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명확한 진술 유죄인정 증거안된다

[둘리]

사건제목	[고등법원판결]불명확한 진술 유죄인정 증거안된다
분　　류	하급법원
판례제목	정치자금에관한법률위반
사건번호	서울고등법원 제5형사부 2004노2861
선 고 일	2005-06-21

돈상자 전달 전의 경위에 관해 많은 부분 진술의 일관성이 없고 돈상자를 전달한 날짜를 특정하지 못한 점 등을 감안하면 피고인에게 전달하라는 정치자금을 전달하지 않고 ‘배달사고’를 내고서 자신의 횡령죄를 가볍게 하기 위한 진술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배제하기 어려운 만큼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할 증거가 못된다

【당 사 자】
피고인 이인제
항소인 피고인
【원 심 판 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04. 10. 21. 선고 2004고합699 판결
【판 결 선 고】
2005. 6. 21.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 피고인은 A를 통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한나라당이 제공하는 2억 5천만원을 받은 일이 없음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였다.

나. 증거 채택 과정의 형사소송법 위반 : 원심이 채택하여 유죄의 증거로 한 것 중, B, C의 각 검찰 진술조서, D에 대한 진술조서 등본과 일부 수사보고들은 변호인들이 증거로 하는 것에 동의한 바가 없고, 원진술자나 작성자가 그 진술 사실이나 작성 사실을 법정에서 진술한 바가 없다. 그러함에도 원심이 이를 증거로 하여 유죄의 사실 인정을 한 것에는 증거 채택에 관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형사소송법 위반이 있다.

다. 정치자금에 관한 법리오해 : 한나라당이 피고인에게 이 사건 자금을 교부하려고 한 것은 이회창 대통령선거 한나라당 후보 지원유세를 위한 대가이므로, 그 자금은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230조에 정한 ‘매수죄’의 수단, 이른바 매수자금이고, 이와 성격이 전혀 다른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에서 말하는 정치자금이 될 수 없다. 그러함에도 원심이 이 자금을 정치자금이라고 본 것은 정치자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2.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에 각 당선되고 노동부장관, 경기도지사 등을 역임한 다음, 1997년 제15대 대통령 선거 때 신한국당 대통령선거후보 경선에 출마하였다가 같은 해 12월 무렵 국민신당을 창당하여 같은 당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였으나 낙선한 후,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새천년민주당 소속)에 당선되어 의정활동을 하던 중, 2002년 4.월 제16대 대통령 선거를 위한 새천년민주당(이하 ‘민주당’이라고만 한다)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에 출마하였다가 경선 과정에서 포기하고, 같은 해 11월 말 무렵부터 민주당을 탈당할 움직임을 보이던 중,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정치특보인 전 안기부 2차장 이병기로부터 ‘민주당을 탈당하면 한나라당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어서 피고인의 공보특보인 A로부터 ‘민주당을 탈당하고 한나라당에 입당하라’는 이병기의 권유를 전달받았으나 이를 거절하고, 같은 해 12월 1일 민주당을 탈당한 후 이회창 후보에 대한 지지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같은 달 3일 자유민주연합(이하 ‘자민련’이라 한다)에 총재권한대행으로 입당하였다.

한나라당 선거대책본부장 김영일과 위 이병기가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보를 보면서 정치자금을 피고인에게 제공하여 이회창 후보 지원유세를 유도하기로 결정하고, 이병기가 같은 달 초순 오후 시각을 알 수 없는 때에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F 호텔 지하 2층 커피숍에서 A에게 ‘돈을 마련하여 이인제 의원에게 줄테니 이회창 후보 지원유세 하는데 사용하여 달라’고 부탁하고, 그 후 며칠 지나 이병기가 F 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A에게 ‘당에서 준비한 돈인데 이인제 의원에게 전달하여 주라’고 하면서 한나라당에서 기업들로부터 모금한 대선자금 중 현금 5억 원을 2억 5,000만원씩 2개의 상자에 담아 전달하였다.

