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내년 정부 국가 예산으로 2조5천억원을 확보했다. 지난해보다 14% 가량 늘어난 것이다. 정부가 29일 내년 국가 예산을 올해보다 2.8% 증액했다고 발표한 것과 비교하면 주목할만 한 수준이다. 올해 물가 상승 예상치 3%대를 감안하면 정부가 이날 발표한 예산 증액은 사실상 예산 감소라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 정도로 허리띠를 졸라 매겠다는 데 울산시는 무려 3천억원 이상을 늘렸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이런 성과 배경을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의 지원 덕택이라고 했다. 김 시장은 울산시가 확보한 내년 국가 예산 정부안을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의 `성적표`까지 공개했다. 그는 "국회에 포진한 지역 국회의원들의 영향력이 그 어느 때보다 더 막강하다"며 "이런 기회가 내년에도 똑같이 오라는 법은 없다"고 했다. 결국 올해 정기 국회 심사 기간 중 지역 현안 예산을 더 추가하겠다는 계산이다. 국회에 영향력을 미칠수 있는 국회의원들이 많은 이 시기에 예산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최대한 확보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지자체들이라고 손을 놓은 채 멍하니 바라보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들도 국회 내 영향력 동원에 총력을 기울일 게 틀림없다. 따라서 지난 8월까지 기재부 설득이 중요했다면 이제부터 국회 파워게임이 시작된다. 어느 상임위 어떤 의원이 먹을거리를 잘 확보하느냐에 따라 전국 지자체들의 내년 살림살이가 휘둘린다. 수백억, 수천억원이 동원되는 대형 사업을 확보해야 지역업체들이 그에서 파생되는 일감을 얻을 수 있는 게 그 한 예다. 그렇게 일감을 확보해야 지역 경제에 활기가 돈다.
정부 예산안은 9월부터 시작되는 국회 예산심의에서 다시 증액될 수도, 삭감될 수도 있다. 어떤 경우는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전액 삭감된다. 반면 국회 심의과정은 국회의원들 역량에 따라 정부안에서 배제됐던 예산이 다시 기사회생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때문에 전국 지자체들은 국회 심의에 사활을 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내년 정부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국회 심의 과정에서 1천억원 정도 더 확보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의 역할을 기대해야 할 대목이다. 게다가 내년에 총선이 있지 않는가. 올해 연말 발표될 울산시 내년 국가예산 확보에 어느 국회의원이 얼마나 힘을 더 보탰는지 주목할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