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목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주택담보대출 영업을 하는 대출상담사가 중개업소에 대출 안내 전단을 돌리고 있다. 이 중개업소의 김흥주 사장은 “오늘 벌써 3명의 대출상담사가 다녀 갔다”며 “지난해 가을 이후 사라졌던 이들이 최근 다시 나타났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주택시장이 뒷바람을 타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주택거래가 늘면서 집값이 오르는 건 금융권이 주택시장에 돈을 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중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동향'을 보면 2월 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515조5026억 원으로 전월보다 2조7922억 원(0.5%) 늘었다.
담보대출 잔액 3조3000억여원 늘어
이 가운데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44조7980억원으로 1월보다 3조3163억원이 늘어나 월중 증가액으로는 2006년 11월(4조2000억원)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는 지난해 11월 1조7712억 원에서 12월 2조3270억 원으로 늘어난 뒤 올해 1월 1조7934억 원으로 둔화했다. 이에 따라 예금은행의 가계대출도 1월 1조3820억 원 감소에서 2월 2조9784억원 증가로 돌아섰다.
한은 금융통계팀 이상용 과장은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해제로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이 완화되면서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들도 중소기업 대출보다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은 주택담보대출 영업을 많이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시중은행들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국민은행 개인여신부 조휘재 팀장은 “최근 들어 주택담보대출 승인요건을 완화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대부분의 자금을 만기가 긴 은행채 등으로 조달하기 때문에 금리가 급격히 내려갈 때에는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에 따라 대출이자가 정해지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을 꺼린다.
역마진 문제 해결되자 대출 경쟁 나서
은행 입장에서는 조달자금에 대한 이자보다 더 낮은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줘야 하는 경우가 나와 역마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은행의 조달금리가 낮아지면서 은행들이 주 수익원인 주택담보대출을 늘리고 있다.
은행들의 수익성은 고금리일 때보다 좋아졌다. 은행들은 수수료 명목의 가산금리를 올려 이전 대출자에 비해 더 높은 이자를 받는다. 예를 들어 2006년 상반기 은행간 주택담보대출 경쟁이 치열했을 때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금리조건이 ‘CD+0.6%’수준이었다.
요즘 CD금리가 연 2%대 중반이기 때문에 2006년에 대출계약을 한 사람은 연 3% 정도의 대출 이자를 내면 된다. 그러나 신규 대출에 대해선 은행들이 연 2%대 이상의 가산금리를 적용한다.
은행들이 대출 빚장을 풀자 제2금융권은 더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솔로몬저축은행은 아파트 시세의 90%까지 대출을 늘리고 있고 농협의 자회사인 NH캐피탈도 시세의 80%까지 대출을 일으킨다. 솔로몬저축은행의 경우 올 1월 35억(23건)에 불과하던 주택담보대출 실적이 지난달 230억(159건)으로 급증했다.
제2금융권은 대출요건 완화로 공격적
이 달 들어서는 10일 현재 210억원 가량의 대출 계약이 이뤄졌다. 이 은행 소성민 부장은 “지난해 가을 이후 주택담보대출을 거의 취급하지 않았지만 최근에 전략을 수정해 주택담보대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며 “주택시장이 바닥권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직 투기지역에서 풀리지 않아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남아있는 서울 강남권(강남ㆍ서초ㆍ송파구)도 사실상 대출 규제가 허물어졌다. DTI를 적용하면 최대 집값의 40%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새마을금고 등을 통하면 시세의 70%까지로 대출 범위를 늘릴 수 있다.
주택시장에 돈은 많이 풀리고 있지만 소비자에게 대출 조건이 나아진 건 별로 없다. 일부 대출 소비자는 새로 대출을 받으면서 금리손해를 보기도 한다.
보다 큰 집으로 이사가기 위해 기존 대출금을 갚고 새로 대출을 받을 경우 가산금리가 높아진만큼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다. 예컨대 1억원 대출에 대해 매달 25만원 정도의 이자를 내던 대출자가 새로 대출을 받게되면 월 40만원 이상의 이자를 내야한다.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의 대출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 2005~2006년 저금리 기조 속에 금융권이 주택담보대출을 대폭 늘리면서 집값이 크게 들썩였던 현상이 반복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 저축은행총괄팀 김태경 팀장은 “주택시장이 불안해지는 것을 미리 막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현황을 수시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