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전설-거울 3

[귀신헌터]

".. 찾았다..!"

도서실에서 한참동안 지난 졸업앨범들을 뒤지던 원호와 혜미.

몇반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전부 비슷비슷한 사진들중 아현이라는 이름만 가지고

열심히 찾던 원호는 뭔가 발견한듯 혜미에게 소리쳤다.

약간은 흥분된 목소리로 원호가 가리키는 손가락 끝에는 한 여학생의 사진이 있었다.

그다지 이쁘지도, 그렇다고 못생기지도 않은 그 여학생은 증명사진이 그렇듯

별 감흥없는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귀 밑으로 짧게 커트한 단발머리와 뾰루지

하나 나지 않은 깨끗한 피부가 인상적이었다.

약간은 못마땅한 얼굴로 그 사진을 한참 바라보던 혜미가 입을 열었다.

"이 선배가 아현이라는 그 화장실 귀신이야?"

"응, 아마도 맞을거야.. 선생님들이 그렇게 말씀하셨거든."

"으음....."

원호의 말에 다시 한번 사진을 쳐다보던 혜미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곧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응?"

"이 선배 사진을 찾아서 뭐하려고 그래?"

"어..?"

원호는 순간 당황했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질문이 혜미에게서 나온 것이다.

우물쭈물 하는 원호에게 혜미는 약간 회의적인 태도로 계속 말했다.

"선배 사진 찾아 확인해서 뭘 할거냐구... 직접 찾아가기라도 할거야?"

"그..그건..."

말문이 막힐수 밖에 없었다. 원호는 단지 그 귀신이라는 학생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싶었을뿐. 그 이후의 계획에 대해서는 아무런 구상도 해놓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혜미를 돕고 싶은 마음은 진심이었지만, 자신이 영능력자가 아닌 이상에야

그녀를 도울수 없다는것은 원호 스스로가 제일 잘 알았다.

문제는, 혜미가 원호의 그런 행동을 마치 자신이 느끼는 두려움을 즐기고 있다고 오해

했다는 점이었다. 자긴 무서워 죽겠는데 그런 당사자를 끌고 와서는 귀신의 졸업앨범

사진을 보여주질 않나...

아무리 착한 혜미라도 슬그머니 화가날 만도 했다.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쓸데없는 참견은 하지 말아줘,

아무리 귀신이 나타난다고 해도 너한테 나타나는건 아니잖아."

"아, 아니.. 난 그저.."

"체육복 빌려준건 고맙게 생각해. 내일 다시 돌려줄게."

그말을 끝으로 혜미는 원호의 변명따위는 듣고싶지 않다는 얼굴로 발길을 돌렸다.

원호로서는 망치로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순수하게 돕고싶어한 마음인데 이렇게 오해를 살 줄이야..

자신은 그래도 성심성의껏 도와주려 노력했는데 그렇게 차갑게 대하는 그녀에게

약간 화가 나기도 했다.

원호는 망연자실하게 도서실을 나가는 혜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자신이 빌려준 체육복이 약간 큰지 어깨쪽 소매를 잡아끌며 힘없이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잠깐 화가 난던 것은 흔적도 없어지고 측은한 마음만이 원호를

뒤덮었다.

원호가 교실로 돌아오니 혜미의 자리에는 피묻은 교복 블라우스만이 걸려있을뿐,

혜미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교복에 묻어있는 귀신의 묻힌 피 때문에 자신을 바라보는

친구들의 시선을 감당할수 없어 양호실에 갔으리라 추측은 되지만..

원호는 힘없이 걸어와 자리에 앉았다. 옆자리의 엎드려 자던 동훈이 드르륵 하고 의자끄는

소리에 잠깐 눈을 떴다가 원호인걸 확인하고 다시 고개를 팔짱 낀 손 사이에 파묻었다.

팔자좋게 늘어져 자는 동훈을 바라보며 원호는 다시 뭔가 골똘히 생각했다.

혜미가 한가지 모르는 사실이 있다.

그녀는 자신의 교복에 피가 묻어있었다는 사실이 단순히 놀랍고 끔찍한 일인줄

알고 있을테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심각한 일이다.

귀신이 목표로 찍어 놨다는 소리는 빠른 시일 내에 찾아온다는 뜻이니까.

그 아현이라는 귀신은 선생님들의 대화를 통해 알아본 결과 거울을 이쪽세계와

저승을 연결시키는 매개물로 쓰는것 같았다.

거울이라....

어딜 가도 거울은 마주치게 되는 법이다. 자동차의 백미러, 룸미러, 화장실의 거울, 손거울,

교실 뒤에 붙어있는 거울, 핸드폰에 부착되어 있는 거울, 하다 못해 유리창에 비치는

모습으로도 귀신은 충분히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런 근거 없는 소리를 아무리 해도

혜미가 믿어줄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미친놈 취급을 당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봐야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혼자 한참을 낑낑거리며 고민하던 원호는 결국 답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혜미를 찾아가서 자신이 알고 있는대로 말하는수 밖에.

