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를 떠난 출향인사들은 대략 10만명으로 추산된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출향인들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둥지를 틀었다. 몸은 떠났지만 마음만은 고향쪽으로 돌리는 게 인지상정이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무주사람들의 허브역을 재경무주군민회가 맡고 있다. '무주'를 공통분모 삼아 고향의 향수를 달래고 고향소식을 공유하고 데 팔소매를 걷어부친 무주군민회 김정대 회장(69)을 만나본다.
재경무주군민회 김정대 회장은 '만능엔터테이너'로 불린다. 무주군민회는 정기적으로 고향 노인들을 서울로 초청하는 행사를 마련하는데, 이럴 때마다 어김없이 김정대 회장이 직접 사회를 맡는다.
김 회장은 '정말 반코미디언이냐'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으며 "창피만 떨었다"고 말꼬리를 흐리지만 좌중을 압도하는 무대진행솜씨는 이미 정평이 나있다. 지난달 노인의 날을 전후해 고향에서 연예인들과 함께 고향을 찾아 마련한 위문공연에도 김 회장이 무대에 올랐다.
무주군민회 하면 연상되는 '빨간머플러'도 김 회장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김 회장은 "무주에서 올라온 노인들을 모시고 방송국과 서울타워 등 서울명소를 견학하곤 하는데 이럴 때마다 노인들에게 빨간색 머플러를 둘러준다"면서 "우리가 지나가면 빨간색 물결처럼 강한 인상을 남긴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몇년 빨간머플러 견학이 이뤄지다보니 자연스럽게 트레이드마크가 됐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몸을 낮추는 회장'으로도 유명하다. 여느 단체 회장들이 권위의식을 앞세우는 경우가 많다면, 김 회장은 철저하게 회원들과의 문턱과 눈높이를 낮춘다는 게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김 회장은 "고향선후배들에게 봉사하려고 군민회장을 맡았다"면서 "선후배들의 가려운 곳을 먼저 긁어주는 찾아가는 회장이 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주의 '무'자만 나와도 반가울 만큼 고향에 대한 애정이 크다"면서 "출향인사들과 고향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주는 지난 60~70년대만 해도 전국에서 손꼽히는 벽촌이었습니다. 무주에서 서울까지 5~6시간의 시간을 도로에서 보내야 했었어요. 그런 먼거리를 떠나 수도권에 둥지를 튼 사람들이 자녀들까지 합쳐 10만명에 달합니다. 그나마 낯선 땅에서 정착할 수 있었던 배경이 고향사람들의 끈끈한 단결력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십수년전까지만 해도 전라도 사람들이 괄세를 받았다"면서 "그런 수모를 받으면서도 무주사람들은 고향을 속이려고 꼼수를 부리는 사람들이 드물었다"며 무주출향인들의 정서를 에둘러 표현했다.
"무주사람들은 온순하면서도 정이 많습니다. 악착스런 근성도 없고 학연도 그다지 따지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서로를 의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주군민회가 앞으로 할일도, 해야할 일도 많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무주구천동과 반딧불이 등 무주에는 자랑거리가 많다"는 그는 "그런 무주에서 태어난 것을 행복하게 생각한다"면서 "이제는 출향민과 고향사람들이 합심해 고향발전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부터 무주군민회를 이끌고 있는 그는 "그동안 산하 단체들이 활성화되는 등 내부적으로 결속을 다졌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낀다"면서 "앞으로 군민회의 외연확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무주군민회는 1읍·5면 향우회를 기본 뼈대로 산악회, 여성포럼, 덕유골프회, 반딧불이향우회 등을 두고 있습니다. 최근 2~3년간 산하 단체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게 활발해지고 있어요. 특히 서울 중구에 거주하는 출향인사들이 활동하는 반딧불이향우회가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그는 "정동일 중구청장이 무주출신"이라며 "이런 저런 이유로 반딧불이향우회가 주축이 돼 중구청 관내에 무주농산물 상설판매장을 개설하는 등 고향사랑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무주출신 법조인들로 구성된 법조인회 발족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군민회가 명실상부한 수도권의 허브역을 맡겠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고향 후배들의 장학금 지급규모를 늘리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고향특산물이 서울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도 고민을 거듭하겠다"고 말했다.
◆ 김정대 회장은 누구
지난 62년 상경한 그는 사무용품 유통회사를 창업해 공공기관·회사 등에 문구류를 납품한 영업통이다. 지난 2004년부터는 대통유통을 앞세워 닭한마리·감자탕 프랜차이즈사업에 뛰어들어 가맹점을 늘리고 있다.
무주읍 출신으로, 무주읍향우회장을 맡는 등 오래전부터 무주군민회와 인연을 맺었다.
무주농고 재학시절 대대장을 역임하는 등 젊은 시절부터 리더십을 키운데다, 오랜 영업활동에서 익힌 사회경험까지 보태 '만능엔터테이너'가 됐다.
최근까지도 보디빌딩 대회에 직접 참가할 만큼 프로급 보디빌더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0년 열린 재경 무주인사 신년하례회 모습. |
지난 94년 출범한 재경무주군민회는 해마다 무주농특산물 판촉활동과 고향후배들에게 장학금 지급 등 크고작은 행사를 마련하며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초대 회장은 신현돈 전 내무무장관이 맡았고, 김상현 전 의원(2대)과 김진원 의원(3대), 김종대 목사(4대), 김광수 전 의원(5·6대), 김종철 전 서울대 교수(7대), 김복태 전 신흥교통 사장(8·11대), 황경석 선진기업 회장(9대), 황인성 전 국무총리(10대)가 뒤를 이었다. 이후 김복태 전 신흥교통 사장(11대), 이선균 삼원상사 사장(12대), 김문호 전 수서전화국장(13대), 이기왕 현조산업 사장(14대), 강평수 전 수협중앙회 부회장(15·16대), 김정규 대이그룹 부사장(17대) 등이 회장을 역임했다.
현 김정대 회장은 전임 회장의 잔여임기를 채운 뒤 지난해 제18대 회장으로 추대됐다.
무주읍민회는 김승욱 회장이 이끌고 있으며, 무풍면민회 김문기, 설천면민회 이동익, 적상면민회 백순식, 안성면민회 이행진, 부남면민회장은 길기호씨가 맡고 있다. 덕유골프회는 이택훈 회장이, 산악회는 김영성 회장이 이끌고 있다. 회장단 가운데 여성포럼 박정아 회장이 홍일점이다.
첫댓글 재경 무주향우회 '무주군민회'에서 좋은 행사 많이 하고 계십니다. 김정대 회장님..!! 고향발전을 위해서 수고가 많으시네요. 빨간색머플러 목에 걸면 정말 멋지겠습니다.ㅎㅎ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고향발전을 위해 애써주셔서 깊이 깊이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