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덜트, 메이커 문화와 함께하다
당신은
‘키덜트’입니까? 아니면 ‘메이커’ 입니까?”
취미로 레고와 프라모델
배도 만들고, 때로는 공방에 들러 아기자기한 소품도 즐겨 만드는 내가 이러한 질문을 듣는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키덜트
문화’와 ‘메이커 문화’ 둘은 과연 완전히 구분되어지는 영역일까?
‘키덜트kidult’란
아이를 의미하는 단어인 KID와 어른을 의미하는 ADULT의 합성어로 아이들의 문화를 대변하고 있는 재미(Fun), 유치함(Childish),
판타지 등과 같은 가치들을 추구하는 어른들의 문화를 일컫는 말이다. 또한 ‘키덜트’는 각박한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감성적이고 즐거운 삶을
즐기고자 하는 심리에서 비롯되어 재미있게 스스로가 즐기려는 성인들을 말하기도 한다. 그들은 즐기는 것에서 나아가 무엇인가를 만들어 창조하기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키덜트를 잠재적 메이커라 부를 수 있을까?
키덜트 문화는 과거에는
미성숙하거나, 비주류들이 즐기는 소수 문화로 존재했지만, 현대 사회에 이르러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주류문화의 한 흐름으로 인정받고 있다.
Let’s Make 1월호에서는 이러한 키덜트 문화를 단순히 대중문화의 측면에서만 한계를 지어서 바라보지 않고, 한 발짝 더 나아가 메이커
운동의 한 흐름으로 읽어보고자 한다.
‘만드는
것(Making)’을 즐기는
사람들
그 동안 우리는
Let’s Make의 여러 기획 기사들을 통해, 혹은 어디선가 접했던 수많은 메이커 문화 관련 매거진 및 뉴스등을 통해 ‘스스로 만들고,
경험을 공유하는’ 메이커 운동과 메이커 문화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만드는’ 사람의 관점에서 키덜트 문화를 살펴보면 먼저 어떠한
공통점들이 존재할까? 가장 눈에 띄는 공통점은 바로 무엇인가를 ‘만든다’는 행위에 있을 것이다. 키덜트 문화의 대표격인 ‘레고(LEGO)’의
사례를 살펴보자. 어릴 적 추억을 생각해보면 누구나 한번 쯤 떠올리는 ‘레고’는 더 이상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잘 놀다’란 의미를 지닌
덴마크 단어 ‘Leg Godt’에서 탄생한 덴마크의 완구 회사 레고는 약 84년의 세월동안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했다. 레고의 긴 역사속에
레고를 가지고 놀던 아이들이 이미 자녀를 지닌 부모가 됐고, 부모가 된 그 시절의 아이들이 다시 그들의 자녀에게도 다시 레고 브릭을 손에
쥐어 주고 있다. 이러한 80여년의 세월동안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다양한 연령대에 맞는 수많은 상품들이 개발 됐고, 레고는 최근 두터운
마니아 층을 토대로 ‘키덜트’ 대상의 고가의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좌)레고Ⓡ
더 심슨™ 하우스 / (우)레고Ⓡ 아키텍쳐 트레비 분수
지난 2014년
발매한 한정판 레고 심슨하우스는 출시가 199.99 달러라는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전량 매진되어서 구하기 힘들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레고는 ‘키덜트’를 대상으로 한 아키텍쳐, 스타워즈, 베트맨 더 무비 등의 시리즈들을 연달아 발표하면서
‘키덜트’족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키덜트’ 문화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레고 브릭의 결합과 분해를 반복하고, 다양한 상상의
산물을 현실화 한다. 브릭과 브릭이 딱 맞아 떨어지는 순간의 그 ‘손 맛’. 그리고 단순한 형태의 브릭들이 모여 새로운 정교한 형태의 완성품이
되었을 때의 짜릿함, 성취감 등은 어쩌면 ‘메이커’들이 무엇인가를 ‘만든다’는 행위 뒤에 따르는 그 무엇인가와 닮아있지 않을까.
경험하고, 공유하라
또한 ‘메이커’와
‘키덜트’는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지난 1월 19일(목)부터 22일(일) 4일간 코엑스 D홀에서
열렸던 <키덜트 & 하비 엑스포>는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들, 또는 함께 ‘키덜트’ 문화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좌)키덜트
& 하비 엑스포 부대 행사 中 / (우)프라모델 콘테스트 - 한국종이모형 페스티벌 참가 작품
<키덜트
& 하비 엑스포>는 키덜트 대표 전시회로서 다양한 키덜트 제품군들을 선보였고, 다양한 행사와 참여 프로그램 등으로 색다른 재미를
선보였다. 올해로 6회 째를 맞이하는 ‘한국 종이모형 페스티벌’에서는 정교하고 수준 높은 종이모형과 페이퍼 토이들을 전시하여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고, 전시장 한편에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직접 체험해 볼 수도 있었다. 이번 전시회에 부대행사 중 올해 처음으로 진행 되었던
‘프라모델 콘테스트’ 등에서는 일반인, 회사원, 연예인, 학생 등 다양하고 많은 참가자들이 그들이 직접 만든 실물과 같은 크기의 100여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처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즉,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에서도 메이커 문화와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경험하고 또 경험한
것을 공유하는 ‘키덜트’ 문화와 ‘메이커’ 문화. 두 문화 모두 특별한 누군가가 특정한 시간을 할애해서 동참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함께할 수 있다는 매력적인 흐름 속에 함께 있는 것이다.
함께하는 ‘메이커’와
‘키덜트’
지난 2016년
12월 17일(토)부터 2017년 1월 31(화)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브릭라이브 인 코리아>에서는 특별한 공간을 선보였다.
<브릭라이브 인 코리아>의 공식 후원사인 레고 코리아(주)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한 공간인 ‘레고 코리아 존’에 위치한 ‘레고Ⓡ시티
트레일러’에서는 관람객이 트레일러 안에서 VR기기를 착용하고 레고로 만든 도시를 관람할 수 있었다. 2차원의 조형물을 넘어서 3D로 공간을
구현하고,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도시를 재현해 놓은 것이다. 단순한 형태의 브릭과 브릭을 조립하여 도시를 건설하고 더 나아가 첨단
기술과의 융합에 이르기까지 키덜트 문화는 이제 메이커 문화를 만나 더욱 더 발전하는 형태에 이르렀다.
‘키덜트 문화’와 ‘메이커
문화’의 융합의 예로 지난 8월부터 9월까지 국립 현대미술관 무한상상실 아트팹랩에서 열렸던 미술관 속 해커톤 <아트팹랩
챌린지-키덜트랜드>의 경우도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아트팹랩 챌린지-키덜트랜드>는 ‘키덜트 문화’를 주제로 예술가와
엔지니어 및 디자이너들이 협업하여 진행한 메이킹 워크숍이다. 키덜트를 컨셉으로 예술과 기술의 만남이 이루어진만큼 다양하고도 창의적인
결과물들이 쏟아졌다. 이와 같은 사례와 더불어 앞으로 키덜트 문화와 메이커 문화는 서로 만나 시너지 효과를 이루며 발전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키덜트’이자 ‘메이커’인 나에게 앞으로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 더욱더 기대가 된다.
브릭라이브
인 코리아 : 레고Ⓡ시티
트레일러
기획_
한국과학창의재단
글_ 김경원 Let’s Make
에디터
사진_
레고 코리아(주) (https://www.lego.com/ko-kr)
키덜트 & 하비 엑스포
(http://www.kidultexpo.org/)
브릭라이브 인 코리아 (http://bricklivekorea.com/)
출처_ 메이크올 뉴스래터
vol.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