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의 국악 애착도 대단하시다. 그래서 나는 [예술에의 초대]를 받으면 혹 시 볼만한 국악 공연이 없는가 살피게 된다. 토요상설무대에서는 매주 공연이 있지 만 어머니께서 부담스러워 하시는 정악공연이 많은 데다, 부암동에서 대연동까지 2시 간 가량 걸리면서 가서 1시간 가량의 공연을 보시게 하기는 좀 무엇해서 특별한 경 우 외에는 별로 권해 드리지 못하고 있고, 명인들의 공연이 자주 있는 것이 아니어 서 평소에 항상 죄스러운 심정을 갖고 있다. 그래서 가끔 가다 안숙선님이나 오정숙 님의 판소리 공연이나 가야금 병창, 그리고 예전에 부산에서 한 [명인명무전]공연이 있으면 모시고 가곤 했다. [명인명무전] 공연을 보시고 너무 좋아하시어 부산시립무 용단에서도 좋은 공연이 없는가 항상 살피곤 했다. 그런데 부산시립무용단의 공연도 전통 레파토리보다는 창작곡 중심으로 공연되고 있어서 창작곡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 시는 어머니에게는 잘 권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부산시립무용단 51회 정기 공연으로 하는 [개벽굿]은 나름대로 어머니의 마음을 끌만한 점도 있을 것 같고, 평 소 시립무용단 공연에 잘 가지 않던 나도 이번에는 한번 접해 보고 싶은 마음에서 오 래간만에 공연장을 찾았다. 6월 4일 금요일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공연. 부산시립예술단 정기회원 카드로 표를 구입했는데, 좌석도 엄청나게 좋다. 다열 31번, 32번. 완전히 고개를 발딱 재끼고 보아야 할 정도로 앞 자리여서, 어머니는 좋 아하시는데, 나는 글쎄! 이래 가지고 무용이 이루어지는 전체 구도 파악이 좀 힘들 지 않을까 싶어 오히려 걱정스럽다. 그런데 언제 부산에 무용팬들이 그렇게 많았는 지 대강당이 그득할 정도다. 허허! [야낙첵 실내 관현악단]에서는 중강당의 4분의 1 도 채우지 못하더니 이게 웬일일까? 그런데 공연이 시작되었을 때 그 연유를 알 것 같았다. 대개 보니 어린이 관객들도 많은 것 같고 공연장 분위기가 상당히 소란스러 워 공연이 제대로 될지 의심스러웠는데, 계속해서 들어오는 관객 때문인지 공연은 약 속보다 무려 10분이나 지난 7시 40분에 시작되었다. 이번 공연은 공연 제목이 [개벽굿]으로 되어 있고 그 내용은 '개벽의 디딤, 불 림, 울림'으로 되어 있다. 51회 공연을 맞이하여 개벽이 이루어지듯 새로운 면모로 일신해 보려는 내면의 의지를 읽어보는 듯 하다. 레파토리는 [태평무]라는 중요 무 형 문화재 92호 작품을 필두로 하여 [배따라기], [설장고 춤], [동래 한량무], [넋들 임춤]으로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타악 연주인 [백두대간]으로 끝맺도록 되어 있다. 첫 공연 작 [태평무]가 시작되었는데, 왕궁 건물을 배경으로 왕과 왕비가 의젓 한 자세로 등장하고, 이어서 궁녀들인가 군무가 이루어지다가 그 왕과 왕비가 퇴장하 고 다시 등장하면서 한데 어우러지고 하는 모습이 상당히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었 다. 반주를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에서 맡고 있었는데, 어쩐지 전체적인 박자 맞춤이 조금 혼란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녹음된 음악으로 하는 것보다는 낫다. 난 녹음된 음악으로 무용공연을 할 때는 무슨 사기를 당하는 기분이어서..... 하지만 무용 공연 에서 역시 백미는 음악보다는 춤동작이다. 춤 동작은? 