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뜰 / 박용재
-물고기가 길을 묻다
아침에 눈을 뜨니
마당에 웬 물고기 떼들이 가득하다
조것들이 조것들이
왜 이 마당엘 올라와
지느러미 파닥거리며 놀고 있는가
아침 햇살에 빛나는 비늘들이 싱그럽다
내 인생의 뜰엔
풀꽃도 아닌, 잡풀도 아닌, 낙엽도 아닌
우물가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지나는 바람도 아닌
물고기 떼들이 몰려와
길을 물을 때가 있다.
박용재: 1969년 강원 강를 출생
1984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조그만 꿈꾸기> <다뜻한 길 위의 편지> <우리들의 숙제>
<불안하다, 서 있는 것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등
*이른 아침 마당에 물고기들이 가득 놀고 있다는 것은 물론 환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환각은 화자를 초현실주의적 경이나 각성으로 이끌어가지 않고 자신의
인생에 대한 담담한 회한과 성찰로 연결된다. 나는 과연 제대로 살아왔는가.
나는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길을 잃고 엉뚱하게 마당에서 놀고 있는 물고기처럼
나도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 채 서성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
렇게 본다면 물고기가 화자에게 길을 묻는다는 것은 실은 누군가에게 자신이 가
야 할 길을 묻고 싶은 화자의 마음을 역으로 표현한 것일 것이다. 시의 저변에 깔
린 비애의 정서가 읽은 사람의 마음을 오래도록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남진우 (시인,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