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반석 겨우살이]
2022. 11. 08. 글 /지 운
묵은 수석인이라면 양석(養石)의 즐거움을 알고 있다.
탐석, 좌대, 연출, 양석...
대충 이렇게 애석사락(愛石四樂)을 읊어보지만, 그 중 양석의 즐거움은 경험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수석사랑의 정수이다.
우리들은 돌을 사랑하여 무작정 끌어모으기만 할 뿐,
수집한 돌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마땅한지 그 처리 방법을 잘 모르고 있다.
돌은 자연으로부터 선택되어 우리들 곁으로 잠시 살러 왔다.
혹 시집온 색시들도 있을 것이고, 장가든 총각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늘 친정인 자연을 그리면서 시집살이를 하고 있다.
수 백, 수 천년 동안 자연 속에서 뒹굴던 돌들이 우리들 아파트 실내에 갇히어 시집살이를 하고 있는 것이니, 강렬한 태양, 은근한 달빛 별빛, 풍마우세, 전석수마의 소시적 추억들로 늘 향수에 젖어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런 돌들을 내 가까이 두면서도 최대한 자연 환경과 유사한 바깥 환경에 내놓아 향수를 달래고, 시집살이에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수석미학의 관점으로 볼 때는 자연석 돌을 인간의 손길로 다독거려서 수석으로 승화시키는 순화의 과정이 바로 양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뉴질랜드 출신인 사위는 나의 애석생활을 잘 이해하고 약간의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다.
그에게 양석에 대한 설명을 하고 양석을 영어로는 뭐라고 해야 좋겠는가 물었더니,
그는 weathering(be weathered ; 비바람과 햇볕에 풍화되고 바래지다) 이란 멋진 표현을 했다. 자연 조건에 내맡긴다는 뜻인데, 참으로 양석과 어울리는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양석의 모범 사례로 부산 망미동의 고 소암 윤기준, 부산 대신동 꽃마을 구산 장동균 선생의 자택 햇볕 양석장을 롤 모델로 삼고 있다.
그런 분들처럼 그렇게 방대하지도 않은 그저 몇 점의 수반석과 약간의 몽돌 무더기가 내 양석장의 전부이다. 그 돌들 중 일부는 다시 고향으로 되돌려 주고 싶지만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이 온통 하얕게 변해도
계절의 변화는 어김이 없어 어느새 겨울의 초입 입동(立冬)에 들어섰다.
변두리 시골마을인 이곳은 밤 기온이 영하 5~6 까지 떨어져서 강아지 물그릇이 꽝꽝 얼어서 매일 아침 새물로 갈아줘야 한다.
김장도 해야 하고, 정원수 월동준비도 해야 하지만, 돌꾼에게는 그저 양석장 수반석들의 겨우살이에 더 신경이 쓰인다.
사실 돌 보다는 수반이 더 추위에 취약하여 혹한에 얼어터지는 일이 더러 있다.
올 해는 그런 일에 대비하여 미리 월동채비를 서두르기로 했다.
뜨락 죽담에 수반째 펼쳐놓았던 돌 몇 점, 먼지와 모래를 털고 닦아서 잠시 잔디밭에 옮겨놓아 햇볕을 쬐고 사진을 찍으면서 석명도 짓고 돌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 다음, 블럭으로 대와 단을 쌓아 대충 2단의 겨울 양석장을 꾸미고, 새 천막으로 덮어서 기후 조건에 따라 앞쪽을 열고 닫을 수 있도록 했다. 올 겨울에는 수반이 얼어터지는 일이 없으리라.
양석에는 크게 실내 양석과 실외 양석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좌대석의 경우 목제 좌대는 실외에 두면 쉽게 썩음으로 실내에 둘 수밖에 없는데, 실내에 가까이 두고 어루만지면서 손때를 올리거나, 바닷돌의 경우 가끔 식물성 기름으로 표면을 문질러 보습과 윤택미를 발현시킨다.
수반석의 경우에는 실외 양석이 끝난 돌을 실내에 연출 보관하는데, 절대로 기름을 바르거나 만져서 손때를 묻히거나 하는 행위를 금한다. 한 점씩 꺼내어 정갈하게 연출해놓고 스프레이로 물을 뿌려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우후청산의 신선함을 바라보고 또 물이 말라가면서 서서히 변하는 돌갗의 표정을 더듬어 산천경개의 계절변화를 확대연상하면서 즐기는 것이 최상의 즐거움이라고 하겠다.
실외 양석의 효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햇볕에 노출시켜 눈비 맞히고 혹한과 혹서기를 거치면서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다 보면 조금씩 피부가 가칠해지면서 색감이 짙어진다. 검게 변한다기 보다는 짙은 회흑색 정도의 느낌이고 날이 갈수록 차분한 돌갗이 피어난다.
양석의 효과는 최소 5년, 길게는 10년 경과로 실감할 수 있다.
실외의 정원석이나 돌무더기에는 호스 물줄기로 물을 뿌리는 것이 일반적이나,
수반연출석은 손스프레이를 이용하여 물을 분사하면서 감상과 관리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돌은 여자와 같다.
마치 내 아내, 내 자식을 다독이고 돌보듯이 정성껏 가꾸다보면 정감이 가고 무언의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
천지만물이 저마다의 존재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자연의 정수인 돌에도 생명이 깃들어 있음으로 목숨 수 자를 붙여 수석(壽石)이라고 하지 않는가.
어제는 종일 양석장 정리하느라 피곤하여 일찍 자리에 누웠는데, 덕분에 새벽에 기침하여 이 글을 적어 기록으로 남긴다. (종일농석)
*<종일농석> ; 고 한기택 박사의 자필액자 글씨에서 빌려옴.
첫댓글 돌에대한 열정이 대단하십니다
수석을 사랑하고 아끼시는 참 수석인이십니다
양석
마당이있는집에서
양석의기쁨도 누리지요
탐석
양석
좌대
수반석출
이런과정을 거치고
전시장에 출품을 해야지요
그게 연륜이지요
세월감
고태미가
수석의진정한
맛이고멋이지요
된장뚝배기의 맛깔이
생각납니다
돌도 오래되면 될수록
죽마고우가 되지요
감사합니다
강아지 물그릇이 꽁꽁 언다니 완전히 자연의 바깥 기온이네요. 강아지 키우기에 정성이 더 가시겠습니다.
수반석의 자연 양석에도 꼼꼼이 신경 쓰시니 대단한 수석 애정이십니다. 도심 아파트 촌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환경이지요. 돌도 주인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 애정을 쏟느냐에 따라 양석의 상태도 확연히
다르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전원에서의 아름다운 수석 취미 생활 감명깊게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잘 지내시지요?
이제 전원생활이 몸에 익으셨겠습니다.
모범적인 수석생활 잘 배웁니다만 아파트에서는 야외양석이 참 어렵네요.
오랜만입니다.
잡지 외에는 일체 두문불출하고 있었는데
장활유 석우와 인연으로 여기를 기웃거립니다.
실내에서도 세월감이 입혀진다고 합니다만
실외 강한 햇볕양석과는 조금 다르겠지요.
햇볕양석이 과도하게 진행되면 돌갗이 검붉게 타는 듯
조금씩 부스러진다고 합니다.
그런 단계로 진행되기 전에 양석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하네요.
아직 그런 경험은 없습니다.
늘 행복하세요.
아파트에 사는 우리네는 베란에 양석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