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의 차이나 포커스(24)]
중국 소비촉진 총동원령… 향후 3대 정책방향은
최근 수출∙투자∙소비 등 중국 경제지표 부진과 부동산 기업인 비구이위안(碧桂园)의 디폴트 리스크가 더해지면서 중국 경제 위기설이 세계 경제의 화두로 등장했다.
그만큼 중국경제가 글로벌 경제성장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캐나다 시장조사기관인 BCA 리서치는 지난 10년간 중국이 전 세계 경제 성장의 약 40%를 담당했다고 분석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향후 5년간 세계 GDP 성장에 중국이 22.6%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중국경제 위험 신호의 핵심 원인은
그렇다면 중국 경제 둔화의 핵심 원인은 무엇일까?
부동산 경기하락, 지방정부 부채, 수출부진 등 중국 경제가 당면한 여러 문제 중 가장 큰 이슈는 리오프닝 이후에도 민간투자와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성장의 1등 공신인 소비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소비가 지난 5년간 중국 GDP 성장의 65% 이상을 차지하며 중국 경제를 지탱했는데, 2022년 32.8%까지 추락하며 성장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지난 코로나 봉쇄 3년의 악몽 속에 불신∙불확실성∙불안감이 강하게 자리 잡으며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이다.
대내외적 불확실성 확대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중국인들로 하여금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높이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2020년 중국의 은행예금이 15조 위안(약 2725조 원)이었는데, 최근 1년간 30조 위안(약 5500조 원)까지 늘어난 상태로 3년 사이 2배로 증가했다.
2022년 중국 GDP가 약 121조 위안(약 2경2200조 원)이니 GDP의 25%에 해당하는 돈이 은행에서 잠자고 있는 셈이다.
돈이 흘러가며 내수 소비로 이어져야 하는데 은행에 묶여 있으니 중국경제 성장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다급해진 중국 정부는 추락한 소비심리를 회복하고 소비촉진을 위한 부양책을 부랴부랴 발표하고 있고, 하반기에도 지방정부별로 다양한 부양책이 발표될 예정이다.
▲8월 23일 중국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시에서 개막한 '제14회 중국-동북아시아박람회'의 한국관에서 관람객들이 전시상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중국 당국이 '소비회복 및 확대에 관한 20개 조치'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소비 진작에 나서 주목된다. (창춘=신화통신/뉴시스) |
소비 진작에 초점을 맞춘 부양책들
우선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중국 종합소비부양책이라고 할 수 있는 '소비회복 및 확대에 관한 20개 조치'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소비 진작에 나섰다.
정부의 소비확대 부양책은 주택시장 활성화를 중심으로 다방면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주택시장의 경우 최초 주택 구입 시 기존 분양계약금 30%+주택담보대출 70%에서 계약금 축소-대출한도 확대, 대출금리인하, 주택구매 제한완화, 주택구매 보조금까지 지급할 예정이다.
부동산 시장과 함께 향후 중국 소비부양책은 크게 3가지 방향으로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등 4대 분야 부양책 집중
첫째, 전후방 산업으로 소비확대 낙수 효과가 큰 자동차∙전자제품∙가구∙서비스 산업의 4대 분야에 부양책이 집중될 것이다.
하반기 소비 진작을 위해 이미 7월부터 다양한 부양책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7월 18일 13개 부처 공동으로 4대 영역 11개 조항으로 구성된 ‘가구 소비촉진을 위한 조치’를 발표했다.
연이어 21일에는 ‘자동차 소비촉진에 관한 조치’와 7개 부처 공동의 ‘전자제품 소비촉진에 관한 조치’ 정책을 공표했다.
자동차를 예로 들면, 지방정부별로 보조금 지원, 자동차 구매신용대출 확대, 노후차량의 신차 교체 시 보조금 지원, 주차장소 확대 등 다양한 소비 유인책을 펼치고 있다.
상반기 기준 중국 자동차 판매액이 2조2409억 위안(약 412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했다.
