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럭키산업은 전체 직원 112명 중 43명이 장애인이고, 이 가운데 33명이 중증장애인이다. 하지만 럭키산업은 장애인을 위해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장애인의 특성과 능력에 따라 생산라인 전 공정에 참여시키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함께 칫솔 포장작업을 벌이는 장면
[유니버셜디자인 광주]제4부 열린 사회를 만들자 <3부>장애가 편한 세상(하) 고용
광주 럭키산업·인아정밀 등 4곳 표준사업장 지정 시설자금 저리융자, 근무환경 개선 등 다양한 혜택 지역 구직희망 장애인 1천1백여명 중 24%만 취업
국민의 정부시절 '생산적 복지'는 국정의 주요 목표였다. 기초생활보호자 정책 등 사회 안전망 구축을 통해 국민들의 복지수준을 향상시킨다는 내용이다. 그 중에서 일자리 창출은 가장 우선시됐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일자리는 최고의 복지'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일자리는 국민들이 사회구성원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기본 토대였기 때문이다. 이는 장애인에게도 해당된다. 장애인 정책의 궁극적 목표인 '자립생활' 기반 구축은 일자리를 빼놓고는 해결할 수 없다.
◇장애인과 함께 '아름다운 기업' #광주 광산구 하남산단에 자리한 (주)럭키산업. 칫솔과 섬유유연제, 욕실용세정제 등을 주력 품목으로 생산하는 럭키산업은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2000년부터 장애인을 채용하기 시작, 5일 현재 전체 직원 112명 중 약 40%인 43명이 장애인이다. 장애인 직원 중 33명(76.7%)가 중증이다. 장애 유형도 다양해 지적장애, 지체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정신장애, 뇌병변 장애인이 근무하고 있다. 이 회사에선 장애인들은 신체 차이는 있지만 근무에서는 차별을 받지 않는다. 회사가 장애인 근로자를 위해 높낮이 작업대와 의자를 설치하는 등 장애인들이 불편없이 근무할 수 있도록 고용환경을 개선했기 때문. 이로인해 장애인들은 포장 작업을 비롯 전 공정에 참여해 일하고 있다. #하남공단 8번도로가에 위치한 (주) 인아정밀도 중증장애인을 고용한 '아름다운 기업'이다. 세탁기, 냉장고, 전자렌지 등 백색가전제품 외장재 생산업체로 수출유망기업인 이 기업은 전 직원 44명 중 24명이 장애인이다. 장애인 비율이 55%에 달한다. 중증장애인은 24명 가운데 16명이나 된다. 장애인들은 단순 노무부터 조립 분야는 물론 핵심분야인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특히 팀원 전체를 관장하는 반장을 담당하는 장애인도 있다. 이 팀에는 비장애인도 포함돼 있다. 럭키산업과 인아정밀이 말해주듯 광주의 장애인 고용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의 벽을 과감히 허물고 장애인을 고용하는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늘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2008년 광주·전남 장애인고용율에 따르면 장애인의무고용 대상사업장(300인 이상)의 장애인고용율은 2006년 1.15%에서 2007년 1.60%, 2008년 1.74%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 지자체인 광주시의 장애인 고용율은 2008년 2.09%로 의무고용율인 2.0%를 넘어섰다. 또 장애인표준사업장도 증가하고 있다. 장애인표준사업장은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근거해 사회적 지원 아래 일반 노동시장에 진입이 곤란한 장애인 등 사회취약 계층의 일자리 창출과 사회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체다. 장애인을 총인원의 30%(중증 50%)이상 채용하며, 지정 사업장에는 시설운영자금 저리 융자, 근무환경개선 지원 등 다양한 혜택과 지원이 이뤄진다. 광주는 2005년 럭키산업을 시작으로 인아정밀(2006), 아이비원(2007·금형), 파고다에프에스(2008·제과제빵)가 표준사업장으로 지정됐다.
