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우 순교자 성지순례
실버 3차 정상덕(마리노)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시기라서 하늘은 높고 말이 살이 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요즈음은 천고마비를 천 번을 고개 숙이고 마음을 비운다는 약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용계성당 사도회가 발족한 지 스무 해가 되어 간다. 창립 당시부터 성지 순례를 통하여 신앙을 성숙히 하자며 여기까지 왔으니 성지 순례의 이력이 붙었다고 하여야 할까, 해마다 부부 동반으로 가던 성지 순례를 오늘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순례를 떠나게 되었다. 병치레와 병구완을 하는 회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순례지 결정과 버스를 맞추고 일정을 잡아야 한다. 아직 일터에 나가는 회원이 있어 쉬는 날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도회 신임회장단을 구성하느라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코로나 사태 후 회원이 줄어들고, 건강상 이유 등으로 간부를 하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
성지 순례지를 잡으려 하면 여러 가지 고려할 사항이 있는데, 하루의 해가 짧은 계절은 특히 가을~ 겨울은 남쪽으로 순례지를 잡아야 하고, 위령 성월에 맞는 곳을 찾아야 했다.
좋은 성지를 순례한다고 요셉회 김민웅 회장 외 2명이 동반하게 되어 더 뜻깊은 순례가 될 것 같았다.
새벽 찬 공기를 아내와 함께 마시며 추위를 느끼며 출발지 용계 육교를 향하여 걸어간다. 멀리서 회원 부부인 것을 알게 된다. 걸어가는 모습만 보아도 누구인지 알 수가 있으니 말이다.
버스에는 반 이상의 회원들이 탑승하였고 오랜만에 만난 자매님들이 반가워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랴, 준비물을 챙기느라 분주하다,
8시에 출발인데 본당 여 운동(바오로) 신부님과 사무장께서 강복과 무사히 잘 다녀오라는 인사 말씀을 하신다. 모두가 고마움을 느낀다.
동대구 IC를 지나 김범우 순교자 성지가 있는 경상남도 밀양시 삼랑진읍을 향하여 고속도로를 달린다. 차창 밖에는 아직도 남아있는 단풍과 소나무잎들이 우리를 환영한다. 하늘은 높고 맑아 순례하기에 좋은 계절인 듯싶다. 새마을 운동 발상지 청도를 지나 밀양으로 들어서니 영남 알프스가 전개된다.
영남 알프스는 울산, 밀양, 양산, 청도, 경주의 접경지에 형성된 가지산을 중심으로 해발 1,000 m 이상의 산들이 수려한 산세와 풍광을 자랑하며 유럽의 알프스와 견줄만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본래 가지산,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청황산, 재약산, 고한산 7개의 산을 지칭하나, 주변, 운문산, 문복산을 포함하여 한국의 100대 명산으로 사계절 모두 아름답기로 유명하고 가을에는 곳곳이 억새로 가득한 환상적인 풍경을 자랑하여 전국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통도사, 운문사, 석남사, 표충사 등 역사 깊은 문화 유적지가 있고 기암절벽이 조화를 이루며 다양한 동, 식물이 살고 있어 자연이 만든 거대한 동, 식물원이기도 하다.
이어서 아침 기도와 묵주기도 5단을 바치고 회장님 인사 말씀과 총무님의 오늘 일정들을 소개하고, 내가 우리나라 첫 순교자라 할 수 있는 김범우의 묘소와 1785년. 을사추조적발(乙巳秋曹摘發) 사건에 연루되어 한양에서 밀양 단장(丹場)으로 유배 되어왔다. 그는 서학이란 신학문에 끌린 양반들과의 친교를 통하여 천주교에 입교하여 신앙생활을 하였고 자신의 집을 초기 천주교의 전례 장소를 제공함으로써 천주교를 학문적 연구의 수준에서 신앙을 확산하는 차원으로 발전시켰다. 또한 많은 중인 계층을 입교시켜 천주교의 보편화에 앞장섰다. 유배를 온 이후에도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였지만, 고문의 후유증으로 치명하였다.
