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니- 에휴.... 시험이 끝나면 뭘해... 이제 또 전수 준비 해얄테니.. 정말 바쁘겠다.....
희종- 그래.. 이번엔 정말루 꼭 전수 같이 가줄께...
며니- 정말? 정말이죠!!! 약속 지키는 거예요!!!!!!
재필- 새내기들은 얼마나 간대?
며니- 으응.... 그게...... 지금 꼬시구 있는 중인데.... 아직은 반정도밖에 안돼지만... 다 갈거 같아요..
재필- 열심히 해... 새내기들에게 뫼가람을 느낄 수 있게 해줄 좋은 기회니까 말야..
며니- 당근!! 열심히 해야져!!! 휴... 근데 이번 방학에도 어디 못간다 생각하니까.... 좀.....
윤나- 때끼!!!! 방학때 열심히 전수 준비해서 멋진 전수를 만드는거 만큼 보람된 일이 어딨다고!!!
며니- 얼라? 언니 공부 안해여?
윤나- 췌엣.... 췌엣췌엣.... ㅡ.ㅡ++
희종- 그래... 전수 열심히 준비해서 가는게 좋기두 하겠지만.... 놀구 싶기도 할게야.... 그럼 우리 놀러갈까?
며니- 정말요? 정말? 정말? 어디루요? 언제?
재필- 어디든 확!! 떠나버리면 되는거지..... 머... 안그래요, 형?
희종- 그래... 어디로 갈지 함 생각해보자...... 여름이니까 좀 시원한데가 좋겠지?
재필- 그래그래.... 그리구....
윤나- 물가로 가자~~~~
흑... 모두가 째려본다.... 그래, 그래... 공부 함 될거 아냐....
재필- 물가 같은데 말구.. 좀 더 추억에 남고 특별한 장소 없나? 우리만의.....
며니- 여름이니까... 머... 스릴 넘치구 약간은 오싹한...?
희종- 너희..............
혹시......
재필- 머여? 좋은데 있어?
희종- 기억나니...............?
한동안의 침묵에 책에서 눈을 떼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눈빛에...... 나도 문득 떠오르는 한마디가 있었다........
캠프!!!!!!
며니- 와~~ 맞다, 맞다!!!! 거기... 희종오빠가 말한 거기!!!! 우리 거기 가요!!!!
재필- 그래.. 형... 재밌을거 같은데.....
윤나- 나 시험 끝나고 가자~~~~ 엉? 하루만 기달려주라~~~~~
희종- 좋아!!!! 움막으로 가자!!!!!
모두들- 와아~~~~~~ ^____________________^*
우리가 왜.......... 그때 그토록.......
가고 싶어했는지.........
우린....... 그곳을 떠올려선 안되는 거였다.......
캠프를 하기 위해 우리는 그곳을 먼저 찾아가 보기로 했다.
필요한 물품이 먼지 체크를 하고 준비해서 멋진 이틀을 보내고자 함이었다.
물론 희종오빠네 집이 가까이에 있어서 그럴필요까진 없었지만...
우린 세상과 단절된 오싹한 이틀을 보내고 싶었던 거였다.
나의 시험이 끝난.... 금요일.........
허뜨!!!!
제길...... 13일의 금요일일게 모냐...... 줴길......
무섭잖아.......
그래도... 우리가 캠프를 가기로 한 날이 13일의 금요일이 아닌것을 다행으로 여기면서.....
희종오빠의 안내로 출발했다......
희종- 내가 혹시나 길을 잃었을까봐.... 어제 가봤거든.....
많이 달라져서..... 못 찾을뻔 했다니까...... 거기다 예전보다 더 오싹해진것이.... 무섭더라......
희종오빠 말인즉슨........
무덤이 모여있던 그곳에 온통 풀이 자라 하마터면 움막으로 내려가는 오솔길을 찾지 못할 뻔했다는 것이었다....
무덤이 그렇게 많은데..... 누구도 손질하러 오지 않았던 것일까?
그리고.... 아무리...... 4개월도 더 지났다지만.......
그렇게 풀이 무성하게 자랄 수 있는걸.....까?
생각은 끝이 없었다..... 휴.... 오싹한 기분이 들어서 괜히 그런 생각이 드는걸게야...
까짓 풀.... 자랄려면야 얼마든지............
가 아니었다.......
희종오빠가 우릴 안내한 곳은.......
나무 크기만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풀이 무성했다.
풀들에 가려 무덤이 제대로 안보일 지경이었으니.....
오솔길을 찾아낸 희종오빠가 대견스러울 정도였다.
