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당근마켓 있는데 왜 오겠어요”...한산한 황학동 주방 거리
중고 주방설비 매입 가능한 주방 거리
창업·폐업 앞둔 자영업자 모이던 곳
창업은 줄고 당근마켓 등 온라인 거래 활발
“한달동안 하나도 못 팔아...업종 전환 고민”
이현승 기자
김가연 기자
입력 2023.08.24 06:00
“곧 가게 접을 겁니다. 월세만 500만원인데 요즘은 하루에 1~2명 올까 말까 해요.”
지난 18일 금요일 오후.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 거리에서 만난 이 씨는 가게 앞 간이 의자에 앉아 찜통더위를 식히려 연신 부채질을 했다. 황학동 주방 거리는 폐업하는 가게에서 저렴하게 들여온 중고 주방 설비를 싼값에 판매하는 곳이다. 폐업하거나 창업을 준비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모여든다. 이 씨는 20년 전만 해도 수백평 규모의 가게에 35명을 두고 일했지만 이제는 50평 매장에 직원은 8명뿐이다.
18일 오후 3시쯤 황학동 주방거리는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니다./김가연 기자
18일 오후 3시쯤 황학동 주방거리는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니다./김가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로 폐업과 창업이 동시에 줄면서 황학동 주방 거리가 조용해졌다. 2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음식업 폐업자는 2022년 13만6168명으로 전년 대비 6.3% 증가했으나 창업 기업 수(5985개)는 전년(7427개) 대비 약 19.4% 감소했다.
상인들은 고금리에 고물가, 공공요금 인상이 겹치며 창업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 1차 원인이라고 봤다. 이에 더해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을 통한 온라인 중고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젊은 층의 발길이 끊겼다. 중고 주방 설비 사업을 하는 이 모(65) 씨는 “보러오는 사람들 10명 중 1명이 사갈까 말까 한다”며 “인터넷이나 당근마켓으로 많은 사람이 직접 거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당근마켓의 매출은 499억원으로 전년 대비 94% 증가했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800만명에 달한다. 2015년 설립 초기에 비해 이용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며 거래되는 품목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인천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 중인 최 모(28) 씨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보다 작은 냉장 쇼케이스가 필요해 당근마켓을 이용했다. 최 씨는 “때마침 빨리 처분하고 싶다며 50만원에 싸게 제품을 내놓은 사람이 있었다”며 “멀리 있는 중고 시장에 가는 것보다 핸드폰으로 보는 게 편하고 가격 비교도 쉽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3시쯤 황학동 주방거리의 한 가게 직원들은 새로 들어온 중고 주방 설비를 옮기고 있다./김가연 기자
18일 오후 3시쯤 황학동 주방거리의 한 가게 직원들은 새로 들어온 중고 주방 설비를 옮기고 있다./김가연 기자
작년 말 본격화 된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에 따른 특수는 없다고 한다. 중고 주방 기물 가게를 운영 중인 박모(60) 씨는 “장사를 하다가 업종 변경을 하거나 못 쓰게 된 물건 하나를 채워넣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구매량이 적다”고 덧붙였다. 중고 제조 기계 판매 사업을 하는 정영석(62) 씨는 “한 달 동안 하나도 못 팔았다”며 “월세로 65만원만 계속 나가고 있으니 이제 사업을 접고 다른 시장으로 넘어가 옷 장사를 해볼까 한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중고 거래가 원활하지 않으면 고물상으로 가거나 쓰레기로 버려지는 물건들이 더 많아진다. 중고 식품 기계를 판매하는 김모(64) 씨는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이 없으니 옛날엔 잘 살려서 팔아볼 법한 물건도 돈이 안 돼 그냥 버린다”며 “기계들은 고철이라 그나마 재활용이 되는데 플라스틱이나 도기류는 다 쓰레기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황학동 가구 거리 만한 곳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신촌에서 타코 가게 창업을 준비 중인 최환웅, 장성래 씨는 30도가 넘는 덥고 습한 날씨에도 주방 거리 곳곳을 함께 돌아다니며 한 곳에서는 냉장고를, 다른 곳에서는 제빙기를 구매했다. 최 씨는 “주방 설비가 워낙 크다 보니 트럭을 불러 옮겨야 하는데 인터넷으로는 판매자별로 물건을 구매할 때마다 트럭을 불러야 한다”면서 “시장에서는 여러 가게를 돌며 예약을 걸어놓고 날을 잡아서 한꺼번에 트럭으로 옮길 수 있어 돈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주방 설비 업체를 운영 중인 이씨는 “직접 둘러보고 사는 걸 선호하는 사람들이 찾아온다”며 “인터넷으로 거래했다가 실물과 달라 실망하고 다시 시장을 찾는 손님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현승 기자
이현승 기자
김가연 기자
김가연 기자
김가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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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S
2023.08.24 07:54:34
시대적 흐름이라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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