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마시기 힘들다”라고 와인 초심자가 이야기를 한다면 그 이유 중에 한몫 하는 것이 바로 오픈하기 어렵다는 것일 게다. 일반적인 술이 오프너로 딸 수 있는 크라운캡이나 간편하게 돌려서 따는 스크류캡인 데 비해 유독 와인은 코르크 마개로 꽉 막혀 있어 스크류가 있는 특별한 도구가 아니면 빼내기 힘들다. 그렇다고 코르크 마개를 애물단지 취급하기에는 그 역할이 너무도 중요하다.
코르크 마개의 시작. 왜 코르크일까
코르크는 기원전 3000년부터 고기잡이 그물의 부표로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근세 이후 건축자재와 고급 술의 병마개로 사용되었다. 산업이 발달되면서 그 용도가 급격히 늘어나 방진 보온재로 각광을 받게 되었고, 여전히 고급 술병마개로는 물론 항공, 우주 첨단산업 재료로도 사용된다. 코르크가 와인 병을 막는 재료로서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7세기 프랑스 샹파뉴 지방의 돔 페리뇽(Dom P?ignon) 신부에 의해서다. 17세기 이전에는 나무나 젖은 헝겊, 밀랍 등이 마개로 사용되었다. 이후 코르크는 300년 동안 절대적 입지를 누리며 전성기를 구가해왔다. 그러면 왜 유독 ‘코르크’일까? 다른 나무도 많은데. 병마개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내용물이 외부로 흘러나오지 않도록 밀봉하는 것이다. 따라서 막을 때는 쉽게 삽입될 수 있고, 마실 때는 쉽게 빠질 수 있는 탄력성이 강한 재질이 요구되고, 삽입 후에는 바로 팽창되면서 완벽한 밀봉 상태를 유지하는 재질이 필요하다. 또한 화학적으로 중성이어야 하며, 쉽게 부패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이 까다로운 모든 조건을 만족시킨 것이 바로 코르크다. 코르크 병마개는 와인의 성분에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않으며, 값도 비교적 싸고, 압축하면 쉽게 삽입되며, 바로 팽창하면서 밀봉성을 유지하고, 쉽게 빠진다. 코르크는 여느 나무껍질과는 달리, 특이한 공기주머니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공기주머니 세포가 벌집 모양으로 짜여 있어 매우 가볍고 탄력과 복원력이 뛰어나다. 또한 수억 개의 공기주머니 세포로 이루어진 미세한 세포집이 압축 밀봉 상태에서도 최소한의 산소 공급만을 허용하며 포도주의 숙성을 도와준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그 어떤 재질도 코르크를 완벽히 대체할 만한 특성을 가지지 못했다. 물론 최근에 코르크 합성제나 플라스틱 등 몇 가지 대체 시도가 있으나, 저급 와인에 한정된 시도로 남아 있다.
코르크는 무엇일까
코르크는 굴참나무(코르크 참나무, Quercus Suber)의 껍질로, 온대 지역과 지중해 연안에서 자생하는 다년생 교목이다. 이 나무는 특이하게도 껍질이 상당한 신축성과 탄성을 지니고 있다. 전세계 코르크의 절반가량이 포르투갈에서 생산되며, 특히 그랑크뤼급 고급 와인에 사용되는 코르크 마개는 거의 포르투갈산이다. 사실 코르크 생산은 긴 시간에 걸친 경제성 없는 작업이다. 30년 이상 자라야 비로소 쓸 만한 껍질을 채취할 수 있으며, 한번 벗겨내면 9년 이상을 또 기다려야 한다. 채취된 코르크 껍질은 1년 반 정도 자연 상태에서 천천히 잘 건조시키고, 끓는 물에 넣어 평평하게 편 다음 소독을 한다. 이렇게 준비된 코르크 판은 원하는 마개의 길이에 맞게 밴드 형태로 재단된다. 각 밴드를 펀칭기에 대고 구멍을 뚫는 방식으로 코르크 마개를 생산한다.
