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은 지난달 28일 출자전환에 따른 주식 취득으로 STX조선해양 주식 1억6477만7390주를 주당 2500원에
취득했다고 6일 공시했다.
이로써 NH농협은행의 STX조선해양 보유 주식수는 1억7490만6000주(지분율 25.10%)로 늘어나게 됐다.
지난해 상반기 농협은행은 STX조선 출자전환 지분에서 손상차손이 발생해 3000억원이 넘는 비이자손실을 반영했습니다. 올해는 이같은 요인이 사라져 손실 규모가 700억원으로 줄었고 충당금 전입액 역시 302억원 줄었습니다.
STX조선해양이 채권단 품에서 벗어나 새 주인을 맞게 될 전망이다. 2013년 경영 악화로 채권단의 공동관리를 받은 이후 8년 만이다. 후보자는 KHI인베스트먼트‧유암코 컨소시엄(K‧U 컨소시엄)이다. STX조선의 기존 주식을 42대 1 수준으로 감자한 뒤 새로 신주를 발행하면 K‧U 컨소시엄이 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게 될 예정이다. STX조선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와 통화에서 “늦어도 올해 6월까지 관련 작업이 마무리될 것”이라며 “(K‧U 컨소시엄이) STX조선 지분의 40%가량을 보유해 경영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K‧U 컨소시엄이 STX조선에 투자한다고 밝힌 금액은 2500억원이다. 이 가운데 KHI의 투자금액이 500억원, 유암코는 2000억원 수준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KHI가 500억원으로 사실상 STX조선 경영권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유암코가 국내 최대 규모의 부실채권(NPL) 투자회사이지만, 기업 운영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암코는 2009년 신한·국민·하나·기업·우리·농협은행이 출자해 만든 회사다.
STX조선이 ‘헐값’에 넘어가는 상황에 부닥치면서 산업은행과 정부의 혈세 낭비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STX조선을 살리기 위해 투입된 자금은 약 4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 가운데 회수금이 어느 정도인지는 파악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 조선 업황이 살아나고 있어 STX조선의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헐값 매각이 아니라 밑지고 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
세계 4위 조선사의 몰락, 4조5000억원 지원금 허공으로
STX조선은 한때 국내 4대 조선사로 꼽혔을 만큼 ‘잘 나갔던’ 조선사 중 한 곳이다. 2008년엔 수주잔량 기준 세계 4위까지 올랐다. 2010년 매출액은(연결기준) 8조9112억원, 영업이익은 129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STX그룹의 몰락과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 조선 시장이 불황을 겪으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해지자 2013년에는 경영권이 채권단으로 넘어갔다. 2016년에는 법정관리를 받기에 이르렀다. 이듬해 회생절차를 마치고 법정관리에서 벗어났지만, 회사 규모는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2020년 기준 매출액은 2868억원, 영업손실 668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STX조선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채권단이 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금을 쏟아 부었는지 알 수 있다. 자금 차입거래 내역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산업은행 차입금은 2조3357억원이었다. 농협은행은 8203억원, 수출입은행 7065억원, 우리은행 3760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넣은 돈은 각각 1088억원, 980억원으로 모두 합치면 4조4456억원에 달했다.
산업은행은 2015년 말까지 STX조선을 청산하기보다 살리는 게 이익이라며 4500억원의 추가 자금 투입을 결정했다. 그러면서 채권단에 4000억원의 추가지원을 요청했다. 사업구조를 대폭 줄이고 인력과 설비를 감축하는 등 STX조선을 중소형 조선사로 재편하겠다는 밑그림도 내놨다. 하지만 채권단 일부는 산은의 요청을 거절했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채권단에서 빠져나가면서 STX조선 채권단에는 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은행만 남게 됐다. 2020년말 기준 STX조선의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으로 지분의 39.8%를 보유하고 있다. 수출입은행 18.27%, 농협은행 15.32%, 우리은행이 7.42%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지분율= 2020년말 기준
.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해석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들 은행의 지분 구조상 정부의 압력을 벗어나기 어려운 데다, 그동안 쏟아 부은 자금이 너무 많아 매몰 비용으로 치부하고 고개를 돌리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부도가 예상되는 상황에 처하자 금속노조 경남지부와 경남 창원시 진해지역 도의원들은 “STX조선해양에 투입된 공적자금 4조5000억원의 사용내역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운영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것은 8000억원이고 그 외에는 행방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6년 6월, 법원은 STX조선의 회생절차 개시(법정관리) 결정을 내리면서 “채권단의 잘못된 판단으로 4조4000억원의 자금만 소모됐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정치적 이해 때문에 막대한 자금을 공중에 날린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이 사실상 정부 소유 은행이고 이들이 손해를 볼 경우 정부가 메워주는 것을 고려하면 혈세로 돈 잔치를 벌였다는 것이다. 이듬해 7월 STX조선은 약 1년2개월 만에 법정관리에서 벗어났지만, 수주 물량 부족에 시달리며 어려움을 감내해야 했다.