지체장애인을 위해 특별 제작한 의자
◇장애인고용환경 점진적 개선 광주의 장애인 고용 현황 개선은 정부와 관련 기관,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노력한 결과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은 대표적인 장애인 일자리 창출 기관이다. 장애인 직업생활을 통하여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장애인의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업무를 효율적 수행을 위해 설립된 공단은 정부와 지자체, 민간기업, 장애인단체, 교육기관 등 지역사회와 협력 및 네트워크를 구성해 장애인 고용 향상에 관한 각종 사업을 펼치고 있다. 장애 유형별 특성에 맞는 직업지도, 직업평가, 적응훈련, 지원고용, 취업알선, 취업 후 적응지도, 사전 적응 근무 등 원스톱 직업재활 서비스를 제공한다. 광주와 전남, 전북, 제주지역을 담당하는 광주지사의 경우 장애인 고용 기업 지원 활동을 비롯 일자리 발굴, 고용 알선, 직업재활 교육, 구직상담, 장애인 인식 향상, 취업박람회 개최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광주지방노동청의 사회적일자리 사업도 장애인 고용 창출 노력이다. 한마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부설의 가온기획이 한 예다. 명함이나 각종 스티커, 컴퓨터 디자인, 전단지 등을 제작하는 이 회사는 전체 직원 12명 중 7명이 장애인이다. 장애유형은 지체 1급 등 대부분 중증이다. 지자체가 직접 나서는 경우도 있다. 광주 남구는 올해 연말까지 송암동에 중증장애인 다수 고용 사업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송암동에 건립될 장애인 사업장은 기존의 소규모 직업재활시설 운영형태를 탈피해 장애인 100여명(중증장애인 60%이상)이 일할 수 있도록 대규모로 지어진다.
한마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운영하는 가온기획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하나의 목표를 향해 '더불어' 일하는 회사다.
시민사회단체에서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적극나서고 있다. (사)실로암 사람들(대표 김용목 목사)은 최근 신규등록장애인 직업 재활 지원체계구축사업에 나섰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지원을 받아 올 12월말까지 벌이는 이 사업은, 신규 등록 및 재판정 장애인이 특성과 능력에 따라 직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일자리 발굴과 취업정보를 제공하는 직업재활 사업이다.
◇장애인 편견 해소 확산 노력 하지만 아직까지도 장애인들의 구직 문턱은 높은 게 현실이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발표한 올해 2/4분기 장애인 취업동향자료를 보면 광주·전남지역에서 구직을 희망한 장애인은 모두 1천113명, 하지만 취업에 성공한 장애인은 277명(24.8%)에 불과했다. 장애인이 직업을 갖기가 어려운 현실임을 보여주는 통계다.
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등이 개최한 장애인취업박람회에서 한 장애인이 구직난을 살펴보고 있다. 장애인 고용 개선을 위해서는 고비용·저효율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는 게 급선무로 지적된다.
일자리 문턱이 높은 건 장애의 특성에 맞는 일자리가 많지 않은 게 주 원인이다. 구직의사를 갖고 있는 장애인들이 자신의 장애 유형에 맞는 일자리가 없어 구직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근무환경 개선 비용과 작업 능률(생산성) 저하 우려도 장애인 고용 개선의 발목을 잡는 요소다. 300인 이상 기업의 경우 전체 직원의 장애인 종사자가 2% 이상이 되면 장려금을 받을 수 있음에도, 의무고용 불이행에 따른 부담금을 납부하는 게 이익이라며 장애인 고용을 꺼리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광주지역 장애인 고용 기업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광주소재 300인 이상 사업장의 평균 의무고용비율은 1.74%로 기준치인 2%에 미달하고 있다. 또 300인 이상 42개 중 14개 업체만 의무고용비율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장애인 고용에 따른 부정적 인식을 개선시키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똑같다. 장애 유형과 특성, 능력에 맞게 공정에 배치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일부 공정의 경우 비장애인보다 집중력을 더 발휘한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이 되면서 장애인 고용 환경 비용을 지원받고, 시설 운영 자금을 저리로 융자받을 수 있어 회사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인아정밀 김정훈 부장의 견해가 기업은 물론 사회전반에 확산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가 기관과 지자체 등 관공서의 장애인의무고용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관공서의 의무고용비율은 올해 2%에서 내년부터는 3%로 상향된다. 이에 장애인 단체 등은 장애인 출현율에 맞게 의무고용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8년 우리나라 장애출현율은 6%였다.
