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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라?...오늘은 아빠가 쌩쌩하네?..... 언제 : 2013.02.14.(목) 어디로 : 함양 삼봉산 누구랑 : 송목 산악회 따라 홀로 삼봉산은 나에게 생소한 산 이름이었다. 익숙한 산이든 생소한 산이든 근무가 없는날 특별한 일이 없으면 산행하는게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 된지 벌써 10여년 되었다. 짠밥이란는게 이런건지 우선 카페에 공지된 산행지도를 훓어보며 내 근력으로 정해준 시간에 산행을 마칠수 있는지, 중간에 탈출로는 있는지, 등로 주변에 고즈넉한 절집이나 암자가 있는지, 이름난 볼꺼리나 유적지는 있는지 따져보고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검색해서 내가 가야할 길을 정하는 것이다. 삼봉산에서 유장하고 길게 누운 지리 주능선을 조망하는 것도 커다란 즐거움이겠지만 나는 언젠가 기회가 되면 벽송사와 서암정사를 들려보고 싶었는데 이번 산행 종점인 마천면 소재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추성리 칠선계곡 입구에 벽송사와 서암정사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자주 이용하는 만만한 산악회라면 내 욕심대로 독자적인 행보를 해도 탓할 사람이 없겠지만 가뭄에 콩나듯 1년에 서너차례 참여하는 송목에서는 돌출 행동이 조심스러워 차마 입을 못떼고 있었던 거다. 07:05 안성 대림동산 → 10:23 지안재(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 10:42 오도령 (산행시작) → 11:51 오도봉 → 12:47 삼봉산 → 13:35 점심 → 14:32 등구재 → 15:26 창원 생태마을 → 15:40 창원마을 입구(4시간 58분 산행끝) 경상남도 함양군 함양읍과 마천면을 1023지방도가 넘나드는 고갯마루 오도재(773m)에서 출발하여 오도봉(1035m)거쳐 삼봉산(1186.7m) 올랐다가 창원마을(350m)로 내려오는 도상거리 7.5km 이번산길에선 경상남도 함양읍과 마천면, 그리고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경계능선상의 삼봉산이 최고봉이다. 산 정상에 오르면 남동쪽으로 지리산 천왕봉을 위시하여 지리산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산 아래 실상사를 비롯한 산내면과 함양읍 그리고 마천면의 등구마을 등이 보인다. 북으로는 남원과 함양의 경계 능선을 따라 가다 남덕유산의 산줄기도 볼 수 있다. 그래서 백두대간의 덕유산과 지리산을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다. 10:23 1023번 국도상에 있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등재된 지안재에 잠시 들른다. 사진 전문가들의 차량 궤적을 담은 야경 사진을 보고 멋진 길이다라고 느낀 적도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인위적으로 만든 이런 길보다 달동네 골목길이나 돌담 둘러친 마을 안길이나 인적없는 자드락 산길처럼 자연 친화적인 길이 더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아집일런지?...엠티비 자전거를 타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오름직은 하지만서도.....날이 풀리면 올해는 안성의 3재(배티재, 엽돈재, 옥정재)를 넘어봐야지..... 10:42 오도재 지리산 제일문에서 산행은 시작된다. 이 길을 오르게 되면 깨달음을 얻는다는 전설이 있다. 이 길을 영남학파 종조인 김종직 선생을 비롯해 정여창 선생, 유호인 선생, 서산대사, 인오대사 등 많은 시인묵객이나 수행자들이 넘나들었으며 많은 여행자들이 삶의 지혜를 얻고자 이 고불고불한 고갯길을 넘는다. 오도재 정상(773m)에는 삼봉산과 법화산이 만나는 곳에 우뚝 솟아 있는 문이 있는데, ‘지리산제일문’ 이다. 이 관문은 지리산으로 들어가는 문으로 성곽길이 38.7m, 높이 8m , 폭 7.7m, 문루 81㎡ 규모로 우리의 전통양식을 살리고 성곽과 문루를 고루 갖춘 아름다운 팔작지붕 형식으로 2006년 완공, 지리산을 대표하는 상징물 중 하나로 웅장한 자태를 선보이고 있으며, 지리산을 찾는 이들이 쉬어 가는 곳이기도 하다.