글쎄 동작의 일체감이 강조되 고, 지나치게 활달함에서 오는 경박함을 피하면서도 역동성을 부여하려는 시도가 엿 보였다. 그리고 한국 전통 공연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것 그것은 의상의 화려함이 다. 색상의 대조가 대단히 강렬한 의상이 순간순간 교체되면서 아울러 내밀한 역동 성과 어우러지는 모습은 정말 황홀했다. 한국 전통복색의 아름다움이야 세계가 알아 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게다가 그것이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궁중의상이라면 말해 무엇하겠는가? 공연이 끝났을 때 나는 참 인상적인 공연이었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 다. 그런데 다음 작인 [배따라기]가 공연될 때 난 좀 혼란스러웠다. 저게 도대체 어 느 나라 복색이지? 뱃사공의 복색인 것 같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무슨 인도식 복장같 기도 하고 색채가 상당히 칙칙한 것이 성격을 종잡을 수가 없다. 배경 음악은 녹음 형태인 듯 뱃노래인 듯한 것이 나오다가 나중의 춤사위는 강강수월래같은 형태로 진 행되던데 글쎄 전체적으로 어떤 성격인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배따라기]라면 뱃사 람들의 고달프고 덧없는 그리고 한이 서린 정서가 충분히 구현되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하기에는 좀 애매했던 것 같다. 다음 작품은 [설장고 춤]이다. 영남 농악가락을 중심으로 구성된 흥겨운 춤사위 로 되어 있는데, 이번 공연의 마지막 작품인 [백두대간]과 더불어 타악의 활약을 주 로 하는 공연이다.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의 반주가 다시 붙고, 사물놀이패에서 익숙 하게 접해 온 가락들로 한바탕 흥겨운 춤사위로 무대를 휘어 감으며 점점 무대 전체 를 달아오르게 하고 있었다. 이번 공연은 한국고유의 정밀한 아름다움보다는 민중적 인 흥겨움을 더 강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그런 점에서 관중들과의 일체감도 비 교적 잘 이루어졌던 것 같다. 레파토리의 배치에서 이번 그런 의도가 강하게 드러났 는데, [태평무]의 전아한 세계로 출발하여, [배따라기]의 민중적 세계로 잠시 전환하 다, [설장고 춤]에서 흥취를 고조시키고 그것을 [동래 한량무]에서 느긋한 어조로 잠 시 머무르게 한 뒤, [넋들임 춤]으로 마지막을 위협적으로 제시하며 분위기를 아슬아 슬하게 고조시켜서는 마지막 [백두대간]에서 와장창 터뜨리기. 그러니까 전체적으 로 '도입-전환-고조-휴지-위기-절정 및 파국'이라는 일정한 구도에 의한 배치로 느껴 졌다는 말이다. 전체를 [개벽 굿]이라는 제목으로 그리고 '개벽의 디딤, 불림, 울 림'라는 부제목으로 묶어서.... 내가 편의상 나누어 본 그 구도의 휴지 단계에 공연된 [동래 한량무]. 그것은 무 대 뒤에 동두렷이 떠 있는 달덩이를 바라보며 한 고고한 모습의 선비가 관중들에게 등을 돌린 채 서 있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리하여 펼쳐지는 것은 조선조 선비들의 지극히 절제된 그리고 단아한 세계다. 남성무용이면서도 역동성인 힘보다는 느긋함 과 여유로움 그리고 그 특유한 느림의 멋이 강조된 우아한 느낌을 부각시키는 춤사위 였다. 아! 아름답다! 동작이 그리 크지도 않으면서 그것이 독특한 아름다움을 느끼 게 할 수 있음은 한국 특유의 미학이다. 