밝은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이곳에 반해 그 오솔길은 시작부터 어두컴컴하니 그곳에서부터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듯했다...
무서웠다.....
앞장서거나 맨 마지막으로 가고 싶지가 않았기 때문에 중간으로 오솔길에 들어섰다....
희미하게...... 안쪽에서 부터 정말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바람에 실려 희미하게...........
무언가가 오래된 듯한 냄새가....... 풍겨오고 있었다.
비도 들이치지 않았을것 같고... 공기는 무서울 정도로 서늘하고 건조했는데....
땅은....... 축축한 진흙 투성이어서 몇번이고 미끄러질 뻔 했다....
훗.... 다행이다.....
나만 무서운게 아닌가 보다....
며니도 그 큰 눈을 더 크게 뜨고는..... 내 옷을 꼭 잡고 따라오고 있다.
췌.... 나도 무섭고만....
앗!! 저 아래 움막의 꼭대기 같은 것이 보이는 것 같았다...
희종- 조심해... 이제 곧 급경사가 나올거야...
희종오빠 말대로 길이 갑자기 급경사로 바뀌었다...
길 옆에 있는 소나무를 손잡이 삼아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내려가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내려가는 동안 흘끗 보인 움막은....
희종오빠의 설명보다.... 내 상상보다......
훨씬 더 음산하고 스산한 분위기를 냈다.......
그리고 오솔길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 붙여진 팻말의 '경고'라는 빨간 글씨는 정말이지......
윤나- 아얏!! 오빠 뭐예요!! 왜그래요, 갑자기?
내 앞길만 보며 조심스럽게 내려가던 내가, 갑자기 멈춰선 희종오빠와 부딪힌 것은 바로 그때였다...
희종오빠는 아무런 대답없이......
그 경고라고 씌여진... 팻말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왠지 모르지만.....
희종오빠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 같은........
우리에게 무서운 곳이라고 말하면서 겁에질린 우리를 놀릴때와 같은 눈빛은 분명 아니었다.
재필- 형~~ 왜그래요? 내려가기 어렵나....??
희종- 응? 아....아냐....... 그냥.... 좀 스산해서........
며니- 오빠 또 장난 칠려그랬져? 진짜루 무서우니까... 하지마여~~ 알았져?
희종- 응... 알겠소.. 그대가 원한다면... 내 무엇인들 못하오리까...
이상했다...... 그냥..... 다시 희종오빠로 돌아오긴 했지만....
경고문을 바라보며 굳어졌던 오빠 표정은......
돌아오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비탈진 길은 내려가기 무척 힘들었다...
거기다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움막에 가까이 간다고 생각하니...
걸음이 더욱 더뎌졌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가 우리가 움막에 도착했을때......
난 처음으로 후회했다...
괜히 왔다고........
움막에 가까이 오니까.... 그.... 서늘한 바람과.... 오랜된 듯한 냄새가 어디서 오는 것인지 충분히 알 수 있을거 같았다.
슬슬.... 캠프가 후회되기 시작했지만.....
다같이 함께 있을건데.... 무슨 일이 있으려구......
그리구....... 여긴 단지 움막일 뿐인데 말야........ 라는 생각에 즐기기로 맘먹었다.
움막 주변은 무척 습해서 바닥에 깔 비닐 같은게 필요할 것 같았다.
그리고 재필이와 희종오빠는 움막 주변의 합판들을 대충 치우기 시작했다.
어느누구도 철망으로 둘러 싸인 움막 오른편에 가까이 갈 생각은 하지 않았고.....
움막 주변의 합판과 녹슨 함석같은 것들을 대충 치운후....
조용히 움막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움막은 겉에서 보기보다 꽤 넓었다. 천장도 꽤 높았고....
그리고 가구처럼 보이는 물건들이 움막 속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바닥은 무척 축축하고 발이 쑥쑥 들어가는것이 꼭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아 무서울 정도 였다.
그리고...............
며니- 꺄악!!!!!!!!!!!!!
희종- 왜그래, 뭐야!!!
며니가 굳어버린 그 쪽을 바라본 우리들도......
동시에 굳어버렸다......
우리가 들어온 오른편으로.... 벽쪽에 바싹 붙어서 바닥에 작은 구덩이가 파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곳은........ 정말로 예전 희종오빠의 표현대로......
사람이 하나 구겨져 들어가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가 그 움막을 뛰쳐나왔다....
그 구덩이에서 풍겨 나오는 부패한 냄새에... 공포와 역겨움에 못이겨 뛰쳐나온 것이다.
