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시장을 가다 - 불가리아 이콘화 시장 골목길에서 느껴지는 경건함의 정취
영원한 인간사랑 ・ 2023. 12. 2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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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시장을 가다
불가리아 이콘화 시장
골목길에서 느껴지는 경건함의 정취
다양한 이콘화 뒤로 보이는 알렉산드르 넵스키 성당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 한복판에는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들러볼 법한 건축물이 있다. 화려한 금색 돔으로 한껏 멋을 낸 ‘알렉산드르 넵스키’ 성당이다. 러시아-터키 전쟁 참전 용사들을 기리기 위해 지어진 이 거대한 성당을 둘러보고 성당 입구를 나서면 그 앞의 작은 정원에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산책을 하며 여기저기 구경을 할 수도 있다.
이 성당에서 걸어서 10분 이내의 거리에는 볼거리들이 가득하다. 현대 미술관, 오페라 극장 등 현지인들의 예술을 엿볼 수 있는 곳도 있고, 정치의 중심지로서 국회와 대통령궁, 정부청사 건물이 모여 있는, 이른바 불가리아의 다우닝가도 있다.
이전 공산주의 시절에는 소피아의 각 지역에 거주할 수 있는 직업군이 따로 있었는데, 이곳은 주로 화가, 음악가 등 예술가들이 살았던 지역이다. 이 모든 볼거리는 바로 넵스키 성당이 위치한 넵스키 광장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광장의 한편에는 무명의 용사를 추모하는 꺼지지 않는 불꽃이 있다.
옛 시절의 향수를 달래는 곳
이 불꽃의 맞은편에 소피아 시립미술관의 정원이 보인다. 이 정원 광장에는 멀리서 보면 잡동사니가 가득 올려진 테이블 사이로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앤티크 시장이 있다. 크지 않은 이 시장은 소피아 시에서 정말 특별한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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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명 용사를 추모하는 넵스키 광장의 꺼지지 않는 불꽃 2 광장의 사자상(사자는 불가리아를 상징하는 동물로, 불가리아 화폐 단위인 ‘레프’는 사자를 의미한다) |
1986년 소피아 시립미술관에서 주최한 ‘열린 아틀리에’가 이 시장의 시작이었다. 이후에 젊은 예술가들이나 무명의 화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보태어 팔기 시작한 것이 현재까지 시장으로 남아 있다. 이 시장은 불가리아가 불과 얼마 전까지 사회주의 국가였음을 상기시켜 주는 몇 안 되는 장소 중의 하나이다. 이곳에서 파는 물건들은 정말 다양하다. 어설픈 솜씨의 무명 화가가 그린 풍경화에서부터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기념품까지 다양하게 구경하고 살 수 있다.
불가리아가 사회주의 국가였음을 떠올릴 수 있는 스탈린, 레닌과 지브코프(1989년까지 불가리아 공산당 서기)의 초상화뿐 아니라, 시대가 변했음을 보여주는 오바마, 푸틴의 초상화나 인형을 볼 수도 있다. 독일제와 러시아제 앤티크 카메라, 어느 군인의 어깨에 붙어 있었을 견장이나 훈장에서 옛 시절의 향수를 달랠 수도 있다.
다른 한 귀퉁이에서는 불가리아의 다양한 이콘화를 팔고 있다. 9세기 보리스 황제 시대에 기독교를 수용한 불가리아는 오늘날까지 정교를 국교로 하고 있으며 약 60%의 인구가 정교를 믿고 있다. 꼭 종교적인 측면이 아니더라도 불가리아인에게 이콘화는 정체성과 믿음의 상징이며, 역사적으로 암울했던 시기를 함께 견디게 해 준 버팀목이다.
신앙의 의미가 아니더라도 집집마다 벽에 한 점 정도의 이콘화를 걸어두는 불가리아인이 많다. 주말마다 예배를 하지는 않아도 자가용 안이나 지갑, 가방 속에 이콘화를 넣고 다니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시장 안에 진열되어 있는 다양한 이콘화
[네이버 지식백과]
불가리아 이콘화 시장 - 골목길에서 느껴지는 경건함의 정취 (세계의 시장을 가다, 채유정,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인문한국지원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