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디아워스를 보고나서...
사회복지학과
09382009
조은혜
영화는 세 여인의 이야기를 왔다갔다 하면서 보여준다. 먼저 '댈러웨이 부인'이라는 소설을 쓴 버지니아 울프(니콜 키드먼)이 1921년에 소설을 쓸 당시, 1951년 캘리포니아의 평범한 주부 로라, 그리고 2001년의 클라리사의 이야기가 그것들이다. 로라와 클라리사는 둘 다 '댈러웨이 부인'을 읽으면서 생활한다.
영화는 소설을 쓰는 버지니아 울프, 그리고 그 소설을 읽는 로라와 클라리사의 하루를 보여준다. '댈러웨이 부인'이 댈러웨이부인의 하루로 그녀의 인생을 보여주듯. 로라는 남편의 생일인 날에 남편을 사랑하는 척하기 위해, 그렇게 보이기 위해 케익을 만들고 파티를 준비하고, 클라리사는 리차드가 상을 타는 기념 파티를 마치 리차드를 위해 준비한다는 듯이 바쁘게 준비한다. 사실은 그녀의 댈러웨이처럼 그녀의 우울함을 숨기기 위한 것이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세 여인의 우울함이나 감정상태는 격해지며, 이는 세 여인 모두 뜬금없이 다른 동성의 여인에게 키스하는 장면에서 절정화된다.
여기서 세 여인 외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캐릭터가 리차드다. 그는 사실 1951년 당시 로라의 아들이었으며 2001년의 클라리사의 애인이다. 그는 옆집 아줌마와 격하게 키스하던 로라의 밑에서 자랐고, 두 자식과 남편을 버린 어머니를 그리워하기도, 또 성장하여 이해하며, 클라리사에게 관조 섞인 말을 보낸다. 하지만 그 역시 모났던 성장과정과 에이즈에 걸려 동정으로 상을 받는 자신을 연민하며 자살한다. 그는 영화에서 로라와 클라리사, 두 여인과 다른 세상에서 그녀들을 바라보는 제 3자의 역할을 해낸다. 어렸을 때도, 컸을 때도.
영화는 마지막에 리차드가 죽으면서 이제는 늙어버린 로라와 클라리사가 만나는 장면을 보여준다. 우울하기만 했던 두 여인의 삶은 리차드로 인해 연결된다. 두 여인은 마치 서로 뭔가를 이해한다는 듯하면서도 계속 자신들만의 우울한 세계들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다시 버지니아울프의 나래이션이 울리며 그녀가 자살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를 보면서, 보고 나서 내가 느낀 건 결국 왜 그녀들은 그토록 인생이 고통스럽고 우울한 것이었을까라는 의문이다. 그토록 고통스러워하고 숨기려 하고 다른 여인과 키스한 후에 황홀해하는 건지. 그녀들이 여성이라서, 연약한 영혼들을 지니고 있어서 그렇다는건지, 아니면 사회 속에서 여성이 지닌 지위가 그만큼 억압받는 것이라는 것을 말하려는 건지, 감독이 내게 말하려는 메시지는 와닿지 않고 그 분위기에만 매료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한테 큰 공감대와 매력을 느끼게 하지는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인생 그 자체에 대해서 논한다고 하기엔 철저하게 '여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영화를 만든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는 메시지와 함께 강렬하게 공감대를 형성시키지 못했다. 그런데 그렇게 공감대를 형성시키지는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내가 느끼지 못한 뭔가를 그냥 지나칠 것이 아니라 느껴보고 싶은 욕구가 든다. 다른 영화라면 그냥 "안 와닿는다"하고 넘어가겠지만, 이 영화는 감상 내내 날 홀리게 한 세 배우의 연기와 줄거리, 그 매력 자체로 내게 호기심 같은 걸 불러일으킨다. 분명히 그 누군가에게, 굉장히 감성적이고 예민한 누군가에게는 명작, 아니 명작은 아니래도 굉장한 영향을 끼칠 만한 그런 힘을 이 영화는 가지고 있다고 생각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