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과의 점심 경매가 온라인 경매사이트 이베이에서 익명의 한 사람에게 330만 달러(약 35억5000만 원)에 낙찰됐다. 워런 버핏이 그간 세계 각지 기업가 투자가에게 점심식사에서 남긴 가장 중요한 교훈은 무엇일까? 미국 경제매체 CNBC가 과거에 버핏과 점심 식사를 함께한 이들을 인터뷰한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거절을 두려워 말라”는 것이었다. “거절하는 것에 편안해져야 한다. 진짜 성공한 사람은 거의 모든 것에 ‘아니오’를 말할 줄 안다”였다. 예스맨보다 No맨이 되라. 이는 조직에서 직언을 하는 충신이나 까칠한 이기주의자를 위한 자기방어용 처세술이 아니다. 삶의 성공적 운영 자세에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미국 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레퍼터리다. 축사의 3분의 2가 이 메시지를 핵심 주제로 삼고 있다고 한다. 선의는 선의를 낳고 협력을 촉발해 긍정 전염을 일으킨다. 교과서 속 교훈과 현실의 충고 사이에 가장 크게 차이가 인과응보, 권선징악이다. 문제는 호의를 호구로 보고 뒤통수를 칠 때 발생한다. 애덤 그랜트 와튼스쿨 교수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게재한 최근 논문 ‘제대로 선행하는 법을 아는 리더들’에서 선한 인품 때문에 거절을 못해 탈진당하는 것을 호의탈진이라 명명한다. Burnout Syndrome. 한자어로 소진(燒盡)이라고 한다. 어떤 직무를 맡는 도중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느끼고 직무에서 오는 열정과 성취감을 잃어버리는 증상의 통칭. 정신적 탈진이라 생각하면 편하다. 정신건강센터에서 일하는 치료자들이 느끼는 탈진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된 게 용어의 시초다. 여기서 볼 수 있듯 시작은 클라이언트를 상대해야 하는 간호사, 사회 복지사, 변호사 등의 '감정노동자'에 대한 연구에서 출발한 단어이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는 직장인이 흔히 느낄 수 있는 업무능력 및 열정의 약화를 설명하는 신조어의 형태로 사용되는 중이다. 호구가 되느라 에너지가 탈진될 때 정작 호의를 베풀기 힘들다. 선의에도 전략적 시혜가 필요하다. 분수를 모르고 무조건 수용할 때 호의는 오지랖 푼수로 전락한다고 주장했다. 거절의 거(拒)는 손[手]에 큰 무기[巨]를 들고 있는 것과 같다. 영어 리젝트(reject)의 어원 또한 마찬가지다. 뒤로 다시 던지는 것이다. 거절은 삶의 큰 무기이며, 기회를 다시 던진다는 교훈이 담겨 있다. 워런 버핏의 35억짜리 교훈의 의미와 통하지 않는가.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는 거절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나의 분수를 알고 상대의 특성을 알 때 지혜로운 거절맨이 될 수 있다. 착한 당신, 오늘 거절의 죄책감으로 마지못해 예스를 외치고 있지는 않는가. 이기적이어서 거절하는 게 아니라 더 잘 도와주기 위해서 거절한다고 생각해보라. 베풀되 이용당하지는 말라. 푼수, 호구보다 전략적 이타주의자가 되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