던 말이 떠오르는지 조용히 웃었다.
[해만 보인다고 해서 하늘에 해만 있는 줄 알아요?
햇빛에 가려서 나타나지 않지만 분명 별이랑 달도 그대로 떠있어요.
그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지만 보이지 않을뿐이라구요.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다고 생각하면 어떡해요..]
그녀의 말을 곱씹으며 성국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에게 업힌채로 주영은 여전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부탁이라는 게 뭐예요?"
"뭐?"
"아까 옷가게에서......"
"아....훗.."
성국은 조용히 웃었다.
"뭔데요?"
"나중에 가르쳐 줄게."
"지금 가르쳐 줘요."
"뽀뽀해봐. 그럼 가르쳐 줄게."
"이런 자세로 어떻게 뽀뽀를 해요."
"볼에다 하면 되지."
"치. 매일 뽀뽀만 하래."
"그럼 이런 곳에선 뽀뽀만 해야지. 시도때도 없이 응큼한걸 할수는 없지 않나?"
"치 모..몰라요."
주영은 괜히 당황하며 그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가
궁금함을 참을수 없는지 업힌 상태로 그의 볼에 입술을 가져다 댄다.
그러자 그녀의 입술이 가까이 다가옴이 느껴졌는지
성국은 순식간에 얼굴을 돌리며 그녀의 입술을 마주한다.
볼에 뽀뽀만 하고 떨어지려던 주영은 갑작스런 그와의 입술 박치기에
새침하게 그에게서 떨어지며 투덜거린다.
"부끄럽게..."
"쿡 어따대고 부끄러운 척인가?"
"빨리 말해요. 부탁이 뭐예요?"
"우리 애기 갖자."
"네?"
"나 닮은 놈이랑 너 닮은 예쁜꼬마 가지고 싶어."
"그건 나 대학교 졸업하면....."
"안돼."
"아..자기..."
"오늘 당장 만들테니까. 마음의 준비나 해"
"아 여보 그러지마요."
"쿡...."
은은한 달빛아래,
업고 업힌 그들의 뒷모습이 매우 행복해 보였다.
* *
하늘을 바라봤다.
해가 떠있었다.
너무 빛이나 바라볼수 조차 없는 해가 덩그러니 홀로 떠있었다.
별과 달은 보이질 않았다.
이상했다.
어디로 가버린걸까?
사라져 버린걸까?
별과 달을 찾기 시작했다.
찾고 찾고 또 찾고..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았다.
정말 사라져 버린것만 같아 덜컥 겁이 났다.
찾다가 지쳐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어느새 하늘이 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사라져 버린 줄만 알았던 별과 달이 하늘을 반짝이고 있었다.
그때서야 알았다.
별과 달은 사라져 버린게 아니였음을..
강한 햇빛에 가려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항상 같은 그 자리에 자리하고 있었음을..
.....
내 사랑도 그랬나 보다.
너무 어려 사랑이 무엇인지도 몰랐을 그때에도
어쩔수 없는 상황에 의해 내 사랑을 포기해야 할 그 순간에도
사랑은 내게서 도리질 치며 도망쳐 버렸지만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니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바로 앞에 있지 않다고 해서
모두 사라져 버렸던 것이 아니였다.
오랜 세월 그리움이란 그늘에 가려져 있었을뿐..
여전히 내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였다.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와 헤어지고 그녀를 다시 만나고
처음 만났던 그날부터..
지금까지..
내 사랑은 항상 똑같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하늘에 있는 반짝이는 그것처럼
...
By 응큼한 꼬마- 민.성.국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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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소설]
소설 : 응큼한 꼬마 <85>~<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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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정말잘봤어요 정말 오랜만에 재밌는 소설 읽어보네요~!!
존냉너무멋있음 ㅠㅠㅠㅠ 브라보브라보 ㅜㅜㅜㅜㅜ이거읽다가딴소설읽으니까너무유치하고재미없어 ㅠ 어떻해ㅐㅐㅐㅐㅐㅐㅐㅐㅐㅐ소설소설 재밌는소설또없나??ㅠㅠ
진짜오랜만에재미있는소설읽은거같애요ㅜ![ㅋ](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5.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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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어염![ㅋ](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5.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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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아~~~서유우운선아~~~
아아아아아!!!!! 너무 재미잇어요
와.ㅠㅠ 진짜 재밌어요~~ 짱 재밌어요ㅠㅠ 감동적인 스토리가 좋아요~
정말 너무 재밋는 소설이였어요ㅠㅠ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몇일밤 꼬박새서 읽었어요..정말 이런소설 처음이에요ㅠㅠ 민성국같은 남편 어디 없나..ㅋㅋ이런 생각 듭니다
ㅜ.ㅜ 짱ㅇㅣㅣㅣㅣㅣㅣㅣㅣ당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 ㅜㅠ.ㅜ
짱~!!!!!!!!!!!!!!1
진짜 완전 재밌어요!!! 완전 재밌어 만약 꼬릿말 보고 있는데 아직 안보신분들 꼭 다 보세요!!!!^^정말 완전 재밌는 소설 가슴이 두근두근ㅜ
정말재미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
정말재미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
오랜만에재밌는거본듯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완전 재밌어요!
아진짜 ㅜㅜ! 지금까지 본 소설중 나쁜남자가끌리는이유랑 이거 진짜 제일 재밌었어요!! ㅜㅜ!! 어쩜이리 제 애를 태우시는ㅜㅜ 정말 보면서 울고 웃느라고 ㅜㅜ !! 정말 재밌게 잘봤어요! 여러번 돌려 읽을께요!
소설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재밌었습니다^^
야아~~ 이~~ 응큼한꼬마년 -0-!!ㅋㅋ
이거 번외도 있는데 ㅠㅠ 번외도 올려주세요~
읭의이잉잉 ♡귀여어라~~
아최고 재밋어재밋어왕재밋어...!!!!!!!!!!!!!1
정말.오랜만에 인정한 소설. 읽어도 후회없을
ㅋㅋㅋ 난 진짜 완전 아직도 한10번은 본거가따,,,, ㅋㅋ
쫌............ 대박인듯 +_+♡
이랼![-0-](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4.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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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어요 >_< ![ㅋ](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5.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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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당일날.. ![완전](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35.gif)
쫄았는데 ![ㅋ](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5.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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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재밌다 ![ㅋ](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5.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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