미친놈 취급 당하더라도 일단 혜미에게 위험을 경고하긴 해야 하니까.

"혜미?혜미는 몸이 안좋다고 아까 조퇴했어."

"........"

화장실에 대한 소문에 겁을 먹은 학생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조퇴를 하는

학생의 수도 덩달아 늘어남에 따라 학교당국에서는 당분간 야간자율학습을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

남학생들은 그야말로 이게 왠 떡이냐 라는 표정으로 환호했고

8교시 보충학습까지 모두 마친 지금,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교를 빠져 나갔다.

원호는 아까 전하지 못했던 말을 지금이라도 말하기 위해 혜미를 찾았지만

이미 조퇴했다는 수영이의 말에 힘이 쫙 빠지는 것을 느꼈다.

되는일 하나 없군.

원호는 속으로 욕설을 내뱉으며 자신도 책가방을 챙기기 위해 자리로 돌아갔다.

내일 학교로 오면 그때 말해주던가.. 아니면 나중에 전화로라도 말을 해야 할것 같았다.

집에 있다고 해서 위험하지 않은건 않으니까.

텅 빈 교실, 원호의 가방 지퍼를 올리는 소리만 울러퍼지는 와중에 수영이가 원호를 불렀다.

"원호야.. 너 혜미 집 알지?"

"어.. 왜?"

가방을 어깨에 걸치며 원호가 돌아보자 수영은 손에 들고 있던것을 내밀었다.

"이거.. 좀 전해주라, 난 혜미랑 집 방향이 반대편이라서.. 넌 가깝잖아."

"음..."

뭔가 싶어 살펴보니 혜미의 피묻은 교복 블라우스였다. 자신의 체육복을 입고 조퇴하는

바람에 자신의 교복은 챙기지 못한것이 분명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걸 빠뜨리고 그냥 가다니..

혀를 끌끌 차며 원호가 대답했다.

"알았어, 내가 갔다줄게."

"응, 고마워."

"아니... 별로.."

"그럼, 나 먼저 간다. 내일 봐."

수영은 원호에게 손을 흔들며 먼저 교실문을 나섰다.

일단은 주번이었기 때문에 원호는 창문이 잠겨있는지 확인 하고 커텐을 쳤다.

대강 책상 줄도 똑바로 맞춘 원호는 형광등을 끄고 나서 마지막으로

교탁 옆에 있는 교실문 자물쇠를 챙기며 혜미의 블라우스를 자신의 가방속에

집어 넣었다. 일단 피가 너무 광범위하게 묻어있어서 손으로 들고가기엔 주위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부담스러웠으니까..

"혜미집이 분명 여기 였지..."

원호가 바라본 곳에는 20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아파트가 있었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서면서 원호는 약간 망설여졌다.

"어...어디였더라..?"

동은 그럭저럭 기억이 나는데 몇호인지는 가물가물 했기에 

원호는 한참동안 주소를 기억하느라 그자리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덕분에 누군가 뒤에서 자신을 향해 말을 걸어오는 것도 느끼지 못했다.

"...야!"

"........"

"야!!"

"어..어?"

깜짝 놀란 원호가 뒤를 돌아보니 혜미가 서있었다.

혜미는 별 황당한 애 다 본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해? 사람이 불러도 대답도 없고..."

"아..아니.. 니네집 주소를 까먹어서..."

원호가 머뭇거리며 겨우 자신의 어리버리한 행동의 원인을 표명하자 혜미의

입가가 킥 하고 올라갔다.

"그것 때문에 그렇게 멍하니 서있었단 말야? 모르면 전화라도 하든가..."

"그..그런가..."

"어쨋든 따라와, 우리집은 저기야."

원호는 먼저 앞장서는 혜미를 보며 순간 뭔가 이상한 점이 느껴졌지만

그게 뭔지 딱히 생각이 나지 않았다. 기분탓인가......

혜미의 뒷모습을 보며 뭔가 이상한데 생각은 안나고.. 뒷머리를 긁적이며

자신이 왜 혜미네 집을 찾아왔는지도 잠깐 망각한채 혜미의 뒤를 따랐다.

통로 안에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어색한 침묵을 견디다 못한

원호가 먼저 말문을 텄다.

"아.. 그런데 혜미 너야말로 여기서 뭐하는거야? 수영이는 아까전에 조퇴했다고 하던데.."

"어.. 병원에 갔다왔어. 몸살기운이 조금 있어서.."

"아....."

