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시장을 가다 - 유라시아 초원의 시장 유목과 농경이 만나는 시장에서 시작된 역사
영원한 인간사랑 ・ 2023. 12. 16. 5:23
URL 복사 통계
본문 기타 기능
세계의 시장을 가다
유라시아 초원의 시장
유목과 농경이 만나는 시장에서 시작된 역사
| |
유라시아 초원지대 (파란색 영역). 동쪽으로는 베이징, 서쪽으로는 우크라이나까지 걸쳐있다. |
유목문화의 등장과 시장의 발달
근대 러시아 망가제야의 시장풍경 <출처: A.G.Wiessel 작 ‘망가제야’ 튜멘대학교 박물관 소장>
기원전 3500년경 유라시아 초원지대에 등장한 유목문화는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어놓았다. 유라시아 초원지대는 서쪽으로는 우크라이나에서 동쪽으로는 베이징 일대까지 이어지는 수천km에 이어진다. 이 곳에 기마문화와 청동기로 무장하고 먼거리를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유목민들이 살기 시작하면서, 세계를 거미줄처럼 잇는 교역로가 되었다. 유목인들은 시장을 통해 유라시아 곳곳에 있는 정착민들과 교류하고 각지에 새로운 기술과 문화를 전달하기 시작하면서 유라시아의 초원지대는 문명을 가로지르는 교차로가 되어서 세계사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었다.
황량한 초원이 유목민들 삶의 터전이 된 것은 사소한 인식의 전환에서 시작되었다. 원래 농사를 짓기에 너무 춥고 건조한 초원은 인간에게는 불모의 땅이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사람이 풀을 뜯어 먹고 살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원전 3500년 경에 초원에서 풀을 주식으로 하는 동물을 키우고, 사람은 바로 그 동물의 털과 고기를 얻는 유목경제가 도입되면서 초원은 사람들이 살 수 있는 터전이 되었다. 유목민들은 동물들에게 먹일 풀이 많은 목초지를 찾아 지속적으로 돌아다녀야한다. 그러다 보니 동물의 고기와 부산물은 풍부해도 탄수화물의 공급원인 곡물과 수공업으로 만든 생필품은 직접 만들 수 없었다. 즉, 유목민은 단독으로 살 수 없고 그들 주변에 반드시 그들과 교역을 해야 할 정착민 집단이 있어야했다.
반대로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정착민들은 반대로 단백질의 공급원인 고기와 추운 겨울에 필요한 모피나 가죽 등이 절실했다. 게다가 유목민들과 교환하는 귀한 고기와 가죽은 다른 정착민들에게 비싸게 되팔 수 있으니, 유목민의 근처에서 사는 이득이 적지 않았다. 유목문화의 등장은 필연적으로 주변에 농사를 짓는 정착민들과 교역이 전제되어야 했고, 바로 국경의 시장에서 그들의 교류가 이루어졌다. 유목민과 정착민들은 때로는 다투기도 했지만 새로운 기술과 물품을 사이에 두고 교역하면서 서로의 부족한 점을 메우고 발전해왔다. 유라시아의 역사는 유목과 농경이 만나는 시장에서 시작되었다.
알타이 초원의 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