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하고 난 후에 집에서 쉬고 있으면 책도 많이 읽고, 영화도 많이 보고 운동도 열심히 할 것 같았는데, 어느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집에서 그럭저럭 보내고 있습니다. 책을 읽어도 집중이 되지 않고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서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고, 논산에 영화관 <메가박스>가 개관해서 영화를 몇편 보기는 했는데 하나같이 그야말로 엉망인 영화들만 봐서 영화보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테넷>은 나름대로 대작이고 훌륭한 영화라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알수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역행하고 엔트로피가 어쩌구 하는데 너무나 어려운 영화였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중에 가장 덜 대중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놀란 감독의 영화가 조금 어려운 편인데 <테넷>은 정도가 심한 편입니다. 유튜브에서 해설하는 영상을 몇개 봤지만 아직도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헐리우드 영화 <뉴뮤턴트>와 <뮬란>도 봤지만 썩 재미있지 않았고, 특히 <뮬란>은 2억달러나 들어서 이 정도의 영화밖에 못만들었다는 것이 어이없었습니다. 애니메이션 <뮬란>에서 봤던 사랑스러운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정치적 올바름과 페미니즘을 위하여 줄거리의 개연성을 망친 영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3류 싸구려 무협영화를 만들었는데 이런 영화를 보느니 유역비가 주연한 드라마 <신조협려 2006>을 보는 것이 훨씬 나을 것입니다.
7, 80년대 우리나라 영화를 방화라고 했습니다. 나는 방화를 <보고나서 욕하는 영화>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요즘의 한국 영화는 헐리우드 영화보다도 수준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영화를 즐겁게 관람했었는데, 이번에 본 <오! 문회>와 <국제수사> 2편은 재미도 없고 웃기지도 않고 줄거리도 개판이고 개연성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수준인 방화였습니다. 특히 <국제수사>는 정말 영화보면서 화가 났습니다. '이런 수준의 영화를 만들어 놓고 챙피하지도 않은가, 어떻게 극장에 상영할 생각을 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68년 미국에는 불행한 일이 연속해서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 당했고,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했던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도 암살당했습니다. 8월에 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시카고에서 열리게 되었지만 베트남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휴버트 험프리 부통령이 후보로 선출될 예정이었고,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대가 시카고에 집결하여 반전시위를 시작합니다. 경찰의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진압으로 평화시위가 폭력시위로 변질되었고, 새로운 정권인 닉슨 행정부의 법무장관은 연방 검사에게 명령하여 주동자 8명을 최대 징역 10년형을 선고할 수 있는 내란선동죄로 기소하게 됩니다. 기소된 8명은 판사의 편파적인 재판 진행과 경찰의 조작된 증거로 불리한 상황이 됩니다. 영화 <트라이얼 오브 시카고7>는 이 재판 과정을 정교하게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8명인데 왜 7이 되었는지는 영화를 보고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여서 10월 16일 부터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데, 영화관에서는 메가박스에서만 상영한다고 합니다. 마지막 부분이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이고 미국 민주주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카데미 작품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고 하니 꼭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