A는 같은 달 초순 06:40 무렵 서울 자곡동 교수마을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위와 같이 이병기로부터 받은 5억 원 중 현금 2억 5,000만원이 든 상자 1개를 피고인의 처인 E에게 ‘이병기 선배님이 고문님(피고인을 지칭)이 돌아다니시면서 필요할 때 쓰시라고 보내왔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전달하고, 피고인은 그 무렵 E로부터 이를 건네받음으로써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 2억 5,000만원을 수수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A의 원심 법정과 검찰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보아, 원심 판결에 든 증거들로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이 법원의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이 A를 통하여 한나라당이 제공하는 5억 원의 자금 중 2억 5천만원이 든 상자 1개를 전달받았다는 점을 직접 뒷받침하는 증거는 A의 원심과 당심 법정 진술과 검찰 진술이고, 원심이 든 나머지 증거들은 모두 위 돈 전달 과정 등에 관한 A의 진술 내용을 시연한 검증조서, 이병기 등 관련자들의 진술 내지 진술조서, 진술조서 등본, 사실조회, 문서제출명령 회신, 수사보고 등으로서 위 A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간접 증거들이다.
아래에서 A 진술의 상세한 내용과 신빙성 여부에 관하여 살펴 보기로 한다.

-(중략)-

(1) A 진술의 신빙성 여부

(가) 이병기 진술과 상응하는지 여부

A의 위와 같은 진술 가운데 돈 전달 전의 경위에 관하여 그 진술이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는, A와 만나 피고인에게 이회창 후보 지원유세를 부탁하면서 돈을 주었다고 하는 이병기의 진술이 A의 진술과 일치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그런데 이병기의 원심과 당심 법정에서 한 진술에 따르면, 이병기는 2002년 11월 말 무렵 피고인이 민주당을 탈당할 움직임을 보일 무렵 A를 만났다고 하여, 그 부분 A가 진술하는 1차 만남 경위와 일치하나, 그 만남 때 A에게 피고인의 한나라당 입당 권유를 한 적은 없다고 하고 있고, 그 이유는 A가 피고인에게 한나라당 입당 여부를 전해줄 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고, A를 만난 이유는 단지 선거 기획에 참고하기 위하여 피고인의 동향을 파악하고 A가 피고인과 만나는 자리를 주선해 주었으면 하는 차원이었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이병기는, 위와 같은 만남 주선이 성사되어 피고인이 민주당을 탈당하기 전인 2002년 11월 27일 무렵(또는 2002. 12. 1. 피고인이 민주당을 탈당하기 3~4일 전) F 호텔 23층 호라이즌 클럽에서 피고인을 만나 피고인의 한나라당 입당 가능성을 탐색해보았고, 그 자리를 마치고 방을 나오는데 빠 같은 곳에서 A가 대기하고 있어, 그 자리에서 A를 만났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이 A를 두 번째로 만난 후에는 A와 몇 차례 통화를 주고 받았을 뿐이고, 전화 5억 원이 든 상자를 싣고 F 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A에게 돈을 전달하기 전까지 따로 A를 만난 적이 없고, A의 진술과 달리, 피고인이 자민련에 입당한 후 A와 2차 만남을 가져 A에게 돈을 줄 테니 피고인에게 지원유세를 부탁하라고 하였다거나, 2차 만남 이후 3차 만남 돈 전달 시점 사이에 따로 피고인을 만난 적이 없다고 하고 있다. 그리고 피고인에게 돈을 전달하기로 한 계기가 된 것도 먼저 한나라당측에서 A에게 지원유세를 위한 돈을 주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A로부터 한번 전화가 와서는 A가 ‘(피고인이) 내일부터 지원유세를 하시겠답니다’고 하기에 김영일 총장과 협의하여 피고인에게 협조를 해 주기로 결정하고, 5억 원을 마련하여 A에게 전달하게 된 것이었고, 그 돈을 전달하는 자리(A가 주장하는 3차 만남)에서도 A에게 이회창 후보가 당선되면 공천을 주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하고 있다.

