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필 <김신혜 사건으로 본 경찰의 수사 행태> 2탄입니다.
제가 형사들 사이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새끼’라는 말을 들은 건 사실입니다. 예컨대 새벽에 보도자료로 받은 사건처리기록부를 살펴보고, 낮에 형사과에 들어가 담당형사에게 무얼 물어보려고 하면 놀란 표정으로 일어서며 당황하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후 형사들은 살인사건이 나면 꼭 저를 현장으로 불러냅니다. 형사과장이랑 동행해 현장을 보여준 후 허름한 국밥집 같은데 데리고 가서 밥을 삽니다. 제가 먼저 말을 하지 않는한 사건에 대해서는 암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 침묵이 “빨리 잡을테니 좀 기다려달라”는 묵시적 압박같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돈이 궁한 형사들이 자기 돈으로 국밥 한 그릇 사는 건 최고의 대접입니다. 그날도 형사과장이 산 국밥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과장과 제가 마주앉고 형사들이 양옆으로 쭉 앉아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형사들이 “하여간 골 때리는 인간이다..”고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방금 사체를 보고도 저리 잘 먹다니! 지금 같으면 한 며칠 고기는 입에 대지도 않을 것 같은데, 당시에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시커멓게 변해버린 유아 사체나, 칼에 찔린 여성 등의 모습을 보는 건 사회부 기자의 숙명(?) 정도로 인식했던 것 같습니다.
터미널 뒤편의 원룸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이 기억이 납니다. 범인이 2층 창문으로 들어와 잠자고 있던 20대 여성을 칼로 난자한 사건입니다. 끝내 경찰은 범인을 잡지 못했습니다. 돈, 원한, 치정 등에 얽힌 사건은 형사들이 기가 막히게 잘 잡아냅니다. 그러나, 아무런 살인동기가 없는 사건은 잘 잡아내지 못합니다. 소위 ‘묻지마 살인’ 이죠.
며칠 후 과장에게 왜 못 잡느냐고 슬쩍 물었더니 "(범인이) 정신병자 같애...(기사 쓰지 말고) 조금 더 기다려봐" 말하더군요. 그날 저녁에 기사거리가 없어 바로 적었습니다. 경찰이 무능해서 살인사건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다음 날 찾아갔더니 무덤덤하게 박카스 한 명을 내밀더군요. 자신이 무능한 걸 인정한다는 건지, 저같은 인간에게 기사 보류를 요청한 자신이 어리석다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요샌 그렇지 않습니다. 이젠 cctv가 있어 '묻지마 살인'도 잘 잡아냅니다. 사건발생 주변 cctv부터 훝어서 범위를 넓혀가며 끝내 찾아냅니다.
저는 앞서 글에서 완도서의 김신혜사건은 살인이 아니라 단순뺑소니라고 주장을 했습니다. 재심을 앞두고 있긴 하지만, 범인으로 지목된 김신혜씨가 아직 교도소에 있는 데도 말이죠. 감히 말씀 드리는데 저는 제 말이 맞을 거라고 판단합니다.
그렇다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은 누구일까? 전국민적 관심사이기에 저 역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죠. 복잡하게 말하지 않고,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조선족 20대 남자 같습니다. 살인을 저지른 후 중국으로 건너가서 사건 추이를 지켜보다가 잠잠해지면 한국으로 건너와 또 살인을 저지르는 방식 말입니다. 연쇄살인치고는 사건 간격이 긴 것도 중국을 오가며 범행을 저지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화성시 옆에는 안산이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근무하는 공업도시죠. 이놈이 여기 공장에서 일하다 화성으로 건너와 살인을 저지르곤 인천을 통해 배를 타고 중국으로 도망을 간다는 것이죠. 그러다 한국 경찰이 범인을 찾지 못해 지쳐갈때쯤 다시 건너와 살인을 저지르곤 했다는 겁니다.
땅덩어리가 좁아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나라 경찰의 수사력은 세계 경찰이 인정을 한다고 합니다. 외국으로 내빼지 않는 한 다 잡아냅니다. 건데 이상하게 화성 사건은 연쇄적으로 발생했음에도 경찰이 잡아내지 못했습니다. 한국 경찰로서는 수치스런 사건입니다.
수년 간 수천 명의 형사들을 동원했으나, 그들이 한국인 용의자만 쫒으러 다녔으니 끝내 범인을 잡지 못한 겁니다. 만약 제가 당시 화성경찰서 출입기자였다면 안산경찰서와 공조해 공단지역을 이잡듯이 뒤지고, 인천국제여객선 조선족 입출입기록부를 살펴보라고 조언했을 겁니다. 사건발발 전후로 중국을 오고간 20대 조선족 남성이 있다면 용의자로 추정하고 주시해야 했습니다.
요새 살인사건은 공소시효가 없어져 각 서마다 미제수사팀이란 게 생겼습니다. 화성경찰서 미제수사팀이 작심하고 한 번 덤벼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중국 공안은 조선족의 범죄에 대해 매우 엄격합니다. 한족들은 조선족을 야만족 따위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중국공안과 공조해 억울한 이의 한을 풀어주는 화성경찰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아마 여수경찰에 의해 저번 글부터 체크가 되고 있을 것 같은데, 그럴듯하다고 판단이 되면 화성경찰에 조언을 할 것 같습니다.
경찰이 저처럼 자신들을 비판하면 무작정 싫어할 것 같죠. 그렇지 않습니다. 어떤 저의를 가지고 해당 경찰을 음해하거나 사건을 호도하면 다치는 수가 있겠죠. 하지만 시민을 위해 진상을 파헤치려는 노력에는 도리어 고마워합니다. 예컨대 중앙지는 모두 경찰을 칭찬해도, 지방의 한 일간지가 경찰을 비판하면 경찰청 감찰부는 진상파악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형사들이 기자를 어려워하는 겁니다.
제가 여수에 와보니 이상할 정도로 여수경찰서 관련 보도를 찾기 힘들더군요. 강력반 형사들은 돈이 있는 시청이나 기웃거리고 돈이 없는 경찰서는 찾아오지 않는 사람은 기자취급을 하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사람을 잡아가두는데, 견제해야할 기자가 자기들이 써준대로 기사를 쓰니 기자대접을 하겠습니까? 뒤가 대단히 구린 형사를 제외하고는 기자들이 찾아오는 걸 반깁니다. 형사반장은 말단 형사를 시켜 커피를 뽑아줍니다. 형사계장이나 과장은 손님이 오면 주려고 준비한 음료수를 책상 밑에서 꺼내 대접합니다.
제 말이 맞나 안맞나 여수경찰서를 찾아가 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