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품에 돌아온 세한도’ 강의를 끝내고(2023.3.9.)
대구문화재지킴이회가 하는 핵심사업 중 하나가 교양강좌라 할 수 있다. 2015년 9월부터 시작했으니 어언 9년째를 맞는다. 지난해까지는 문지회 팀 활동일이 아닌 토요일을 강의 날로 진행했으나 토요일이 휴일인데다 집안 모임 등이 겹치고, 코로나의 영향 등으로 수강인원이 30명 내외여서 코로나 이전의 50명 내외에 비하면 60%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심 끝에 여러분의 의견을 들어 토요일을 피하고 평일로 하며, 어느 요일을 고정하면 이로 말미암아 출석이 어려운 경우가 있을 듯하여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골고루 강의 날을 잡고 시간대는 전처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로 하며, 목요일에 강의가 있으면 목 1.2팀이 우선적으로 수강하도록 안내하고, 오후 팀활동을 대치토록 했다. 1교시는 문화재관련 강좌를 문지회원이 주로 맡고, 꼭 알아두어야 할 건축문화재 관련 동영상 시리즈물을 준비했으며, 2교시는 저명한 강사님을 초빙하여 광범위한 교양을 주제로 한 강의 계획을 수립한 뒤 전회원에게 통지한 후 첫 개강날이 3월 9일, 강사는 본인이 맡았고 강의 주제는 ‘우리 품에 돌아온 세한도’였다. 전날 좌석을 50석으로 배치하며 적어도 이 좌석이 꽉차는 행복한 꿈에 들었다. 목 1.2팀이 모두 온다면 96명이나 되며, 단골로 출석하는 회원까지 생각하면 이 정도 좌석은 부족하다고 생각했었다.
예정대로 10시에 간단한 개강식에 이어 강의를 진행했다. 약 20분 정도의 동영상 ‘세한도’를 간송미술관 실장이기도 한 최완수 미술사학자를 통해 들었다. 본강의에 앞서 맛보기로 선택한 동영상이었고, 권위 있는 분의 한 말씀 한 말씀이 귀에 와닿았다. 잠시 휴식한 뒤 11시부터 준비한 ppt자료를 한 장면씩 넘기면서 국립중앙박물관 이수경 큐레이터가 쓴 글 <세한도-끝나지 않은 감동> 4면과 이를 보완하는 양면 짜리 인쇄물을 번갈아 살펴 가며 강의를 진행했다.
이 정도 자료를 준비하는데 상상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고, 추사 김정희 관련 기사, 동영상 등 검색한 것만도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특히 추사가 세한도를 그리고 그림 왼쪽에 제자 이상적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한문 글귀를 읽어보려고 애를 쓰던 중 어떤 동영상에서 자막으로 한 줄씩 뜨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글로 옮기면서(아래 추사가 쓴 서문) 쾌재를 불렀다, 나의 궁금증도 풀렸고, 수강하시는 분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 어찌 쾌재가 아닐 수 있으랴.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순간이었다. 여태 세한도에 관해 거의 문외한이었기에 수강자들께 실망을 드려서는 안 된다는 일념으로 최선을 다한 준비와 강의라고 생각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더니 맞는 말이구나. 적어도 50석은 꽉 채우려니 하는 기대는 산산이 무너졌다. 겨우 30명뿐이다. 누굴 원만하랴. 부족한 강사 자신의 책임이 가장 크리라. 목요팀은 자기들이 불참해도 다른 팀에서 많이 오리라는 심리, 목요팀이 아닌 분들은 목요팀만 해도 좌석이 꽉 찰 텐데 우리가 양보해야지 하는 생각도 작용했으리라. 어쨌든 시간은 흘러갔다. 문제는 오늘과 같은 현상이 계속된다면 외래 강사님을 모시고 문지회의 체면에 큰 손상이 올 것이란 점이다. 문지회원님들의 분발을 촉구합니다.
이제 강의에 동참하지 못한 회원 및 관심을 두는 <날마다 일상탈출> 블로그 회원님을 위해 오늘 강의를 최대한 요약해 올립니다.
추사 金正喜(1786 정조10∼1856 철종7)는?
경주 김씨, 병조참판 김노겸 아들, 중국 왕래, 34세 문과 급제, 암행어사, 대사성, 형조참판 등 역임, 윤상도 상소문 작성 혐의로 제주도 9년 유배형. 이광사 글씨-붓도 세우지 못한, 이삼만 글씨-동네에서 먹고 살 정도, 유배 중 제자 이상적(문인, 서화가)으로부터 ‘경세문편’ 등 서책 120권 기증받고 세한도를 그려 이상적에게 선물.
세한도는?
이상적은 이 그림을 중국에 갖고 가 문인 16명으로부터 제영(감상문)을 받았다. 세한도는 이상적-제자 김병선-아들 김준학-민영휘(휘문고 설립자)-아들 민규식-후지쓰카 지카시(경성제대 교수)-손재형(삼고초려 끝에 돌려받음. 1945.3.10.)-오세창, 이시영, 정인보로부터 감상글 받음-사채업자 이근태-손세기-아들 손창근-후지스카 지카시의 아들 후지스카 아키나오는 김정희 미공개 자료 2700여점, 200만엔을 기증해 옴(총 기부품 14,000여점)- 손창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 2020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개최, 이미 1974년에 국보로 지정, 당초 크기 가로 69.2cm, 세로 23cm→현재 가로 약15m로 되다.
<상단 우측 김준학이 완당세한도란 큰 글씨를 써넣음. 상단 가운데 추사의 세한도와 그가 쓴 서문. 상단 좌측 이상적이 쓴 답글, 2단과 3단의 글씨는 중국 학자 16명, 우리나라 학자 3명이 쓴 감상문이다.