움막을 뛰쳐나와서도 무언가가 잡아 끌것만 같은 공포에 비탈길까지 올라와 소나무를 꼭 잡고 있었다.
잠시 후 진정이 되자.... 먼저 입을 연것은 희종오빠였다.
희종- 우리가 아마 잘못 봤을거야.....
내가 사람 구겨 넣을 정도의 크기 구덩이라고 했던건 저거야......
희종오빠가 가르친 곳을 보니... 움막 윗편으로... 작은 구덩이가 파여져 있는게 보였다.
거기도 정말........ 소름끼쳤다.
며니랑 내가 진정할 수 없는 탓에....
희종오빠와 재필이가 한번더 들어가 보기로 했다.
의외로 소심한 재필이.......
몇번을 거절하다가 오빠한테 끌려 들어갔다.......
조용했다......
며니랑 나는 오히려 더 걱정이 됐다...
같이 들어갈걸..... 하고 후회하고 있는데....
문쪽에 다다랐을때... 삐죽 내민 재필이의 웃는 얼굴이 보였다.
이런......
췌..... 재필이가 장난친거였다.
움막 안 그 구덩이에는 그냥 흙이 채워져 있었단다....
그게.... 빛에 의해 생기는 그림자 때문에.... 사람처럼 보인거란다...
안도의 숨을 내쉰 우리들...........
조심스레........ 다시 비탈길을 올랐다.....
손전등, 텐트, 비닐, 이불... 등등 많은 것이 필요할 거 같다고 얘기하면서....
올라가다가....... 다시 흘끗 본 움막에서 나는 뭔가 이상한 구석이 있음을 느꼈다......
그게 뭘까.... 계속 생각하며 올라가다가.........
비탈길 꼭대기에 올랐을때!!!! 나는 공포심과...... 설마 하는 생각에 휙! 돌아보았다....
이런.....
설마가 아니었다..........
오솔길을 내려갈때 정면에서 우리를 맞이했던 '경고'팻말.............
없어졌다.
윤나- 희종오빠...... 저....저기........... 나 너무 무서운데....
팻말이......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희종오빠가 휙 돌아보았다.
그리고........ 아까의 그 흔들리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았다.
우린 서로 아무 말 없이 부지런히 그 곳을 빠져나왔다.
휴..... 지옥의 문과도 같은 그 오솔길에서 빠져나와 다시 풀이 무성한 무덤가에 오자.....
왠지모를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렇지만..... 희종오빤 그렇지 않은가 보다....
희종오빠가 모두를 둘러보더니..... 이야길 시작했다....
오빠가 맨처음 이곳을 왔을때도....... 그리고 어제 길을 찾기 위해 왔을때도.....
그 경고문은........ 움막의 철문 근처에 달려 있었다고 했다......
나도 며니도..... 재필이까지도 깜짝 놀랐고....... 무서웠다.......
움막의 철문은....... 오솔길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어제까지만해도 비탈길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매달려 있던 경고문이...
하루사이에.......
옮겨졌다는 이야기인가?
아무 말 없이 시간이 흐르고.....
재필- 에이~~ 왜들 이래!!!! 정말로 귀신이라도 있는거 같잖아....
그 경고문 아마 땅에 떨어졌을 거야.....
풀숲이라 소리를 못들은 거고..... 그게 머 발이 달렸나.. 어케 움직여~~~
자... 이제 그만 가자~~~ 글구 사람들 더 많이 꼬셔서 캠프나 오자~!!!
희종- 그...그래....... 내가 경고문을 잘못 봤거나.. 그런걸거야... 신경 쓰지마.... 괜히 얘기 했나..... 암튼... 우리 계획에 차질 없는거다!!!!
그만두자는 며니를 뒤로 하고........
우린 다른 뫼인들을 꼬시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때 그만 두었다면..... 좋았을 것을.............
희종오빠의 실감 나는 설명과 울듯한 며니의 가지 말자는 애처로운 부탁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는지.....
희종오빠.. 재필이,며니, 나를 비롯해서 재석이, 은미, 은정이, 성진이, 수아, 미연이, 창훈이가 함께 가기로 했다.
췌.... 우갱끼는... 지가 요마면서 머가 그리 무서운지... 극구 영어 수업 핑계를 대며 안가겠다고 하고....
과 일 때문에 바쁜 정미는.... 안타깝게도 못가게 되었다.
쪼금은 다행이다..... 후훗...... 정미가 갔으면.... 정미의 비명소리를 쓰다가 이 소설이 끝났을지도........