특별출현한 김진홍씨의 춤은 장래훈 이하 부 산시립무용단 단원들의 춤사위에 겸손하게 어울리면서도 단연 군계 일학의 모습으로 너무나 노련하고 원숙한 춤동작을 선보이고 있었다. 무용 동작 하나 하나의 구체적 명칭은 잘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하얀 선비 의상의 질박함을 토대로 조선조 유 학자들의 고고하고 도도한 세계를 정말 그윽하게 펼쳐 보이고 있었다. 이거 뭐 주자 학적 세계관의 편린이니 남성 중심주의의 왜곡된 세계관이 어쩌니 하는 말들도 쓸데 가 없는 것 같다. 그냥 저 자체로 아름다운 것을 어찌하랴! 박수...... 그런데 다음의 [넋들임춤]을 내가 편의상 '위기'단계로 둔 것은 그 춤의 출발부터 가 이미 그런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저게 뭐야! 무슨 나무 같기도 하고 기둥 같기 도 하고 그래서 숲 사이에 무엇이 우뚝 솟은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것이 어둠 속에서 한참을 서 있더니, 어어.... 그 기둥이 서서히 솟아오른다. 그래 무엇이 좀 으스스 한 괴기스러운 분위기가 되어 가는데, 이런!! 아까 숲이라 생각했던 것이 스물스물 움직이더니 점점 더 커져 간다. 으악! 하고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인데(실제 로 관중석 뒤쪽에서 약한 비명이 나기도 했다) 시뻘건 조명이 전면으로 확 쏟아지며 방울을 든 무당 떼들이 저 뒤편에 우뚝 서 있는 왕무당을 배경으로 시뻘건 조명을 전 면으로 받으며 기괴한 모습으로 관중석으로 왈칵 달려들었다. 이야! 무대 효과 정말 대단하네. 게다가 약하게 울리다 강하게 울리다 하면서 사람의 넋을 빼는 듯한 저 방 울소리... 위협적인 방울소리..... 무용수들의 무시무시한 표정들.... 아마도 왕무당 을 중심으로 원한에 사무쳐 구천을 떠도는 영혼들이 무당들에게 접신이 되어 원무를 추는 듯한 느낌이다. 세상의 온갖 번뇌를 뒤집어 쓰고 원한에 차 있는 저 혼령들... 이 춤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는 것은 강함과 약함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면서 사 람들에게 으시시한 기분이 들게 한 방울소리이다. 나는 마치 무대에서 무슨 악귀들 의 광란의 축제가 벌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방울 소리와 함께 무당들의 그 강렬한 의상, 그리고 대단히 날카롭게 내리 꽂히는 자극적인 조명에 의하여 가능 했던 것 같다.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만큼 충격적인 느낌을 주는 공연. 그래서 박 수........ 자 ! 이제 마지막인 [백두대간]인데.... 한국의 백두대간은 지금 온갖 공사로 엉 망진창이 되어 있다던가? 저 인간 좀비들 때문에 국토 전체가 신음하는 기분이다. 그 런데 '두웅둥 북소리 백두에서 우러나와 강을 차고, 산을 때리고, 들판을 울리는 대 지의 웅혼한 울림'을 전한다는 이 작품은 그냥 암흑 속에서 시작되었다. 무대는 완전 히 캄캄한 어둠이었고 무대 앞 쪽에서 북소리만 둥둥 울리고 있었다. 조명이 왼쪽으 로부터 오른쪽으로 라이트를 켜가며 점점 이동해 가며 그 북소리는 계속 울리고 있었 는데, 아직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한참을 계속된다. 무대 앞쪽에 앉은 어린이들은 궁금해서 무대 안쪽을 들여다보려고 멈칫거리고 그런 가운데 하얀 모자가 북소리와 더불어 무대 위로 솟아오르더니 아! 북! 북! 북! 그리고 또 북! 8명쯤 되나? 