11:46 조망터에 이르러 왼편으로 지리산 천왕봉, 중봉, 하봉 제석봉을 바라본다. 마주보이는 산의 제일 왼쪽에 있는 산이 오늘 오를 삼봉산이다. 11:51 오도봉에 이르다
오도봉에서 바라본 덕유산 방향이다. 금새 올라간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는데 멀쩡한 등로에 출입금지 위험표시와 금줄이 쳐있고 오른쪽에는 내리막 우회계단이 있지만 얼마나 멀리 돌아가야할지 몰라 금줄을 넘어서고 말았다. 우회길 기울기가 거의 직각에 가까운 낡은 계단이 위험스럽게 보여 조심조심 내겨가니... 가느다란 로프가 없었다면 천상 우회를 해야할 위험한 구간이었다. 써글놈들!....돈 몇푼 아끼자고 계단을 저렇게 가파르게 설치했나 싶으니 군청 공무원은 공무원대로 예산 타령 했을테고 업자는 업자대로 몇푼 남겨 먹어야 되니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은 현장이다. 12:47 2시간 만에 정상에 이른다. 산경표상의 삼봉산은 일명 삼봉지맥으로도 불려지는 연비지맥상의 최고봉이다. 연비지맥은 백두대간상의 봉화산(920m) 북쪽 1km 지점에 위치한 함양군의 꼭지점 945m봉에서 전북과 경남도계 따라 분기해 동남진하면서 옥잠봉~88고속도로~연비산~오봉산~팔령재~삼봉산~지안재~팔두재~화장산을 거쳐 임천(臨川)이 남강에 합류하는 함양군 유림면 장항리에서 맥을 다하는 38.2km의 산줄기로 88고속도로와 24번국도 팔령재를 건너고, 삼봉산에서 동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임천 건너편의 지리산 주능선과 나란히 달린다. 흔히 지리산 종주능선을 전망할 수 있는 장소로 삼신봉과 삼정산을 꼽는데 삼신봉(三神峰, 1,284m)은 지리산 능선 남쪽에 위치하고 있어 북쪽의 지리능선을 조망할 수 있으며, 삼정산(三亭山, 1,226m)은 지리능선의 북쪽에 서서 남쪽으로 뻗어있는 능선을 조망할 수 있고 삼봉산(三峰山1,187m)은 남쪽으로 장쾌하게 뻗어 있는 지리의 주능선과 서부능선을 바라보는 조망처다. 삼봉산이란 이름이 붙게된 연유는 오른쪽의 상봉과 투구봉을 아울러 삼봉산이라 한단다. 새우깡 여사님...발렌타인 초코레또는 창원 마을 할머니에게 주었으니 잘했지유?....ㅋㅋㅋ 삼봉산에서 바라본 지리 주능선.... 13:35 백운산 오르기를 포기하고 좁은 등로에 비켜서서 혼자 천천히 누룽지로 점심을 때운다. 누룽지를 먹는 동안에 백대장님과 산조아님이 지나친다. 비록 오랫만에 만나도 편안한 사람들이다. 14:32 등구재에 이른다. 오른쪽은 전라도 남원 인월 방향이고 왼쪽은 경상도 함양의 창원마을이다. 금대암까지 2.9km 이정표가 서 있지만 삼봉산에서 여기까지 1시간 45분이나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르고 내리는 산길에는 멋대가리 없는 활엽수만 울창할뿐 전설 하나쯤 간직한 바위도 볼 수 없었고 길고 긴 세월속에 의연히 몸매를 다듬은 낙락장송 한 그루도 볼 수 없었고 고개만 들면 떡허니 서있는 지리산 천왕봉을 산행내내 보고 있자니 아무리 진수성찬이라도 자주 먹으면 질리듯이 어머님 품속 같다는 그 지리산 천왕봉이 지루해 지는 것이니 이 무슨 호강에 겨운 투정이란 말인가.... 여기서 직진하면 반야봉, 성삼재, 지리 서북능선을 가까이 볼 수 있다지만 지금까지 지리 능선을 눈에 신물이 나도록 보아 왔으니 백운산은 포기하고 등구재를 향하여 내려간다. 더욱이 마천면 흙돼지 식당으로 이동해야 하니 4시 10분까지 산행을 마쳐 달라는 총무님의 곡진하고 간곡한 부탁이 있지 않았던가?...
언제나 점잖코 깔끔하게 세련된 비바님을 잡아본다. 14:52 콘크리트 산길의 창원마을에 내려서니 그늘막 아래 널찍한 평상이 있다. 등산화는 검은 진흙이 달라붙어 엉망진창이고 흙범벅인데 배수로 한켯에 전대통령이 당신의 목욕탕이라는 붉은 고무통이 우선 눈에 띄이고 깨끗한 산물이 저절로 넘쳐 흐른다. 누군가 마을 주민의 배려로 등산화와 지팽이에 뭍은 진흙을 씻어 내고 일어서니 우리 일행인 듯한 어떤 여인이 "고사리는 없고 마른 고구마 줄기와 토란대를 샀다"고 하며 배낭을 갈무리하고 있다. 지리산 둘레꾼들이 쉬어 가기 좋을 넓은 평상에는 묵직한 돈 궤짝에 주먹만한 쇠통이 잠겨있고 프라스틱 바구니에는 말린 고구마 줄기, 토란대, 옷나무껍질, 고춧가루 봉지가 놓여 있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수 없듯이 나는 지체없이 배추 이파리 하나 돈통에 넣고 고구마 줄기 2봉을 걸망에 챙겨 넣는다. 둘레길의 이정표다 마을로 내려가는 세멘트 포장도로 오른편에는 다락논이 층층히 누워있고 천왕봉은 여기까지 쫒아왔다. 하루종일 질리도록 보아온 천왕봉 15:22 마을 어귀에 이르자 돌계단위 언덕에 우람한 느티나무가 눈에 띄어 일부러 올라가 보니 마을을 지켜준다는 당산나무 쉼터였다.
