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드라마 | 133분 | 개봉 2011.07.20 장훈 감독
출연진: 신하균(강은표), 고수(김수혁), 이제훈(신일영), 류승수(오기영), 고창석(양효삼),
조진웅(유재호) 정인기 이다윗(남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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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당시 휴전회담 전후가 가장 치열했다고 한다. 강원도 철원 부근의 고지들 중에는 펀치볼, 베티고지 등등 하룻밤을 새고 나면 피아간에 주인이 바뀌는 것이 숱하게 많았다고 한다. 그냥 바뀐 게 아니라 뺏고 뺏기는 과정에 얼마나 많은 꽃다운 젊음들이 사라져갔을 터이다. 군복무를 한 대한의 사나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이고, 나처럼 철책(휴전선) 사단에서 근무를 했던 사나이라면 좀더 실감나게 느꼈던 이야기이다. ㅋㅋ
무슨 일이든지 겪어보지 않은 사실을 머리로 상상하는 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하물며 전쟁이야 오죽하겠는가?
이 영화는 감히 상상도 못 했던 한국전쟁의 참상을 압축적으로, 그리고 감동적으로 그려내는데 성공했다. 참으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고지전은 휴전회담을 앞두고 피아간에 사투를 벌이며 뺏고 뺏기고를 거듭하던 가상의 고지, ‘애록’이라는 고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 내용은 고지 탈환의 임무를 맡은 ‘악어중대’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참으로 많은 것들을 상기시켜 준다. 그 인상을 몇 가지로 간추려 보고 싶다.
첫째, 까맣게 잊었던 6.25 전쟁에 대한 실상을 복원시켜준 점이다. 나 스스로는 베이비붐 세대라 상상이 가지 않던 이야기였지만, 당시 전쟁에 휩쓸린 인간이 장기판의 졸처럼 얼마나 무력한가를 절절하게 깨닫게 해준다. 지루하게 싸우다보면 살아야 하는 이유마저 포기할 지경까지 이르고 만다.
둘째, 전쟁이 터지면 남자는 소모품이라는 사실이다. 장교든 사병이든 예외는 없다. 일례로 ‘육이오 때 적군의 총알이 ’소위! 소위! 하면서 날아온다.‘던 말이 있었다. 이는 적군이 가장 먼저 노리는 표적이 소대장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나를 따르라!‘하며 전투를 앞장 서 지휘하는 소대장을 죽이게 되면, 소대원들은 일시에 사기가 꺾이게 되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는 아리따운 여자 저격수가 등장한다. (그녀의 별명은 ’이초!‘, 아군 한 사람이 총을 맞고 폭 고꾸라지고, 이초 뒤에 총소리가 난다는 뜻이다.)
장교의 희생과 더불어 사병들의 희생도 물론 마찬가지이다. 소대장이야 실전 경험이 쌓인 사람이지만, 사병들은 학도병과 같은 신병들이 태반이었기 때문이다.
필자 개인의 군복무 시절의 기억도 떠올랐다. 영하 25도를 넘는 한밤중에 대간첩 작전(경기도 연천)에 소대원을 이끌고 매복에 나섰다가 처음 한동안은 추위보다 공포에 덜덜 떨었던 기억.........
셋째, 전쟁에서 적과 아군을 양분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 하는 점이다. 영화 속 대사 중에 이런 말이 인상적이다.
“우리는 적과 싸우는 게 아니야. 전쟁과 싸운 것이란 말이야!”
사실 역사 속 그 어떠한 전쟁들도 일개 병사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
‘누가 이기든 지든 간에 무슨 상관이랴? 결국은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것이다.’
한편으로 이 영화는 북한에서 상영을 하드라도 반응이 좋겠고, 전쟁무드에서 반전·평화 무드로 전환하는데 이 영화보다 다 나은 영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다만 옥에 티처럼 여겨지는 것들도 있었다. 중대장 역 배우를 너무 뚱뚱한 사람으로 고른 나머지, 상대적으로 현실감이 떨어진 점이다. 실제 6.25 전쟁 당시 그렇게 살찐 장교들이 있었을까 하는 데에는 의구심이 들고, 더군다나 6.25 전쟁 당시 최전방의 보급 사정 또한 분명 열악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휴전협정 발효 직전, 상부의 무모한 탈환작전을 하달하는 중대장의 명령에 거역하여 김수혁 중위가 즉석에서 중대장을 사살하고 반란!을 일으킨 점이다. 과연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하는 점이다.
이런 자잘한 옥에 티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예전에 보았던 어느 전쟁영화보다 감동적이었다. 플래툰, 지옥의 묵시록, 하얀전쟁(월남전), 라이언일병 구하기, 밴드오브브라더스 등등
끝으로 이 영화를 만든 장훈 감독에게 감사와 찬사를 보낸다. 물론 빼어난 시나리오를 쓴 박상연 작가의 공도 클 뿐 아니라 열연한 배우들과 스텝들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의 저력을 한곳에 쏟아 붓도록 한 사람은 단연 장훈 감독일 것이다. 장훈 감독 화이팅!
첫댓글 이 영화는 전쟁영화라 하지만 결코 전쟁영화가 아니다. 모든 것을 앗아가는 잔인무도한 전쟁에 대한 인간의 무지를 고발하는 영화! 지레 짐작은 금물! 특히 전쟁영화라 하면 아예 볼 엄두조차 내지 않는 여성들에게도 강추! 당신은 전쟁을 잊고 살 지 몰라도 전쟁은 결코 당신을 잊은 적이 없다(클라우제비츠 '전쟁론'). 전쟁을 피하는 최선의 방법은 전쟁에 대해, 전쟁의 참상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겠는가?
영화 한편을 다 본듯한 느낌이 드네요! 좋은 감상문 잘 읽었습니다. 저도 이 영화 한 번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입니다. 고맙습니다.
서부전선 이상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