암튼..... 우리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희종오빠네 집에서 만나....
그 움막으로 출발하였다.
그리고......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6월의 마지막 날.........
그렇게 우리의 마지막 캠프는 시작되고 있었다..........
나는 계단을 오르고 있다. 아주 높은 나선형의 계단이다.
그 계단의 꼭대기에서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 사람은 나에게 어떤 것을 말해줄 것이다. 내가 꼭 알아야 하지만 그가 아니면 결코 말해줄 수 없는 어떤 메시지. 나는 그 사람을 한번도 만나 본적이 없다. 어쩌면 그 사람은 나에게 악의를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이 계단을 오르지 않을 수 없다. 그 사람은 언제까지고 나만을 위해 그곳에서 기다려 주지 않는다. 이것은 나에게 주어진 처음이자 마지막의 기회다.
계단은 아주 높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쉼 없이 발을 움직인다. 드디어 마지막 계단에서 발을 떼었을 때, 그곳의 하얗고 둥근 벽이 나를 감싼다. 그리고 그곳에 그가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그 벽의 어떤 구멍 안에 그가 있다. 그의 몸은 어떤 힘에 의해 힘껏 구겨져서 그 구멍 속에 들어가 있다. 그는 나를 발견하고는 얼굴 근육을 움직여 힘껏 무언가를 외친다. 그러나 그가 외침과 동시에 구멍 안의 어떤 거대한 흡입력이 점점 더 강력하게 그를 빨아 들이기 시작한다. 난 그의 소리를 듣기 위해 점점 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그러나 그는 점점 더 구멍 속 어둠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을 뿐이다.
난 그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난 들을 수 없다. 들을 수 없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완전히 어두운 구멍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서둘러 계단 쪽으로 뛰어간다. 계단은 없다. 이제 돌이킬 수 없다.
그의 메시지를 듣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돌아갈 계단조차 사라져 버렸다.
두려움이 온몸을 휩싼다.
난 주저 앉는다. 귀를 막고, 눈을 감는다.
그리고.......힘껏 비명을 지른다..
거기에서 잠이 깨었다. 온몸이 땀으로 젖어있다.
시계를 보니 새벽 6시다.
'너무 일찍 일어났군....'
약속시간이 정확히 4시간 남았다...
[The Camp]
스산한 바람부는 어느 여름날... vol . 3
시간은 10시. 약속장소는 희종오빠의 집이다. 캠프의 장소를 발견해서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중 나이도 가장 많은 희종오빠는 우리 캠프의 리더다.
캠프의 답사를 함께 다녀온 재필오빠와 윤나언니는 벌써 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항상 난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원래 오기로 했던 동아리 친구들이 보이질 않았다.
" 언니, 어떻게 된거야? 창훈이, 은정이, 미연이, 재석이...왜 다들 보이질 않는거야?"
" 음..다들 사정이 있어서 캠프에 못오겠다고 연락이 왔어..개중에는 너무 무서워서 포기하겠다는 애들도 있구.."
윤나언니가 멋적게 웃으며 말했다.
재필오빠는 누가 오든말든 혼자 신이 나서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다. 얼마 전 답사에 가서 의외의 소심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 쑥쓰러웠기 때문인지, 긴장한 모습을 모습을 감추기 위해 더 난리를 치는 듯 했다.
" 자..! 떠날 사람들은 다들 모인 거겠지?"
희종오빠는 리더답게 인원과 준비물을 점검했고, 최종확인을 마친 후 우리는 드디어 우리의 캠프장소 보문산으로 출발했다.
여름이라 지옥처럼 더운 열기는 피할 수가 없었지만 역시나 산 공기는 상쾌했다.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산길을 오르고 있으니 재필오빠의 예의 그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 난 사실 16세기에 태어나 외계인에 대해서 조사하고 다녔어.."
" 쿡..그러셔..?"
윤나언니가 익숙하게 받아친다.
" 그렇게 해서 결국 외계인 며니의 꼬리를 본거야!! 사실 며니의 본 모습은 제비의 형태였고, 그녀는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다 주었지..그 박씨는 외계에서 물어온 것이었는데, 그러다가 그의 형 놀부가 며니의 다리를 뽀사버린거야! 며니의 걸음을 보면 알겠지만 정말 부자유스러워 보이기 그지 없지.."
"그래서 그녀는 노틀담 꼭대기에 갇히게 된거로군.."
희종오빠는 익숙하다 못해 받아치는 수준이 재필오빠를 능가할 정도다.