지난해 7월 노조의 파업으로 멈춰 섰다 다시 조업을 재개한 경남 창원시 STX조선 진해조선소 선각공장 전경. [연합뉴스]
조선업황 기지개…KHI 대박, 산업은행 쪽박 우려도
STX조선은 재도약할 수 있을까. 최근 국내 조선사들의 선박 수주 건수가 늘면서 ‘조선업의 봄’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STX조선의 재도약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올해(1~4월) 한국 조선 빅3 업체(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의 선박 수주량도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1월부터 4월까지 3사의 수주금액은 145억1000만 달러(약 16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21억7000만 달러)보다 7배 가량 많다. 다만 명확한 수주 계약이라기보다는 선박 건조에 필요한 도크를 선점하는 계약이어서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STX조선 관계자는 “현재 여러 건의 수주 계약이 진행되는 만큼 향후 실적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회사 차원에서 계약 내용을 일일이 밝히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선박 한 척에 500억~2000억원까지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수익이 늘 것이라는 기대감을 밝힌 것이다.
문제는 STX조선의 매각과 투자금 회수다. K‧U 컨소시엄이 STX조선 최대주주에 오를 예정인 가운데, 세금으로 KHI 좋은 일만 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채권단의 지분이 60% 수준으로 쪼그라들어 회사가 살아나도 회수할 수 있는 자금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최대 피해자는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한 산업은행이 될 전망이다. STX조선에 투입한 자금과 회수한 금액의 정확한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묻는 질문에 산업은행 관계자는 “투자금과 회수금의 정확한 규모를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2500억원이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STX조선을 살릴 만큼 충분한 자금도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추가 자금을 확보하려면 더 많은 주식을 발행하고, 이 중 40%는 K‧U 컨소시엄에, 나머지는 다른 투자자나 채권단에 넘기면서 돈을 받아야 하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STX조선 관계자는 “다양한 방법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미 채권단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전례가 있어 추가 자금을 투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
우리·하나·신한은행 채권단서 철수= 이는 채권단에 속한 우리은행·KEB하나은행·신한은행이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고 채권단에서 빠져나가기로 했기 때문으로 이들 금융기관이 분담 예정이던 금액은 약 500억원이다. 분담금은 채권단 안건으로 올라간 4530억원의 지원액 중에서 지분 비율에 따라 이뤄진다.
다만 이들 세 은행의 채권 지분 비율은 약 10% 수준으로 이들이 빠지더라도 채권단의 가결 요건(75%)은 무난히 넘길 수 있다.
◆산은·수은·농협 지분율 75%= STX조선 채권단에서 산업은행(48%), 수출입은행(21%), 농협(18%) 등 국책·특수은행 등의 지분율만 합쳐도 75%를 넘는다.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세 곳의 은행은 기업의 청산가치에 해당하는 정도만 보상받고 채권단에서 빠져나가게 된다.
◆“추가지원 손실 키운다” 판단= 통상 청산가치는 매우 낮게 책정되기 때문에 세 은행의 손실은 불가피하지만 추가 지원에 나설 경우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2013년 STX조선 공동관리를 시작한 이후 4조원 넘게 지원했지만 재무상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특화 중형조선소로 재기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명용 기자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르면 이날 오후, 늦어도 이달 중 회사에 자율협약 종결을 공식 통보할 전망이다. 이달 19일 공정거래위원회의 투자 거래 승인 직후 KHI-유암코 컨소시엄이 STX조선해양에 2500억원의 투자를 완료한 데 따른 것이다.
케이조선으로 사명을 바꾼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조선소 전경. /케이조선 제공
이번 투자거래종결(딜 클로징)에 따라 KHI-유암코 컨소시엄은 산업은행(39.80%), 수출입은행(18.27%), 농협은행(15.32%), 우리은행(7.42%) 등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을 넘겨받아 STX조선해양의 최대 주주에 오르게 됐다. 사측에 따르면 42대 1 수준의 무상감자 직후 이어진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KHI-유암코 컨소시엄이 보유하게 된 STX조선해양의 지분율은 97%다.
유암코는 은행들이 출자해 설립한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다.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기업·산업은행이 각각 14%, 수출입은행이 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전략적투자자(SI)로 인수에 참여한 KHI인베스트먼트는 김광호 전 모나리자 회장이 설립한 투자회사다. 김 회장은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엘칸토, 모나리자 등 대규모 인수합병을 성사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산업은행은 작년 11월 KHI-유암코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확정하고, 지난 1월 2500억원 투자유치계약을 체결했다.
STX조선해양은 KHI-유암코 컨소시엄을 새 주인으로 맞은 데 따라 사명을 ‘주식회사케이조선’으로 바꾼다. 영문명은 ‘K Shipbuilding’이다. KHI의 앞글자 ‘K’에서 따온 것으로 풀이된다. 코리아(Korea)의 K에서 따왔다는 추측도 있다. 오는 28일 케이조선 현판 제막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남 창원시도 28일을 ‘케이조선 기업의 날’로 지정했다. 다음 달 6일까지 기업 주간을 운영하며 창원광장·진해구 주요 도로와 디지털전광판, 버스정보시스템(BIS) 등을 통해 회사 이름을 알릴 계획이다.
첫댓글 STX조선해양에서 K-조선까지 오게 된 스토리가 흥미진진 하네요!!!^^
지났지만 "케이조선 기업의 날"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