(나) 돈 상자 전달 일시의 불특정

A는 돈 상자를 이병기로부터 전달받고 피고인에게 전달한 시점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즉, 자신이 이병기와 2차 만남을 한 때, 즉 피고인이 2002. 12. 3. 자민련에 입당한 직후부터 약 4~5일이 지난 후 3차 만남을 가지면서 이병기로부터 돈 상자를 전달받았고, 그 받은 날 다음날 낮에 돈 상자 중 1개를 뜯어 그 안에 들어 있는 현금을 확인하고 고민을 하면서 그날 밤을 샌 후 새벽에 피고인의 집에 가 돈 상자를 전달하였다고 하고 있다. 한편 A 진술이나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회신결과를 볼 때 2002. 12. 10.에 A가 상자에 있던 돈을 꺼내어 대출금을 갚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리고 A가 피고인을 만나 피고인으로부터 돈 상자 전달 사실을 고개 끄덕임으로 확인하였다는 날은 돈 상자를 피고인의 집에 전달한 후 약 2일이 지났다는 것이 A 진술이다.
이에 따라 날짜를 세어 보면, A가 이병기로부터 돈 상자를 받은 날은 피고인이 자민련에 입당한 후 4~5일이 지난 2002. 12. 7. 내지 8일이 되고, 피고인의 집에 돈 상자를 전달한 날은 그때부터 2일이 지난 2002. 12. 9. 내지 10일이 되며, A가 피고인으로부터 돈 전달 사실을 확인받은 날은 2002. 12. 11. 내지 12일이 된다. 그렇다면 A는 피고인으로부터 위와 같이 돈 전달 사실을 확인받기 전에 다른 돈 상자에서 돈을 꺼내어 대출금을 갚았다는 것이 된다. 그러나 A가 피고인의 참모라는 관계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으로부터 돈 전달 사실을 확인받기 전에, 피고인이 그 돈을 받고 그 돈을 다시 돌려주라는 지시가 있어 이병기로부터 받은 돈 모두를 다시 반환하여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이 보관하고 있는 상자에 있는 돈을 임의로 쓰기 시작하였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리고 A가 날짜를 잘못 헤아려 위와 같은 진술을 하였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 전달 과정에 관한 A 진술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대출금을 상환한 날이 분명한 2002. 12. 10.에서 불과 며칠 전후에 피고인의 집에 돈을 전달하였다고 보여지고, 지금으로부터 시간이 불과 2년 가량 이전의 시점으로서 큰 죄책감을 가지고 떳떳하지 못한 거액의 돈 상자 일부만을 피고인에게 전달한다는 아주 특별하고, 따라서 기억 속에 인상 깊게 각인되었을 행동을 하면서 그 날짜를 제대로 특정하여 진술하지 못하는 것 역시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다.

(다) 차명계좌를 밝히지 않고 있는 점에 관하여

(라) 이 사건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 9,600만원이 입금된 계좌를 뒤늦게 밝힌 점과 그 자금 출처의 신빙성 (생략)
원심과 당심 법원은 2004년 8월부터 2005년 1월까지 피고인의 변호인이 A와 그 처 D가 회원으로 가입한 골프장의 입회금 자금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신청한 사실조회와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을 채택하여