우람 한 사나이들이 두드리는 우람한 북의 우람한 소리가 무대 가득히, 아니 저 뒤는 그 냥 두고 무대 앞에서만 우렁차게 울리며 무대 전체를 뒤덮듯이 넓게 울림을 키우며 퍼져 나갔다. 땅 저 아래에서 소리가 울려오듯, 당을 디딘(디딤) 발자국 하나가 크 게 불리어져(불림), 넓게넓게 울려가듯(울림) 그 북소리는 한참을 계속되었다. 이미 그 북소리만으로 관중들의 마음은 이미 터질 듯 팽창해 있는데, 놀랍게도 그 북소리 의 울림은 지금까지의 공연 시간에 맞먹을 정도로 긴 시간 동안 지속되었다. 관중은 처음에 아마도 저 앞에 있는 북소리에 의해 공연이 계속 되려나 보다고 생 각하며 그에 집중하고만 있는데, 왠걸! 무대가 올라가며 조명이 일시에 확 들어오면 서 그 뒤로 늘어선 무수한 북들, 형형색색의 북들, 그리고 그 북을 두드리는 강렬한 색채의 의상으로 치장한 고수들의 신나는 북울림이 그러니까 이제 진짜 북 울림이 시 작되었다. 아! 그 장엄함과 강렬함, 그리고 힘찬 역동성이라니! 도대체 북이 100개 가 넘는 것 같다. 저 뒤에 대 북이 울리고 있는데, 그 대 북에게 경배를 하듯, 관중 을 등지고 선 여성 고수들이 두들겨대는 북소리가 무대를 찢어발길 듯 하다. 상상해 보라! 거의 백 대에 가까운 가지각색의 북들이 각각의 기기묘묘한 박자로 일시에 두 들겨대는 광경을..... 관중들은 이제 거의 넋이 빠져 멍하니 무대를 바라보고 있을 도리 밖에 없었다. 전체적으로 보아 이 북사위는 그 안에 몇 개의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었던 것 같 다. 서구 관현악의 악장처럼 말이다. 부분 부분이 나뉠 때마다 고수들이 밑에 바퀴 가 달린 북을 하나씩 끌고 와서 진행되는 북사위에 가담하기도 하고 이리저리 위치 를 옮기기도 하고 하여튼 북으로 낼 수 있는 효과란 효과는 다 내고 있는 것 같았 다. 흔히 우리가 발하는 장고춤을 재현하기도 하고, 강강수월래 형태의 춤사위가 펼 쳐지기도 하고 나발 소리와 함께 농악같은 형태를 재현하기도 하고 하나 하나의 춤사 위가 펼쳐질 때마다 도대체 다음에 어떤 형태가 나올지 기대를 잔뜩 부풀리게 하는 것이었다. 전체적으로 무대의 연출의도도 강하게 드러났는데, 무대를 앞뒤로 대략 4부분 정 도로 나누어 그 각각의 독립적인 역할을 부각하면서도 그것이 묘하게 어우러지게 만 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조명이 지속적으로 변하면서도 북소리는 극소한 의 음량으로부터 극대화된 음량까지 음량의 범위를 최대화하여 두드리면서도 단 한순 간도 그 리듬 치기를 끊지 않은 것이 도대체 지금 시간이 가는지 가지 않는지 판단 이 되지 않을 정도로 관중들의 혼을 빼 버리는 기분이었다. 무대 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가? 아이구! 저 사람들 하루 세끼 먹고 는 공연 못할 것 같다. 문자 그대로 사정없이 원도 한도 없이 두들겨대기. 무용단원 이 되려면 북 치기도 상당한 수준이 되어야 할 것 같아. 그리고 저 여성 단원들 무 슨 힘이 저리 세! 아니 무슨 북에 원수졌냐? 저렇게 사정없이 두들겨 대게? 그냥 두 드리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박자의 형태를 바꾸어가면서 강약을 바꾸어가면서 속 도를 바꾸어가면서, 북의 위치를 변형시켜 가면서 저 뒤에 높게 늘어선 휘장 아래에 서 흐물흐물 움직이다 전면으로 이동하면서 무대 공간을 최대로 활용한 대단히 꽉 찬 팽팽한 긴장감을 놓치지 않은 공연. 야! 대단하다! 무용이란 무엇이겠는가? 문학은 시각(vision)이 존재 않는 의미의 예술이라면, 음 악도 시각이 존재 않는 음향의 예술일 뿐이다. 