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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스크랩 흙장난에서 읽혀지는 농익은 삶의 향기
김미루 추천 0 조회 91 06.09.12 11:19 댓글 3
게시글 본문내용

 

 

흙장난에서 읽혀지는 농익은 삶의 향기


탤렌트 권귀옥

MBC 공채 탤런트 2기 (1970년)

1976년 MBC 코미디부문 최우수 연기상

MBC 쇼 반세기 (1974년), MBC 부부만세 (1974년), KBS 즐거운 여자들 (1999년), SBS 여왕의 조건 (2005년)


 미얀마에서 산 싸구려 바지를 입고, 중국 계림 방문길에 산 500원 짜리 부채를 흔드는 여자. 사방이 콱 막힌 도자기 작업실에서의 모습은 영락없는 그냥 아줌마다. 하지만 그녀 특유의 이쁜 구석이 있어 아무거나 걸쳐 입어도 모든 것이 화려한 명품처럼 보인다. 톡 톡 튀는 위트는 나잇살이 들어도 여전하다. 아니 천방지축으로 더 날뛰는 것 같다. 중앙일간지에 실린 그녀의 칼럼을 읽어 보면 “아름다운 퇴비가 되고 싶다.”라고 외친다. 20여 년간 방송계를 떠나 있다가 컴백한 사실도 다소 생소하거니와 옛날의 쭉쭉 빵빵의 이미지는 아니올시다. 하지만 그녀는 당돌하게 자신만만하다. 누구보다도 따뜻한 가슴으로 웃음을 보여줄 수 있다고 되레 큰소리다. 


작년에 막을 내린 드라마에 모습을 비친 이후, 요즘 서울시내 모 여대 도자기 실습실에서 그녀는 하루 종일 흙과 삶을 같이한다. 언제나 가만있질 못하는 성질이다. 일을 저질러야만 한다. 그녀는 솔직히 작가로 알려진 것은 아니다. 그냥 외롭거나 고독할 때 궁상스럽게 만진 흙장난이 정말 장난이 아니다. 예사롭지 않다는 말이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그녀에겐 흙이 그녀의 마음을 돋워준다. 인물군상을 좇는 도예작품에는 사람들의 갖가지 표정이 곁들여져 있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삶의 갖가지 얼굴들을 흙장난으로 표출해 내는 진지한 작업은 이제 작가 이상이다. 아마도 ‘권귀옥 작가’라는 이름으로 단단히 변신하여 돌아 올 날이 멀지않았다.


그녀의 열정어린 삶에서 천부적인 끼를 발견한다.


 타임캡슐을 타고 삼십년의 아득한 옛날로 거슬러 가보자. 가난하고 어려웠던 70년대 연탄가스를 마셔가며 경제개발을 위해 온 국민이 공돌이 공순이로 뛸 때 연예인 공순이로 국민들을 10년 동안 웃겼노라고 그녀는 큰소리다. 기실 그녀는 서민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주는 대표 주자였다. 흑백TV 앞에서 우리를 웃기고 울렸던 당대의 미녀스타 권귀옥. 어느 날 소리 소문 없이 안개 속으로 삶을 감춘지가 오래되었고, 강산이 몇 번 바뀌면서 어언 낙엽줄 나이에 성숙한 연기자로 돌아왔다.


 그녀의 끼는 하루아침에 나온 것일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초등학교 시절 전차에서 어른들 뒤꽁무니를 잡고, 딸인 척하며 무임승차하다가 들키면 달리는 전차 안에서 벌칙으로 “밝은 달 푸른 달 동산위에 뜬 달.”이란 가사가 담긴 동요를 수없이 불렀다고 한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녀는 어릴 때부터 미술소질이 뛰어나 중학교 때부터 사생대회를 휩쓴 경력도 있다. 선학표 주전자, 선학표 그릇을 지겨울 정도로 타기도 하고, 한영사전을 받아오기도 하였다.


