賣炭翁(매탄옹) 숯 파는 노인 白居易(백거이)
賣炭翁(매탄옹) 숯 파는 노인,
伐薪燒炭南山中(벌신소탄남산중) 남산에서 나무베어 숯을 굽는다.
滿面塵灰烟火色(만면진회연화색) 얼굴은 온통 잿빛 연기에 그을려 있고,
兩髮蒼蒼十指黑(양발창창십지흑) 양쪽 머리 부스스하고 열 손가락 모두 새 까맣다.
賣炭得錢何所營(매탄득전하소영) 숯 팔아 번 돈으로 무엇에 쓰는가?
身上衣裳口中食(신상의상구중식) 몸에 걸치는 옷하며 먹는 음식이라네.
可憐身上衣正單(가련신상의정단) 가엽게도 몸에는 홑옷하나 입고서도,
心憂炭錢願天寒(심우탄전원천한) 숯 값 걱정으로 날씨 추워지길 고대한다.
夜來城外一尺雪(야래성외일척설) 밤사이 성밖에는 한자나 눈이 오고,
曉駕炭車輾氷轍(효가탄차전빙철) 새벽 같이 숯 수레 몰고 눈길에 미끄러진다.
牛困人飢日已高(우곤인기일이고) 소도지치고 사람은 배고픈데 해는 이미 중천.
市南門外泥中歇(시남문외니중헐) 시 남문 밖에 진흙바닥에서 잠시 휴식하는데,
翩翩兩騎來是誰(편편양기래시수) 펄펄 날 듯 말 타고 오는 두 사람은 누구인가?
黃衣使者白衫兒(황의사자백삼아) 황색옷의 사자에 흰옷 입은 아이 시종.
手把文書口稱勅(수파문서구칭칙) 손에는 문서 쥐고 칙령이라 소리치며,
廻車叱牛牽向北(회차질우견향북) 수레 돌려 소를 몰아 북으로 끌고 간다.
一車炭 千餘斤(일차탄 천여근) 수레가득 실은 숯은 무게만도 천근인데,
宮使驅將惜不得(궁사구장석부득) 궁중 관리 몰고 가니 아깝다고 말도 못해.
半匹紅紗一丈綾(빈필홍사일장릉) 붉은 베 반 필에 비단 한발로,
繫向牛頭充炭値(계향우두충탄치) 소머리에 매달아 놓고 숯 값이라 큰소리친다.
백거이(772~846):자는 낙천(樂天),호는 취음선생(醉吟先生), 향산거사(香山居士), 하규(陜西省 渭南縣)사람이고, 현전하는 당시(唐詩) 수 만 편중 3,800여 편이 그의 시로 제일 많이 전하고 있으며, 그를 일러 이두한백(이백, 두보, 한유, 백거이)으로 병칭되는 중당(中唐)을 대표하는 시인이다.
그는 당시로서는 장수에 속하는 75세를 일기로 한 바와 같이 그의 작품세계도 대단히 다양하여 젊어서는 유가적 이상사회사상에 입각하여 당시 사회의 병폐를 예리하게 파헤친 사회고발시를 많이 썼고, 중년에는 취음선생이라는 그의 호에서도 나타나듯 무위자연의 도가사상 심취하여 전원자연시를 즐겨 썼으며, 말년에는 불가에 귀의(향산거사)하여 당시의 불교탄압정책을 풍자한 글을 많이 남겼다.
그의 시는 생전에 이미 널리 애송되어 그의 시를 모르는 당나라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한다. 작품집으로 (白氏長慶集)이 있다.
주1)황의사자: 당(唐)시대에 고위 품급의 환관은 황색 옷을 입기도 하였지만 황제의 명을 받은 관리라는 뜻으로 황의사자라 불렀다.
2)백삼아: 품급이 낮은 어린 환관이 입는 백색 옷
숯 파는 노인의 억울한 사정을 질타하는 사회고발형태의 시인 것으로 보아 백거이가 젊어 쓴 시가 확실한 것 같다.
홑옷에 추위와 굶주림에도 불구하고 숯 값 떨어질세라 날씨 추워지기를 고대하는 숯 파는 노인과 이것을 베 반 필에 비단 한 자락으로 수탈해가면서 오히려 큰소리치는 관리와의 대비가 극명한 1200년 전 사회상을 살펴본 오늘 어떠했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