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14. <진주유등축제>
사계절을 맞이하고 보내는 환절기마다 동네 의원마저도 환자가 급증할 만큼 우리의 몸은 기온과 가장 밀접한 시스템이 아닌가 싶다. 시로 사로 변하는 날씨와 계절이 바뀌는가 하면 그에 대한 반응은 몸이 먼저 한다. 또한 수년이 흘러 이제는 신체가 늙는다는 현실을 실감하면서 특별한 큰 병이 아니라도 이유 없이 아프고 까닭 없이 불편해지는 몸의 상태를 매사에 조심조심 어르고 달래면서 살아가게 된다. 어릴 적 어르신들에게서 몸은 늙어도 마음은 청춘이라는 말을 간혹 듣곤 했었다. 맞는 말이었다. 예전에는 여러 사람이 모이는 행사장에 나가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멀거나 가깝거나 지역마다의 테마를 가진 축제를 살펴보고 떠나게 된다. 이유는 축제 홍수가 되어버린 시대에 살면서 지역축제를 찾는 일이 여행으로 이어지는가 하면 지역마다의 특수함과 축제에 대한 목적과 의미가 있어서 재미와 힐링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는 진주유등축제장을 가보기로 하였다. 오래전부터 가볼만하다는 소문으로만 들어왔으나 진주 남강 유등 축제는 낮보다는 밤이 더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을 듯하여 쉽게 떠나지 못했던 곳이었다.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하룻밤을 묵어야 할 무리를 해서라도 계획하고 떠나기로 하였다. 이렇게라도 떠나지 않으면 날마다 세월은 거침없이 흐르고 해가 다르게 몸은 늙어 가는데 갈 수 있을 때 떠나는 것이 맞는 일이었다. 누구와 동행하기 위하여 시간을 맞추고 틈을 낸다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며 그래서 미루게 되고, 미루다 보면 영원히 갈 수 없게 될지도 몰라 어디든 떠나기로 마음먹으면 지금 즉시 계획을 한다. 처음은 늘 혼자 계획하고 떠나려하지만 자연스럽게 남편과 아들아이가 동행을 하게 되며 덕분에 차분하고 여유로운 출발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수많은 축제를 양성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자본주의 사회의 전형적인 특성 때문이다. 축제를 통해 지역 문화를 육성하고 글로벌 시대에 국가 경쟁력이나 지역경쟁력을 높여 축제를 통한 자본 유입이다. 아울러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기 때문인 것이다. 미루어보아 진주 남강 유등축제는 임진왜란 진주성 전투에서 왜군이 강을 건너는 것을 저지하고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기 위해 남강에 유등을 띄운 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는 역사전인 현장을 축제로 재현했다고 보면 될 것 같은데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대한민국 대표축제이면서 동시에 5년 연속 대한민국 글로벌 육성 축제로 선정된 해외로 진출하는 명품축제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퇴근 후에 출발한 우리는 미리 예약해 둔 숙소보다는 축제장인 남강으로 먼저 향했다. 곳곳에는 유등으로 빛을 내는 축제이니만큼 밤 풍경이 마음을 재촉하고 설레게 하고 있었다. 어디든지 마찬가지라지만 축제 속 유등 사이로 흥겹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모두가 하나이다. 남강을 스친 바람이 부드러우며 비단 축제가 아니라도 언제 걸어도 좋을 남강 산책로는 호위무사처럼 에워싼 유등의 풍광에 운치는 더했다. 이 가을에 이곳은 유등으로 물들었다. 수만 개의 소망 등 터널에는 뭇사람들의 바람이 붉게 물들어 함께하고 있었다. 희망은 넘실넘실 사람은 북적북적하니 어쩌면 더욱 천천히 시나브로 걸으며 모두가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래서 축제라는 것이 아니던가. 3,000원의 통행료를 지불하고 부교를 건너서 남강으로 난 성곽을 따라 걷기로 한다. 남강에 띄워진 많은 문구들이 이 시대에 위로와 희망이다. 해마다 10월이면 열리는 유등축제지만 이번 축제는 진주성 축성 600주년을 기념하여 더욱 특별하기에 보름동안 진행되는 유등축제는 날마다 밤마다 이렇게 하나 된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낼 것이기에 오랜만에 군중 속에서 맛본 응원과 에너지를 충전해가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각자의 걸음 수를 확인한다. 모두가 만보이상을 걸었나보다. 그만큼 이곳은 걸음걸음 피곤이 묻어올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럽게 그냥 걸어지는 곳이다. 어차피 이곳까지 와서 숙박을 하게 되었으니 내일의 일정을 위하여 숙소로 향했다. 그리고 유등 빛으로 물든 몸과 마음은 여러 날 유등의 추억을 붙잡고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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