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이 시작되자마자 한분기도 휙지나가고 봄바람에 콧등도 간지럽고 싶고 이 나이에 또 새로운 일도 시작하다 보니 살짝 짜증나는 일도 있고 그래서 몇일 남도여행을 떠났다.
1박2일로 어디 가자니 오가는 시간만 다 소모되고 뭐 다닐데도 별로 없고 그래서 3박4일 경상도 진주에서 남해를 거쳐 전라도 여수 그리고 고흥 뭐 계획은 그랬다.
남해에서 밤늦게 금산에 올라 상주은모래 해수욕장을 바라다 보니 문득 45여년전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고2였을겄 같다. 그때 친구들과 3명이 첫 장장장거리 여행을 떠났던 곳이 남해상주모래밭이였다.
그당시 교통은 무지 열악하여 하루가 다가고서야 한밤중에 겨우 2차선 도로를 통해 금산옆을 거쳐 산길로 산길로 버스를 타고 남해로 들어온 기억이 난다.
그때 같이 왔었던 친구 한명은 오래쟎아 사고로 사망하고 또 한 친구는 집안이 망해서 돈벌러 배타러 갔다 실종되었다. 나만 홀로 살아남아 나름 참 오래 살았나보다.
남해를 떠나 여수 섬여행을 미루고 고흥으로 들어서니 또 한 친구 생각이 난다. 평생 노총각으로 살다 전립선암 치료차 고향 고흥으로 내려와 몇년 살고 50몇년의 삶을 마감한 대학친구. 모두에게 묵념...
남도여행을 수없이 했었지만 문득 그런 친구들이 생각난건 이번이 처음이다. 왜일까 모르겠지만 참 새삼스럽다.
살면서 여태까지 바다 하면 남해 남면에서 보는 바다가 연상됬었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선 마음이 바뀌었다. 고흥 앞바다 여자만의 옥빛 바다색이 마음에 와닿는다.
고흥에서 여수까지 4개섬을 연결하는 다리가 공사중이다. 그중 팔영대교 하나가 완공되었다. 팔영대교 양쪽의 쪽빛바다를 보고 달리니 별안간 한동근의 노래 그대라는사치가 생각난다. 음악을 틀고 크게 따라부른다. 부르다 고음부에서 목청 나갈뻔 ㅎ
여행의 묘미는 불현듯 마주치는 맛집이다. 길을 몰라 꺼꾸로 돌다 마주친 맛집. 과역이란 조그만 동네에 유명세를 탄듯 관광버스까지 들이닥친다. 8천원에 푸짐한 한상. 두번 또 갈 기회는 있을런지? 흠이라면 양념이 좀 짜다는거. 맛은 오케이.
목적했던 팔영산에 오르니 여자만이 시원하게 보이고 멀리 여수 앞바다 백야도 신기도 금오도 모두 눈에 들어온다. 여기저기 섬과 섬을 연결하는 다리공사가 한창이다. 몇SOC사업이 큰게 없다보니 요즘엔 도서지방 다리공사에 꽤많은 물량을 주는편이다.
우리나라 어디라도 그렇듯 고흥에도 거리에 벚나무가 많다. 근데 여긴 이미 지고있다. 지나가며 한컷. 내일은 또 어디를 가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