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70세인 조지 밀러 감독이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는게 놀랍다. 그것도 30년만에 만든 시리즈 속편이다. 젊은층이 선호하는 SF장르 영화를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폭발적인 카레이싱으로 장착해 감독의 나이를 잊게 만들었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멜 깁슨을 앞세운 3편의 전작들과 차원이 다른 영화다. 색다른 비주얼과 독특한 세계관으로 영화의 밀도를 높힌 수작이다.
영화는 핵전쟁으로 세계가 종말을 맞이한 22세기를 배경으로 독재자와 그에 맞서는 전사의 모습을 그린 세기말적 영화다.
곤충조차도 살기 힘든 황폐화된 땅에서 남은인류에게 가장 큰 권력자는 '물과 기름'을 소유한 임모탈이며 권력의 미래는 '씨받이'를 통해서 생산된 임모탈의 아이다. 씨받이인 임모탈의 여인들을 볼모로 '디스토피아'를 탈출해 '유토피아'로 달아나는 여전사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른)와 죄의식에 가득찬 고독한 사나이 '맥스(톰 하디), 그리고 그들을 쫓는 독재자 임모탈과 그 부하인 신인류 눅스(니콜라스 홀트)의 추격이 영화의 골격이다.
당연히 볼거리를 위해 사막을 가르지르는 쫓고 쫒기는 추격전에 포인트를 맞췄다. 흙먼지가 날리는 삭막하고 황량한 벌판에서 벌어지는 자동차 액션은 교감신경을 자극할 만큼 장관이다. 도로 액션을 위해 맞춤형으로 특수 제작된 150여대의 자동차, 트럭, 오토바이가 스크린의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스피드있게 전개되는 도로위의 전투와 락카페같은 음악이 빚어내는 장면은 심장박동수치가 상승하는 것을 느낄만큼 숨돌릴새 없이 휘몰아친다. 스턴트맨들도 공포와 스릴을 동시에 느꼈을듯 하다. 스턴트팀뿐 아니라 럭비선수였던 '맥스'역의 톰 하디, 발레리나였던 샤를리즈 테른 등 출연진도 실제로 위험한 상황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촬영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액션만 있고 개념이 없는 영화는 아니다. '헛 칼로리(Empty Calorie) 액션'이 아닌 고칼로리 액션이다. '헛 칼로리'란 고열량이지만 막상 단백질, 비타민과 같이 몸에 필요한 영양가가 없는 식품을 말한다. '헛 칼로리 액션'이라면 화려하고 규모가 크더라도 '영혼 없는' 액션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영화는 환경과 패니니즘이라는 양념을 알맞게 버무렸다.
천신만고끝에 독재자의 손을 벗어난 여전사 일행을 맞이하는 것은 나무한그루는 커녕 물한방울도 없는 소금사막이다. 선택은 불확실한 유토피아를 찾아 헤메느냐 아니면 다시 목숨을 걸고 독재자가 만든 디스토피아로 돌아가서 혁명을 일으키느냐는 것이다. 구조적으로도 기승전결의 균형이 뚜렷한 영화다. 밀러 감독은 "모든 사건, 모든 행동, 모든 액션은 인물이나 인물간 관계를 설명하거나 진전시키는 것이어야 했다"며 "캐릭터가 액션이라고들 하며, 헛 칼로리 액션이라고 부르는 것을 피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문제를 건드리고 맥스보다 여전사인 퓨리오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은 밀러 감독의 이러한 시각을 반영한다. 핵전쟁 이후지만 지구의 현안인 사막화 현상을 떠올리게 했다. 극심한 가뭄과 장기간에 걸친 건조화 현상, 벌채, 지하수 고갈등으로 쓸모없는 땅이 늘어나고 있다. 지구는 점차 산소가 부족해져 야생 동물은 멸종 위기에 이르고, 물 부족 현상으로 작물 재배가 불가능해 극심한 식량난에 빠지게 된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사하라 사막 주변은 연평균 10㎢의 속도로 사막이 확장되고 있으며, 해마다 전 세계적으로 600만㎢의 광대한 토지가 사막화되고 있다. 불안한 미래다.
이와함께 '푸른숲'이 있는 고향을 찾기위해 사령관직을 벗어던지고 탈출한 여전사 퓨리오사와 임모탈의 보호아래 안락한 삶을 살았지만 속박된 삷을 박차고 나온 '씨받이 여성'들을 통해 '자유'와 '자아'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운다. 특히 인상적인것은 거친 사막에서 오토바이 할머니들이 간직한 갖가지 '씨앗'이다. 후대를 위해 보존한 씨앗을 건네는 장면은 건조하고 숨막히는 영화속에서 따뜻한 감성을 자극한다.
/네이버 블로그<박상준 인사이트>영화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