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관계를 맺는 말랑한 비법
새로운 관계를 맺는 말랑한 비법
이렇게 한참
서로 떨어져서 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늘 함께일 줄 알았던 가족 간에도
만남을 자제해야 하고
때로는 자식보다 훨씬 더
내 맘을 잘 알아주던 친구들을
못 본 지도 오래입니다
답답하고 어려운 현실이지만
반대로 내게 소중한 사람들
끝내 손 놓지 못할
귀한 관계가 뚜렷하게 드러나며
빛을 발하기도 합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그저
자기밖에 모른다고 걱정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가족을 중히 여기는 쪽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다만 집안 친인척
모두를 아우르는
예전의 커다란 가족이 아니라
우리 가족을 챙기고
소소한 즐거움과 추억을
함께 만들어 가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위기가 닥쳤을 때
힘을 합해 똘똘 뭉치는
우리의 본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눈에 띄는 또 다른 변화는
촌수가 아닌
가까이서 자주 만나는 사람이
더 중요해진 것입니다
일 년에 한두 번
명절이나 집안 경조사에서
얼굴 마주치는 게 고작인
친인척보다는
가까이서 자주 만나
교류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친밀감을 나누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가까이 있는 사람과
새롭게 관계를 맺으려 하는데
영 어렵습니다
나이가 들면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인 경직 때문입니다
사고방식이 몸처럼
딱딱하게 굳는 것입니다
몸이 유연하면 덜 다치는 것처럼
유연한 생각과 마음가짐은
고립을 자초하거나
외로움과 소외감에 시달리는 일을
피하게 해 줍니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관계 맺기를 위해
몇 가지 만이라도 실천하는
유연성을 발휘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우선 만남 자체에 감사하고
소중히 여기면 좋겠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만날 수 없었던 때를
결코 잊지 말고
마음 놓고
만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를 표시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사람에 대한 기대와
사람 사이의 일에 대한 호기심은
우리를 살아 있게 하는 힘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관계 속에서
즐거움과 추억을
만들어 가려는 노력입니다
그것이 꼭 유명 음식점에서
외식을 하고
해외여행을 함께 떠나는
멋져 보이고
거창한 일일 필요는 없습니다
만나면 한 번씩 안아 주기
일주일에 한 번은
먼저 전화해서 칭찬해 주기
조금 힘들고 귀찮아도
가족의 의견을 존중하며
맞춰 주기이면 충분합니다
사실 집안 어른이
이 정도만 실천해도
가족 전체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습니다
다음 세대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의 품과
특유의 냄새
아낌없이 칭찬받았던 기억과
따뜻한 분위기를 떠올리며
추억을 간직하고 나눌 것입니다
꼭 가족 간이 아니더라도
이런 마음을 품는다면
서로의 관계가
훨씬 풍성해질 것입니다
변하고 있는 소통 방식에도
적응해야 합니다
노인성 질환과
인지기능 저하로
더는 집에 머물지 못하고
가족과 떨어져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도
영상통화로 자식들과
안부를 나누는 시대입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과도
실시간으로 소통하는데
귀찮다 어렵다
새삼 이 나이에 뭘…
생각할 시간에
정성껏 배우고 익히면
생활의 편리함과 함께
관계와 소통의 끈이
이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사람을 밀어내지 않고
끌어당기는
어른이 되면 좋겠습니다
30년 동안 노인복지 현장에서
직접 만난 어르신 가운데
반복되는 불평불만과 거절로
자식조차도 옆에 오지 못하게
만드는 분이 있는가 하면
가진 것 넉넉하지 않아도
온화함과 친절함으로
누구든 곁에 편히
머물게 하는 분이 있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곁에 있어 줄 사람도
소중하지만
아무리 나이가 많고
기력이 떨어져도
존재만으로 힘이 되어 주는
그런 어른 그런 부모가 되려면
사람을 밀어내지 말고
품어 안으려고 애써야 합니다
관계의 양보다는
질이 중요해진 비대면 시대에도
관계는 상대적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나를 배려해 주고
먼저 다가오는 사람은
없습니다
특별한 비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니
결국 스스로
먼저 다가가 손 내밀고
진심으로 안부를 묻고
보듬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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