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그야말로 살맛이 난다. 보고 싶던 사람들을 야구장에 가면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현역 때처럼 어렵거나 무서운 선배들은 한 명도 없고 만나면 몽땅 반가운 얼굴들이다. 오히려 중계하면서 ‘설레발’을 잘 쳐달라며 다소 ‘오버’해서 잘해준다.
기아 김성한 감독은 해태 시절 같은 선수였지만 김응용 감독보다 더 무서웠고 어려웠던 사람이다. 그의 말이 곧 법이었고 그가 그렇다면 무조건 그런 거였다. 경기에 지고 나서 감독한테 온갖 욕을 먹는 것보다 그의 ‘야! 이 썩을 놈들아 똑바로 안하냐 잉~’ 이 말 한마디가 더 무서웠다.
실제로 내가 홈런을 치고 들어와서 하이파이브를 할 때 두 손으로 공손하게 했을 정도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해장하셨어요?”라고 물어보기도 하고 “언제 한번 소주 한잔 하시죠”라고 ‘엉까기도’ 한다. 그러다 “그거 좋지. 숙소로 찾아와”라는 빈말이라도 들으면 기분이 째지는 순간이다.
이순철 감독도 현역 시절 말 한 번 못 걸어본 사람이다. 김성한 감독하고 무서움의 쌍벽을 이뤘을 정도. 원래 말이 없는 사람이지만 누가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면 그 자리에서 말로써 ‘살인’(?)을 했었다.
지금도 기억하는 게 있다. 내가 해태로 이적한 첫해, 하루는 나를 부르더니 “어이! 지낼 만하냐? 이따가 나한테 와라” 해서 약속 장소에 나갔더니 “힘들어도 열심히 해라 병훈아 잉!” 딱 한마디만 하고 세 시간 동안 아무 말 없이 술만 먹었던 일이 있다. 그날 긴장해서 죽는 줄 알았다. 이 감독은 나를 격려해 주려고 만든 자리였지만 오히려 ‘고문’당하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어려웠던 선배였는데 이제는 내가 먼저 “선배님, 술 한잔 하시죠?” 하면서 단둘이 술 ‘때리는’ 사이가 됐다.
기아 박철우 코치 얘기를 안할 수가 없다. 박 코치가 해태에서 1루를 봤을 당시 1루에 진루를 하면 항상(?) 술 냄새가 났었다. 특히 낮 경기 때는 자주 박카스 냄새가 진동했다. 그럴 때 내가 “선배님, 술 냄새가 환상적이네요” 하면 “야 이눔아! (까불면) 얼굴에다 춤(침) 뱉어부러. 오늘 내 춤은 완전히 본드여 본드. 눈에 붙으믄 안 떨어져부러. 조심혀 잉!” 하곤 했다. 사람 좋은 박 코치는 때때로 ‘음주 야구’를 했었다. 그러면서 “빨리 수비 끝내고 더그아웃 가서 눈 좀 붙여야 하는디 오메” 하면서 사람을 웃기곤 했다. 지금은 기아의 TNT 타선을 조련하는 타격 코치가 돼 있다.
‘노지심’ 장채근 코치도 음주 야구의 ‘대가’다. 내가 LG 시절 해태가 서울에 오면 장 코치의 음료수를 별도로 준비했었다. 남들은 경기 전에 워밍업을 하고 있을 때 장 코치는 술이 덜 깨서 LG 라커룸 앞에 ‘옷자리’를 깔고 “어이, 병훈아. 짬뽕 한 그릇하고 음료수 좀 한 통 가져오니라. 선배 죽겄다” 하면서 퍼져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음료수를 갖다 주면서 “우리가 주정뱅이들하고 야구를 하네” 하면서 놀려주곤 했다.
물론 다 오래 전 일이다. 지금은 나이도 먹었고 선수들과 씨름하느라 술 먹을 시간도 없단다. 그래도 가끔은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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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싸이월드 클럽에 좀 퍼다날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