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열린우리당 지지 이유로 탄핵…사상초유 탄핵에 시민들 '촛불시위'로 반대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과거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통과가 재조명받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특정 정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서자 2004년 5월14일 국회는 그가 '정치중립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통과시켰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64일 만에 노 전 대통령이 중대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며 탄핵소추안을 기각했다. 노 전 대통령은 그해 한달 전인 2월1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개헌 저지선까지 무너지면 그 뒤에 어떤 일이 생길지는 나도 정말 말씀드릴 수가 없다"고 발언, 특정 정당 지지를 유도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1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같은 달 24일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노 전 대통령은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며 "대통령이 뭘 잘해서 열린우리당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고 발언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중립 의무 준수를 요청했지만 노 전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은 결국 정치적 갈등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가장 심하게 반발한 것은 새천년민주당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한 해인 2003년 9월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했다. 이 분위기를 타 중도개혁 성향의 의원들이 대거 탈당, 2개월 뒤인 11월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노 전 대통령의 정부를 출범시킨 새천년민주당이 야당으로 신분이 바뀌자 두 당의 갈등은 크게 증폭됐다. 새천년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고 선거법 위반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새천년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자유민주연합에 협조를 요청했다. 결국 3월9일 한나라당 의원 108명, 새천년민주당 의원 51명이 서명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됐고 3월12일 탄핵안 표결이 이뤄졌다. 국회의원들간 실랑이와 욕설이 오가는 와중에 투표가 진행됐고 찬성 193명, 반대 2명으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이후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나섰다. 국회의 노 전 대통령 탄핵에 공감하지 못한 것이다. 국회의 당리당략을 바탕으로 한 대통령 탄핵을 납득하지 못했다. 이는 새천년민주당과 한나라당에 큰 정치적 부담이 됐다. 헌재 또한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일부 위반했으나 그 위반 정도가 탄핵의 사유가 될 정도로 중대하지는 않다'며 탄핵소추안을 기각했다. 탄핵안이 가결된 지 64일 만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자리로 복귀했고 대통령 직무를 대행했던 고 건 전 총리도 원래 직무로 돌아갔다. 새천년민주당과 한나라당은 탄핵 역풍을 맞아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4월에 열린 총선에서 모두 참패했다. 이 같은 결과는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결정하기까지 여야가 망설이게 된 이유기도 하다. |