-(중략)-

사실조회와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을 순서대로 해 나갔고, 그 최종 회신이 당심 3회 공판 기일이 지난 2005. 1. 13. 도착한 결과, A가 2002. 12. 16. X은행 압구정현대한양지점(이하 줄여서 ‘압구정지점’이라고만 한다)에 저축예금 계좌를 개설하고 그 계좌에 현금 9,700만원을 입금하였고, 2003. 1. 28. 그 계좌에서 7,000만원을 인출한 후, Y은행 강남지점에 가서 자신의 운전기사인 H의 이름으로 개인 엠엠디에이(MMDA) 계좌를 개설하고 위와 같이 X은행에서 인출한 7,000만원과 다른 돈 800만원을 합하여 7,800만원을 입금한 사실, A는 다음날인 2003. 1. 29. Z은행 이천지점에 아버지인 K의 이름으로 예금계좌(637-02-115370)를 개설하고, 2003. 2. 3.에 위 Y은행 계좌에서 4,000만원을 인출한 후, 위 Z은행 이천지점의 K 명의 계좌에 그와 같이 인출한 4,000만원을 무통장 입금하였고, 다시 2003. 7. 23.에 위 Y은행 강남지점의 H 명의 계좌에서 남은 3,800만원과 그 동안 생긴 이자를 합한 3,841만원을 인출하여 위 Z은행 이천지점의 K 명의 계좌에 입금하였으며, 그와 같이 입금된 K의 계좌에서 2003. 8. 14. 2,600만원을 인출하여 자신과 처 D가 회원으로 가입한 골프장의 입회금 중 계약금으로 사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A는 이와 같은 사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중략)- 라고 진술하였다.

이와 같은 A 진술의 추이를 살펴보면, A의 진술은 처음 K의 Z은행 이천지점 계좌 거래내역이 밝혀지고 그 내역에 대한 구체적 검토가 있기 전에는, 검사와 변호인의 신문에 골프장 회원권 계약금은 아버지의 계좌에서 나온, 아버지의 돈이라고 진술하였다가, 거래내역이 밝혀지고 그 계좌에 있던 돈이 A 자신과 H 명의로 입금된 돈이라고 밝혀지자, 아버지의 계좌에 있는 자신의 돈이라고 진술을 바꾸었고, 그와 같은 두가지 진술이 있게 된 것은, 먼저 한 진술은 아버지의 계좌에 있던 돈이라 아버지의 돈이라는 취지였다고 변명하는바, 이는 그 계좌 거래 내역 분석 전후에 따라 말이 바뀐 것으로 보이고, A의 위와 같은 변명은 쉽게 믿기지 않는다.
그리고 Z은행 이천지점의 K 계좌 거래내역을 보고 검사가 2004. 10. 7.에 물은 데에 대하여, A가 그 거래내역 중 A 이름으로 입금된 4,000만원의 출처를 자신의 돈과 L로부터 받은 돈을 합한 것이라고 하였다가, L 자금의 흐름이 대략 밝혀지고, 그 4,000만원이 다른 돈과 마찬가지로 H의 Y은행 강남지점 계좌에서 나온 돈이라고 밝혀지자 그 이후 증인 신문에서는 그 돈 4,000만원은 저의 계좌에서 운전기사 H의 통장으로 옮겨놓았다는 취지를 저의 돈이라고 표현한 것이었다고 하였는바, 그 진술 취지가 바뀐 것 역시 쉽게 믿기 어렵다.

그리고 A는 위와 같은 진술을 한 후 처음으로 당심 법정에서 X은행 압구정지점의 9,700만원 계좌 개설 사실을 밝히기 시작하였는데, 앞서 본 진술 변경 과정을 볼 때, 이와 같이 2002. 12. 16. 9,700만원의 X은행 계좌가 개설되었고 그 자금이 장인으로부터 받은 돈이라는 진술은, 종전 대출금 상환 자금 중 1억 원의 출처를, 밝힐 수 없는 자신의 차명계좌라고 수사 처음 때부터 주장해 왔던 상황에서, 골프장 계약금의 출처를 밝히는 과정에서 그 무렵 그에게 또 다른 거액의 돈이 있었음이 밝혀지고 조금씩 위 X은행 압구정지점 계좌의 실체가 드러나자 마지못해 자금의 출처를 밝힌 것이라고 보여져, 그 자금 출처에 관하여 신빙성을 의심하게 한다.