코르크 마개의 종류
와인의 품질과 종류가 다른 만큼, 코르크 마개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와인의 종류, 품질, 알코올 도수, 용기의 형태에 따라 각각 사용 재질과 규격이 다르다. 먼저 가장 선호되는 것은 역시 ‘천연 코르크 마개’이다. 그러나 천연 코르크는 그 수량이 제한되어 있고 가격이 높기 때문에, 천연 코르크 중 최고로 질 좋은 부분만 모아서 만든 ‘알텍(AltecTM)’과 같은 개량 코르크 마개나 양 끝단만 천연 코르크를 사용하고 중간 부분은 집적 코르크를 사용한 ‘트윈 톱(Twin Top??)’ 마개도 있다. 모두 재미있는 아이디어 상품이다. 하지만 코르크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부스러기를 이용, 접착제로 붙여서 만든 ‘집적 코르크 마개’는 대개 바로 마실 포도주나 저급 와인 그리고 스파클링 와인 마개의 일부분으로 사용되는데, 코르키(와인 변질)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한편 압력이 있는 스파클링 와인을 위한 코르크 마개는 특별하다. 원래 모양은 일반 마개와 같고 단지 두께만 더 굵을 뿐인데, 중간까지만 병입되고 오픈 시 압력에 의해 아래 부분이 퍼지게 되므로 오픈된 마개는 마치 버섯과 같은 모양을 띤다. 자세히 보면, 상단부의 대부분은 집적 코르크로 되어 있고 하단의 와인과 접촉 부분만 얇은 두 쪽의 천연 코르크 판으로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코냑과 같은 브랜디나 위스키 같은 양주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T자형 코르크 마개(Altop)가 익숙할 것이다. 몸체는 개량 코르크로 되어 있고, 머리는 플라스틱이나 나무로 되어 있다. 한 달을 두고 조금씩 마시는 술이기에 빈번히 여닫을 수 있도록 머리가 달렸으며, 몸체는 고품질의 알텍이라 변질 위험이 적다. 요즘에는 알록달록 무지개 색상의 합성수지 코르크 마개도 출시되었는데, 탱탱한 재질에 완벽한 중성이기 때문에 코르키 문제로 골치를 썩을 염려가 없어 점점 많이 애용되고 있다. 사실 1~2년 사이에 마실 대부분의 와인들은 굳이 코르크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최근 학계의 연구 결과이다. 그러나 아직도 와인 병마개의 최고봉은 코르크! 특히 고급 와인의 보관에는 필수적인 고급 재료이다.
코르크 마개에 대한 몇 가지 상식
코르크 마개는 길수록 좋은가? 코르크 마개가 길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장기 숙성을 요구하는 그랑크뤼급에는 보다 긴 마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와인을 눕혀서 보관하는 것도 바로 이 코르크를 적셔 병의 밀봉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병을 똑바로 세운 채로 2~3개월 이상 두면 코르크가 말라 수축되고, 밀봉성이 약해져서 필요 이상의 공기가 병 속으로 들어가 포도주를 망치게 된다. 식당에서 웨이터나 소믈리에가 와인병에서 딴 코르크를 냅킨이나 코르크 받침대에 받쳐서 와인을 주문한 주빈에게 주는 이유는? 코르크의 건강 상태를 파악해 와인의 상태를 유추해보기 위해서다. 만약 코르크에서 곰팡이나 시큼한 냄새가 난다면, 이것은 와인에 대한 경고의 신호로 시음을 통해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소위 ‘와인이 코르키됐다’라고 말하는 것은 와인의 향이 풀어지고 맛이 분해되어 코르크 냄새와 맛이 나며 마분지와 같은 퍽퍽한 느낌이 나서 포도주의 싱싱한 과일 향을 찾을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코르크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고, 비위생적인 보관 환경에서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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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질 좋은 와인들도 합성수지나 스쿠루 탑을 사용해가는 추세라는 말을 듣고 있던 중에 포루투갈지방을 여행하게 되었는데 정말 걱정이되었읍니다.. 이 농부들 이제 다 '밥 굶게되었다"싶어서... 콜크가 아닌 와인병은 어쩐지 썰렁해요.
이론적으로 보면 코르크보다 합성 수지 제질이 보존성에는 더욱 좋겠죠.old vintage의 와인들의 코르크 상태를 보면..하지만, 우리모두 코르크를 좋아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