"헉! 형 그걸 어떻게 안거죠? 암튼 그래서 노틀담 꼭대기에 갇힌 우리는 눈이 맞아...."
"웨..그만 하라구...여기 기억나지? 저번에 왔었잖아.."
희종오빠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무덤들이 30개쯤 있는 동산에 와 있었다.
오래전 오빠는 이곳에 반쯤 녹은 눈들이 덮여있던 모습이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표현했었지만 어느 시간, 어느 공간에서 봐도 무덤들을 보는 건 언제나 그다지 상쾌한 일이 아니다. 어쨌든 그 속에는 죽은 자들의 육체가 있을 것이고, 그것들은 맹목적인 시간의 흐름에 의해 썪어가고 있을 테니까..
" 저 오솔길로 가자구..."
오솔길의 끝에는 여전히 가파른 비탈길이 있고, 유난히 경사진 곳을 못 내려가는 나는 몇번씩이나 소리를 질러가며 겨우 그곳을 내려왔다.
그 음산한 움막과 웅덩이, 구조물들을 확인하기도 전에...무언가가 우리 주위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주위를 둘러본다..
비탈길 중반쯤에 있는 나무를 보며 하염없이 주위를 돌고 있는 고양이..
모든 동물을 무서워하는 나는 서둘러 윤나언니 뒤로 숨었다.
" 뭐지? 저 고양이 뭘보고 저렇게 나무밑을 떠나지 않는거지?.."
윤나언니가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 그러게..꼭 나무밑에 자기 새끼라도 올려두고 온것 같잖아..? 근데 아무리 봐도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거참 기분 찝찝하네.."
재필오빠가 말했다.
" 신경쓰지 말라구..원래 고양이들이란 그런거야. 아무것도 아닌 걸 보고도 괜히 그르릉 거리면서 주위를 어지럽게 한다구.."
희종오빠가 우리를 안심시키듯 말했다.
그때였다. 윤나언니가 소리쳤다.
" 모두들...!!안들려?! 이소리?! 사람 목소리가 들린다구...! "
습관처럼 맞잡고 있던 윤나언니의 손에서 땀이 배어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 움막쪽이야..움막안에서 들리는 것 같아.."
재필오빠의 떨리는 음성이 들려왔다.
저 움막안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다니..! 견딜수 없이 두려워졌다.
" 저 뒤에서 일단 몸을 숨기고 있는게 좋겠어. 누군지 보이면 몸을 드러내자구.."
희종오빠는 우리를 조용히 이끌고 몸을 숨길곳을 찾았다.
움막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부터 다시 숲이 시작된다. 우리는 커다란 나무와 풀이 우거진 곳에 몸을 숨겼다. 그곳에서는 움막이 똑똑히 보였고, 내 두려움의 크기에 비하면 우리와 움막의 거리는 지나치게 가까웠다. 우리는 손을 꼭 붙잡고 말없이 그곳을 지켜보았다.
사람의 소리는 여전히 들려오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람들의 소리다. 여자의 음성도, 그리고 남자의 음성도 들려왔다. 그들은 매우 다급하게 무언가를 논의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윽고 그 움막에서 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명, 두명, 세명, 네명......남자 둘에 여자 두명이었다.
나는 내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손을 움켜쥐고 눈을 치켜뜬다.
그들은 바로 우리들 자신이었다!
오빠들의 마른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그들은 오빠들과 언니 나였던 것이다!
난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우리는 지금 나무뒤에 몸을 숨긴채 움막을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그곳에는 우리들이 있다.
우리와 똑같은 옷을 입고 우리들의 말투와 우리들의 습관대로 행동하고 있다..
그들은 아까 다급하게 논의한 무언가를 실행에 옮기려 하고 있다.
'우리가 보고 있는' 희종오빠가 움막에서 누군가를 끌어내오고 있었다. 어떤 남자다. 그는 정신을 잃은 듯이 보인다.
'우리가 보고 있는' 우리들은 그를 끌어내고 그의 옷을 벗긴다.
'우리가 보고 있는' 윤나언니는 벗긴 옷과 여러 소지품들을 가져가 태우기 시작한다.