세한도의 출처: 《논어(論語)》 〈자한(子罕)〉편에 나오는 말이다.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드는 것을 안다.[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也.]"
추사의 필법은 농묵법(먹을 갈아 한나절 정도 지나 수분이 증발한 짙은 먹물) >
<우상단 ' ‘세한도(소나무 두 그루와 잣나무 두 그루 사이에 허름한 집 한 채가 전부)’,그 왼편 '우선시상(藕船是賞, 우선은 이상적의 호, 감상하시게라는 뜻),완당은 추사의 다른 호, 그 밑에 인장은 정희, 우하단 장무상망(長無相忘, 오래 잊지 말자)
추사가 쓴 序文
지난해엔 만학집과 대운산방문고를 보내 주더니, 올해엔 하장령의 경세문편을 보내왔네 그려. 이들은 모두 세상에 늘 있는 게 아니고 천만리 먼 곳에서 여러 해 결려 입수한 것으로 단번에 구할 수 있는 책들이 아님을 아네. 세상 풍조는 권세나 이권있는 자들에게 쏠리는 법인데 자네는 그러지 않고 바다 밖 별 볼 일 없는 늙은)이에게 이 귀한 서적들을 보내 왔구만. 태사공의 말씀 있지 않은가. 권세나 이권 때문에 어울린 이들은 권세나 이권이 사라지면 만나지 않게 된다. 태사공의 말이 틀린 겐가. 자넨 날 애초에 그런 마음으로 대하지 않았던 게야.
공자께서 말씀하셨지. 추운 겨울이 지나서야 소나무 잣나무가 시들지 않고 변치 않음을 알게 된다. 자네가 날 대한 걸 보면 예전이라고 더 잘하지도 않았고, 지금이라고 더 못하지도 않네. 성인의 칭찬을 받을만하지 않은가. 완당 노인이 쓰네.
이상적의 답글
세한도 한 폭을 엎드려 읽으며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리는 것을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어찌 이런 분에 넘치는 칭찬으로 감개가 절절하게 하셨습니까? 아! 제가 어떤 사람이기에 권세나 잇속을 버리고 초연히 속세를 벗어 나겠습니까. 다만 보잘것없으나 제 마음이 스스로 그만둘 수 없어서 그런 것입니다. 더욱이 이런 책은 정치판 고관들에게는 어울리지도 않지요. 결국 이런 책은 청량 세계에 있는 사람에게 돌아가게 마련입니다. 이번에 이 그림을 갖고 연경에 들어가 친구 학자들에게 보인 다음 제영(감상문)을 부탁할까 합니다.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그림을 구경한 사람들이 제가 정말 권세와 이권을 벗어난 초연한 사람으로 볼까 부끄러울 뿐입니다.
<추사가 귀양길에 대흥사에 들렀는데 "대웅보전"이란 이광사의 글씨를 보고 붓도 세우지 못한 글씨라 혹평하며 떼어낸 뒤 아래 자기가 쓴 "무량수각"이란 현판으로 바꿔 달라고 했는데 9년 후 귀양이 풀려 다시 대흥사에 들러서는 이광사의 현판을 다시 달아라고 했다는 말이 전해오는데 너무나 유명하다>
<차를 마시며 선정에 들다>
<죽음 3일전 71세 때 서울 강남 봉은사에 머물 무렵 '써준 현판인데 지금도 결려 있다>
우리가 이 한편의 문인화를 통해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며, 인간관계에서는 아무리 스승과 제자라 해도 주고받는 게 있었다는 점, 수많은 사람의 손을 거쳤지만, 문화재로서 훼손되지 않았고 감상글이 이어지면서 그 가치가 더 올라갔으며, 일본인 후지스카 지카시와 그의 아들 후지스카 아키나오를 통해 국경을 넘는 문화재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일본인들이 무조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점 등 여려 교훈을 안겨 주었다. 추사가 아니었다면 북한산 신라 진흥왕 순수비도 판독해 내지 못했을 테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가 평생 사용한 벼루가 10개, 붓이 1,000자루가 넘었다니 이러고서야 비로소 전문가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쉽게 돈 벌고, 힘들이지 않고 출세하려는 못된 풍토를 통렬히 반성해야 하지 않겠는
[출처] ‘우리 품에 돌아온 세한도’ 강의를 끝내고(2023.3.9.)|작성자 주윤 jooyun
첫댓글 올 2023년도의 문지회의 새로운 기획상품 <?> 이라고 명명식을 해 볼까요? 종래의 '토요강죄"에서 '교양강좌"로 명칭을 바꿔가면서
새로히 시도해 봤든 ' 목요1팀/목요2팀"을 위한 강의의 시작이였습니다만...기대했든 만큼의 (50석기대) 좌석은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이 명예회장님의 주창: 세한도 자료를 준비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 하셨건만, 참석자의 一員으로 썬, 참 유용한 자료 채집과 강의
내용에 이 명예회장님의 박식함에 스스로 고개가 숙여집디다. 존경스럽습니다. 강사님의 박식함에 참석자의 무식함<?> 종내 죄송
스럽습니다. 이 재료 잘 간직 하셨다가.. 언제 또 한 번 강론 해 주십시요... 명예회장님의 Blog에만 갇혀 두기엔 너무 아까워 제가
또 Capture 해서 울 Cafe방 -교양강좌방에 올려 놓았습니다. 공부합시다요''
이미선 부회장님.
댓글 잘보았습니다.
첫날이라 참석인원이 좀
적어겠지요. 세한도를 강의해주신 이종원명예회장님
너무 수고하셨고 이미선 부회장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