 지금도 그녀의 끼는 다양하다. 지난날 신라호텔에서 지점토 초대전을 갖기도 했을 만큼, 그 바닥에선 실력이 널리 알려져 있다. 지점토 입문 책을 4인 공동으로 저술하여 펴내기도 하였다. 집안내력을 가만히 살펴보면, 지역 언론의 저널리스트였던 아버지와 한국일보 만평가였던 큰오빠와 잡지 ‘선데이 서울’의 에로만화의 대가였던 둘째오빠들의 사랑을 받고 자라면서, 가족이란 존재는 그녀에게 삶의 원동력이었다. 특히 당당하고 똑똑했던 아버지의 사랑을 독식하며 자랐던 유년을 잊지 못한다.


흙 작업은 마치 인생의 삶을 보는 듯하다


 권귀옥은 “얼굴 좀 보자.”며 폰을 때리면 밤12시라도 30여명은 족히 달려온단다. 그래서 일명 ‘보자클럽(bojaclub)’을 운영한다. 갈수록 정이 메말라가는 삭막한 삶에 얼굴 보며 수다도 떨고 얘기를 나누다보면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단다. 사람들은 그녀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출산장려운동을 하는 (사)유엔미래포럼의 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며, 수양부모협회 후원회장을 맡기도 하였다. 또한 호주의 홍보대사를 역임하고 있기도 하다. 예전에는 경기도 이천의 도자기엑스포홍보대사를 맡은 바도 있다. 가슴 아픈 이야기를 묻어둔 미혼모의 삶을 살았기에 미혼모 돕기 운동에도 적극적이다. 세월이 흘러 외동딸은 어느 듯, 동덕여대 방송연예학과를 졸업하고, 단국대대학원에서 뮤지컬을 전공하고 있다.


 1980년 돌연 미국행을 택했던 그녀가 우연곡절 끝에 다시 돌아와, 지난 2002년 KBS의 TV소설 ‘인생화보’에 첫 모습을 보인 이후, SBS의 아침드라마 ‘여왕의 조건’에서 코믹한 캐릭터로 최고의 인기와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톱스타 코미디언에서 미혼모로 살아온 20년 세월, 그리고 다시 본업인 연기자로 돌아오기까지. 여느 사람들은 알기 힘든 세월의 풍파가 깊게 배어 나오는 그녀의 연기와 흙장난에서 농익은 삶의 의지를 읽게 된다.


 그녀에게 흙은 인생과 같다. 흙을 주무르고 미완성의 작품에 유약을 바르고 불에 달구는 과정들이 일련의 삶의 모습들이란다. 그녀의 손을 거친 인간 군상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그녀를 닮았다. 불구경과 흙장난을 좋아하다는 그녀의 미소에서 마치 어린 소녀의 미소를 닮은 풍광을 보는 듯하다.


 이번 10월 26일부터 정동경향갤러리에서 1주간 도자기작품전 ‘흙장난’이 펼쳐진다. 도자기 판 작업과 인물군상들의 작품으로 30여점이 출품되며, 유명작가들의 찬조 출품도 곁들여진다. 이 판매수익금은 고스란히 수양부모 돕기와 또한 내 아이와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이웃의 아이도 소중하다는 생각에서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을 돕는데도 쓰여 진다. 그리고 ‘출산장려운동’에도 기금을 보탠다. 우리함께 암울한 시대의 웃음을 선사해준 그녀의 뜻 깊은 행보에 깊은 관심과 끝없는 박수를 보내도 아까울 것 같지 않다.

 

  ㅡ 미루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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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6.09.05 15:20

    첫댓글 정동 갤러리 전시회에 참석 합니다~^^그 전에 헤이리 전시때도...^^*

  • 06.09.06 01:48

    권귀옥언니께서 방송에 많이 나오시던데 우리에게 웃음도 주시고 좋은 작품 만들어서 좋은일도 하시고 찬사의 박수를 보내며 존경을 표합니다. 아름다운 삶 누리시길 바랍니다.

  • 06.09.07 00:45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아름답군요..~~ 젊든 그렇지 않든 일에 대한 열정이 있는 한 그 사람은 젊은 사람이고 행복한 삶을 향유할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늙지 마시고 계속 좋은 아이디어로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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