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화 백내장 수술 (2/2) 빛을 얻다

[유정민]

223화 백내장 수술 (2/2) 빛을 얻다 230706

마음을 단단히 먹었지만, 그래도 수술한다는 불안감은 쉽게 사그라지지는 않았다. 눈의 중요성을 더욱 새삼스럽게 느끼면서부터는 더욱 그랬다. 아침에 눈을 뜨면 보이는 모든 것이 더 다정하게 보이기도 한다. 작은 방이지만 침대 양쪽에 책으로 가득한 책꽂이가 있고 침대 옆에 좁지만, 통로, 창문 아래 머리맡에는 탁자가 있어 자리끼를 갖다 놓고 밑에는 양말 등 일상용품을 넣어둔다. 침대 발끝 쪽으로는 간단한 붙박이장에 옷과 침구류를 넣어둔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 창문으로 희미한 불빛이 스며들어 내가 살아있음을 알아채고 책들과 인사하며 일어난다. 이중삼중으로 지저분하게 쌓여있지만, 그런대로 역사책과 시집은 따로 모아놓았다. 어젯밤(6월 21일)에도 [발가벗은 한국사] ‘덕혜옹주’라는 TV 프로를 보고 일본의 잔학성을 다시금 확인하였다. 그리고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라는 책을 책꽂이에서 꺼내면서 이제라도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수술 사흘 전부터 하루 4번 안약을 넣는다. 약이라고 하기보다는 세정제, 수술 전 눈의 어떤 균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살균용 점액을, 그리고 수술 1시간 전 집에서 5분 간격으로 산동제(수정체가 빛의 강도에 따라 수시로 커졌다 작아지기를 반복하지 못하게 하고 그냥 마취되어 최대한으로 제일 크게 늘어져 있게 만드는 안약)를 넣었다.

드디어 5월 30일 화요일 2시 수술 예약에 맞추어 1시부터 준비를 하고 30분 전에 딸이 운전하는 내 차를 타고 출발하였다. 도착하니 바로 수술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 준비가 되어있는지 각종 검사 및 혈압까지 확인하고 수술할 때 안구가 이리저리 움직이지 않도록 수술에 임하는 방법까지 세세히 설명한다.

옷을 갈아입고 수술이 시작되는데 수술 전 수술하지 않는 눈과 수술하는 눈 사이에 칸막이를 단단히 한다. 눈으로 물이 쏟아져 들어오고, 무엇인가가 눈 위로 쓰윽 깎으면서 지나가기를 20여 번 하는 것 같은데 통증은 거의 없고 눈알을 고정시키는 대로 하려니 맞추라는 초점이 움직여서 따라가게 되고 다시 오른쪽으로 보라는 말에 그냥 정면을 바로 보는 방법으로 하면서 수술을 계속하여 끝냈다. 단 기계가 깎으면서 지나가는 동안 뻐근하다는 느낌이 두어 번 들기는 했다.

수술을 마치고 눈 위에 두껍게 안대를 댄다. 물론 안대 아래에서 눈을 뜰 수는 있지만 아프거나 불편하지도 않았다. 수술한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 안대로 눈을 덮고 그 위에 딱딱한 투명 플라스틱 보호대를 씌어준다. 혹시나 손을 대거나 비빌 수가 있기에 최대한 안전장치를 하는 것이다.

수술 다음 날 가니 안대를 떼어내고 다시 여러 가지 검사를 한다. 24시간이 지나도 시력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수술한 눈은 아직도 글자가 이중으로 보이지만 두 눈으로 보면 이중이 아닌 잘 보이는 선명한 쪽으로 보인다.

수술 후 이제부터는 3가지 약을 하루 4번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자기 전에 넣는다. 두 가지는 4번 넣고 한 가지는 아침과 저녁 두 번만 넣는다. 처음에는 무조건 4시간 간격으로 시간에 맞춰 넣었다.

일주일간 목욕하지 말라니 어쩌나 싶어 고민했다. 나흘간 안대를 하고 목 아래만 우선 씻다가 닷새째 날 목 아랫부분을 먼저 씻고 나서 눈을 꼭 감고 머리를 감았다. 정말 간단히 감고 부지런히 나가 안약을 넣었다. 세 가지 안약 중 세정제(소독용) 안약을 제일 먼저 넣어 혹시나 눈병에 걸리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그리고 나서부터는 아침에는 세수하고 나서, 저녁에도 목욕하고 나서 안약을 넣는 방법으로 바꾸었다. 안약은 순서는 바꿔도 되지만 최소한 1~2분 간격은 지키라면서 먼저 넣은 안약을 씻어 내느냐 마느냐는 이야기 안 해준다. 약사에게 물으니 관심을 두지 않았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먼저 넣은 약이 눈 세정제라면 2분 후 넣은 약은 감염 예방약이다. 그러니 세정제를 씻어 내고 감염 예방약을 넣어야 순리에 맞을 것 같다. 씻어 내지 않으면 세정제에 예방약을 추가로 넣으면 세정액의 농도가 낮아져 세정효과를 볼 수 없고 예방약도 앞에 넣은 세정액이 남아있으니 예방약의 효과도 낮아지리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래서 나는 1분이 아니라 2분을 기준으로 약마다 고유의 성분이 잘 작용하도록 하려고 한 것이다. 어떻게 2분을 보내냐 하면 천천히 하나 둘 … 세어 육십까지 센다. ‘하나’ ‘둘’ 세면 최소한 2초 이상 걸리니까 육십까지 세면 적어도 2분 이상은 걸린다고 생각했다. 휴지를 한 장 빼서 세 번 접어 배꼽 위에 놓고 소파에 누워 안약을 한 가지씩 넣고 60을 세면 3개에 7분 이상 걸린다. 나중에는 전화기의 ‘시계’ 앱으로 가면 타이머가 있어 2분 30초로 맞춰놓고 사용했다.