우리가 보고 있는 희종오빠와 재필오빠는 각각 그의 머리와 다리를 잡고는 힘겹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들은 그를 끌고 움막위쪽의 웅덩이로 간다. 그리고 우리가 보는 앞에서 발가벗긴채 정신을 잃은 그를 사정없이 그 웅덩이로 구겨넣기 시작했다. 고통스러움에 신음소리를 뱉어내는 그의 입속으로 사정없이 흙을 집어넣으며 그들은 그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가 보고있는’ 윤나언니와 나는 가만가만히 고양이에게 다가가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나무주위를 돌고 있는 그 고양이를 거친 손길로 잡아챈다. 무엇을 하려는 건지 깨닫기도 전에 ‘우리가 보고있는’ 윤나언니는 칼로 고양이의 목을 딴다. 그리고 고양이의 피를 움막의 주변에 뿌리고 있다. 마치 어떤 정해진 의식을 거행하고 있는 것처럼 침착한 태도다.
난 지옥의 한장면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저건 희종오빠와 재필오빠가 아니다. 그러나 분명 그들이다.
불쌍한 저 사람의 옷을 태우고, 심지어 고양이의 목을 따서 피를 뿌리고 있는 저 여자들은 윤나언니와 내가 아니다. 그러나 분명 우리들이다.
두려울 뿐만 아니라 기분이 매우 나빴다. 목이 타오르고, 구역질이 날것만 같다.
저들은 이곳에 우리가 있음을 알고 있다. 저들은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 저토록 악마스런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도대체 무슨일이 일어 나고 있는 것일까?
……………….
문득 내손을 잡고 있는 윤나언니의 손이 고목처럼 메말라져 있음을 느꼈다. 무언가 두려운 일이 벌어질 것만 같다. 난 서서히 눈을 돌렸다....그리고 그것을 마주해야 했다.
검고 메마른 얼굴에 굵은 주름이 가득한 오빠들과 언니의 얼굴, 흐릿해진 눈동자, 백발이 무성한 그들의 머리..
그들의 모습은 지혜롭고 자비로운 노인의 모습이 아니다. 지옥의 불구덩이에서 방금 뛰쳐나온 악마에 가깝다.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표정에서 나 또한 그들처럼 추하게 늙은 모습으로 변해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난 주저 앉는다. 귀를 막고, 눈을 감는다.
그리고.......힘껏 비명을 지른다..
그렇게 정신을 잃었다.
난 알 수 있다.
캠프를 떠나기 전의 우리와 다녀온 후의 우리는 다르다.
내 손에 돌아온 부메랑이 내 손을 떠났을 때의 부메랑과 같은 것이 아니듯이...
난 그것을 알 수 있다.
병원에서 정신을 차리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사람은 인대오빠였다.
내 옆 침대에는 오빠들과 언니들이 누워있다.
뒤늦게 출발한 인대오빠가 쓰러져있는 우리를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다는 말을 들으며 난 조용히 머리를 베게에 누웠다.
그리고 다시금 자비로운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다음 소식입니다.
충북 단양에서 거대한 석회석 동굴이 발견돼 햑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번 동굴의 발견은
그동안 자연동굴의 형상과 발생과정등에 대한 이론에 있어서 새로운........
........
카랑카랑한 여자 아나운서의 목소리다.
며니는 날카로운 송곳같은 그목소리에 움찔하면서 잠이 깨었는지 몸이 휘청하는 느낌을 받으면서 눈이 떠졌다.
여덟시..... 창밖이 훤하다.
아침이란 말?,......
어떻게 된거지?
병원은 아니다... 여섯시에 잠이 깨었던 그 곳......, 이층에 자리잡고 있는 며니의 방이다.
방은 모두가 노랗게 칠해져 있다..
노랑색을 좋아하던 그녀의 고집대로 이사와서 처음 도배할때부터 방은 샛노란색을 지켜오고 있다..
새벽에 잠이 깨었다가 깜박 또다시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이제 약속 시간까지는 두 시간이 남았다.
꿈에서 처럼 10시가 되면 그들은 만날 것이다.
[The Camp]
스산한 바람부는 어느 여름날.......vol. 0 (zero) , 우리들의 자화상...
아이즈.
눈 두개를 그들은 그렇게 부른다.
아이.
눈 한개를 그들은 그렇게 부른다.
나는 아이즈가 아니다.. 아이다..
하지만.. 아이즈가 아니란 이유만으로 그들은..
그들은 나를 무시한다..
더러운 잡것보듯이 하고,
집단 폭력. 왕따에서부터 할짓 못할짓 다 당해봤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태어난걸 어쩌랴??
물론.. 내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아이즈다.
하지만.. 나만은 아이다..
물론..
아이가 내 주위에 없다면..
내가 만들면 되는거잖아??
책상속에 있는 바늘과 커터칼.
그리고 의학용으로 가지고있는 메스 (-_-;;;)
를 하나 집어들었다..
