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노루님 소설<유부녀>는 난해하지 않다. 어쩌면 '선데이서울' 같은 선정적인 대중잡지나 황색잡지(?) 르포기사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다.
"1980년대 춤바람난 탈선주부..." (참. 요즘 그런 잡지들이 왜 모습을 감췄는지 궁금하다. 7~ 80년대만하더라도 가판에는 그런 선정적인 잡지들이 눈길을 잡아 끌었는데....내가 생각하기에 지금은 우리 사회가 그런 잡지들이 선정적으로 다루는 세계를 뛰어 넘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불륜이라든가 춤바람 같은 것들은 더 이상 기사로 다룰 선정성이 없다. 현실 세계에는 그런 현상이 차고도 넘치니까. 불륜은 이미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공공연한 비밀이다.) 청노루님 소설은 그런 선정적인 잡지가 다룰만한 르포 기사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실은 그 이상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이것이 내가 소설 '유부녀'를 읽고 대단히 만족스럽게 여기는 부분이다.
소설 '유부녀'는 나에게 대단히 즐거운 독서 체험을 선사해 주었다. 불륜은 사실 영원한 소설의 모티브이다. 우리는 이 방면에 세계적인 명작들이 드물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행복한 가정은 다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다 제각각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구절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그 반대인 것 같다. 불행한 가정들은 다 엇비슷한 것 같다. 이것은 일부일처제의 혼인제를 택한 인류의 영원한 딜레마이다. 인간은 일부일처제 안에서는 영원히 행복할 수 없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그러나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는지는 의문이다) 그 제도 자체가 인류에게 영원히 풀 수 없는 욕망과 본능의 잔여를 남기기 때문이다.
비록 소설 '유부녀'에서는 여주인공 <정남>이 정에 굶주렸던 성장 환경과 남편에게 겁탈당해 원치 않는 결혼을 했다는 명분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불륜에 빠지게 되는 이유인 것 같지는 않다. 그녀가 동네 여자들에게 이끌려 춤바람에 빠지게 되는 것도 어쩌면 필연적인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소설은 그녀가 춤바람에 빠져 서서히 불륜을 하게 되는 과정을 핍진하게 ㅡ선정적인 르포 기사처럼 ㅡ그려보여 주고 있다. 이를 테면 그녀가 동네 여자의 손에 이끌려 처음 가본 카바레 분위기를 묘사한 다음과 같은 대목은 이 작가가 단지 선정적으로만 불륜의 세계를 그리는 차원을 뛰어넘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플로어를 빼곡히 메우고 춤추는 남녀들은 입을 봉한 것처럼 다물고 몸동작에만 열중이었다. 스텝 밟는 소리만 사각사각 자박자박 날 뿐이었다. 꼭 마지막 잠자고 난 뒤의 허물 벗은 누에 떼들이 왕성한 식욕으로 뽕잎을 갉아먹는 소리와 흡사했다. 어떻게 들으면 나뭇잎새에 곧게 떨어지는 빗소리 같기도 하고 강가 초옥의 닫힌 문으로 들려오는 물 흐르는 소리 같기도 했다."
그녀는 남자를 집안에 끌어들여 중풍들린 친정 어머니가 있는 데서도 정사를 나눈다.
"할머니가 듣지 않았을까요?" 바지를 입으며 그가 그제야 부끄러운 듯이 그녀에게 물었다. "들었겠죠." 그녀도 겸연쩍게 웃으며 그러나 그건 아무렇지도 않다는 투로 대답했다.
"어쩔 수 없죠. 뭐 들었어도. 하지만 제 딸년이 행복하다면 마음은 졸여도 이해는 해주실 거에요."
프랑스의 소설가 에밀 졸라를 연상케 하는 이런 섬뜩한 자연주의적 필치가 단순한 불륜 소설을 뛰어넘어 이 소설을 범상치 않게 만들어 준다.
에밀 졸라는 소설 '떼레즈 라캉'에서 외간 남자와 불륜에 빠져 같이 공모하여 남편을 살해하는 스토리를 보여주었고, 영화감독 박찬욱은 영화 '박쥐'에 이 모티브를 끌어들여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영화 '박쥐'에서는 불륜으로 살인에까지 이른 남녀가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지만 소설 '유부녀'에서는 여주인공이 사뭇 다른 선택을 하여 숭고한 모습을 보여준다. 갈대밭에서 남자와 정사를 나누는 순간 내려쬐는 '태양빛에 갑자기 수치심을 느끼고' 남자와 이별을 결심하는 순간은 마치 알베르 까뮈의 실존(부조리absurd) 소설 <이방인> 에서 주인공 뫼르소가 '태양빛에 눈이 부셔서' 총격을 가해 살인을 하게 되었다고 하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어떤 상투적인 심리 동기가 아니라 뭔가 심오한 실존적인 이유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사랑하는 남자에게 이별을 선고하고 돌아선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그녀가 없는 동안 화재가 난 집에서 불에 타 죽은 어머니였지만....
"외형적으로 나타나는 자신들의 생활이나 인생이 따로 존재하고 내면적이고 본능적인 다른 자신들의 사생활을 즐기고 영위해 나가고 있는 이들이 인간 세상에는 엄연히 현실로 존재하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소설 '유부녀'는 불륜과 쾌락의 한 자락을 유감없이 보여주지만 그 이면에 자리잡은 인간의 한계 또한 보여주는 균형잡힌 시각을 선사해 주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첫댓글 소인의 졸작을 이곳에다 또 홍보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유부녀를 카페에 연재를 하고 싶어도...
아시다시피 다음에서 자동 심의에 걸려서 매번 경고를 받고 강퇴까지 당할뻔해서 올릴 수가 없네요.
유튜브로 영상을 만들어서 공개할 계획이나 마음만 앞서고 실행은 못하고 있습니다.
별 말씀을...저도 소개할 수 있어서 즐겁습니다^^
불륜ㅡ
윤리가 아닐뿐ᆢ
패륜은 아니다 ㅎㅎ
불륜에도 모랄이 있답니다.
토요일 댄스방 모임에 오시니 한 권 사가시길.
학원에 비치되어 있답니다.
@지솔
예의도 있어야 합니다 ~
@지솔
아ᆢ 그래요? ㅎㅎ
유부녀 소설. 독후감이
에세이를 읽은것과 같은
감동 입니다.
불륜은.
윤리도 아니고 패륜도 아니지만
모랄이 있다.
예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