(주)인아정밀은 백색가전제품 외장재 생산업체로 금형, 프레스 공정은 물론 핵심분야인 연구소까지 장애인을 채용하고 있다.
장애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구직노력도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 광주지사 강선희 과장은 "일자리 발굴 및 구직 상담 과정에서 장애인들이 몰라서 직업을 얻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접한다"면서 "장애인고용촉진공단(광주지사)은 지역사회와 협력·연계해 취업정보 제공, 교육·훈련 실시, 알선은 물론 시험(적응)근무 사업까지 전개하고 있기에 주변의 장애인단체나 지자체,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마음 편하게 부를 수 있는 '장애인'과 '장애인고용'
박관식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광주지사장
장애인에 대해 막연한 거리감이나 불편함을 느끼며, 장애인을 낯설어하고 어색해하기 쉬운데 이러한 의식은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에 의식적·무의식적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질병이나 사고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듯이 장애는 특정한 사람에게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는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우리의 문제임을 감안할 때, 한번쯤은 장애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장애인의 노동권에 대해 함께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내 가족의 일원으로, 기업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마음 깊은 곳의 불신과 편견이 남아 있다보니, 법적 강제와 경제적 제재 때문에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커다란 부담감을 가지고 공단을 찾는 기업도 있다. 그러나 동전의 앞·뒷면처럼 장애인고용 또한 양면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경제불황과 인력수급 불균형 가운데 장애인고용이 기업발전에 도움이 되고, 근로환경개선을 통해 함께 일할수록 더 잘 할 수 있다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는 긍정적 기대효과가 있다. 따라서 기업에서는 직원을 채용할 때, 동일한 연령과 성별이라도 그 사람의 실질적인 기능이나 특성이 개인에 따라 다르듯이 장애인고용에 있어 장애유형이나 장애등급보다 개인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인식해야 한다. 장애인 구직자 또한 직업적 흥미와 잠재된 능력을 배제한 채 무작위적으로 작업현장에 배치되어서는 안된다. 그래서 일선에서 장애인에게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 직원들에게도 장애를 기준으로 구직자를 판단하지 말고, 충분한 상담과 평가로 개인 역량에 맞게 일자리를 알선하라고 늘 당부하고 있다. 작년 4월부터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사업주의 장애인식개선교육이 의무화 되는 등 정책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차별을 줄여 나가고자 하는 노력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과거 도외시 되었던 취약계층의 노동문제에 대한 기업의 책임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기업의 사회적 책임; CSR)이 확산되는 가운데, 장애인 의무고용과 노동권 문제에 대한 기업의 인식과 관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 1990년 장애인의 직업재활 및 고용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 제정·시행된 이래, 지난 18년간 장애인 고용률은 1991년 0.43%에서 2008년 1.72%로 4배 가량 증가하였다. 그리고 그간 2%이던 법정 의무고용률도 정부부문은 2009년부터 3%로 바뀌었고, 민간부문 역시 장애인의 경제활동상태와 시장여건 등이 감안되어 조만간 조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법규나 의무에 의한 피동적 순응보다는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일자리 나누기에 우리지역 기업들이 앞장섰으면 한다. 이제, 막연히 외치는 장애인고용이 아닌 장애인을 나의 가족, 내 직장, 우리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을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