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얘기는 한창 제가 미술 입시로 인해 피곤하던 고2때의 이야기입니다. 무섭진않고 신기했던 경험이었어요.
입시하는 학원은 대부분 주말에도 수업을 했는데요, 토요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수업을 하는 터라 토요일엔 항상 학원을 갔다오면 조금이라도 잠을 자다가 저녁을 먹는 게 하루 루틴이 되어있었습니다. 꿈을 거의 꾸지 않고 곧 잘 잠드는 저는 그날도 평범하게 잠에 들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문득 제 모습이 3인칭으로 보였습니다. 마치 가위에 눌린 것 처럼 몸도 움직이지 않았고 자고 있는 제 모습이 보였습니다.
제 방 구조는 이런 식이었는데, 저는 위에 적혀있는 벽 쪽을 향해 자고있었고 그 앞에 흰 원피스?를 입은 여자 아이가 쪼그려 앉아있었습니다. 그 순간 시점은 자고 있던 저의 시점으로 바뀌었고 그 여자아이는 서서히 일어나 제게 다가왔습니다.
이런 식으로 중단발에서 단발 정도 길이의 여자애 였는데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딱히 무섭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습니다. 그림에는 코, 입을 그렸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눈, 코, 입은 선명히 기억나지 않구요. 초등학교 4, 5 학년 정도로 보이던 아이가 제게는 그냥 귀엽게만 보였고, 아이는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 어, 너 나 보이네? 그럼 일어나봐 "
라며 저를 깨우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저는 입시 스트레스 때문인지 정말 피곤했고 무섭다는 생각은 1도 안들어서 싫다며 개피곤하니까 건들지말라고 하며 잠에 다시 들려고 했습니다. 그 순간, 아이는 약간 흥미롭다는 듯이
" 오, 안 일어나네? 음.... 그럼 너네 아빠 불러와야겠다. 그럼 깨겠지? "
라고 말했고 현실로 돌아오는 듯한 감각과 함께 저녁 준비를 하던 아빠가 정말로 저를 깨우러 왔습니다. 그러나, 아직 저녁 준비가 덜 된 것을 알고있었던 저는 저녁 다 되면 깨워달라며 다시 잠들었습니다. 방금 전의 일이 신기하다고 생각하며 좀만 자고 일어나서 저녁 먹을 때 가족들에게 말해줄 생각을 하면서요.
다시 잠에 들었더니 똑같이 그 애가 제 앞에 서있었습니다. 약간 화가 난 듯한 표정이었고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감정이 느껴졌습니다. 그러고는 저에게
" 너 이래도 안 일어난다고? 대단하다 진짜.. 안되겠다. 이번엔 너네 언니 불러와야겠다. "
라고 말했고 또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듯한 감각과 함께 문이 열리며 언니가 저를 깨웠습니다. 그러나 저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일들이 얼떨떨하고 비몽사몽 했기에 또 다시 잠에 들었고ㅋㅋㅋㅋㅋㅋ
그 애는 이번엔 정말로 화난 듯한 표정으로 씩씩대며 제 앞에 서 있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너 진짜 드럽게 안 일어난다. 진짜 안 일어나. 어떻게 이렇게까지 안 일어나지? 진짜 드러워서 내가 진짜. "
라며 순식간에 어디론가 사라졌고 저는 그 애가 사라짐과 동시에 일어났습니다.
일어나서 방밖으로 나가니 때마침 저녁이 다 차려져 안 그래도 이번엔 엄마가 깨우러 갈 거였다고 하더라구요. 그 당시엔 머리 속이 뒤죽박죽이라 가족들에겐 말하지않았지만 하루가 지나고 다시 생각해보니 너무 신기하더라구요.
가끔 친구들이 무서운 얘기를 해달라고 하면 이 얘길 해주긴 하는데, 아직도 전 그냥 신기한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얘는 왜 그렇게까지 절 깨우려고 한 거 였을까요? 또 그 얘의 말 대로 바로 일어났다면 어떻게 됬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