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닦기
민병도
동생하고 싸운 벌로
유리창을 닦았다
억울한 생각 달래며
뽀득뽀득 닦았다
유리를 닦았을 뿐인데
마음까지 환하다
-《시조21》2022. 여름호
진달래
김종상
눈 녹은 고갯길에 진달래가 피었어요
봄이 오길 기다리기 마음이 조급해서
잎보다 먼저 피어난 곱고 여린 연분홍
세상의 모든 꽃은 보는 게 기쁨인데
가난했던 지난날엔 주린 배를 채우려고
입술이 파래지도록 따먹었던 우리 꽃.
불가사리
박경용
별자리를 더듬으며
산호 숲을 떠올린다
저 별만큼 많고 많은
바다의 별, 불가사리.
산호 숲,
별자리를 헤엄치며
바다별을 줍는다.
아기 봄
김종상
아지랑이 아장아장 걸어오는 양지쪽에
발길마다 새싹들이 또록또록 눈을 뜨고
냉이도 생글거리며 봄 향기를 뿌려요.
봄바람이 살랑살랑 마른 잎을 쓸어주고
어린 싹을 불러내는 꼬불꼬불 오솔길로
갖가지 꽃을 데리고 아기 봄이 오네요.
너울 파도
진복희
하루에도 몇 번씩
몸빛을 바꾸느라
잠들지 못하고
뒤채는 너울 파도
잔물결
큰 물결 밀며
빛싸라기 켜는 파도
2
부서지는 파도는
바다가 벗는 허물
집채만한 파도가
마구 덮쳐오는 때면
갑자기
울부짖으며
물구나무 서는 바다
-《시조21》2022.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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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調의맛과˚˚˚멋
민병도 시인의 <유리창 닦기> 외
안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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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3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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