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 놈,
한양에 혼사가 있어서 다녀 왔습니다.
넷째 누나의 아들인 38살 된 노총각이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재직하다가
요즘은 교육하는 부서로 옮겼다는 노처녀와 혼사를 한 것인데
서로가 서로를 구제하는 느낌이 없지 않은 결합이었다.
촌놈이 어디 그런 야외 결혼식이란 걸 구경해 봤어야 말이지.
오래 전에 강남의 메리어트 호텔과 시청 앞에 프라자 호텔에서 일문의 혼사끝에
양놈 코스 요리라는 걸 먹어 보아서 그런 것에 꽤나 익숙한 듯 거드름을 피워 보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게 고관대작의 사치품과 다름없는 것이어서 우리같은 평민이 먹기엔
감질나고 화딱지 나기 딱 좋은 음식이다.
사성이 오가고 주단이 예단으로 교환되던 예전 혼사의 예식이
끝나고 나면 그야말로 잔치였다. 묵이며 떡, 단술과 나물 그리고 잡채와 고기가
푸짐하게 차려진 개인 상을 받으면 나물과 단술 같은 것은 그 자리에서 먹고
고기나 떡같은 것은 가재 손수건에 싸 왔던 엄마가 떠오른다.
먹거리가 그렇게 귀하지 않은 시절이었지만 워낙 오지이고 가세가 빈약하다보니
시절 같지 않게 풍성함을 몰랐고 배를 곯지는 않았어도 입에 달라붙는 음식은
귀한 시절이다 보니 엄마는 그렇게 자신의 몫을 남겨왔을 것이다.
그러했던 옛 풍습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개개인의 수고를 덜아주는
차려놓은 뷔페나 다름없는 접대였던 것 같다. 차려주는 이의 번거러움은 있었을지언정
받아 먹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깔끔하고 푸짐한 단촐함인가.
요즘 흔해빠진 뷔페식이기라도 했다면 입에 맞는 음식을 골라 먹는 재미도 있고
섭취의 단절은 없었을 터인데, 인건 뭐 큼직한 접시에 담긴 새우 한 알 먹고 입 딲고 기다리니
손톱 깍다가 튕긴 손톱만한 크기의 아몬드 두 조각이 얹혀진 아몬드 녹차 스프라는 이름으로 나왔다.
그리고 또 넋 놓고 기다리니 입 작은 내게도 한 젓가락 될까말까 한 새싹이 한 접시 나오고
메인이라며 이름도 얄궂은 스테이크가 호박과 아스파라거스와 이름모를 과일 접시가 나왔는데
김치 한 점 없는 게 더 아쉽고, 수건을 팔에 걸치고 오만 예의를 다 갖추어 돌아 다니면서
와인을 첨가해 주는데 그것도 내겐 불편하다. 그저 한 병 테이블에 올려 놓으면
응당 알아서 따뤄 마실까. 그것도 생각해 보니 고품격을 가장한 절약의 혐의가 드는 건
촌놈의 지나친 비약일까?
오며 가며 입가심겸 요기로 먹으라며 준 건 있었다.
예쁜 종이 가방에 갖가지 음식 (영양떡, 건어물 셋트, 바카스, 젤리, 계란, 방울토마토,
김밥, 비스켓, 강정, 베지밀, 물...) 이 든 베키지 였다. 떡과 김밥은 내가 먹었지만 나머지 음식은
예전에 엄마가 가재 손수건에 남겨온 것처럼 남겼다. 그시절 내가 돌아올 엄마를 기다린 심정에 젖어
그런 행동을 하기는 하였으나 그런 음식을 남겨오기를 기다리는 아이는 없고 뭐 대수로운음식도 아니다.
하지만 그 엄마의 자애롭고 애달팠던 마음은 그대로 남아서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아무짝에도 필요없는 행동을 하게 되더라.
아무튼
서울의 남산 자락에 위치한 웨딩홀에서 야외 결혼식을 보고
태가 나는 비싼 음식을 먹었는데 어째 돈값은 하나도 못하는지 모를 일이다.
식사 도중에 얼핏 예식비가 7천~1억이란 소리를 들었다. 내게는 짝을 맺어 줘야 할
두 명의 아이가 있으니 그 소리를 들으니 나의 무능을 탓하기 전에 미쳐가는 세상이 한탄스럽다.
동네의 허름한 웨딩홀에서 자녀의 혼사를 했던 친구는 예식비로 2~3천이 들었다는 소리에도
기겁할 일이었는데....참, 앞으로 일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구청 강당이라도 빌려야 하나...
아침 6시에 일어나 집을 나서 밤 11시에 귀가했다.
아침에 누룽지 한 숟가락 뜨고 차안에서 김밥과 떡도 먹었고
한끼에 십오만원도 넘는다는 양식 코스요리도 먹었건만 배가 어찌 그리 출출한지.
그래서 라면 끓여 식은밥 말아 먹었다. 근데 희한하게도 값비싼 그 요리보다
이게 내 입맛에 맞고 속이 든든하게 느껴지는 걸 보면
나는 천상 촌놈인가 보다.
연골 주사인가 뭐 그런 건가??
@더하기 빼기 네네~~
근데 예약을 했어도 연휴 바로 직후라 대기자가 너무 많아요
@벨라 나도 요즘 오랜 시간 앉아 있으면 기름이 밑으로 흘러버리는지 일어설 때 삐거덕 거리더라구.ㅜㅜ
@더하기 빼기 망가지지 않게 조심하세요
@벨라 이미 화석화가 진행되기 시작했는지도 모르지...ㅜㅜ
이긍
아푸지 마여~~
한양을 행차하시면, 사대문 안에 들어서기 전에
신고를 해야 하거늘, 법도를 어기고 그냥 다녀 가셨네요..ㅎㅎ
행차라고 하기엔 너무 초라한 몰골이고,
다른 큰 행차에 호종 비슷한 역활이거나 가마꾼 같은 신분이라
대가댁 안방 마님이나 사랑방 대감에게 연통할 만하지를 못하였습니다.
남은거 뽀돌이 줘~ㅇ^^;
아이쿠~
미안혀...먹는 애기 해서.ㅋㅋ
오~~ 부자들만 한다는 남산 야외 결혼식ㅋ
날씨도 도우셨구먼유
긍가?
촌놈이 뭘 알아야 말이지...
너거집은 거기서 멀어??
@더하기 빼기 멀어유
우리집은 서울 촌동네 ㅋㅋ
@보리보리쌀 멀어 봐짜 서울 안짝이녀.ㅋㅋ
추석때 넘 열심히 먹었나벼
뱃살은 두둑하고 얼굴이 보름달이넹 ㅋㅋ
뭐 맛난 거 많이 해 먹었어??
@더하기 빼기 먹고 자고 먹고 자고 ㅋㅋ
내일부턴 난닝구 입어야겠네 쌀쌀혀^^
@보리보리쌀 여태 안 입었덩겨?
@더하기 빼기 세월가는걸 깜빡했지뭐여 고뿔 걸리기전에 입어야지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