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시장을 가다 - 바르셀로나 보케리아 시장츄파춥스 색의 과일과 하몽이 가득한
영원한 인간사랑 ・ 2023. 12. 15. 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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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시장을 가다
바르셀로나 보케리아 시장
츄파춥스 색의 과일과 하몽이 가득한
바르셀로나, 카탈로니아의 중심도시
스페인 북동부 카탈로니아(Catalonia) 지방 인구162만(2009년 현재)의 항구도시 바르셀로나는 수도 마드리드와 함께 스페인의 출입구이며 제2의 도시이다. 바르셀로나 엘 프랏 공항에 내리면 스페인어 안내판에 카탈루냐(Catalunya)어가 병기되어있다. 그리고 좁은 도로에 교통 정체로 유명한 바르셀로나 시내로 들어가면 집단주택과 건물에 노란 바탕에 ‘네 개의 붉은 줄’이 선명한 다양한 크기의 깃발이 많이 내걸린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이 다름 아닌 카탈로니아 주 깃발이다.
카탈로니아는 중세 시대 아라곤 왕국의 한 공국으로서 이베리아 반도의 역사에서 중심 지역으로 역할을 해왔고, 1469년 아라곤의 페르디난드 2세와 카스티야의 이사벨라 1세의 정략결혼으로 통일국가 스페인이 성립되자 분리 독립을 계속 모색해 왔다. 1979년 11월 18일 자치법령으로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설립되면서 분리주의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표출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집권 카탈로니아 통합당(CIU)은 물론 좌파정당도 가담하여 분리주의 정당들이 지방의회의 다수당이 되었다. 그 결과 2014년 9월 영국의 스코틀랜드가 전세계적인 관심을 끌면서 분리 독립 찬반 투표를 실시할 때 카탈로니아 역시 분리 독립 찬반투표를 선언하여 국제적 이목을 끌었다. 물론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려 분리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는 폐기되고 상징적인 여론조사가 진행되었지만 81%가 독립을 지지했다.
카탈로니아 주민들은 스페인으로부터의 분리독립을 압도적으로 지지한다 ⓒStephanie Chapman/flickr
사실 현재 면적 31,950㎢에 인구 760만의 카탈로니아에 카탈로니아인(Catalanes)은 20-30%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주민들이 분리 독립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배경은 무엇인가? 그것은 유로화 통화권에 포섭된 스페인 경제가 위기를 맞으면서 가장 부유하고 상공업이 발달한 지역인 카탈로니아의 역동적 경제활동의 산물인 수입과 세금이 연간 164억 유로(2012년 추계) 이상 국내의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불만에서 비롯한다.
라 람블라 거리와 보케리아 시장의 역사
콜럼버스 기념탑. 바르셀로나의 입구에 위치해있다. ⓒ장세룡
지중해에 손을 담그는 해변 포트 벨(Port Vell)에서 프랑스행 기차가 출발하고 도착하는 한때 바르셀로나 제일의 기차역이던 프란사역(Estacion de Francia)과 바르셀로나 세관 건물을 지나면 콜럼버스 기념탑이 서있다. 라 람블라 거리가 콜럼버스 동상에서 시작되는 이유는 바로 콜럼버스의 11번째 후원자 이사벨라 여왕이 신발견지에서 콜럼버스의 독점적 권리의 인정에 관한 협약 곧 산타 페(Santa-Fe) 협약을 맺은 곳인 탓이다. 그리고 인도를 찾아 대서양으로 떠났던 콜럼버스가 온갖 희귀한 물자와 원주민들을 이끌고 귀환한 장소가 바로 바르셀로나 항구이다. 당시 이사벨라 여왕은 맨발로 뛰어 나와서 콜럼버스를 맞았다고 한다. 바르셀로나는 근대 스페인의 엄청난 재화와 번영을 노동력으로 뒷받침한 수많은 중남미 원주민의 가혹한 고통이 시작된 출발지점이다.
영국의 작가 윌리엄 서머싯 모옴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라고 말했다는 라 람블라 거리 자체는 좀 칙칙하고 가로수가 우거졌지만 수 많은 노천카페와 종사자들, 관광객과 시민, 야바위꾼과 소매치기, 거기에 무장경찰까지 어우러져 있다. 흥미롭게도 보케리아 시장 점포 종사원은 물론이고 고객도 남성이 더 많다. 여성은 꽃집 아가씨가 그나마 눈에 띄인다. 라 람블라 거리의 카페에 자리 잡고 앉으면 집시와 외국인노동자들의 범법행위가 빈번하니 소지품을 주의하라는 경고를 자주 듣는다. 경제적 호황기에는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고자 받아들였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경제불황 탓에 내쳐져 사회갈등을 야기하는 집단으로 치부되는 현실을 목격한다.
시민과 관광객은 물론 집시와 외국인 노동자 등 온갖 부류의 사람들로 넘쳐나는 바르셀로나의 옛 도심지 라 람블라 거리에서 특별히 중세적 전통을 유지한 고딕 건물 지구에 위치한 두 개의 전통시장은 건축학적 아름다움과 바르셀로나 사람들의 일상과 음식문화를 느껴 보기에 좋은 기회를 아낌없이 제공한다. 1845년 개장하여 2005년 지역의 유명건축가 엔리크 미라예스가 리모델링하여 아름다운 건축물로 유명해진 산타 카테리나 시장도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기에 볼만하다. 그러나, 1836년 개장하여 현재는 하루 방문자만도 30만 명이 넘어선다는 보케리아 시장은 오직 농수축산물만을 취급하는 규모가 더 큰 시장으로서 전유럽적 명성을 자랑하기에 여기서 소개한다.
보케리아 시장입구 ⓒ장세룡
보케리아 시장은 라 람블라 거리의 중간 쯤, 콜럼버스 동상에서 걸어가면 왼쪽, 카탈로니아 광장에서 걸어가면 오른쪽, 몇 개의 골목길을 들어서면 보인다. 보케리아 시장과 라 람블라 거리는 카페가 시장 안으로 연결되어 있고 상품 구매와 고객 유치라는 측면에서 상호 보완 관계이다. 보케리아 시장의 공식명칭은 산 호셉 시장이다. 시장 입구에 들어가서 보면 왕관을 씌운 문장에 산 호셉 보케리아 시장(MERCAT St JOSEP LA BOQUERIA)라고 쓰여진 상징표지가 걸려 있다. 이 명칭은 보케리아 시장의 역사를 함축하고 있다.
본래 보케리아 시장은 12세기부터 바르셀로나로 들어오는 몇 개의 문 가운데 하나였던 프라 데 라 보케리아(Pla de la Boqueria)에서 농부와 도축업자들이 채소와 육류들을 가져와서 팔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18세기에 들어오면서 바르셀로나 시가지가 점점 확장되어 출입문이 사라져버리자 라 람블라 거리 중심에 있는 산 호셉 수도원에 딸린 밭에서 시장이 서게 되었다. 그 후 19세기에 수도원이 사라지면서 시장이 만들어졌고 이름도 산 호셉 보케리아 시장이 된 것이다.
보케리아 시장의 건축예술적 상품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