문학의 수단인 언어는 그냥 의미를 구 현하여 상상적 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필요악일 뿐이고(문학의 언어가 환기하는 음악 적 효과는 그냥 부수적인 것이라 보고), 음악의 음은 어찌 보면 우리의 정서를 환기 시키기 위한 통로에 지나지 않은 것이 아닐까?(음악의 음이 감각에 가장 직접적이라 는 논의는 별도로 하자) 의미와 함께 시각의 문제가 중요시되는 것이 연극이나 영화 같은 장르가 되겠는데, 그보다도 시각 그 체가 가장 집중적으로 조명되는 것이 회화 나 조각이 되겠지만 정지된 형상이 아닌 움직이는 형상에 대한 시각적 조명 그것에 집중되는 것이 무용이다. 그런데 무용에서 춤사위보다 북 두드리기같은 동작이 우선되면? 북을 치고 있는 고수의 동작을 보라. 사물놀이에서는 그냥 북소리에 집중하게 되지만 여기에서는 북 소리마저도 배경이 될 따름이다. 북 치기 중간중간에 춤사위가 나오는데 그것은 별도 로 치자. 100명에 가까운 사람이 일제히 북채를 들고 동시에 북을 두드리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그리고 북채를 같이 마주치는 그 엄청남 규모를 상상해 보라! 북을 두 드리는 그 신명난 표정과 두드리는 북들 사이를 관통하여 북을 옮겨가며 이미 깔려 있는 북소리에 소리를 보태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이미 이것은 북 치기가 아니라 북 치기를 활용한 무용동작이다. 이 작품은 북치기에서 나오는 엄청난 소리의 효과와 그 북 치는 동작이 보여주는 무용 효과가 한데 어우러진 한바탕의 신나는 놀이였다. 이 작품의 출발은 그러하지 않았지만 이런 식으로 끝나게 됨은 작품 초반의 궁중 적 우아함이나 중반의 조선조 선비들의 단아함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작품이 집중한 것은 오로지 민중적 신명일 뿐이고 어찌 보면 단순 소박하고 단아한 한국적 세계를 구현하기는 좀 역부족이었을 수도 있으며, 그 균형감각을 상실한 작품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극장을 가득 메운 이 관중들과 그 신명남을 함 께 하면서 한데 어우러지는 효과를 노렸다면 이 이상의 효과 달성을 기대하기가 불가 능하다. 그래! 이 작품은 그냥 한번 신나게 놀아보자는 작품이다. 그러니까 놀면 된 다. 관중들도 자리에서 일어나서 덩실덩실 춤이나 추면서 연주자들과 같이 어울리면 된다. 하지만 예술의 모더니티에 세뇌된 우리 관중들은 그러지 못했다. 그냥 귀가 찢 어질 듯한 비명을 질러대며-학생 관객이 많아서 그랬던 것 같다-, 손이 아프게 박수 를 쳐대는 것으로 그 신명을 드러낼 도리 밖에 없다. 하늘에서 징이 내려와 아까 본 무대 앞에서 올라온 하얀 모자가 솟아올라 다가가 서 마지막 울림을 보이며 연주가 끝났음을 아렸을 때에도, 그리하여 무대 막이 내려 오고 이제 명실 상부하게 공연이 끝났음을 알린 뒤에도 그러니까 그 북 사위는 끝나 지 않았다. 연주자들이 무대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그 자리에도 북소리는 쉬임 없이 울리고 있었다. 아마도 이 사람들 관중이 관중석에 단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을 때까지 두드리고 싶었으리라. 하지만 그 울림은 그냥 '억지로' 끝났다. 어머니나 나 나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아직도 내 가슴 속에 그 북소리의 둥둥거림이 남아 있었 지만, 아니 남아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만족감으로 연주 장을 떠났다. 아직도 북소리 들리는 부산시민 김형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