김범우 묘지 성지순례에 대한 간략한 설명으로 안내를 마쳤다. 어느덧 성지 입구의 안내판이 보인다. 오르막길을 30분가량을 올라가며 십자가의 길을 하여야 했는데 안내문이 되어 있지 않아서 그냥 오르다 보니 무릎이 시원찮은 사람이 많아 예상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리고 힘들어한다. 사전에 성지 사무장과 협의할 때 알려 주지 않아 몰라서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전화 통화를 하면 승합차를 보내줄 수 있다고 하였는데 사무장의 정확한 상황 파악 설명과 배려의 아쉬움이 남는다.
김범우 성인의 묘소에 도착하니 푸른 잔디가 겨울옷으로 갈아입었고, 왕(王)의 봉분(封墳) 같은 아주 큰 묘봉이고 묘소 위에는 큰 바위에 십자고상의 조각이 우리를 환영한다. 주. 모. 경을 바치고 큰 절로 엎드려 절하니 성인에 대한 예우를 다하는 교우들이 보이니 성숙한 모습이다.
십자가의 길을 마치고 성모 동굴 성당에서 미사참례를 하고 예약해 놓은 성당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으러 갔다. 뷔페로 차려 놓았는데 반찬도 산뜻하거니와 도토리묵이 맛이 있었는데 부식이 모자라니 신부님께서 직접 배달하여 놓는 것이 퍽 인상적이었다. 식사 후에는 이 지방에서 나는 감을 후식으로 식탁마다 칼을 내어놓았고, 커피나 음료수를 마실 수 있도록 다양하게 배려하였고 옹기종기 둘러앉아 감을 깎아 먹으니 맛있게 먹으니 다른 본당에서 온 옆 좌석과도 대화를 나누는 친교는 가톨릭인 들의 마당이요 자랑이다. 성지 이야기와 단감의 꽃을 피우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점심과 차(茶)를 마시고 밖에 나오니 맑은 공기까지 가슴에 들어오니 속이 뻥 뚫린다. 처음에 올라갔던 내리막으로 내려오니 사무장께서 승합차로 올라 올 때 힘들었다고 내려갈 때는 승합차로 모셔 준다고 하여 내려오니 고맙기 그지없다. 버스에 몸을 싣고 울산 대왕암 바위를 거쳐 대구로 돌아올 요량이다. 대왕암공원에는 신라시대 삼국통일을 이룩했던 문무대왕의 왕비가 죽은 후 문무대왕을 따라 호국룡(護國龍)이 되어 울산 동해의 큰 바위 밑으로 잠겼다는 신비한 전설이 내려오고 있는 곳이기도 하며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수만 그루의 해송, 바닷가를 따라 조화를 이루는 기암괴석, 파도가 바위구멍을 스치면 신비한 거문고 소리를 내는 ‘슬도’,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울산 등대까지 가는 길에는 송림이 우거진 길로 1백여 년 자란 키 큰 소나무 그늘이 시원함과 편안함을 주며 또한 해안 절벽으로는 거대한 바윗덩어리들과 기암괴석을 볼 수 있고, 대왕암의 모양은 하늘로 용솟음치는 용의 모습입니다. 출렁다리는 길이 303m, 폭 1.5m로 현재 전국 출렁다리 가운데 주탑 간 거리로는 가장 길다고 한다,
여기에서 단체기념 촬영을 하고 숲속으로 들어가 가져온 돼지고기와 음식들을 나누며 건강에 관한 정보 교환과 오늘 성지순례에 관한 뒷이야기로 꽃을 피웠습니다. 요셉회 김민웅 회장, 전병수(하비에르) 님 曰 초대해 주어 동행하게 되어 고맙다. 집에 있으면 지루해서 하루해를 보내기도 어려운데. 권재호님 曰 평소에 서먹서먹해서 말을 붙이기도 어려웠는데 이렇게 만나 대화하니 너무 좋으시다고,
어둠이 내리기 전에 버스로 이동하여 대구로 향하였다. 버스에서는 노래자랑이 있었다. 김지숙(엘리사벳) 자매님(이야기 할머니 봉사자)의 구수한 사회로 옛노래를 따라 부르고 자연적으로 자기만의 18곡을 한 곡씩 쭉쭉 뽑으니 아직은 살아있는 모습들이 역력하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