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람들의 기질을 설명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이 '만만디'일 것이다.
도무지 세상 급한 게 없고 느긋하고 여유만만한 사람들이 중국인이란다.
북경시내에는 전차(우리나라의 버스처럼 생겼는데 차 지붕과 전선이 케이블로 연결되어 있다)가 달리는데 정류장이 따로 있지만 어디서든 손을 들면 태워준단다.
중국인들은 한 여름에 아무리 목이 말라도 일단 물을 끓여 식혀 마신다.
수질이 좋지 않은 탓이라고 하는데 그들의 그런 느긋함은 결국 환경의 산물인가보다.
중국인의 만만디를 말할 때 양자강 상류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가이드에게 들은 얘기)
양자강은 우리나라에도 중국집 이름으로 많이 쓰이고 무협지나 삼국지에도 빠지지 않아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중국의 강이다. 중국에서 가장 긴 강으로 대륙의 중앙부를 횡단하는데 양자강 이남을 강남이라 부른다고 한다. 길이만 해도 5,800km에 이르는데 익히 알고 있는 속담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에서의 장강이 바로 양자강이다.
역시 우리에게 익숙한 지명 사천(사천짜장, 사천요리 때문에 눈에 익기도 하지만 삼국지에서 유비가 세운 나라 촉의 근거지이기도 하다)은 양자강의 상류인데 이 곳 산림에서 벌채한 목재를 뗏목으로 엮어 이 것을 타고 하류까지 흘러 내려오는데 뗏목을 타기 전에 병아리를 몇 마리 사서 싣는단다. 이 병아리들을 키우며 밥 먹고 잠자고 똥싸고 아주 살림을 하며 내려오는데 하류(상해)에 도착하면 병아리들은 그 사이에 알낳고 까서 양계장이 된단다. 닭만 그런 게 아니라 뗏목 임자에게도 그 사이에 아이가 생겨 낳아 키우며 간다는 거다. 상해에서 그 닭과 나무를 팔고 사천으로 걸어 돌아가는데 그 일을 몇 번 거듭하면 한 인생 끝난단다.
가이드 이춘식씨에 의하면
밭에서 일하는 사람 보면 조선족인지 한족인지 알 수 있단다.
밭고랑에 허리 펴고 서서 일하는 건지 쉬는 건지 스을슬 나가는 사람은 한족이고 밭고랑 차고 앉아 호미질 재게 하며 저만치 앞서 가는 사람은 조선족이란다. 재미있고 신기하다. 똑같은 환경에 살면서도 중국 땅에 사는 조선족들 하는 짓은 천상 조선사람이니 말이다.
연장부터 다르단다. 똑같이 호미를 끼워 쓰지만 중국 사람들이 쓰는 연장은 자루가 길고 조선족들이 쓰는 건 자루 짧은(우리가 잘 아는) 호미란다. 그래선지 연변의 연장공장에서는 조선족용과 한족용의 자루 짧고 긴 연장을 반반씩 생산한단다. 아닌게 아니라 그 드넓은 벌판에서 일하려면 굳이 서두를 필요를 못 느낄 것 같다. 오랜 세월을 그런 강산에서 살다보니 기질도 그렇게 굳어지지 않았을까. 그렇게 보면 조선핏줄 타고난 사람들의 기질(빨리빨리)도 필시 우리의 오랜 환경의 산물일 것이다.
어떤 이들은 한국인들이 '빨리빨리' 기질을 조급증으로 표현하며 중국인의 만만디 정신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하기도 한다. 좀 다른 얘기지만 일본인들의 질서의식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배워야 한다고도 한다.
개인이든 민족이든 어떤 존재의 장점은 단점을 수반한다. 어떤 이의 단점은 곧 그의 장점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사려깊다고 하면 장점이지만 꼼꼼하다고 하면 쪼잔하게 느껴진다. 우리의 단점이라고 여겨지는 그 '조급증'을 한국인의 역동성이라고 부러워 하는 일본인들도 있다고 한다.
사람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서민적이고 소탈하다고 할 수도 있는데 세련되지 못하다고 말한다.
거칠은 사람에게 거침없이 말한다고 쓰던 글쟁이가 거침없는 사람에겐 거칠게 말한다고 한다.
글쟁이,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이런 재주를 부리는 데는 선수들이다. 저 선수들이 우리 민족의 '역동성'을 '조급증'으로 비하하지 말고 그것의 긍정적인 면을 그 뛰어난 글재주로 쓴다면
우리의 젊은 세대들은 단점이 되기도 하고 장점이 되기도 하는 그 조급증(또는 역동성)을 발전의 에너지로, 긍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중국인들의 여유와 일본인들의 배려는 배척의 대상이 아니라 보고 배워야 할 것이다. 다만 자기기질을 부정하며 남의 것만 부러워하기보다는 자신의 것을 긍정하면서 배우자는 거다.
자신이 타고난 것을 부정하고 비하하는 자들을 가리켜 우리는 '쓸개 빠진 녀석'이라고 한다.
못배우고 몰라서 그렇다면 이해할 수도 있지만 배울만큼 배운 사람이 그러면 '간도 쓸개도 없는 놈'이란 욕을 들어도 싸지.
만만디 얘기 하다가 옆길로 조금(많이) 빠졌다.
중국인들의 기질과 중국에 사는 조선족에 관한 얘기는 다음에 더 하기로 하고 이만...
첫댓글 저 아래 있었는데 며칠이 지나도록 조회수가 0 이길래 오기가 나서 위로 올렸음. 너무 강요하나? ^^
ㅋㅋ 열심히 올리시는데 이것참.. 잼나게 봤습니다.....
나도 재미있게 읽었슴다.만만디이건 조급증이건 쪼잔대왕이건 때와 장소의 성격에 맞게 갔다 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