산행내내 천왕봉만 보인다고 껄쩍지근하게 생각 했는데 창원마을에 내려와서 이런 돌담길을 보니 백운산에 오르지 않고 등구재에서 내려오길 얼마나 잘한 일인지 모르겠다.
마을 안길 벽화를 보고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5~60년전 내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나도 저렇게 자라서 오늘에 이른 것이다. 흔히 지리산은 어머니 품 같은 산이라는 말들을 하지만 지리산 자락에 돌과 나무가 얼마나 많으면 저렇게 장작으로 담을 둘렀을까 싶으니 평소 내가 즐겨 써먹는 "수양산 그늘이 강동 팔십리를 먹여 살린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아직은 바람도 차겁고 오후의 햇살은 불꺼진 아궁이처럼 미미하지만 무너진 돌담위 양지쪽에 할매한 분이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늙으면 말붙일 사람도 없어 입에 군내가 난다고 하니 나는 배낭속의 초코레또가 생각나서 할매 앞으로 다가간다. 빵과버터 : 아직 추운디 바람쐬러 나오셨어요?.... 할매 : 다리가 아파서 걷지도 못하고...이렇게 앉아 있다우.... 빵과버터 : 내가 초코레또 드릴테니 좀 드슈.... 할매 : 아니...뭘....괜찮아유....어디서 오셨우?..... 빵과버터 : 평택이요.... 할매 : 쩌기 서울 아래 평택?.... 빵과버터 : 예....젊었을 때는 이쁘다는 소리 꽤 많이 들었을거 같은디... 내가 사진 한 장 찍어도 되요?... 할매 : 뭘....그려!.... 손톤만한 초코레또 두어개를 뇌물로 받았으니 할매도 선선히 그러마 한다....ㅋㅋㅋ 할매 : 조심히 잘 가시우.... 15:40 마을입구 당산나무 앞에 이르니 버스 기사님이 출발한다고 어서 타란다. 버스안에는 예상외로 비코스를 타고 내려운 사람들이 꽤 많이 앉아 있다. 버스로 마천면 소재지로 이동한 뒤풀이 식당 옆에는 소설 속에나 나옴직한 상록수 다방 간판이 반갑다. 식당안에 들어가 보니 에이조를 탄 사람들도 다 내려와 앉아 있는데 불사초님이 안보여 핸드폰을 때린다. 빵과버터 : 김형?....지금 어디 계시우?.... 불사초님 : 강가에서 씻고 있으니 금방 올라 가지요.... 익숙지 않은 사람들하고 마주 앉아 밥먹고 술마시는게 썩 내키는 일도 아니지만 평소 신세만 지는 불사초님을 내몰라라 하고 혼자서 내 배만 채운다는 것은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잠시후 불사초님과 마주앉아 부드러운 흙돼지 김치 찌게에 밥말아서 쏘맥 두잔 걸치고 서둘러 바람을 쐬이러 나오니 백무동, 피아골, 칠선계곡 등 지리산 골골을 흟고 내려온 물들을 다 받아주는 임천강이 바짝 마른 속살을 내놓고 있었다. 임천강을 처음 만난 것이 2009년 7월 지리산 7암자 순례를 마치고 실상사 앞을 흐르는 임천강가에 어지럽게 날리던 지리산댐 건설을 반대한다는 주민들의 항의 데모 깃발이었다. 지금은 지리산댐 건설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또 한가지는 산행 고수들이 말하는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않는다" 라는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이다. 그렇게 산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방에서 나온 딸네미가 산행하고 돌아온 애비한테 인사라고 하는 말이.... 딸네미 : 얼라?....오늘은 아빠가 쌩쌩하네?.... 빵과버터 : ???,,,,,프하하!!!...... (산핻기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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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참 대단하십니다. 이렇게 정성스레 산행일기를 쓰시다니 감동스럽네요.
부부는 닮는다더니 산그늘 누님과 아주 천생연분 같다는...
지리산을 설악산보다 우위에 두는 산꾼들을 가끔 보는데 아마도 설악산에 없는 것이 지리산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건 좌우 대립의 불행한 역사, 그리고 민초들의 삶...
사진을 보면서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에 담아두고픈 글도 있네요.
"사람이 온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사람의 인생이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편에 영화를 보는느낌 으로 읽었슴다 잘보고 갑니다 최고~~~^^
누군가 사진 한방 부탁했는디 얼굴을 잘 몰라서 사진 감사함니다
장편에 일부내요 ~ 넘감동적인 산중일기 잘봣읍니다 ~ 총무님 말대로 참대단 하심니다 ~
오랫만에 뵈었는데 넘~~방갑습니다~~~산행중에 만남은~~~꼭 증표를 남겨주시고~~~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늘~건강하시길요~~~
자주 못오신다고 소외감느끼지마시고 편안마음으로 들르세요 ! 오랫만에 뵙게되어 반가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