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 울산시와 동구가 함께 동구 전하체육관에서 `울산 조선업 취업박람회`를 개최한 지난 30일 공교롭게도, 지난 2002년 1달러 말뫼의 눈물로 불린 세계 최대 크레인을 1달러에 울산에 판 스웨덴의 국회 소속 산업통상위원회 의원들이 울산을 방문했다. 참으로 시점이 묘하다.
22년 전 당시만 해도 세계 조선 강국 중 하나 이름을 날리던 스웨덴이었지만, 고임금과 경제 침제 등으로 결국 울산에 최고의 자리를 넘기고 말았다. 현대중공업으로 대표되는 울산의 조선업이 호황의 최정점을 찍었던 2015년을 기점으로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 특선을 중심으로 반짝 상승세를 보이면서 현대중공업이 올해 최대 수주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마냥 웃을수 만은 없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5년 조선 경기가 불황에 빠지자 구조조정이라는 명목으로 숙련공들을 대거 내보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당장 일손이 부족한 상태다.
당시 구조조정 과정에서 두 가지 지적이 있었다. 노조는 당시 현대중공업이 가지고 있는 자체 유보금으로 나중을 위해 숙련공만큼은 조선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어렵더라도 유지하자고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대거 퇴직을 단행했다. 또 하나는 조선업도 국내의 여러 산업 분야 중 하나일 뿐이며 사적 영역으로써 기업경영 부실로 인해 발생한 대량 해고 문제를 해결키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이 옳으냐 하는 문제였다.
역시 당시 논란되었던 두 문제 모두 이번 `조선업 취업 박람회`에서 정부의 개입에도 문제해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 일부가 입증됐다. 근로자 스스로 근로조건과 적정임금 수준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취업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대중공업 협력업체들은 채용 예정 인원의 절반도 채용하지 못했다. 현대중공업 동반성장 인력지원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현대중공업 사내 협력사의 부족 인력은 3천명이었다. 이중 천명은 외국인 근로자로 채웠다. 하지만 연말까지 수주물량을 감안 하면 최소 1천명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번 취업박람회에서 드러난 문제는 회사와 근로자 원하는 임금수준과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인력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국내 조선업의 경쟁력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울산의 조선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가 나서 조선업 취업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고임금과 험한 현장 기피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백약이 무효다. 무엇보다 노사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울산의 조선업계 노사는 골리앗을 팔 수밖에 없었던 스웨덴 `말뫼의 눈물`을 반면교사로 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