특히 신에너지차 판매가 374만7000대로 전년 대비 44.1% 증가해 향후 전체 자동차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8.3%에서 3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2024년 1월 1일부터 2025년 12월 31일까지 구매한 신에너지차에 대한 차량구입세를 면제하고, 2026년 1월 1일부터 2027년 12월 31일까지 구입한 신에너지 차량은 50% 감면정책을 시행할 계획이다.
또한, 전국적으로 설치된 660만 곳의 전기차 충전시설을 하반기에 확대해 전기차 수요를 지속해서 견인하겠다는 것이다.
지방 정부별 소비촉진 정책 추가될 듯
둘째, 지방정부별 맞춤형 소비촉진 정책들이 추가 발표될 전망이다.
지난 7월 시진핑 주석이 주관한 중앙정치국 회의 이후 지방정부마다 각종 부양책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예를 들어, 허난성은 기존 6월 말로 끝나는 주택∙자동차∙가구∙가전제품의 보조금 지원정책을 일괄적으로 12월까지 연장했다.
자동차 구매가격의 5%에 해당하는 보조금(최대 1만 위안)을 지급하고, 미성년자가 있는 가정이거나 청년 생애최초주택구입이거나 허난성 후커우 주민이 외지로 나갔다가 귀향해 주택을 구매할 경우 성 정부가 주택 구매비용을 보조한다.
한편, 전기차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 민간이 투자해 전기차 충전소를 만들 때 투자금액의 40%를 성 정부가 지원한다.
산둥성은 지난 8월 8일 소비확대 관련 자동차∙전자제품∙가구∙서비스 소비 등 총 40개 조항의 소비부양책을 발표했다.
산둥 가구 소비촉진행사, 산둥 가전 페스티벌, 산둥 푸드 페스티벌 등 다양한 소비 판촉 행사를 정례화해 소비를 진작시킨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향후 지속적인 산둥성 소비확대를 위해 ‘산둥성 내수확대 3년 행동 계획(2023~2025년)’이 곧 발표될 예정이다.
장시성(江西省)은 상반기 5억 위안(약 918억 원)의 소비쿠폰 발행에 이어 하반기 자동차∙가전제품∙가구∙요식업의 4개 영역에 쓸 수 있는 1억 위안(약 184억 원)의 소비쿠폰을 추가 발행해 내수를 진작시킨다는 방침이다.
‘하침시장(下沉市場)’ 공략 부양책도 대기
셋째, 침체된 청년 소비를 대체해 최근 핵심 소비시장으로 부상한 ‘하침시장(下沉市場)’을 공략하는 부양책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하침시장은 3선 이하의 도시와 현과 진의 농촌 지역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중국 상무부는 3선 도시 이하에 사는 인구가 전체인구의 68%(약 9억 명)에 이르고, 중국 전체 소비시장에서 하침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38%인 만큼 이를 적극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상무부 자료에 의하면, 중국 하침시장의 소비 규모가 2022년 기준 약 18조 위안(약 3304조 원)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2021년 기준 하침시장의 가전제품 판매 규모가 2775억 위안(약 51조 원)으로 전체 판매의 31.5%, 전년 대비 8.9% 증가했다.
또한, 하침시장의 급증하는 실버계층을 겨냥한 시니어 전용 가전, 가구(욕조, 인테리어 등) 등 실버친화형 제품을 생산하도록 정부가 적극 장려하고 있다.
한편, 농촌소비를 확대하기 위해 과거 시행했던 노후차량 혹은 노후 가전제품을 신제품으로 교체하면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는 각종 하향(下鄕) 정책이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부활했다.
경기 부양과 소비촉진을 위해 현재 중국은 모든 행정부처와 지방정부들이 적극 참여하도록 소비촉진 총동원령을 발동한 상태이다.
이러한 전 방위적인 소비부양책은 4분기를 기점으로 시장에서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깊게 팬 중국인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확실성이 해소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박승찬 |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 경제통상관/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하며, 3000여 개가 넘는 기업을 지원했다. 미국 듀크대학 교환교수(2012년)를 지낸 데 이어 미주리주립대학에서 미중 기술패권을 연구(2023년)했다.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