수술 일주일 후 병원에서 시력 검사를 하니 수술 전 0.6에서 1.0으로 좋아졌다. 제일 기쁜 것은 컴퓨터 모니터와 텔레비전이 아주아주 선명하다. 햇빛 나는 길에서는 눈이 부셔 색안경을 써야만 편하다. 나뭇잎이나 풀잎도 그냥 풀인가 보다 하였는데 이제는 잎새까지 자세히 보인다. 소나무 솔잎도 하나하나 가까이 있듯이 잘 보인다.

이상한 것은 수술한 눈으로는 잘 보이고 수술하지 않은 눈으로는 흐릿하게 보이는데 두 눈으로 보면 선명하게 보인다. 다시 말해서 두 눈 중 잘 보이는 영상을 뇌가 인식하는 것이다. 전에 쓰던 돋보기 안경알이 그냥 무색투명했었는데 수술 후에는 아주 연한 노란색으로 물들여놓은 것을 전에는 보이지 않아 몰랐다는 말이다.

벌써 첫 수술 후 한 달이 넘었다. 한 달간 안약을 넣으라고 했지만 먼저 수술한 눈은 완전하다는 의사의 이야기를 듣고 3주 만에 끝냈다.

백내장 수술은 어려운 수술이 아니다. 건강보험으로 수술비는 23만 원. 병원마다 검사 몇 가지 하고 초진료가 4만 원 넘게 나와 놀라게 했다. 안약값도 4,800원(3가지, 일 2회분 1개, 4회분 2개, 한쪽 눈 한 달분), 진료비(갈 때마다)는 1,800원 정도, 다만 병원마다 안약 넣는 시간이 2시간마다 넣으라는 병원이 있고 하루 네 번 넣으라는 병원이 있어 약간 차이가 있다.

작년 처음 안과병원에 간 병원에서는 상담하면서 상담 전문 간호사가 렌즈에 관해 설명하면서 고가(최고 3백만 원, 두 눈 600만 원, 병원마다 차이가 크다)를 권장하였고 두 번째 병원에서는 고가의 렌즈를 권하지도 않고 그냥 일반 수술을 하고 시력이 나오는 것에 따라 안경을 맞춰 쓰라고 했다. 세 번째 내가 수술한 병원도 수술하겠다고 결정하니까 간호사가 상담실로 따로 불러 추가로 고가의 렌즈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다. 물론 선택하지 않았다.

수술 후 생각해보니 시력이 잘 나와 고가의 렌즈로 수술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수술 후 아쉬운 점은 너무 환해서 눈이 부시다. 원래 눈이란 빛을 조절해서 적당히 사물을 편안하게 볼 정도이었는데 지금은 빛을 조절하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백내장으로 인한 빛의 밝기, 즉 명도(明度)가 줄었던 것을 수술한 후 빛이 밝아도 다 밝게 받아들여 눈이 부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선 한 달 정도 더 두고 생활해보면 빛에 익숙해지든지 아니면 계속 빛이 환해 불편할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텔레비전보다는 책이나 전화기를 더 자주 많이 보는데 잘 안 보인다. 수술 전에는 책과 거리가 30cm에서 보았다면 이제는 60cm에서 잘 보인다. 전에 쓰던 안경을 쓰면 30cm에서도 다시 선명하게 보인다. 나중에 수술한 눈 기준 한 달 후에 시력 검사받으러 오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난시가 있다고 한다. 또 속으로 의문이 간다. 수정체가 바뀌었는데도 무슨 난시가 또 있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김형두]

궁금했던 자세한 백내장 수술기 잘 읽었습니다. 나도 10년도 더 전에 백내장 진단을 받고 현재 안약을 처방받아 넣고 있는데 아직 수술얘기는 없습니다.

[유정민]

수술 전은 역시 두려움이었지요. 수술 다음날 아무런 통증도 없이 지나고 눈을 떠보니 새 세상입니다. 이상한 것은 두 눈의 시력이 다른데 수술한 눈이 잘 보이니까 완전히 세상이 밝아졌습니다. 시작했으니 또 마저 했지만 후회 없이 잘 살겠습니다. 백내장이 심해져 10년 후에 수술해야 한다면 지금 지금 하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넣고 있는 안약의 주의 사항을 읽어보세요. 제약 회사는 약물 부작용을 고려하여 장기간 투여를 대부분 하지 말라고 썼습니다. 의사는 혹시나 눈병이 발생될까 봐 안약 처방전을 내주는 것이지요. 사람은 자정 능력이 있어 대부분 건강하게 삽니다.
선택은 언제나 자기 몫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