자연스럽게 끊어진 대화에 원호가 잠깐 어쩔줄 모르고 있을때

타이밍 좋게 엘리베이터 문은 열렸고 혜미와 원호를 태운 엘리베이터는

17층을 향해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좁은 공간속, 둘만 있다는 사실에 뻘쭘해진 원호가 엘리베이터 옆에 달린 거울만

바라보고 있을때 이번엔 혜미가 먼저 침묵을 깼다.

"왜 우리집을 찾아올 생각을 햇어?"

"어? 아...잠깐만."

그제야 자신의 목적이 기억이 난 원호는 가방을 풀고 그안의 혜미의 피묻은 블라우스를

꺼냈다.

"이거.. 너 조퇴 할때 놔두고 갔더라.."

그렇게 말하며 혜미에게 블라우스를 내밀던 원호는 아까부터 꺼림칙 했던 혜미의

어색한 점을 발견했다.

혜미는 자신의 체육복이 아닌 깨끗하게 다려진 교복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원호는 놀란 목소리로 혜미를 불렀다.

"혜..혜미야.. 너 그 교복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원호에게 혜미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모습에 원호는 완전히 얼어버렸다.

얼굴 전체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그녀는

혜미가 아니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 짧은 단발머리에 뾰루지 하나 나지 않은

... 하지만 그 위로 선명하게 붉디 붉은 피가 흐르는 피부....

지난 졸업앨범에서 보았던 얼굴..

아현이었다.

"으...으아아....."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끼며 원호가 주저앉자 그제껏 원호를

바라보고 있던 아현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고마워... 그 아이의 옷이구나.."

그리고선 거의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원호에게 식칼을 들고 서서히 다가왔다.

원호는 움직이려 했으나 이미 온몸은 가위눌린듯 꼼짝도

하지 않았고

유일하게 움직이는 눈동자 만으로 지금 이 상황을

보고있을수 밖에 없었다.

"히히히히히히..."

아현은 소름끼치게 기분나쁜 웃음소리를 흘리며 식칼을 원호의

얼굴에 가져다 댔다.

군데군데 피가 묻어 칼날이 많이 무뎌진 상태였지만 그런건

신경쓰지 않고 거의 찢다시피 원호의 얼굴에 대고 칼을 밀어 넣었다.

곧 뭔가가 얼굴속으로 스윽 하고들어오는 더러운 기분과 함께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끄아아아악!!"

원호의 비명소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아현은 예의 그 기분나쁜

웃음소리를 날리며 원호의 얼굴에 푹 박힌 식칼을 쥔 손에

서서히 힘을 주기 시작했다.

곧이어 얼굴이 도려져 나가는 듯한 고통과 함께 시야가 피로

벌겋게 물들어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도

원호는 볼수 있었다.

이를 드러내고 즐거운듯 히죽히죽 웃는 아현과 그 뒤로 보이는

.. 숫자 17을 가리키고 있음에도 열리지 않는 엘리베이터의 문을...

-the end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너무 멋대로 글이 흘러가네요

이건 뭐.. 인과 관계도 뚜렷하지 않고..

에이 라증나ㅡㅡ

..

아파트 단지에 살면서 공포감을 느껴본 곳이 있다면

아마도 엘리베이터나.. 놀이터가 아닐까 생각 되네요.

엘리베이터 안내원 이야기, 내가 니 엄마로 보이니? 이야기

20층 아파트인데 엘리베이터는 80층까지 올라가는 이야기.

정원초과 이야기. 1층에서 만난 목발짚는 아이가 20층에

도착해서 또 만나는 이야기... 등등..

으음.... 다양하군요,,.-ㅁ-

엉성한 이야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_)

[켄신love]

~~정말 재밌어요~~!!*^^*

[o수줍은사랑o]

잼있는데.. 원호라는 애는 안죽고 왠지 해결사 노릇을 할것 같았는데.. 예상 밖으로 죽어버렸네요..ㅠ.ㅠ 그래도 잼있어요..ㅎㅎㅎ

[멋쟁이asdsdfs]

맞춤법짱!메롱

[보랑님OoO]

역시기대를져버리지않는 귀신헌터님!!^.^ 잘봤습니다.하핫 오싹해라 - .ㅜ

[권까영]

잼있어용~~~~ 또 올려주세용~~~>< 계속 읽고 싶어용~~~♡

[-ㅂ-스마일-ㅂ-]

재미있던데요..^^*****

[☆ 윤 정 ☆]

퍼감

[요리의제왕乃]

ㅋㅋ역시 흥미진진

[4死4死4死4死]

지금 J.T.L 노래 듣고 있는데..-.-1집 앨범인데 가지고 계신 분은 한번 들어보세요. 노래 너무 좋아요.참! 귀신헌터 님 역시나 재미있군요!+_+!!

[[SJ]_Love]

귀 신 헌 터 님 소 설 마 스 터 하 기 놀 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