그리고 마취제 3개..
그리고.. 커다란 수조도 하나 준비해둬야지...
큭큭....
그곳은 아마도 몇주 내에 꽉 찰것이다.. 큭큭..
아! 그리고. 오늘은 어머니가 없고 아버지가 없다...
그들 역시 나를 징그럽게 쳐다보는 족속들 중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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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시간들을 떠올려 보곤 한다.
얼마전 내 움막에 사람들이 왔었다. 그들은 모두 이상한 기운이 도는 내 움막에서 내 경고도 무시한 채 내 물건들을 보고 만지기 까지 했다.
지난 십년이 훨씬 넘는 세월동안 난 내 삶의 고단한 세월의 수만큼 내 아집과도 같은 일을 반복해 왔다.
이제 그일을 마무리 해도 될 날이 왔건만 난 왜 망설이고 있는건가?
어차피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삶인것을....
열일곱....
난 세상을 등지고 이곳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제 십칠년이 흘렀다. 내가 세상에서 살던 세월과 이곳에서의 세월......
수조가 아닌 내 구덩이에 묻혀있는 열 일곱개의 아이...........
그리고 서른개가 됨직한 무덤들....
아이즈..... 그 아이즈와 함께 온 또다른 아이즈
그 모든 아이즈를 모두 아이로 만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세상에는 아이와 아이즈가 있다.
그러한 아이와 아이즈가 같은 장소에 무덤을 가진다..?
킬킬...... 정말 아이러니한 일 아닌가......
이런 말도 안되는 논리로 아이즈의 온기는 내손에서 그렇게 사라져 갔다.
세상에는 수많은 실종이 있다.
그 중에 내손에 의한 실종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열일곱개의 아이와 그렇게 아이가 된 채 , 그리고 아이즈의 모습대로 묻혀 버린 인간들...
난 무엇을 보며 그러한 일들을 해 왔던 것일까....
아무런 해답도 길도 보이지 않은 그러한 모순적인 것을.........
이제 시간이 되었다..
십칠년전 오늘, 내가 다짐했던 일들이 모두 끝이 났다..
이제 나에게 남은 일은 ...............
그간의 내 기록들....
내가 만든 무덤군의 마지막은 내 무덤이 되어야 할터...
그렇게 세상이 아이와 아이즈의 비슷한 수 만큼 서로를 바라보며 공존할 순 없는 것일까...
난 이제 가야 한다.
아마도 누군가는 그동안 이곳에 왔던 사람들 처럼 언제 어느 시기엔가 이곳에 오겠지.....
그럼 그때 원래부터 아이 로 살아온 , 아니 죽어온 나를 발견하겠지...
그들이 나를 위해 무언가 해줄까?
내 마지막 세상을 햐한 청을 들어줄까?
얼마전 왔던 그들 ...... 그들의 등위에서 난 무엇을 느꼈는가..
이러한 움막의 모습과 분위기에만도 놀라던 그들이 과연 내모습을 보았다면 .......
바라건데 그들이 다시 왔으면 좋겠군...............
이것도 내 이유없는 바램인가.....?
하긴 내 삶이 어차피 모순이었던 것을 ...
이제 누군가 날 볼 수 있는 곳에 고단했던 내 몸을 뉘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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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열시에 모였지만 아무도 움막에 가자고 선뜻 말하는 이가 없었다.
모두 반가운 인사말을 하고 일상의 대화들을 선채로 나눌 뿐이었다.....
히종은 천천히 말을 꺼낸다..
"우리 거기 가야지..."
" 그래야쥐~~" 재필이다.
모두들 주섬주섬 짐을 챙겨 걸음을 나선다.
인대의 전화다....
충대병원에 볼일이 있어 왔다가 희종의 집이 근처인걸 생각하고 저화를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캠프에 대해 물었다.
그렇게 인대는 캠프에 합류를 하게 되었다.
"그... 근데...좀 무섭다" 며니다.
" 개소리마~~!" 인대 특유의 말투다.
도착한 시간은 한시가 넘어서이다. 만나서 한참을 지체하고 인대를 기다리기까지 했으니 시간이 예정보다 많이 늦어져 있었다.
움막의 근처까지는 가지 않고 우선 무덤있는 그 주변에서 먹거리를 좀 먹기로 했다.
언제 무섭단 소릴 했냐는 듯 며니는 맛나게 음식을 먹는다. 모두가 즐거운 분위기다.
이러한 분위기...... 언게 뒤집힐지 모를 즐거움..
그들은 이런 분위기를 즐기기라도 하는것일까...