그리고 이 9,600만원을 A가 장인으로부터 받은 과정에 관하여, A가 2005. 5. 10. 당심 제6회 공판기일에서 한 진술, M이 2005. 5. 24. 당심 제7회 공판기일에서 한 진술과 역시 M이 2005. 2. 14. 검찰에서 한 진술 요지는, A가 2002. 12. 13. 처가에 와 대출금을 다 갚았다고 하자, 이 말을 들은 장인 N이 처(A의 장모)인 M에게 시켜 집 안에 있는 돈을 모두 가져오라고 하였고, 그리하여 M이 집 안 금고, 장롱, 침대 밑, 서랍장 등에 있던 현금을 모두 꺼내어 모았더니 9,600만원이 되어 그 돈을 담아 A에게 주었고, 그 돈을 주면서 N은 A에게 아들 과외비에 보태라고 하였다는 것인바, 이러한 진술은, 그 신빙성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보여진다.(중략)

(2) 소결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① 이병기와 A 사이에 돈 상자 전달 전의 경위에 관하여 많은 부분 진술의 차이가 있고, ② A가 피고인의 집에 가서 돈 상자를 전달한 날짜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고, 그 진술로 추측할 수 있는 날짜가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날짜와 선후 관계를 밝히기 어려우며, ③ A가 2억 5천만원 외의 대출금 상환의 추가 자금의 출처라고 하는 차명계좌를 밝히지 않고 있는 점, ④ 공판 과정에서 뒤늦게 밝혀진 9,600만원의 출처에 관한 진술의 신빙성에 의심이 가고, 금융정보제공명령 회신결과에 따라 이루어지는 A 진술의 변화 과정 역시 9,600만원을 숨기려 하였던 A의 의도가 의심스러운 점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에다가 ① A가 피고인의 집에 돈을 전달한 후 약 2일이 지나 F 호텔 23층 클럽 방(룸)에서 피고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후 자리를 뜨는 순간에 피고인에게 돈을 전달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하였다는 진술에 관하여, 위 클럽의 방(룸)을 사용하였다면 홀(라운지)에 있는 좌석의 경우와 달리, 예약 여부나 사용대금 지급 여부, 식사 여부 등과 관계 없이 반드시 예약 장부에 기재를 한다는 것인데, A가 피고인의 집에 가서 돈 상자를 전달한 후 약 2일이 지났을 시기가 포함된 2002. 12. 8. 이후 2002년 12월 말까지 기간 중에는 한번도 룸을 사용하였다는 예약 장부 기록이 없어, 그 기간 중 피고인이 위 클럽 방(룸)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의 당심 증인 G의 진술, ② A의 진술대로 실제로 큰 죄책감을 가지고 피고인의 집에 가서 돈을 전달하였다면, 그 때 운전을 하여 피고인의 집에 와 주차한 장소를 잘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다고 보이는데, 그 주차 장소를 처음 검찰 진술에서는 집 옆 공터라고 하였다가 검찰 현장검증 때부터 대문 앞에 주차하였다고 진술을 바꾼 점, ③ 자신의 집에 이틀 동안 침실에 있는 의자 아래에 상당한 부피의 돈 상자를 두었음에도 A의 처인 D가 정말 그 상자를 보지 못하였는지 등에 관하여 증인으로 진술을 듣기 위하여 원심과 당심이 채택한 D의 증인 신문에 대하여 D가 원심과 당심에서 소환장을 받고서도 납득할만한 이유 없이 핸드폰을 꺼 놓고 연락을 끊는 등 진술을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는 점, ④ 이 사건 수사가 개시되어 2004. 2. 18. 이병기가 검찰에 가 진술을 하기 약 1주일 전 무렵과 진술하던 날까지 사이에, 이병기가 A와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피고인에게 돈을 제공한 사실에 대하여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A에게 이야기하였을 때, A는 돈을 받은 피고인에게 그러한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A가 자신이 모시고 있던 피고인에게 전달하라는 정치자금을 전달하지 않고 써버리는 이른바 ‘배달사고’를 내고서, 자신의 횡령죄의 내용을 가볍게 하기 위하여 허위 진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A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고,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그 범행을 하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증거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러함에도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다.

3. 결론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나머지 항소 이유에 관하여 판단할 필요 없이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음과 같이 다시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위 공소사실은 제2의 다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재판장 판사 이 홍 권
판사 최 은 배
판사 김 경 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