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지역에서 ‘골프 부킹 전쟁‘이 사라지고 있다. 골프장들이 그린피를 할인하고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이전의 제왕적인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최근 신규 골프장이 잇따라 개장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골프장 회원권 시세마저 내림세를 보여 ‘황금알을 낳던’ 도내 골프장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골프장 운영현황=7월 말 현재 제주 지역 골프장은 회원제 14곳, 대중 2곳 등 모두 16곳이 운영 중이고, 연내 2곳이 추가 개장될 예정이다. 1977년 오라 골프장이 첫 개장한 이후 2002년까지만 해도 도내 골프장은 모두 9개에 불과했다.1990년대 들어 골프가 붐을 이루면서 주말은 물론 주중까지도 엄청난 부킹난에 시달렸다. 특히 겨울철에도 골프를 할 수 있는 온화한 날씨 덕택에 제주 지역 골프장은 연중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지난해 3개 골프장이 개장한 데 이어 올들어 벌써 4개 골프장이 잇따라 개장함으로써 최근 2년 사이 골프장 7곳이 새로 생겨났다. 이처럼 공급이 급증하자 골프장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그린피를 대폭 인하하는 등 경쟁체제에 돌입했다.
오라골프장은 주중 54홀을 39만9000원에 라운딩할 수 있는 1박2일짜리 패키지 여행 상품을 개발, 지난 5월부터 판매하고 있다. 크라운과 캐슬렉스도 36홀 라운딩에 숙박·항공료, 조식비가 포함된 1박2일짜리 여행상품을 주중 29만9000원, 주말에는 36만9000원에 팔고 있다.
항공요금과 숙박, 호텔 식사(조식), 제주도내 교통, 골프라운딩이 모두 포함된 이 상품은 동남아에서도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다.
제주CC는 지난달부터 ‘주중 1000만원 회원권’을 분양하는 등 저가공세를 펼치고 있다. 또 제주도민에게는 주중에 중문, 캐슬랙스, 핀크스, 제주, 크라운, 로드랜드, 스카이힐 골프장이 14∼24% 할인해주고 있다. 여기에 올 하반기에 두 곳이 개장할 예정이고, 15곳이 현재 공사 중이거나 사업승인을 추진하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골프요금 인하 경쟁이 불을 뿜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락하는 제주도내 골프장 회원권 시세=골프장 공급 초과로 골프장의 회원권 기준시가도 올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세청이 이달 초 조사에서 전국 143개 골프장의 227개 회원권 기준시가는 평균 11.6% 오른 데 반해 제주도내 골프장만 유독 평균 2.9% 떨어졌다. 해마다 도내 골프장 회원권 시세가 전국 평균을 웃돈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현재 제주에서 가장 회원권이 비싼 골프장은 나인브릿지로 4억500만원이고, 이어 핀크스(2억7000만원) 로드랜드(2억5000만원) 블랙스톤(2억4300만원) 레이크 힐스(2억2500만원) 순이다. 또 새로 개장한 엘리시안과 스카이힐은 2억2500만원과 2억700만원 수준이다. 반면 제일 낮은 곳은 케슬렉스 제주로 3700만원이다.
골프장사업자협회 관계자는 “부킹 청탁으로 곤욕을 치르던 시절은 다 갔다”며 “앞으로 무한경쟁의 파고를 어떻게 넘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