그 무덤군 옆에 천막을 치기로 했다...
아무래도 움막은 습기도 많고 좀 뭐하다는 생각들이다.
그리고 저녁에 그 움막 쪽에 가보기로 했다.
어느덧 시간이 흘렀고 그들은 움막쪽으로 서서히 발을 옮겨 놓았다.
움막앞에 우선 불을 짚히기로 했다.
천막은 무덤군쪽에 세웠지만... 어둠속에서의 그들의 캠프는 예정대로 움막쪽에서 시작되었다.
날은 조금씩 어두워지고 그들이 움막과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을땐 전등이 필요했다.
그들이 움막에서 발견한 것은 아이로 살아온 , 아니 죽어온 한 주검과 낡은 종이에 쓰여진 짧지 않은 글.......
뛰쳐나가는 며니를 재필이 뒤이어 따라 갔다.
윤나와 며니는 뒤에서 손을 마주잡고 있다.
인대, 희종, 재필은 그 아이 의 원대로 무덤을 만들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세상을 향한 아이 의 마지막 부탁은 이렇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무덤을 만드는 데는 오랜시간이 흘렀다. 지켜보고 있는 윤나와 며니는 그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바라보고 인대, 희종, 재필은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지 생각하지 않는 모습으로 땅을 파고 있다.
신기하게도 그들은 땀을 흘리지 않고 있다. 바람이 불고 밤이라고는 하지만 여름인 것이다.
사람은 현상과 다른 이면을 나타낸다.
우리 주변에는 말로 ,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생겨난다.
그들은 지금 맘ㄹ로 표현 할 수 없느 공포의 한 중심에 있는 것이다.
태풍의 중심이 고요하듯이 공포의 중심은 너무도 고요했다.
그날밤 그들은 새벽의 여명이 밝아 올때 까지 아무 말이 없었다.
누구하나 어서 이곳을 떠나잔 말도, 무엇을 하자는 말도 하지 않았다.
멍한 눈으로 무슨생각을 하는지 누가 보더라도 도무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들은 그렇게
그곳에 않아서 여명을 기다렸는지 모른다.
돌아온 이후 아주 오랬동안 그들은 서로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십칠년동안 아이 가 지내온 그 침묵의 세월처럼 그들도 짧은 칩거와 침묵에 들어갔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도 그일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며니의 꿈에서 처럼 그들은 분명 변해 있었다.
캠프를 가기전의 그들과 캠프를 갔다온 후의 그들은 분명이 달라진 것이다.
- 에필로그 -
누군가가 말한다, 너는 겁이 없다고.
그 어떤 것보다 진정한 공포를 맛 본 우리에게 사람들은 무심하게 그러한 말을 던진다. 미쳐가는 자신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이 있을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얼굴들...
내면 깊숙한 곳에서 솟아오르는 뜨겁고 격렬한 광기의 밤에 우리는 우리를 붙잡기 위해 온갖 짓을 다 해야했다. 나무에 머리를 짓찧으면서 아픔보다 더한 공포에 떨어야했던 밤...
또다시 그러한 밤이 온다면 나는 이번에는 정말로 돌아버릴 것만 같다고 생각하면서 울부짖어야 했던 핏빛 선명한 그 밤...
...하지만 인간이란 정말 알 수 없는 존재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인간이 얼마나 순응적인 존재인지를 깨닫고 여유있게 웃을 수 있게 된 나를 보며 나는 생각한다.
그 무엇도 인간의 머릿속에서 해결되지 않을 일은 없다고.
그 머릿속의 우주를 탐험하면서 생각하다보면 못 할 일도 없고 절망할 이유도 없다고.
견디어 나가다 보면 밝은 날이 찾아온다는 평범해 보이지만 어려운 진리를 알기 위해, 나는 그토록 선명하고 지독한 밤을 겪었던 듯 하다.
그처럼 내리는 비,비들...
비 내리는 밤이면 언제나 나는 밤을 샌다. 새벽이 밝은 뒤에 잠들기 위해...그리고 인생이 서글플수록 사람의 삶은 더욱 강인해진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그 밤을 지금 더욱 사랑하기 위해 노력한다.
뒷맛은 언제나 조금은 씁쓰레하지만...달콤하기만 한 인생도 나는 어쩌면 자극이 없다고 거부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결국 인생은 여러가지 맛을 지녀야 한다는 어줍잖은 통찰과 여유도 생기는 이러한 일련의 일들은 나를 그만큼 성장하게 했으니까...인생이란 생각하기 나름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